국내외 정책·동향
한국 공교육 AX 정책의 골격, AI 디지털교과서가 3년 사이에 겪은 부침, 그리고 2026년의 정책 재편을 먼저 짚는다. 이어서 UNESCO·OECD와 주요 7개국의 전략을 비교해, 한국이 어디쯤 서 있는지 가늠한다.
주요 근거: 교육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UNESCO · OECD (자료 수집일 2026-07-05)
-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2023)과 2022 개정 교육과정, 곧 한국 정책의 양대 축
-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가 되기까지의 타임라인과 교훈
- 2026년 교육부 업무계획의 방향 전환: AI 보편교육, K-교육 AI, AI 선도학교 1,900개교
- UNESCO·OECD의 원칙과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중국·에스토니아·핀란드의 전략 유형
한국 정책의 골격: 두 개의 기둥
한국 공교육 AX 정책은 두 기둥 위에 서 있다. 하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교육부, 2023년 2월)이다.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의 실현"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AI로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속도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 교사는 학생과의 인간적 연결(하이터치)에 집중하게 한다는 그림이다. 방안은 세 축으로 설계되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수업 혁신을 이끄는 선도교사(T.O.U.C.H. 교사단) 양성, 그리고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이다. 선도학교는 2023년 300개교에서 출발해 2025년 1,300개교 이상으로 늘었고, 선정된 학교에는 무선망 고도화, 디지털튜터 인력, 운영 예산 등이 지원되었으며 그 규모와 항목은 시도교육청에 따라 달랐다.
다른 하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다. 총론에 '디지털 소양'과 'AI 소양'을 기초소양으로 반영했고, 정보(SW·AI) 수업 시수를 두 배로 늘렸다. 초등학교는 17시간에서 34시간 이상으로,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고등학교에는 '인공지능 기초'(정보과)와 '인공지능 수학'(수학과) 같은 선택 과목이 신설되었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 초3·4, 중1, 고1에 적용되었고 2026~2027년에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요컨대 하나의 기둥이 '가르치는 방식'의 전환이라면, 다른 기둥은 '가르치는 내용'의 전환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부침: 3년의 타임라인
이 골격에서 가장 큰 논쟁을 일으킨 것이 AI 디지털교과서(AIDT)다.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AI 보조교사'로 기획되어 2025년부터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단계 도입될 예정이었고, 2024년 검정 심사를 통과한 76종이 선정되었다. 그러나 도입을 둘러싼 논쟁(준비 부족, 검증되지 않은 효과, 학생 데이터와 문해력에 대한 우려, 구독료 부담)이 커지면서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 시점 | 사건 |
|---|---|
| 2023. 2. |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 발표, AIDT를 3대 축의 하나로 제시 |
| 2024. | 검정 심사 통과 76종 선정. 국어·기술가정은 적용 제외, 사회·과학은 2027년으로 연기 |
| 2024. 12. 26. | 국회,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의결 |
| 2025. 1. |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개정안 폐기, 교과서 지위 일단 유지 |
| 2025. 8. 4. | 같은 취지로 다시 발의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재석 250명 중 찬성 162명),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확정 |
| 2025. 2학기 | 도입 학교 4,095개교 → 1,686개교로 급감(58.8% 감소). 국정감사에서는 자율 선정 학교의 평균 활용률이 8.1%에 그치고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평균 약 60%라는 지적이 나옴 |
| 2026. | 폐지가 아닌 재편, 'AI 교육자료'로서 선도학교 중심의 자율 활용으로 전환 |
이 타임라인을 실패의 기록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읽는 것이다. 여기서 추출해야 할 교훈은 셋이다.
첫째, 속도가 합의를 앞지르면 제도가 되돌린다. 교과서라는 강한 지위로 일괄 도입을 밀었지만, 현장과 사회의 준비가 따라오지 못하자 법이 지위를 끌어내렸다.
둘째, 도구의 지위보다 수업의 변화가 본체다. 2026년 정책이 'AI 교육자료'라는 낮은 지위로 물러서면서 오히려 '수업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 간 것은 시사적이다.
셋째, 효과의 증거가 신뢰의 화폐다. 활용률 8.1%라는 숫자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도입 설계의 문제였음을 보여 준다. 이 교훈들은 3장의 전략 프레임워크에 그대로 반영된다.
2026년, 정책의 재편
2025년 12월 발표된 2026년 교육부 업무계획은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교육,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강국"을 내걸고 AI 정책의 축을 다시 놓았다. 핵심 방향은 셋이다.
- AI 보편교육: 모든 학생이 AI를 주도적·비판적으로 활용하도록 질문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AI 중점학교를 단계적으로 늘린다. 기초학력 부족·특수교육·이주배경·농어촌 학생을 위한 맞춤형 AI 교육콘텐츠도 별도로 제공한다.
- K-교육 AI 개발: 수업과 행정에 두루 쓸 수 있는 독자적인 교육 특화 AI를 개발한다는 구상으로, 정부가 준비하는 독자 AI 기반에 교육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 AI 선도학교 1,900개교: 학교가 AI 교육자료를 자율 선정·활용하도록 지원하되, 안전성·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정 기준을 마련한다. 지원 내용은 소속 교육청의 공모 요강에서 확인해야 한다.
제도 환경도 함께 바뀌었다. AI 기본법(2026년 1월 22일 시행)은 교육을 고영향 AI 분야에 포함해 학생 평가·맞춤형 학습에 쓰이는 AI에 투명성·안전성 의무의 근거를 만들었고,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업·평가에서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내에 나섰다. 수행평가에서의 AI 활용 관리 방안은 2026학년도 시도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반영된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무엇을 보급할까'에서 '어떻게 안전하고 효과 있게 쓰게 할까'로 옮겨 온 것이다.
시도교육청이 움직이는 방식
중앙 정책이 출렁이는 동안에도 시도교육청 단위의 실험은 꾸준히 쌓였다. 두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디벗': 기기와 관리 체계부터
서울시교육청의 '디벗'(디지털+벗)은 2022학년도부터 중학생을 시작으로 1인 1스마트기기를 보급해 온 정책이다. 중학교 1학년 전원에게 7만여 대를 보급하면서, 기기관리시스템(MDM)으로 게임·유해 앱을 차단하고 이용 시간을 제한하며, 통합 A/S 센터를 함께 운영했고, 이후 고등학교로 대상을 넓혔다. 기기 보급이 곧 AX는 아니지만, 기기·관리·지원이라는 기반 없이는 어떤 AI 활용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프라 축의 전형을 보여 준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여러 시도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교수학습 플랫폼 도입도 시작했다.
경기 '하이러닝': 플랫폼과 데이터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AI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은 2023년 9월 도입 이후 2025년 4월 기준 도내 2,640개교에서 학생 약 86만 9천 명, 교사 약 6만 7천 명이 활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이용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의 90%가 학습 전반에 도움이 된다고, 교사의 83%가 교수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2025년 6월에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공개했는데, 시범 학교 사례에서 채점 시간이 55분에서 5분으로 줄고 AI와 교사 채점의 상관계수가 국어 0.945, 사회 0.958, 과학 0.957로 보고되었다. 교사의 채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검토를 전제로 한 보조라는 점이 설계의 핵심이다.
국제기구의 나침반: UNESCO와 OECD
국제기구는 각국 정책의 좌표계 역할을 한다. UNESCO는 2023년 「Guidance for generative AI in education and research」로 생성형 AI에 관한 최초의 글로벌 지침을 내놓았고(인간 중심 관점, 데이터 프라이버시, 교사 연수 강화가 골자다), 2024년에는 학생용 AI 역량 프레임워크(4개 차원 12개 역량: 인간 중심 사고방식, AI 윤리, AI 기법과 응용, AI 시스템 설계)와 교사용 AI 역량 프레임워크(5개 차원 15개 역량)를 발표했다.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제 표준의 뼈대가 마련된 셈이며, 한국의 교원 연수 체계 개편에도 이 프레임워크가 참조되었다.
OECD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데이터로 보여 준다.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3은 29개국을 조사해 당시 어떤 나라도 생성형 AI에 대한 구체적 규제를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했고(한국과 프랑스가 승인 대기, 9개국이 비구속적 지침 보유), 2026년판은 국제 교원 조사(TALIS)를 인용해 2024년 기준 중학교 교사의 37%가 업무에 AI를 사용한다고 보고하면서 이렇게 정리했다. 생성형 AI는 교육학적 원칙이 이끌 때 학습을 지원하지만, 지침 없이 쓰이면 학습 없는 과제 수행만 늘린다. 기술 낙관도 기술 공포도 아닌, '교육학 우선(pedagogy-first)'이라는 제3의 좌표다.
주요국의 선택: 네 가지 전략 유형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전략의 유형은 대체로 네 갈래로 수렴한다. 국가가 교육과정으로 의무화하는 필수화형, 학생·교사에게 도구 접근권을 국가가 제공하는 도구 제공형, 기존 공공 플랫폼에 AI를 얹는 플랫폼형, 비구속적 지침으로 현장의 자율을 안내하는 지침형이다.
| 국가 | 유형 | 핵심 내용 (확인 시점 기준) |
|---|---|---|
| 중국 | 필수화 | 베이징은 2025년 9월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에 학년당 최소 8시간의 AI 수업을 의무화(약 1,400개교, 183만 학생). 2026년 4월 국가 'AI+교육' 실행계획 발표. 2030년까지 전 단계 AI 교육체계 구축, 교원자격시험에 AI 지식 포함 |
| 미국 | 지침 중심(일부 주 필수화) | 2025년 4월 행정명령 「Advancing Artificial Intelligence Education for American Youth」로 백악관 AI 교육 태스크포스 설치, K-12 AI 교육자원·교사 연수 추진. 주 차원에서는 35개 주가 공식 지침 보유(대부분 비구속), 법적 의무화는 Ohio·Tennessee 등 소수 |
| 에스토니아 | 도구 제공 | 국가 프로그램 AI Leap(2025년 9월 출범)으로 10~11학년 학생 약 2만 명과 교사 3천 명에게 AI 학습 도구 무료 제공, 2026년 직업학교로 확대. OpenAI·Anthropic와 협력 |
| 싱가포르 | 플랫폼 | EdTech Masterplan 2030 아래 국가 학습 플랫폼 Student Learning Space(SLS)에 적응형 학습 시스템(ALS) 탑재. 초등 고학년 수학, 중등 고학년 지리에 적용. '학생 중심, 교육학 우선' 명시 |
| 일본 | 플랫폼+지침 | GIGA 스쿨(1인 1단말) 인프라 위에 문부과학성 「초·중등교육 단계 생성 AI 이·활용 가이드라인 Ver.2.0」(2024.12). 교원의 교무 활용, 학생의 학습 활동, 교육위원회의 역할을 구분해 안내 |
| 영국 | 지침+투자 | 교육부(DfE)의 비법정 지침과 자료집(2025.6). 공적 기관 Oak National Academy의 AI 수업 설계 도구 Aila에 최대 200만 파운드 투자, 교사 수업 준비 시간을 주당 3~4시간 절감했다는 보고 |
| 핀란드 | 지침(리터러시) | 2025년 3월 유아~성인 전 단계를 아우르는 AI 국가 권고 발표. 수십 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전통 위에 AI 생성물 식별(딥페이크 포함) 교육을 통합 |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정보 시수 확대는 필수화형의 요소를, 하이러닝 같은 교육청 플랫폼은 플랫폼형의 요소를, 수업·평가 가이드라인과 교육청 지침은 지침형의 요소를 갖고 있다. 유형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AIDT의 경험을 딛고 요소들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흐름이 말해 주는 것
국내외 동향을 겹쳐 보면 네 가지 공통 신호가 읽힌다.
- 규범은 '비구속적 지침'이 세계 표준이다.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예외적이고, 대부분은 지침으로 안내하며 현장의 자율과 책임을 남겨 둔다. 학교가 스스로 판단할 역량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 사람의 개입(human-in-the-loop)이 공통 가드레일이다. 평가처럼 부담이 큰 판단일수록 AI 단독 결정을 배제하고 교사의 검토를 전제한다.
-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교사 역량이다.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지적되는 실행 리스크는 교사 전문성 개발의 부족이다. 3장에서 교원 역량을 독립 영역으로 다루는 이유다.
- 형평성이 성패의 기준이다. 국가 간·학교 간·가정 간 격차는 방치하면 벌어진다. 보편 교육을 책임지는 공교육에서 형평성은 부가 조건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다.
이제 이 신호들을 학교와 교육청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설계도로 바꿀 차례다. 다음 장에서 6대 영역 전략 프레임워크로 들어간다.
참고 자료
-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2026년 교육부 업무계획·수업 및 평가 AI 활용 관리 방안. 교육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AI 디지털교과서 지위 변화(2024~2025 초·중등교육법 개정)·도입률 관련 보도. 국회·언론 보도 종합
- UNESCO AI Competency Framework for Students·Teachers(2024), Guidance for generative AI in education(2023). UNESCO
- OECD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3·2026. OECD
- 주요국 정책: 미국 행정명령(2025), 영국 DfE·Oak National Academy, 싱가포르 SLS, 일본 문부과학성 가이드라인 Ver.2.0, 중국 베이징·AI+교육 계획, 에스토니아 AI Leap, 핀란드 국가 권고 등(각국 정부·기관 자료, 자료 수집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