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수단으로서 금전적 유인과 학교 조직의 변화
정책수단으로서 금전적 유인과 학교조직의 변화
정책수단으로서 금전적 유인이 학교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시도했던, 이 번 한 주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본 논문을 공유합니다.
1. 연구의 목적
본 연구는 교실혁명 선도교사 정책을 중심으로, 금전적 유인이라는 정책수단이 가진 행위자성에 주목합니다. 즉, 이 정책수단이 단순히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가치관, 정체성,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교사 간 관계와 학교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 연구의 방법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심층 면담을 핵심 연구 방법으로 채택했습니다.
- 연구 참여자: 교실혁명 연수 과정을 이수한 선도교사 16명(초등 12명, 고등 4명)을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선정했습니다.
- 참여자 유형화: 참여 교사들을 디지털 정책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 수준에 따라 핵심교사(linchpin), 탑승교사(tracker), 이탈교사(quitter)로 구분하여 분석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 자료 수집 및 분석: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여 정책, 개인, 조직 차원으로 나누어 1, 2차에 걸쳐 면담을 진행했으며, 모든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 및 전사하여 분석했습니다.
3. 주요 발견
(1) 정책 수용: 유망한 트렌드와 금전적 이익
선도교사들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기술에 대한 흥미, 전문성 신장, 인정 욕구 등 복합적인 동기로 정책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예산 투입은 디지털 교육을 유망한 트렌드로 인식하게 했고, 일부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적 신념과 무관하게 대세에 편승하기 위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연수 이수 후 얻게 되는 선도교사라는 타이틀과 외부 강의를 통한 부수입 창출은 매우 강력한 참여 동기로 작용했습니다.
(2) 개인 변화: 자아실현과 스펙 관리를 위한 전략적 행위
일부 선도교사들은 활동의 목적을 학생 교육이라는 직업적 책임보다 나를 위한 투자와 자아실현으로 인식했습니다. 이들은 외부 강사 활동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디지털 수업 사례 축적에 유리한 학년이나 업무를 의도적으로 선택했습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이익(외부 강의)을 위해 수업 시간표를 바꾸거나, 기피 업무를 맡는 대가로 학교장과 거래하여 조퇴를 자유롭게 쓰는 등 조직 규범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3) 조직 변화: 갈등과 개인화 심화
선도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동료 교사들로부터 돈을 좇는 교사라는 비난을 받거나 관리자로부터 활동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는 등 갈등을 경험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활동을 숨기거나, 반대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내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도덕적 메시지가 배제된 금전적 유인은 수당을 좇아 움직이는 교사라는 인식을 낳았고, 교사들을 협력하는 공동체 일원에서 고립된 개인으로 만들며 학교 조직의 협력적 문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교실혁명 선도교사 정책의 금전적 유인이 교사들의 내재적 동기(보람, 헌신)를 약화시키고,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동을 강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정책수단은 교사를 스펙을 쌓고 부수입을 창출하는 개인으로 위치시키며, 학교 내에서는 갈등을 유발하고 협력 대신 개인주의를 심화시켰습니다.
결론적으로, 도덕적 메시지나 공동체적 목표 제시 없이 제공되는 금전적 유인은 단기적으로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교사의 헌신을 약화시키고 학교 공동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주장합니다. 향후 교육 정책 설계 시, 정책수단이 의도치 않게 현장의 가치와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5. 리뷰어의 ADD(+) One: 생각 더하기
(1) 이 연구의 탁월한 점 (강점)
- 시의적절한 주제: 최근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인 디지털 전환 정책과 교사 수당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현장성과 시의성이 높습니다.
- 깊이 있는 이론적 접근: 정책수단의 행위자성이라는 이론적 틀을 통해 금전적 유인이 단순한 당근이 아니라, 교사의 정체성과 학교 문화를 재구성하는 행위자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 생생한 질적 데이터: 심층 면담을 통해 정책 이면의 교사들의 복잡한 심리, 동기의 변화, 동료와의 갈등 등을 가감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문제의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2) 교육 현장을 위한 추가 제언
- 정책 설계자를 위한 제언: 금전적 보상 체계를 설계할 때, 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의 협력과 성장에 기여하는 활동(예: 교내 수업 나눔, 공동 연구)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왜 이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충분한 숙의와 도덕적 메시지 전달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학교 관리자를 위한 제언: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사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중재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외부 활동에 참여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 모두의 기여를 인정하고, 학교 전체의 목표 아래 협력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 교사들을 위한 제언: 새로운 정책이나 연수 참여의 동기를 성찰하고, 그것이 학생 교육이라는 본질적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료의 새로운 도전을 금전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평가하기보다, 그 노력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합니다.
(3) 이 연구에 대한 비판점
- 표본의 한계: 연구 참여자가 16명으로 소수이며,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모집되어 특정 성향의 교사 집단으로 편중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언급했듯 중학교 교사가 없어, 연구 결과를 전체 교직 사회로 일반화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 관점의 편향 가능성: 연구가 선도교사의 자기 보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이들의 활동을 바라보는 학교 관리자나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동료 교사들의 시각이 부재합니다. 다양한 관점을 교차 검증했다면 분석이 더욱 객관적이고 풍부해졌을 것입니다.
- 긍정적 측면에 대한 분석 부족: 금전적 유인이 가진 부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 정책을 통해 순수하게 전문성을 함양하고 교육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 교사들의 사례나 정책의 긍정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습니다.
- 이론적 논의의 심층성 부족: 연구 결과가 내재적, 외재적 동기 부여 이론이나 교직 사회의 보상 시스템(예: 승진 제도)과 같은 더 넓은 이론적, 제도적 맥락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발견된 현상을 기존 이론에 비추어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논의를 확장하기보다는, 결과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제 결과에 대한 제언이 없습니다.
6. 추가 탐구 질문
- 금전적 유인이 아닌, 교사들의 내재적 동기를 강화하는 방식(예: 자율성 부여, 연구 지원, 동료 간 인정 문화 조성)의 정책수단을 적용했을 때, 교사들의 참여 양상과 학교 조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 선도교사들의 활동이 실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나 학습 경험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스펙 쌓기를 위한 수업이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비쳤고, 실제로 어떤 교육효과가 있었을까?
- 이러한 갈등 상황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선도교사의 전문성을 학교 전체의 발전으로 이끌어낸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의 관리자와 동료 교사들은 어떤 리더십과 협력의 모습을 보였는가?
- 금전적 유인과 같은 외재적 보상을 동기 유인을 접목하여 부작용으로 지목되는 이전의 교육 정책은 무엇이 있고,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패턴이나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출처: 김수진, & 김용. (2025). 정책수단으로서 금전적 유인과 학교조직의 변화: 교실혁명 선도교사 정책을 중심으로. 교육정치학연구, 32(3), 225-256. https://dx.doi.org/10.52183/KSPE.2025.32.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