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교사 커뮤니티의 구체적인 6가지 특징들
살아 숨 쉬는 교사 커뮤니티의 구체적인 6가지 특징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배우고,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교육 실천을 아낌없이 나누며, 함께 벽을 넘어서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 PLC)가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여 교사 커뮤니티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자,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동력입니다.
과거의 하향식 연수나 일방적인 정책 전달 방식만으로는 찰나처럼 변화하는 기술의 속도와 교실 현장의 다채로운 요구, 그리고 교사 개개인의 고유한 고민과 성장의 열망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아프게 경험해왔습니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위로부터의 지시나 통제가 아닌, 교사의 내면에서부터 샘솟는 자발적인 열정과 동료 교사들과의 진솔한 교감, 그리고 교실 속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려는 눈물과 웃음, 때로는 좌절과 극복의 과정 속에서 비로소 움트고 단단하게 만개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공동체가 이상적인 특징들을 항상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아니며, 현실에서는 다양한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살아 숨 쉬는 교사 커뮤니티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특징들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1.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 지향성
교사 커뮤니티는 교사 자신과 학생 모두의 배움과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습니다. 이는 단순한 친목 도모나 행정 전달 모임과는 구별되는 핵심 정체성입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피드백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 작문 능력 향상시키기'
와 같은 공동의 학습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개인의 전문성이 심화되고 집단적 효능감이 증진됩니다. 특히 AI 디지털 교육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는 ‘모름’을 인정하고 함께 배워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물론 때로는 학습 목표가 불분명해지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도 차이로 인해 일부 구성원의 참여가 저조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성과 중심이나 외부활동 기회에 따른 외적 보상(돈, 직함 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학습 과정 자체의 즐거움이나 깊이 있는 탐구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습의 즐거움과 의미를 유지하는 공동체 활동이 결국 개인뿐 아니라 모두의 성장과 만족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신뢰 기반의 동료성
이를 기반으로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세미나, 워크숍을 통해 아낌없이 나누고, 수업 자료를 함께 만들며, 때로는 자신의 교실 문을 열고 동료의 성장을 돕는 수업 공개나 코칭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동료성은 단순한 업무 관련 도움과 협조를 넘어 정서적 지지와 소속감을 제공하며, 교사들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psychological safety net)를 만들어 줍니다.
앎의 위치에서 모름을 하찮거나 성가시게 여기지 않고, 다 같이 모름의 자리에서 앎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문화, 그리고 서로를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목적으로 대하는 가치 철학과 태도는 이러한 안전지대의 필수 조건입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교사들은 기꺼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진정한 협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관계의 복잡성 속에서 의견 충돌이나 미묘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며,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기여하고 인정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지속적인 과제이며, 때로는 소극적인 참여자나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동체 내 권력 관계나 친소 관계가 협력적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3. 실천하고 성찰하는 탐구
구성원들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교육 실천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동료 교사들과의 진솔한 대화(예: 수업 영상 함께 보기, 학생 결과물 분석 워크숍)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 나갑니다.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을 함께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의 효과를 함께 검증하며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를 쌓아갑니다.
이론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바로 이 끊임없는 실천과 성찰의 순환입니다. '일단 해보자'
는 실험 정신과 그 결과를 함께 분석하고 배우는 문화가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쁜 학교 일정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성찰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성찰의 깊이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거나, 실천보다는 이론적인 논의에만 치우칠 위험도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성찰이 형식적인 반성문 쓰기가 되지 않도록,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에까지 이르고자 하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4. 가치와 비전의 공유
공동체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며 활동의 방향성을 함께 설정하고 나아갑니다.
- 대전의 AI 티처스쿨이 추구하는
연구
,기여
,연결
,순환
,성장
- 전국단위 수업-평가 혁신 연구회인 T.R.I.P.O.D이 추구하는
Teaching(수업)
,Research(연구)
,Innovation(혁신)
,Practice(실천)
,Outreach(확장)
,Data-driven(데이터 기반)
이러한 공유된 가치는 외적 보상이 없어도 관심 있는 소재가 있으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그 모인 사람들을 든든히 연결시키고, 붙잡아 두는 것이며,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응집력의 원천이 됩니다. 가치는 공동체의 의사결정(예: 어떤 연구 과제를 우선적으로 수행할 것인가?)과 활동의 기준이 되며, 어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만듭니다.
물론 공동체 초기에는 가치와 비전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성원 간의 해석 차이가 발생하거나 활동 방향이 모호해질 수도 있습니다.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확인하고 내재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가치 충돌로 인한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자율성과 주도성
학습 주제 선정(예: 다음 달 스터디 주제 선정), 활동 방식 결정(예: 온라인 밋업과 오프라인 워크숍 병행), 공동체 운영 규칙 제정 등 핵심적인 부분을 외부의 통제보다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주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발성과 주도성이 특징인 커뮤니티에서 주도성 없이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만큼 장기적으로 리스크(risk)가 큰 것은 없습니다.
이러한 자율성은 교사들에게 주인의식을 부여하고 도전과 실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정책 지원 시에도 이러한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때론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주도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특정 리더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참여가 소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리더십 분산과 참여 독려 방안 마련이 중요하며, 자율성이 방만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운영진을 선정 ‧ 운영하고, 커뮤니티 내 최소한의 구조와 책임감을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공동체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6. 지속 가능한 지원
효과적인 커뮤니티 운영을 위해서는 협력적 연구와 실천을 위한 시간 확보(예: 학교 일정 조정, 업무 경감), 필요한 자원(예: AI 디지털 도구 구독 비용 지원, 최신 연구 자료 접근권) 접근, 학교 및 교육청 차원의 지지와 성과 인정(예: 공동체 활동 격려, 성과 공유회)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지원은 통제가 아닌 ‘촉진’의 형태여야 하며, 공동체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섬세함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교사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마련해주고, 그 활동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 조성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외부 지원은 불안정하고 일시적일 수 있으며, 지원 조건이 공동체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동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예: 회비 운영, 재능 기부 활성화, 외부 프로젝트 수주 등)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외부 지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원이 끊겼을 때도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내적 동력과 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