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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u와 Ding (2025)의 “Discovering Self-Regulated Learning Patterns in Chatbot-Powered Education Environment” 연구는 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지금, 교육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연구입니다. 단순히 ‘AI가 좋은가, 나쁜가’를 넘어, ‘학생들은 AI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학습 과정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통찰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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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목적

이 연구는 학생들이 교육적 과제를 위해 AI 챗봇을 사용할 때, 그들의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 SRL) 패턴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기존의 SRL 이론이 제시하는 순차적(계획-실행-성찰) 학습 과정이 AI 챗봇이라는 새로운 학습 환경에서도 유효한지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2. 연구 방법

Gen-SRL 분석 틀 개발

연구진은 기존의 SRL 이론(Pintrich 모델)을 바탕으로, 챗봇 환경에 맞게 학생들의 질문(프롬프트)을 분석할 수 있는 ‘Gen-SRL’이라는 새로운 분석 틀을 개발했습니다. 이 틀은 4개의 상위 단계(사전 사고, 모니터링, 통제, 성찰)와 16개의 세부 행동으로 구성됩니다.

SRL(Pintrich 모델)의 4단계 과정

이 이론은 학습자가 자기 자신의 학습 활동을 계획, 실행, 평가하는 전 과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내적 동기와 외적 피드백을 활용하여 학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도록 돕는 것을 강조합니다.

  1. 사전 사고 (Forethought): 학습 과제를 분석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학습 계획과 동기 부여를 준비하는 단계
    • 학습 목표 설정: 내가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설정
    • 과제 분석: 과제가 요구하는 내용과 조건, 필요 역량 등 확인
    • 동기 부여 점검: 내 흥미, 중요성 인식, 자신감(자기효능감) 등을 인식
    • 학습 계획 세우기: 어떤 전략, 자료, 시간 계획을 사용할지 미리 결정
  2. 모니터링 (Monitoring): 학습 활동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이해와 전략 효과를 점검하는 단계
    • 진행 상황 점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따라가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
    • 이해 확인: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찾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
    • 전략 점검: 현재 사용 중인 학습 전략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
    • 적극적 질문: 문제 발생 시 질문하거나 추가 자료 찾기
  3. 통제 (Control): 필요한 경우 전략이나 행동을 조절하여 학습 진행을 최적화하는 단계
    • 전략 조정: 예상과 달리 효과가 낮으면, 다른 학습 방법이나 전략으로 전환
    • 집중력 관리: 산만하거나 피곤할 때 집중력 회복 시도
    • 시간 배분 조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부족할 때 일정을 재조정
    • 동기나 감정 조절: 의욕 저하, 불안 등 감정이 학습에 방해될 때 자기 자신을 격려하거나 휴식으로 조정
  4. 반응 및 성찰 (Reaction and Reflection): 학습 결과를 평가하고 성공과 실패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 학습에 반영하는 단계
    • 결과 평가: 학습 성과(성취도, 목표 달성 등)를 점검
    • 학습 과정 평가: 내가 사용한 전략, 시간 배분, 노력 등이 효과적이었는지 돌아보기
    • 원인 분석: 성공/실패의 이유를 분석
    • 피드백 수용 및 계획 수정: 얻은 교훈을 다음 학습 계획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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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데이터 분석 및 프로세스 마이닝

대학교 영어 작문 수업에서 212명의 학생들이 실제로 챗봇과 나눈 대화 로그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빈도 분석과 프로세스 마이닝 기법을 사용하여 학생들이 어떤 학습 단계를 주로 거치는지, 그리고 그 단계들이 어떤 순서로 나타나는지를 시각화하고 분석했습니다.


3. 주요 발견

  • 불균형적인 학습 행동: 학생들의 학습 행동은 82% 이상이 ‘통제(Control)’ 단계에 집중되었습니다. ‘통제’ 단계는 주로 과제 수행 중 도움을 요청하거나(예: “이 문단 고쳐줘”, “아이디어 좀 줘”) 정보를 찾는 행동을 포함합니다. 반면, 학습을 시작하기 전 ‘사전 사고(Forethought, 계획)’ 단계와 학습을 마친 후 ‘성찰(Reflection)’ 단계의 활동은 매우 미미했습니다. 이는 학습의 모든 단계가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 이론과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 비순차적인 학습 패턴: 학생들의 학습 과정은 ‘계획 → 실행 → 성찰’이라는 순차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별도의 계획 없이 곧바로 챗봇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통제’ 단계부터 시작했으며, 별도의 성찰 없이 학습을 마무리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특정 단계(주로 통제 단계)에만 머무르는 자기 반복(self-loops)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기존의 고전적인 자기조절학습 이론은 학생들이 AI 챗봇과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학습 과정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챗봇을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한 보조 도구가 아닌, 단순히 정답을 찾아주는 문제 해결사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메타인지적 게으름(metacognitive laziness)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육용 AI 챗봇은 단순히 정답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처럼 학생들의 계획과 성찰을 유도하는 적응형 스캐폴딩(scaffolding, 발판) 기능을 갖추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5. 리뷰어의 ADD(+) One: 생각 더하기

이 논문은 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지금, 교육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연구입니다. 단순히 ‘AI가 좋은가, 나쁜가’를 넘어, ‘학생들은 AI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학습 과정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통찰을 줍니다.

(1) 이 연구의 탁월한 점 (강점)

  • 구체적인 분석 프레임워크 제시: Gen-SRL이라는 분석 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도구입니다. 다른 연구자나 교육 과정 개발자들이 이 틀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교육 환경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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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본: 바로가기

    이 표는 한마디로 “학생이 AI 챗봇과 대화하며 어떻게 스스로 학습을 조절하는지 분석하는 기준표”입니다. 연구자들이나 교육자들이 학생과 AI의 대화 기록을 보고, “이 학생이 그냥 답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제대로 배우고 있구나!”를 판단하기 위해 만든 것이죠. 각 항목을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거시 수준 행동 (Macrolevel Action): 학습 과정의 큰 단계들을 의미합니다.
      • 사전 계획 (Forethought):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를 세우고 뭘 할지 계획하는 단계
      • 점검 (Monitoring): 공부 ‘하는 중’에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
      • 통제 (Control): AI와의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학습 방향을 조절하는 단계 (예: “다르게 설명해줘”, “예시를 들어줘”)
      • 성찰 (Reflection): 공부를 ‘마친 후’에 뭘 배웠는지, 다음엔 뭘 할지 되돌아보는 단계
    2. 미시 수준 행동 (Microlevel Action): 각 큰 단계 안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행동들입니다. 예를 들어, ‘통제’ 단계에서는 ‘설명을 요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세부 행동이 있습니다.

    3. 유형 (Type): 학생의 질문이나 행동이 어떤 종류의 생각에서 나왔는지를 구분합니다.
      • 인지 (Cognitive): 과제 자체에 대한 생각입니다. 정보를 묻거나, 번역을 시키거나, 글을 써달라고 하는 등 ‘과제를 해치우는’ 데 집중하는 활동입니다.
      • 메타인지 (Metacognitive): ‘생각에 대한 생각’입니다. 즉, “내가 이걸 왜 배우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처럼 자신의 학습 과정을 계획하고 점검하며 관리하는 한 차원 높은 생각 활동입니다. 이 활동이 많을수록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출처 (Origin): 이 분류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를 나타냅니다.
      • 이론적 (Theoretical): 기존의 교육 심리학 이론에 바탕을 둔 기준
      • 발견적 (Heuristic): 실제 사람들이 챗봇을 사용하는 대화 데이터를 분석해서 “아, 이런 행동들을 주로 하는구나” 하고 경험적으로 발견해낸 기준
  • 현실 기반의 데이터: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 실제 수업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결과의 현실성과 신뢰도가 매우 높습니다. 논문에서 보여주는 패턴은 많은 교사들이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던 학생들의 AI 사용 행태를 데이터로 명확히 증명해 줍니다.
  • 실천적 제언: 메타인지적 게으름이라는 개념은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AI 사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키워드입니다. 또한 적응형 스캐폴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술 개발자와 교육자 모두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2) 교육 현장을 위한 추가 제언

  • 게으름의 원인에 대한 심층적 고찰: 논문은 ‘메타인지적 게으름’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교육자의 관점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학생 개인의 문제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과정’보다 ‘결과(정답)’를 중시해 온 우리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이 AI를 정답 찾기 도구로만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은 아닐까요? 학생들은 AI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기존의 교육 방식과 잘 맞는다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의 게으름이라기보다, 새로운 기술과 기존 교육 패러다임 간의 ‘부조화’ 문제일 수 있습니다.
  • 교사의 역할과 과제 설계의 중요성: 이 연구는 AI라는 ‘도구’ 자체가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활용하는 ‘교육적 설계(pedagogy)’가 핵심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 명시적 교육의 필요성: 교사는 학생들에게 AI를 자기조절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명시적으로 시범을 보여야 합니다.
    • 과제 재설계: “AI를 써서 에세이를 써라”와 같은 과제는 ‘통제’ 단계만 강화할 뿐입니다. 대신, “AI를 사용해 3가지 에세이 개요를 짜고(사전 사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 초안을 작성하세요(통제). AI에게 글의 논리·표현·구조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세요(모니터링). 수정 후(통제), 과정에서 깨달은 자신의 글쓰기 습관과 변화 내용을 짧은 보고서로 마무리합니다(성찰).” 와 같이 과제 자체에 자기조절학습의 전체 순환 과정이 포함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예시) 교실 적용 사례: 에세이 과제

    1. 사전 사고(Plan): 에세이 주제가 주어지면, 학생들은 AI 도구를 활용해 3가지 서로 다른 글의 개요를 직접 작성하며 자신의 목표와 예상 어려움을 계획합니다. 학습자는 과제를 분석하고, 어떤 유형의 글을 쓸지 주제를 구조화합니다. 교사는 “목표와 전략 계획하기 워크시트”를 제공해 학생들이 목표를 명확하게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모니터링(Monitoring): 학생은 자신의 개요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본격적으로 글을 전개합니다. 진행 중에 AI 챗봇이나 동료와 짧은 질문과 피드백 세션을 통해 현재까지의 이해와 구성을 점검합니다. 자신의 글 운용이 계획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중간 점검합니다.
    3. 통제(Control): 초안을 작성할 때, 필요에 따라 AI가 추천하는 문장 구조, 논리적 연결, 핵심 근거 강화 같은 전략으로 글을 적극적으로 수정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어려운 부분에서 일시적으로 작업을 멈추고 다시 전략을 선택하는 활동도 이 단계입니다.
    4. 성찰(Reflection): 글 완성 후, AI나 동료에게 최종 피드백을 받은 뒤 자신의 학습 과정(예: 계획이 실제로 도움되었는지, 어떤 점에서 귀찮거나 어려웠는지, 이전 글쓰기 습관과 달라진 점 등)을 짧은 보고서(자기성찰지)로 작성합니다. 교사는 이 보고서에 대해 추가 피드백이나 상담을 제공해 자기인식 및 개선 동기를 강화합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산출물을 제출하는 대신, 학생이 계획, 점검, 조절, 성찰의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동시에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합니다.

  • 인지적 파트너로서의 AI 활용: 이 논문이 경고하는 가장 큰 위험은 학생의 주도성 상실입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AI가 학생의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계획, 실행, 성찰 능력을 강화하는 인지적 파트너(cognitive partner)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별도의 교육적 개입이 없다면, AI의 학생 사고 대체가 기본값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자는 어떻게 하면 AI를 학생들의 메타인지를 자극하는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AI 시대의 교육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나침반과 같습니다. AI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실천적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6. 추가 탐구 질문

  1. 교육적 개입의 효과성 검증: 이 연구에서 제안된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이나 ‘학습 파트너 역할 부여’ 같은 교육적 개입을 챗봇에 적용했을 때, 학생들의 ‘사고(계획)’ 및 ‘성찰’ 단계 참여가 실제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가?
  2. 학문 분야에 따른 패턴 차이: 영어 작문 과제에서 나타난 ‘통제 중심’의 비순차적 학습 패턴이 코딩, 수학 문제 해결, 역사 탐구 등 다른 학문 분야의 과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가? 아니면 과제의 특성에 따라 자기조절학습 패턴이 달라지는가?
  3. 학업 성취도와의 상관관계: 학생들의 챗봇 활용 패턴과 실제 학업 성취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예를 들어, ‘통제’ 단계에만 머무르는 학생들과 ‘사고-통제-성찰’의 순환을 보이는 학생들 간에 과제 결과물이나 성적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는가?
  4. 학습자의 내적 동기와 인식: 학생들은 왜 계획이나 성찰 없이 챗봇을 사용하는가? 이것이 단순히 ‘메타인지적 게으름’ 때문인가, 아니면 시간 압박, 과제 난이도, AI에 대한 인식(예: ‘정답 자판기’라는 인식) 등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가? 심층 인터뷰나 설문을 통해 학습자의 인식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5. 챗봇 기술의 영향: 챗봇의 응답 속도, 페르소나(친근한 튜터, 엄격한 교수 등), 피드백의 구체성 등 기술적인 변수들이 학생들의 자기조절학습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특정 기술적 조건이 학생들의 메타인지 활동을 더 촉진할 수 있는가?

출처: Lyu, Y., & Ding, R. (2025). Discovering Self-Regulated Learning Patterns in Chatbot-Powered Education Environment. arXiv preprint arXiv:2510.0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