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조절 학습 과정을 넘어: 생성형 AI 지원 글쓰기에서 숨겨진 전략 탐색
자기조절 학습 과정을 넘어: 생성형 AI 지원 글쓰기에서 숨겨진 전략 탐색
이 연구는 기존 학습 분석의 한계를 넘어, 자기조절학습(SRL)을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시스템으로 개념화합니다. 즉, 관찰 가능한 ‘학습 과정’ 이면에는 ‘숨겨진 전술’이라는 더 짧고 목적 지향적인 행동 상태가 존재하며, 이 전술들이 결합하여 거시적인 ‘학습 전략’을 형성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고 검증합니다.
1. 연구의 목적 🎯
이 연구는 생성형 AI(GenAI)가 교육에 통합되면서 자기조절학습(SRL)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전제로 시작합니다. 기존의 학습 분석 연구들은 학습자의 디지털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SRL 전략을 파악하려 했지만, 학습 과정이 선형적이고 분절적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 목적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RL을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시스템으로 개념화하는 것입니다. 즉, 관찰 가능한 ‘학습 과정(SRL processes)’ 이면에는 ‘숨겨진 전술(hidden tactics)’이라는 더 짧고 목적 지향적인 행동 상태가 존재하며, 이 전술들이 결합하여 거시적인 ‘학습 전략(SRL strategies)’을 형성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고 검증하고자 합니다.
‘숨겨진 전술’이란?
논문에서 말하는 ‘숨겨진 전술(hidden tactics)’은 겉으로 드러나는 전통적인 자기조절학습 과정(예: 목표 설정, 계획, 검토 등)과 달리, 아주 짧고 구체적인 행동 패턴을 의미합니다. 이는 학생이 글을 쓸 때 일종의 ‘작은 꼼수’ 혹은 ‘즉흥적 해결책’처럼 일정 목적을 위해 잠깐 취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 AI가 제안한 문장을 일부러 바꿔 쓰기 (마치 자신만의 스타일을 입힐 때)
- AI의 도움을 받을 때 특정 부분만 집중 수정 (전체 흐름보다는 약점 보완에 집중)
- 의도적으로 AI 제안문을 삭제하고 직접 추가 (AI 흔적을 없앰)
- AI가 짧게 제시한 구문을 길게 늘려서 쓰기 (평가 기준을 맞추려는 전략)
이런 행동들은 학습자가 스스로 계획을 짜거나 검토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숨어서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꺼내 쓰는 ‘전술’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작은 목적지향 행동들이 쌓여서 전체 학습 전략을 이룬다는 것이 새로운 모델의 핵심입니다.
2. 연구의 방법
본 연구는 실제 학습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정교한 통계 모델로 분석하는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 방법론을 사용했습니다.
- (1) 데이터 수집: 중국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영어 학술 작문 강좌에서, 241명의 학생들이 ChatGPT 4.0이 통합된 온라인 학습 플랫폼(FLORA)을 사용하여 독해-작문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모든 상호작용(클릭, 키보드 입력, 페이지 이동 등)이 로그 데이터로 수집되었으며, 최종 분석에는 139명의 데이터가 사용되었습니다.
- (2) 분석 절차:
- SRL 과정 레이블링: 수집된 원시 로그 데이터를 ‘자료 읽기’, ‘에세이 작성’ 등 17개의 ‘학습 행동’으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이론적 프레임워크에 기반하여 ‘메타인지-모니터링’, ‘저차원인지-초기읽기’, ‘GenAI 사용’ 등 7가지 ‘SRL 과정’으로 분류했습니다.
- 숨겨진 전술 식별: SRL 과정의 순차 데이터에 은닉 마르코프 모델(Hidden Markov Model, HMM)을 적용했습니다. 여기서 관찰되지 않는 ‘은닉 상태(hidden states)’를 ‘숨겨진 전술’로 개념화하여, 9가지의 주요 숨겨진 전술을 식별했습니다.
- SRL 전략 식별: 식별된 ‘숨겨진 전술’의 순차 패턴을 K-평균 알고리즘으로 클러스터링하여, 3개의 뚜렷한 학습자 그룹, 즉 3가지 ‘SRL 전략’을 도출했습니다.
- 성과 연관성 분석: 3개 학습자 그룹 간의 최종 에세이 점수 차이를 비모수 통계 방법(만-휘트니 U 검정)으로 비교했습니다.
- 벤치마크 비교: ‘숨겨진 전술’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SRL 과정을 직접 클러스터링하는 기존 연구 방식과 그 결과를 비교하여 제안 방법론의 우수성을 검증했습니다.
- SRL 과정 레이블링: 수집된 원시 로그 데이터를 ‘자료 읽기’, ‘에세이 작성’ 등 17개의 ‘학습 행동’으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이론적 프레임워크에 기반하여 ‘메타인지-모니터링’, ‘저차원인지-초기읽기’, ‘GenAI 사용’ 등 7가지 ‘SRL 과정’으로 분류했습니다.
3. 주요 발견
- (1) ‘숨겨진 전술’의 발견: 9개의 ‘숨겨진 전술’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단일 학습 과정(예: Tactic 6은 거의 ‘GenAI 사용’만으로 구성)에 대응했지만, 다수는 여러 학습 과정이 복잡하게 얽힌 형태(예: Tactic 9는 ‘쓰기’, ‘재읽기’, ‘평가’, ‘모니터링’이 혼합)로 나타나, 학습 과정이 비선형적이고 복합적이라는 이론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9가지 ‘숨겨진 전술(hidden tactics)’
- 숨겨진 전술 1: 과제 요구사항을 읽으면서 글쓰기에 집중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2: 자료를 처음 읽는 데 집중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3: 주로 글쓰기에 집중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4: AI 도구(ChatGPT)를 활용하며 글쓰기를 하고 자료를 다시 확인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5: 초기 자료 읽기에 집중하며 약간의 메타인지적 활동(모니터링 및 계획)을 수행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6: AI 도구와의 상호작용에 주로 집중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7: 자료를 반복적으로 재독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8: 과제 이해에 집중하며 학습 과정을 평가하는 행동 패턴
- 숨겨진 전술 9: 글쓰기, 자기 평가, 학습 모니터링, 자료 재검토 등 복합적 활동을 하는 복잡한 행동 패턴
이들 전술은 학생들의 학습 행동 중 표면적으로 보이는 SRL 과정 이면의 짧고 구체적인 행동 단위이며, 여러 전술이 결합해 보다 큰 학습 전략을 구성합니다.
세 가지 학습 전략(SRL Strategies)
이 논문에서는 9가지 숨겨진 전술(hidden tactics)을 먼저 추출한 뒤, 이 전술들의 활용 양상에 따라 세 가지 학습 전략 유형을 도출했습니다.
- 전통적 전략 글쓰기 (Conventional Strategic Writers):
- 자료나 과제 요구 파악, 반복 읽기, 자기점검 등 복합적·구조적 접근을 많이 보임.
- 여러 전술을 계획적으로 연결하며, AI 지원은 최소화.
- GenAI 통합 전략 글쓰기 (GenAI-Integrated Writers):
- 글쓰기와 동시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예: 단기간 내 여러 답변, 수정 요청 등).
- ‘전술 4/6’ 등 AI 활용 중심 전술의 비중이 높고, 자기점검은 상대적으로 적음.
- 실제 과제 점수는 가장 높게 나타남.
- 집중적 자료 검토 전략 (Intensive Material Reviewers):
- 자료 이해와 반복 읽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
- AI 활용보다는 인간적 점검·검토 행동에 집중. 때때로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음.
즉, 학생 개별 행동을 미시적으로 해석하는 ‘전술’에서 시작하여, 이를 전략적으로 묶어내는 ‘전략’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며, 숨겨진 전술이 바로 전략 유형을 밝히는 기초 데이터입니다.
- (2) 세 가지 학습 전략 유형
- 전통적 전략가 (Conventional Strategic Writers): 과제 요구사항을 먼저 꼼꼼히 파악하고, 자료를 충분히 읽은 후, 글을 작성하는 체계적 접근을 보였습니다. GenAI 의존도는 낮았습니다.
- GenAI 통합 작가 (GenAI-Integrated Writers): 글을 쓰는 과정 전반에 걸쳐 Gen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드백을 받거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초기 자료 탐색이나 수동적 정보 통합에 시간을 덜 썼습니다.
- 집중적 자료 검토자 (Intensive Material Reviewers): 주어진 자료를 읽고 또 읽는 데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는 자료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종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 (3) 학습 전략과 성과의 관계
- GenAI 통합 작가 그룹의 에세이 점수가 다른 두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 집중적 자료 검토자 그룹의 점수가 가장 낮았습니다.
- 결정적으로, ‘숨겨진 전술’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 분석 방법(벤치마크)으로는 그룹 간 성과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제안된 방법론이 학습 전략의 미묘한 차이를 더 정교하게 포착함을 의미합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은닉 마르코프 모델(HMM)을 활용하여 학습 과정의 이면에 있는 ‘숨겨진 전술’을 모델링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자기조절학습(SRL) 전략을 더 타당하게 포착할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적 시사점은 성과와 학습의 질은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Gen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룹이 가장 높은 과제 성과를 보였지만, 동시에 이들은 복잡한 인지·메타인지 활동에는 덜 참여하고 AI와의 상호작용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GenAI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메타인지적 게으름’에 빠지고, 깊이 있는 학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따라서 교육자와 연구자들은 높은 과제 점수가 반드시 깊은 학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인지하고, 학생들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리뷰어의 ADD(+) One: 생각 더하기
(1) 이 연구의 탁월한 점 (강점)
- 방법론적 혁신: 관찰 가능한 ‘과정’과 거시적인 ‘전략’ 사이에 ‘숨겨진 전술’이라는 개념적·분석적 층위를 도입한 것은 학습 분석 분야의 중요한 방법론적 진전입니다. 이는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실제 학습의 모습을 모델링하는 정교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 견고한 검증: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방법론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들의 방법론이 왜 더 우수한지를 실증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새로운 방법이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발견한 반면 기존 방법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강력한 논거입니다.
- 균형 잡힌 시각: GenAI가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메타인지적 게으름’이라는 잠재적 위험성을 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이는 교육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균형 잡힌 비판적 시각을 제공합니다.
(2) 교육 현장을 위한 추가 제언
- 학습 과정의 질적 평가 도입: 이 연구는 GenAI를 많이 쓴 그룹이 높은 성과를 냈지만, 정작 복잡한 메타인지 활동은 적게 수행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결과(성과)’만으로는 ‘학습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교육자는 최종 결과물 점수와 함께, 학생이 AI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질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 AI의 답변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수정했는지 등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 메타인지 촉진을 위한 AI 활용 교육: 학생들이 AI에 의존하여 ‘메타인지적 게으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AI를 오히려 메타인지 활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 글의 논리적 허점이 무엇인지 찾아줘”라고 질문하거나, “이 주장에 대한 반론을 세 가지 제시해줘”와 같이 AI를 비판적 사고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도해야 합니다.
- 학습 전략 진단 및 맞춤형 피드백: 이 연구에서 제시한 ‘숨겨진 전술’과 ‘학습 전략’ 유형은 학생들을 진단하는 훌륭한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습니다. 학습 분석 시스템을 통해 학생이 ‘과도한 자료 검토형’인지, ‘AI 의존형’인지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자료 읽기 시간을 줄이고 개요 작성부터 시작해보세요” 또는 “AI의 제안을 그대로 쓰기보다,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보는 연습을 해보세요”와 같은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교육적 개입이 가능합니다.
6. 추가 탐구 질문
- ‘숨겨진 전술’ 모델링을 실시간으로 적용하여, 학생이 비효율적인 학습 패턴에 빠졌을 때 즉각적으로 개입하고 더 나은 전술로 유도하는 적응형 학습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가?
- GenAI 통합 그룹의 높은 성과는 ‘진정한 학습’의 결과인가, 아니면 단순히 ‘과제 수행 능력’의 향상인가? 지식 전이(knowledge transfer) 과제나 장기 기억 테스트를 통해 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 이 연구에서 사용된 ‘CHATGPT’라는 단일 레이블을 넘어,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식(예: 아이디어 생성, 문법 교정, 논리 구조화)에 따라 ‘숨겨진 전술’과 학습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서로 다른 학습 전략을 가진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협력적으로 GenAI를 활용하여 작문할 때, 어떤 상호작용 패턴과 갈등, 그리고 시너지가 발생하는가?
출처: - Yang, K., Fan, Y., Tang, L., Raković, M., Li, X., Gašević, D., & Chen, G. (2025). Beyond Self-Regulated Learning Processes: Unveiling Hidden Tactics in Generative AI-Assisted Writing. arXiv. https://arxiv.org/abs/2508.1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