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분 소요

성찰적 사고의 두 거장, 듀이와 쇤

오늘날 우리가 논하는 성찰적 사고는 존 듀이(John Dewey)와 도널드 쇤(Donald Schön)이라는 두 선구자의 연구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두 학자의 이론은 전문가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설명하며 강력한 이론적 틀을 제공합니다.


1. 듀이(Dewey)의 성찰적 사고: 경험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

John Dewey

듀이는 성찰적 사고를 “어떤 믿음이나 지식을 받아들일 때, 그 근거는 무엇이며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능동적이고 끈기 있게, 그리고 신중하게 따져보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탐구 방법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보통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당혹감, 망설임, 또는 의심”을 품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듀이는 이 혼란이야말로 지적 탐구를 위한 필수적인 출발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성찰의 과정이 ①문제 정의, ②해결책 탐색, ③근거 수집, ④결론 도출 등의 단계를 포함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단계들이 반드시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듀이 이론의 핵심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2. 쇤(Schön)의 성찰적 실천: 전문가의 지혜를 파헤치다

Donald Schön

듀이의 이론을 바탕으로, 쇤은 전문가의 ‘실천’에 초점을 맞춰 성찰의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 그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실행 중 성찰(reflection-in-action)’‘실행 후 성찰(reflection-on-action)’을 구분한 것입니다.

  • 실행 중 성찰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는 한복판에서 “순발력 있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자신의 접근법을 즉각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 실행 후 성찰은 일이 끝난 뒤 자신의 경험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었을지 분석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쇤은 전문가들이 평소 몸에 배어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지식을 ‘실행 지식(knowing-in-action)’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성찰이야말로 이처럼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암묵적 지식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만들어, 전문가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고전적 성찰 모델, AI 시대를 만나 마주한 한계

이처럼 깊이 있는 고전적 성찰 모델들도 인공지능(AI)과 상호작용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몇 가지 분명한 한계를 드러냅니다.

듀이 모델의 모호함: 듀이 이론의 가장 큰 한계는 ‘성찰적 사고’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성찰적 사고를 다른 종류의 사고와 구분하기 힘들고, 교육적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현장에서는 ‘성찰’, ‘탐구’, ‘비판적 사고’, ‘메타인지’ 같은 용어들이 명확한 구분 없이 뒤섞여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듀이 모델은 합리적 과정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감정적 판단이 논리적 분석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쇤 모델의 전제 조건, ‘전문성’: 쇤의 ‘실행 중 성찰’ 모델은 풍부한 과거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습니다. 이 모델은 숙련된 전문가에게는 매우 유용하지만, 관련 경험이 부족한 초심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초심자는 실시간으로 문제를 재구성하고 해결책을 떠올릴 만한 경험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학습 초기 단계에서는 이 모델의 활용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AI 상호작용과 윤리에 던지는 시사점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듀이와 쇤의 모델은 인간과 AI의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AI를 활용한 성찰의 발판(Scaffolding) 놓기 듀이의 철학은 AI를 경험적 학습의 촉진자로 활용할 영감을 줍니다. 예컨대, AI 튜터나 챗봇이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 과정을 설명하도록 유도하며 성찰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듀이가 경고했듯, 모든 경험이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AI는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반교육적(miseducative)’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성찰 촉진은 비판적 사고와 정보 검증 능력을 함께 길러주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전문가와 AI의 협력적 상호작용 쇤의 모델은 전문가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복잡한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파트너로 여기는 ‘상황과의 거래(transaction with the situation)’라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실행 중 성찰’을 수행할 전문성을 갖추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AI의 제안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한다면, 진정한 성찰의 기회는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AI 윤리를 위한 실용적 접근 듀이의 실용주의 윤리학은 AI 윤리 분야에 중요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의 윤리관은 절대적인 원칙을 내세우기보다, 행동의 결과를 끊임없이 관찰하며 더 나은 가치 판단 기준을 찾아가는 ‘방법’을 강조합니다. 이는 정답이 없고 빠르게 변화하는 AI 분야의 윤리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결론: AI 시대, 성찰이 마주한 두 가지 딜레마

여기까지 우리는 AI 시대의 성찰적 실천이 두 가지 중요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구현의 역설’입니다. 듀이와 쇤이 강조한 유연하고 총체적인 성찰 과정을 AI가 돕게 하려면, 그 과정을 측정 가능한 단계로 나누어 정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자칫 성찰을 두 사상가가 가장 경계했던 경직된 ‘기술적 합리성’이나 단순한 ‘행동 체크리스트’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즉, 인간적인 성찰 모델을 AI에 통합하려는 행위 자체가 그 모델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유연성과 비선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둘째, ‘초심자-전문가 격차’의 심화 가능성입니다. 쇤의 모델이 보여주듯, 전문가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실행 중 성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경험이 부족한 초심자는 AI의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경우 AI는 초심자의 성찰 능력 발달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하는 걸림돌이 됩니다. 이는 동일한 AI 도구가 사용자의 전문성 수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초심자와 전문가를 위한 AI 도구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교육적 과제를 던져줍니다.




참고 문헌

  • Anderson, E. (2021). Dewey’s Moral Philosophy. In E. N. Zalta (Ed.),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Winter 2021 ed.). Metaphysics Research Lab, Stanford University.
  • Dewey, J. (1910). How we think. D. C. Heath & Co.
  • Dewey, J. (1938). Experience and education. Macmillan.
  • Greenwood, J. (1993). Reflective practice: a critique of the work of Argyris and Schön. Journal of Advanced Nursing, 18(8), 1183-1187.
  • Kinsella, E. A. (2007). Technical rationality in Schön’s reflective practice: dichotomous or non-dualistic epistemological position. Nursing Philosophy, 8(2), 102–113.
  • Matuschak, A. (n.d.). Ethics of AI-based invention: a personal inquiry. Retrieved September 20, 2025, from https://andymatuschak.org/personal-ai-ethics/
  • Miner, M. (2024, March 28). Dewey’s Vision Meets Generative AI: Transforming the Classroom for Experiential Learning and Democratic Ideals. Micah Miner. Retrieved September 20, 2025, from https://micahminer.com/deweys-vision-meets-generative-ai-transforming-the-classroom-for-experiential-learning-and-democratic-ideals/
  • Rodgers, C. (2002). Defining reflection: Another look at John Dewey and reflective thinking. Teachers College Record, 104(4), 842–866.
  • Schön, D. A. (1983). The reflective practitioner: How professionals think in action. Basic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