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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아래의 글들을 통해 AI 시대의 교육과 인지 현상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위 글들을 종합해보면 한 가지 문제의식이 관통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지를 순전히 개인적이고, 고립되어 있으며, 정적인 과정으로 취급하는 기존 이론들의 부적절성입니다. Bloom의 선형성, 초기 성찰 모델들의 개인 중심적 초점, 이중과정이론(DPT)의 이원화된 모듈성은 모두 현대 인지의 역동적이고, 사회적이며, 기술이 매개된 본질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즉, 전통 이론들은 인간-AI 상호작용(HCI)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필수 구성 요소를 제공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계를 지닙니다. 이제껏 살펴본 기초 이론들을 인간-AI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비교 분석하여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론 핵심 개념 인지 이해에 대한 강점 AI 시대의 주요 한계
Bloom의 분류법 인지 능력의 계층적 구조 (기억-이해-적용-분석-평가-창조) 학습 목표 설정과 교육 과정 설계를 위한 체계적인 프레임워크 제공 학습의 비선형적, 통합적 과정을 반영하지 못하며, 생성형 AI는 이 계층 구조를 전복시킴.
Dewey의 성찰적 사고 경험에서 비롯된 문제에 대한 체계적, 과학적 탐구 과정 학습과 성장을 경험 기반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이해하는 틀을 제공 개념이 모호하여 조작적 정의 및 평가가 어렵고, 감정적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함.
Schön의 성찰적 실천 실행 중 성찰(reflection-in-action)과 실행 후 성찰(reflection-on-action) 전문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암묵적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을 설명 풍부한 사전 경험을 전제로 하므로 초심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움.
Sawyer의 분산된 창의성 창의성은 고독한 천재가 아닌, 집단의 즉흥적 상호작용에서 발현됨 창의성을 사회적, 협력적, 발현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제공 AI의 확률적, 예측적 본질은 진정한 즉흥성과 ‘협력적 발현’에 참여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제한함.
Hammond의 인지 연속체 인지는 직관-분석의 연속체이며, 과제 구조가 인지 모드를 유도함 경직된 이분법을 넘어, 인지와 과제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유연한 모델 제공 이론이 복잡하여 실제 시스템 설계에 직접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
이중 과정 이론 (DPT) 사고를 직관적(유형 1) 시스템과 분석적(유형 2) 시스템으로 이분화 인지 편향과 휴리스틱 기반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간결하고 강력한 휴리스틱 제공 뇌의 모듈성에 대한 강한 가정은 최신 신경과학 연구와 상충되며, 인지의 유연성을 과소평가함.
메타인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인식과 통제 (계획, 점검, 평가) 자기 조절 학습과 전문성 발달의 핵심 기제를 설명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메타인지적 게으름’을 유발하여 기술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있음.
실용주의 사상의 가치는 추상적 진리가 아닌, 실제적 결과와 유용성에 있음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경험 기반의 유연한 철학적 토대 제공 결과만을 중시할 경우, 과정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장기적인 가치를 간과할 위험이 있음.

위 표는 각 이론의 강점과 AI 시대에 직면한 한계를 요약하여, 통합적이고 상호작용주의적인 새로운 이론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Felten의 상호작용주의적 관점 프레임워크

이러한 이론적 격차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으로서, Felten의 ‘상호작용주의적 관점’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의 연구는 ‘복합적 인간-AI 편견’이라는 구체적인 현상을 통해, 인간과 AI를 분리된 개체로 분석하는 것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Felten은 인간의 인지 편향(예: 확증 편향)과 AI의 알고리즘적 편향(예: 데이터 기반의 편향된 정보 제시)이 상호작용할 때, 그 효과는 단순히 두 편향의 합이 아니라, 서로를 증폭시켜 강력한 ‘에코 챔버’ 효과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발현적인(emergent) 현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반대로, 잘 보정된 AI는 인간의 기존 편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이 단방향이 아니라 상호적인 순환 고리(reciprocal loop)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AI는 인간의 입력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그 출력을 통해 인간의 다음 생각과 행동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편견뿐만 아니라, 인간과 AI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인지적 순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석의 기본 단위를 ‘인간’이나 ‘AI’가 아닌, ‘인간-AI 다이아드(dyad)’로 설정해야 합니다. Felten이 주장하는 ‘상호작용주의적 관점’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며,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인지적 현상(예: 복합적 편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인지 과학,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그리고 AI 윤리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입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의 윤곽

따라서 우리는 기존 이론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강점을 통합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업데이트된 이론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은 여기에서의 범위를 넘어서지만, 그 필수적인 구성 요소의 윤곽은 다음과 같이 그려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져야 합니다.

  1. 상호작용주의적이고 발현적이어야 합니다 (from Sawyer & Felten)
    분석의 기본 단위를 인간-AI 다이아드로 삼고, 개별 특성의 합이 아닌 상호작용의 ‘발현적’ 속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2. 성찰적이어야 합니다 (from Dewey & Schön)
    인간-AI 상호작용을 행동, 피드백, 성찰의 지속적인 순환 과정으로 모델링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는 상호작용의 실제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구축되고 수정됩니다.

  3. 인지적으로 유연해야 합니다 (from Hammond & Metacognition)
    사용자가 상황과 과제의 요구에 따라 직관적, 분석적, 준합리적 인지 모드 사이를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사용자의 메타인지적 인식과 조절에 의해 관리됩니다.

  4. 경험에 기반해야 합니다 (from Pragmatism)
    새로운 이론적 프레임워크는 실제 인간-AI 상호작용과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한 관찰로부터 도출되고, 그 관찰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 및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춘 통합적 프레임워크는 AI 시대의 복잡한 인지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시키는 기술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것입니다.

과거의 위대한 이론들은 우리가 서 있는 토대를 제공했지만, AI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건축을 위해서는 새로운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상호작용주의적 관점에 기반한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는 AI가 인간 인지의 취약성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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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