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하고, AI를 활용하며, AI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바이브 코딩 기반의 영어 학습 설계
이 논문은 자연어를 사용하여 AI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혁신적인 실천을 영어 교육(EFL) 환경에 적용한 파일럿 연구입니다. 특히, AI와의 상호작용을 ‘AI에게 말 걸기(Talking to AI)’, ‘AI를 통해 말하기(Talking through AI)’, ‘AI에 대해 말하기(Talking about AI)’라는 독창적인 프레임워크로 분석하여 심도 있는 교육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연구의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EFL 학생들이 ‘바이브 코딩’을 통해 AI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AI에게 지시를 내리고(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와 저작권을 협상하며 ▲AI에 대한 자신만의 심성 모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이 새로운 교육 방식을 현장에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교수법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2. 연구의 방법
본 연구는 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층 사례 연구(Case Study) 방법론을 채택했습니다.
- 참여자: 홍콩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2명의 여학생(미국 학년 기준 9학년)으로, 영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 연구 설계: 역순 설계(Backward Design) 원칙에 따라 4시간 분량의 워크숍을 설계했습니다. 학생들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과정을 활용하여 ‘영어 작문 실력 향상을 돕는 앱’이라는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바이브 코딩을 수행했습니다.
- 데이터 수집: 워크시트, 수업 영상, 생각 소리 내어 말하기(Think-aloud) 프로토콜, 화면 녹화, AI 생성 이미지 등 다각적이고 풍부한 질적 데이터를 수집하여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3. 주요 발견
두 학생의 대조적인 사례는 AI와의 상호작용 방식이 결과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 사례 1: 학생 A (성공적인 개발자)
- AI에게 말 걸기 (접근 방식): 매우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AI에 접근했습니다. 상세한 프롬프트를 미리 노트 앱에 작성한 후, AI에 한 번에 입력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 결과: 자신의 설계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앱(Your Friendly Learning Buddy)을 성공적으로 개발했습니다.
- AI에 대한 관점: AI를 정확한 지시가 필요한 정밀한 도구로 인식하는 심성 모형을 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프롬프트 작성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정 중에는 아이디어의 30-40%만이 자신에게서 나왔다고 답했는데, 이는 높은 인지 부하 때문일 수 있습니다.
(2) 사례 2: 학생 G (좌절을 겪는 창작자)
- AI에게 말 걸기 (접근 방식): 짧은 질문과 요청을 반복하는 대화적이고 반복적인 방식으로 AI와 상호작용했습니다.
- 결과: 기술적 오류와 유료 서비스의 장벽에 부딪혀, 원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지 못한 채 작동하지 않는 정적인 웹페이지(Writing Quest)를 제출하는 데 그쳤습니다.
- AI에 대한 관점: AI를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파트너로 인식했으며, AI의 결과물에 대해 자부심, 분노, 좌절 등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기여도를 80%로 높게 평가했지만, 이는 실제 상호작용 방식과는 다소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4. 결론 및 시사점
성공적인 바이브 코딩은 단순히 코딩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이 AI와 언어적으로, 그리고 인지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 즉 메타언어적 실천(metalanguaging practice)에 달려 있음을 본 연구는 보여줍니다. 따라서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의 상호작용을 명시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 구조화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 학생 A의 사례처럼,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AI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 저작권에 대한 비판적 토론 촉진: 인간과 AI가 함께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과 독창성은 누구에게 있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토론을 유도해야 합니다.
- AI 심성 모형을 위한 어휘 개발: 학생들이 자신이 AI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구인지, 파트너인지 등)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접근법과 심성 모형 간의 관계를 성찰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5. 리뷰어의 ADD(+) One: 생각 더하기
(1) 이 연구의 탁월한 점 (강점)
- 혁신적인 분석틀: ‘AI에게, AI를 통해, AI에 대해 말하기’라는 프레임워크는 AI 리터러시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매우 독창적이고 강력한 개념적 도구입니다. 이는 단순한 프롬프트 기술 교육을 넘어, 인간-AI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적 렌즈를 제공합니다.
- 과정 중심의 심층 분석: 소수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학생들이 AI와 상호작용하며 겪는 인지적, 정의적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Think-aloud 기법을 통해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성찰의 과정을 포착한 점이 돋보입니다.
- 높은 현장 적용 가능성: 연구 결과가 구체적인 교수법적 제언으로 직결됩니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AI 교육을 어떻게 설계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매우 실질적이고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2) 교육 현장을 위한 추가 제언
- 상호작용 프레임워크 자체를 학습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 시작 전, 이 연구의 핵심 프레임워크(AI에게, AI를 통해, AI에 대해 말하기)를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계획하고 성찰하는 강력한 메타인지 도구가 될 것입니다.
- 다양한 프롬프팅 장르(Genre) 교육: 학생 A의 ‘구조화된 레시피’ 방식과 학생 G의 ‘대화적 파트너’ 방식을 글쓰기의 여러 장르처럼 다루어 볼 수 있습니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어떤 과제에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일지 토론하는 활동을 통해 프롬프팅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길러줄 수 있습니다.
- 성공적인 실패 프로젝트의 가치 강조: 학생 G의 사례는 실패가 아닌 최고의 학습 기회입니다. 결과물 자체보다, “왜 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기술의 벽에 부딪혔을까?”, “어떤 접근법을 취했다면 달랐을까?” 와 같이 과정을 분석하고 성찰하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AI 시대에 필요한 문제해결력과 회복탄력성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6. 추가 탐구 질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후속 연구 질문들을 던져줍니다.
- 여러 명의 학생이 팀을 이루어 바이브 코딩을 할 때, 그들은 ‘AI에게, AI를 통해, AI에 대해 말하기’를 어떻게 집단적으로 협상하고 조율하는가? (협력적 AI 상호작용 연구)
- 학생 G와 같이 창의적이지만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학생 A의 구조화된 프롬프팅 전략을 명시적으로 교육했을 때, 학생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 (교육적 중재 효과 연구)
- 바이브 코딩 활동에 대한 장기적인 참여가 학생들의 근본적인 AI 심성 모형을 변화시키며, 이것이 다른 학습 영역이나 일상생활에서의 AI 활용 방식에도 전이되는가? (종단 연구)
7. 연구의 핵심 프레임워크를 통해 AI 리터러시를 어떻게 가르칠수 있을까?
(1) ‘AI에게 말 걸기 (Talking to AI)’ 교육: 프롬프트 장르 비교 체험
학생들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단순 기술이 아닌,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글쓰기 장르’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학생 A와 G의 대조적인 방식을 직접 비교 체험하게 하는 활동이 효과적입니다.
📋 수업 활동 예시: AI 시인 길들이기
- 공동 과제 제시: 모든 학생에게 “AI를 활용하여 ‘도서관의 밤’이라는 주제로 3연으로 구성된 시를 창작하세요”라는 동일한 과제를 부여합니다.
- 두 가지 방식의 프롬프팅 모델링:
- A 방식 (정밀한 설계자): 교사가 먼저 구조화된 프롬프트를 시연합니다.
#역할: 당신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품고 있는 도서관의 사서이자 시인입니다. #주제: 도서관의 밤 #형식: 총 3연으로 구성된 자유시 #분위기: 고요하고, 신비로우며, 약간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톤 #필수 시어: '속삭임', '먼지', '별빛' #임무: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시를 창작해 주세요.
- G 방식 (대화형 파트너): 그 다음, 짧은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을 시연합니다.
"시 한 편 써줘." (결과 확인 후) "주제는 '도서관의 밤'으로 해줄래?" (결과 확인 후) "분위기가 너무 밝다. 좀 더 신비롭고 외롭게 바꿔줘." (결과 확인 후) "좋아, 이제 3연으로 나눠줘."
- A 방식 (정밀한 설계자): 교사가 먼저 구조화된 프롬프트를 시연합니다.
- 결과물 비교 및 토론: 학생들은 두 방식으로 각각 시를 얻은 후, 결과물의 차이를 비교합니다. 이후 다음 질문으로 토론을 유도합니다.
- 어떤 방식이 내가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웠나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설계자 방식은 어떤 종류의 과제에 유리할까요? 파트너 방식은 언제 더 유용할까요?
- 결과물의 차이는 AI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말 거는 방식 때문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2) ‘AI를 통해 말하기 (Talking through AI)’ 교육: 저작권 파이 차트
AI와의 협업에서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합니다.
📋 수업 활동 예시: 나의 AI 협업 기여도 파이 차트
- AI 협업 과제 수행: AI를 활용해 짧은 글(예: 학교 축제 소개글)을 작성하거나 간단한 발표 자료를 만듭니다.
- 기여도 분석 및 시각화: 과제 완료 후, 학생들은 원형 차트를 그리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기여도를 아래 항목에 따라 나누어 퍼센티지로 표시합니다.
- 나의 아이디어: 내가 직접 제안한 핵심 아이디어나 주장
- AI의 아이디어: AI가 제안해서 채택한 아이디어나 주장
- 나의 표현: 내가 직접 작성한 문장이나 표현
- AI의 표현: 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만 수정한 부분
- 나의 구조: 내가 설계한 글의 전체적인 구조나 흐름
- AI의 구조: AI가 제안한 구조나 흐름
- 근거 서술 및 공유: 학생들은 파이 차트 아래에 왜 그렇게 퍼센티지를 배분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간략하게 서술합니다. (“AI의 기여도를 40%로 책정한 이유는, 글의 주제는 내가 정했지만 3개의 소제목과 각 소제목의 첫 문장은 AI가 제안한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 갤러리 워크 및 토론: 다른 친구들의 파이 차트를 둘러보며 ‘아이디어’와 ‘표현’ 중 무엇의 기여도가 더 높은지, 문법 교정은 기여도에 포함해야 하는지 등 저작권과 독창성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합니다.
(3) ‘AI에 대해 말하기 (Talking about AI)’ 교육: AI 이력서 만들기
학생들이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즉 자신의 ‘심성 모형(Mental Model)’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게 하여 AI와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설정하도록 돕습니다.
📋 수업 활동 예시: “나의 AI 파트너, 이력서를 공개합니다”
- 활동 목표 안내: “우리가 AI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심성 모형)에 따라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사용하는 AI의 이력서를 직접 만들어보며 나의 심성 모형을 탐색해 봅시다.”
- ‘AI 이력서’ 작성: 학생들은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AI(예: ChatGPT, Gemini)를 하나의 인격체로 가정하고 아래 항목을 포함한 이력서를 작성합니다.
- 이름/별명: 내가 부르는 AI의 애칭 (예: 척척박사 김비서, 아이디어 뱅크, 게으른 인턴)
- 성격 및 일하는 스타일: 시키는 일만 정확히 하는 FM 스타일인가요?,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창의적 예술가 스타일인가요?, 결과물을 계속 확인하고 수정해 줘야 하는 신입사원 스타일인가요?
- 주요 강점 (Specialty): 정보 요약, 외국어 번역, 브레인스토밍, 코드 작성 등 이 AI가 특별히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개선 필요점 (Weakness): 최신 정보 반영 부족, 감정 공감 능력 부재, 거짓 정보 생성 등 이 AI의 약점은 무엇인가요?
- 이력서 공유 및 심성 모형 탐색: 완성된 이력서를 공유하며,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학생마다 얼마나 다른 심성 모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게으른 인턴’으로 보는 학생과 ‘척척박사 비서’로 보는 학생의 ‘AI에게 말 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를지 예측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심성 모델의 변화에 맞는 최적의 상호작용 전략을 고민하게 합니다.
출처: - Woo, D. J., Guo, K., & Yu, Y. (2025). A Vibe Coding Learning Design To Enhance EFL Students’ Talking To, Through, and About AI. [Unpublished manuscri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