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바람직한 어려움과 스캐폴딩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AI는 ‘바람직한 어려움’과 ‘스캐폴딩’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1. 생산적 고군분투(바람직한 어려움)의 재조명
학습 과학 분야에서 가장 역설적이면서도 강력한 원칙 중 하나는 학습 과정에 의도적으로 어려움을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지식 보유와 전이를 최적화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원칙은 즉각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교육 관행에 도전하며, 효과적인 학습 설계의 핵심에 있는 미묘한 균형점을 탐색하도록 요구합니다. 여기에서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 DD)이라는 개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그 기저에 깔린 과학적 메커니즘을 해부하고, 이 원칙이 유효하게 작동하는 경계 조건을 명확히 정의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순히 ‘어려운 것이 좋다’는 식의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왜 특정 어려움이 학습에 ‘바람직한지’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1. 장기 기억과 전이의 과학
학습에 대한 논의는 종종 관찰 가능한 결과에 집중되지만, 인지 심리학은 이러한 결과의 본질을 더 깊이 파고들 것을 요구합니다. 진정한 학습은 단기적인 성공을 넘어, 지식의 지속성과 적용 가능성에 의해 평가되어야 합니다.
바람직한 어려움
1994년 로버트 A. 비욕(Robert A. Bjork)에 의해 처음 소개된 ‘바람직한 어려움’이라는 용어는 학습에 대한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강력한 이론을 제시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 주장은, 학습 속도를 늦추고 학습자에게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학습 조건이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기억 보유와 새로운 맥락으로의 지식 전이를 최적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험 전날 밤새워 공부하는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전략들이 실제로는 깊고 지속적인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관찰에 기반합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일시적인 불편함이나 느린 진도를 감수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더 견고하고 유연한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수행 대 학습
바람직한 어려움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전제는 ‘수행(performance)’과 ‘학습(learning)’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수행은 훈련이나 학습 세션 중에 관찰할 수 있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공률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연습 문제를 반복해서 풀 때 정답률이 빠르게 올라가는 현상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학습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식이나 기술을 인출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즉 기억의 내구성 있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학습자와 교육자 모두가 종종 높은 단기적 수행을 견고한 학습의 증거로 오인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인지적으로 덜 힘들고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는 학습 전략(예: 집중 학습, 반복 읽기)을 선호하게 되지만, 이러한 전략들은 종종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게 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입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이러한 ‘수행의 함정’을 경고하며, 눈에 보이는 진도보다는 내재적인 학습의 질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합니다.
저장 강도 대 인출 강도
비욕은 기억을 두 가지 독립적인 차원, 즉 ‘저장 강도(storage strength)’와 ‘인출 강도(retrieval strength)’로 설명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저장 강도는 특정 정보가 장기 기억 속에 얼마나 잘 학습되고 다른 지식과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이는 학습의 깊이와 내구성을 반영합니다. 반면, 인출 강도는 특정 시점에서 그 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이는 최근의 학습 경험이나 맥락적 단서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바람직한 어려움 전략은 인출 강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대신 저장 강도를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막 배운 내용을 바로 복습하면 인출 강도는 매우 높지만(쉽게 떠올릴 수 있음), 저장 강도의 증가는 미미합니다. 반면, 일정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잊어버린 후에 다시 인출하려고 노력하면(인출 강도가 낮아진 상태),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이 요구되며 이는 저장 강도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강화시킵니다. 학습자들이 인출의 용이성(높은 인출 강도)을 학습의 깊이(높은 저장 강도)로 착각하기 때문에, 덜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선호하게 되는 인지적 편향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은 왜 특정 어려움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단지 학습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기억 시스템의 저장 강도를 강화하는 특정 인지 과정을 촉발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학습 시스템 설계는 단기적인 수행 지표를 넘어서, 저장 강도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통합해야 합니다.
1.2. 바람직한 어려움의 메커니즘: 분산, 교차, 인출
바람직한 어려움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검증된 학습 전략들을 통해 구현됩니다. 이 전략들은 공통적으로 학습 과정에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여 더 깊은 정보 처리를 유도합니다.
인출 연습 (시험 효과)
가장 강력한 바람직한 어려움 메커니즘 중 하나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또는 ‘시험 효과(testing effect)’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다시 읽거나 재학습하는 것보다, 기억으로부터 정보를 능동적으로 꺼내려는 노력이 장기 기억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강화한다는 원리입니다. 정보를 인출하려는 시도 자체가 강력한 학습 활동이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노력은 기억 흔적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이러한 인출 연습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은 비중의 퀴즈, 플래시카드 사용, 학습한 내용에 대한 요약 글쓰기 등은 모두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신 능동적으로 기억을 탐색하도록 만듭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출 연습의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습 직후에는 정보를 다시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출 연습의 우월성이 명확해집니다.
분산 효과 (분산 학습)
‘분산 효과(spacing effect)’는 학습 세션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집중 학습(massing)’보다, 여러 번에 걸쳐 시간 간격을 두고 분산시키는 ‘분산 학습(spacing)’이 장기 기억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원리입니다. 분산 학습은 학습 세션 사이에 어느 정도의 ‘망각’이 일어나도록 허용합니다. 이 망각은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라, 다음 학습 세션에서 정보를 다시 인출하려는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기억을 더 강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학습 간격(lag)과 기억 수행 능력 사이의 관계는 종종 역 U자형 곡선을 그립니다. 간격이 너무 짧으면 집중 학습과 다를 바 없고, 간격이 너무 길면 정보를 성공적으로 인출하지 못해 학습 효과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적의 학습 간격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학습 내용의 난이도와 학습자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교차 학습 (다양한 연습)
‘교차 학습(interleaving)’은 하나의 주제나 기술을 완전히 마스터할 때까지 반복하는 ‘블록 학습(blocking)’ 방식과 달리, 여러 관련 주제나 기술을 한 학습 세션 내에서 번갈아 가며 연습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 때 유형 A 문제만 계속 푸는 대신, 유형 A, B, C 문제를 섞어서 푸는 것이 교차 학습에 해당합니다.
교차 학습은 학습자에게 더 큰 인지적 부담을 줍니다. 매번 새로운 문제 유형에 직면할 때마다, 학습자는 어떤 개념을 적용하고 어떤 해결 전략을 선택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별화 과정은 블록 학습에서는 요구되지 않는 고차원적 사고를 촉진합니다. 비록 단기적인 수행은 블록 학습에 비해 더딜 수 있지만, 교차 학습은 개념적 이해를 심화시키고,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교차 학습은 자연스럽게 분산 학습의 효과를 포함하게 됩니다.
생성 효과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는 정답이나 해결책을 수동적으로 제공받는 것보다, 학습자가 스스로 그것을 생성하려고 노력할 때 학습이 더 효과적으로 일어난다는 원리입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정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예: 사전 시험), 정답을 생성하려는 시도 자체가 뇌를 준비시켜 이후에 제시되는 정확한 정보를 더 잘 부호화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들은 개별적인 전략이라기보다는, ‘노력에 기반한 처리(effortful processing)’라는 더 큰 원칙의 다양한 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출, 분산, 교차, 생성은 모두 학습 과정에서 ‘자동 조종’ 모드를 방해하고, 학습 목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지적 노력을 요구함으로써 더 깊은 처리와 강한 신경 연결을 유도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집니다. 이들은 학습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방법들입니다.
1.3. 임계점: 어려움이 바람직하지 않게 될 때
바람직한 어려움 이론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모든 어려움이 학습에 유익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바람직한’이라는 수식어는 이 이론의 핵심적인 제약 조건을 담고 있으며, 이를 무시할 경우 학습은 촉진되기는커녕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함의 중요성
어려움이 ‘바람직’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결정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학습자가 그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학습자가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선수 지식이나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 어려움은 바람직하지 않은 어려움(undesirable difficulty)이 됩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어려움은 학습자를 깊은 사고로 이끄는 대신, 좌절감, 인지 과부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과제 포기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 개념을 모르는 학생에게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어려움이 아니라, 학습 의욕을 꺾는 장벽일 뿐입니다. 따라서 어려움을 설계할 때는 항상 학습자의 현재 지식 수준을 고려하여, 도전적이면서도 성취 가능한 과제를 제시해야 합니다.
바람직한 어려움과 인지 부하의 구분
바람직한 어려움은 종종 ‘인지 부하(cognitive load)’와 혼동되지만, 이 둘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학습 목표 달성에 본질적인 인지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어려움입니다. 이는 정보의 핵심과 상호작용하며 인코딩 및 인출 과정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불필요한 인지 부하는 학습과 무관한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노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적용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공식이나 날짜를 암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어려움이 아니라, 작업 기억에 부담만 주는 불필요한 인지 부하입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장기 기억 형성을 목표로 하는 반면, 불필요한 인지 부하는 작업 기억을 소모시켜 학습을 방해합니다.
챌린지 포인트 프레임워크
이러한 개념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이 바로 ‘챌린지 포인트 프레임워크(Challenge Point Framework)’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학습자의 기술 수준과 과제 난이도 사이의 관계에 기초하여, 학습 잠재력이 극대화되는 ‘최적 챌린지 포인트(Optimal Challenge Point, OCP)’가 존재한다고 가정합니다.
과제가 너무 쉬우면 학습자는 새로운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해 학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과제가 너무 어려워 계속 실패하면, 학습자는 성공적인 수행으로부터 유용한 피드백을 얻을 수 없으므로 역시 학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최적 챌린지 포인트는 학습자가 어느 정도의 노력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고 학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어려움’이라는 개념은 바람직한 어려움 이론의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그 이론이 예측하는 필연적인 경계 조건입니다. 이는 바람직함이 과제 자체의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라, 과제의 요구사항과 학습자의 현재 능력 사이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상대적인 개념임을 보여줍니다. 한 명의 학습자에게는 바람직한 어려움이 다른 학습자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어려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학습자에게 동일한 수준의 어려움을 제공하는 고정된 교육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며, 학습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어려움을 동적으로 조절하는 ‘적응형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2. 인지적 마찰(사용자 경험의 장애물에서 교육적 도구로)
‘인지적 마찰(cognitive friction)’은 본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분야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는 피해야 할 부정적인 디자인 속성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학습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이 개념을 재조명하면, 인지적 마찰이 의도적으로 활용될 때 강력한 교육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본 장에서는 HCI 분야에서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경향과, 교육학에서 생산적인 어려움을 유도하려는 목표 사이의 흥미로운 긴장 관계를 탐구합니다. 이를 통해 인지적 마찰을 ‘파괴적 마찰’과 ‘생산적 마찰’로 구분하고, 후자를 학습 설계에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2.1.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에서의 마찰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의 세계에서 ‘마찰’은 사용자의 여정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의미하며, 이를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여겨집니다.
인지적 마찰의 정의
HCI 및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디자인에서 인지적 마찰은 사용자가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할 때,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여 과제 완수에 불필요한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관성 없는 디자인 패턴, 혼란스러운 정보 구조, 또는 사용자가 기존에 학습한 관행(convention)을 위반할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의 왼쪽 상단 로고를 클릭했을 때 홈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거나, ‘가입하기’ 버튼이 외부 광고 사이트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인지적 마찰입니다.
마찰 없는 디자인의 목표
UX 디자인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이러한 인지적 마찰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사용자가 인터페이스 자체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마치 ‘자동 조종’ 모드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매끄럽고(Seamless) 직관적인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찰을 줄이면 사용자의 좌절감이 감소하고, 이는 곧 과제 이탈률 감소와 사용자 만족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2.2. 학습을 위한 마찰의 재구성: 성찰과 유의미 부하의 촉매제
거래적 과제에서는 마찰 없는 경험이 이상적일 수 있지만, 이 원칙을 학습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학습의 본질은 효율적인 과제 완수가 아니라, 깊이 있는 정신적 처리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찰 없는 학습의 역설
인공지능(AI) 도구가 즉각적이고 완벽하게 정리된 답을 제공할 때, 학습자는 아이디어와 씨름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필수적인 ‘지적 노동’ 과정을 건너뛸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찰 없는’ 경험은 편리하지만, 피상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쉬운 경험은 사용자를 무심하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끌어, 의도치 않은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적 마찰 VS 파괴적 마찰
학습 맥락에서 마찰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괴적 마찰(destructive friction)은 HCI의 정의와 일치하며, 불필요한 인터페이스의 복잡성이나 비일관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노력, 즉 ‘외재적 인지 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를 의미합니다. 이는 학습 목표와 무관하며 순수하게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반면, 생산적 마찰(productive friction)은 바람직한 어려움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교육적 장치입니다. 이는 학습자가 잠시 멈추어 생각하고, 성찰하며, 학습 목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더 깊고 노력적인 정보 처리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순간입니다. 이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 인지 부하(germane cognitive load)’를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의도적 마찰 설계 전략
마찰은 의도적으로 사용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파일을 삭제하기 전에 파일명을 직접 입력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긍정적 마찰’의 한 형태입니다. 학습 환경에서는 이 원리를 적용하여,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대신 자신의 논리를 먼저 설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학습자의 자동 조종 모드를 방해하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점검하는 메타인지 활동을 촉진합니다.
따라서 EdTech 제품 설계자는 두 가지 상충되는 패러다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즉, 사용성(usability)을 해치는 파괴적 마찰은 UX 원칙에 따라 제거하되, 학습 효과를 높이는 생산적 마찰은 인지 과학 원리에 기반하여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통합해야 합니다. 이는 HCI를 통해 학습 경험의 깨끗하고 사용하기 쉬운 ‘차대’를 만들고, 인지 과학을 통해 학습을 구동하는 ‘엔진’인 생산적 고군분투를 설계하는 것과 같습니다.
2.3. 생산적 마찰과 인지 과부하의 구분
생산적 마찰을 설계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이 학습자를 압도하는 인지 과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지적 마찰 대 인지 과부하
인지적 마찰과 인지 과부하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인지적 마찰은 도전을 유발하는 ‘계기(trigger)’입니다. 즉, 학습자를 잠시 멈추게 하거나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반면, 인지 과부하는 작업 기억의 제한된 용량이 초과된 ‘상태(state)’를 의미합니다.
생산적 마찰의 목표는 총체적인 인지 과부하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학습과 관련된 유의미 인지 부하를 신중하게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반면, 파괴적 마찰은 학습과 무관한 외재적 부하를 추가하여 곧바로 인지 과부하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찰 없는’ AI의 위험성
최근 급부상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 도구들은 본질적으로 마찰 없는,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도록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교육적 맥락에서 심각한 위험을 내포합니다. AI가 제공하는 매끄러운 답변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학습자는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며, 논리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비판적 사고 과정을 생략하게 됩니다. 이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 알고리즘적 편향의 내면화, 그리고 수동적인 지식 수용 태도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기반 교육 시스템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마찰 조절자’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즉, 의도적으로 답변을 보류하고, 탐색적인 질문을 던지며, 학습자가 AI 없이는 경험할 수 없는 노력적인 처리 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도전 과제를 제시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교육용 AI는 그 자체의 본성인 ‘마찰 없음’에 저항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학습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3. 스캐폴딩(초보 학습자를 위한 지원 설계)
학습자에게 의도적으로 어려움을 부과하는 것이 장기적인 학습에 효과적이라면, 그 어려움이 압도적인 좌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메커니즘 또한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캐폴딩(scaffolding)은 이러한 지원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교육학적 개념입니다. 본 장에서는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의 근접발달영역(ZPD) 이론에 뿌리를 둔 스캐폴딩의 원리를 탐구하고, 이것이 어떻게 초보 학습자를 위한 지원 구조를 설계하는 청사진이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특히, 스캐폴딩의 본질적인 속성인 ‘점진적 제거(fading)’ 과정이 어떻게 학습자의 독립성을 촉진하고, 바람직한 어려움의 원칙과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3.1.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PD)
스캐폴딩의 이론적 기반은 학습자가 타인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현재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비고츠키의 통찰에서 시작됩니다.
근접발달영역(ZPD)의 정의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은 학습자가 독립적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발달 수준’과, 교사나 유능한 동료와 같은 ‘더 유능한 타인(more knowledgeable other)’의 안내를 받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 발달 수준’ 사이의 간격을 의미합니다. ZPD는 교육을 위한 ‘최적의 지점(sweet spot)’으로, 과제가 너무 쉬워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 어려워 좌절하지도 않는, 즉 도전적이면서도 지원을 통해 성취 가능한 영역입니다.
교육적 스캐폴딩의 메커니즘
교육적 스캐폴딩은 학습자가 ZPD 내에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임시적이고 구조화된 지원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비계(scaffold)에서 유래했으며, 비계가 일시적으로 구조물을 지지하여 인부들이 더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처럼, 교육적 스캐폴딩도 학습자가 새로운 차원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임시적인 발판을 제공합니다.
스캐폴딩의 유형
스캐폴딩은 학습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 인지적 스캐폴딩 (Cognitive Scaffolding): 복잡한 과제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누거나, 교사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소리 내어 설명하는 ‘사고구술법(think-alouds)’을 시연하거나, 그래픽 조직자나 유추를 사용하여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지원을 포함합니다.
- 절차적 스캐폴딩 (Procedural Scaffolding): 과제 수행에 필요한 절차나 단계를 안내하는 템플릿, 가이드라인, 단계별 지침 등을 제공하여 학습자가 과제의 기계적인 측면에 대한 부담을 덜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메타인지적 스캐폴딩 (Metacognitive Scaffolding):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과정을 계획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나 프롬프트를 제공하여 자기 조절 학습 능력을 키우도록 돕습니다.
결론적으로, 스캐폴딩과 바람직한 어려움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학습자를 최적의 도전 영역(ZPD) 안에 머물게 하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상보적인 전략입니다. 스캐폴딩은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어려움(너무 어려운 과제)을 초보 학습자에게 ‘바람직한’ 어려움으로 변환시키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입니다. 즉, 적절하게 스캐폴딩된 과제는 그 자체로 초보자를 위한 바람직한 어려움이 되는 것입니다.
3.2. 점진적 제거의 기술: 학습자에게 책임 이양하기
스캐폴딩의 효과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그 지원을 시의적절하게 거두어들이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 과정을 ‘점진적 제거(fading)’라고 하며, 이는 학습자의 자율성을 향한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스캐폴딩의 일시적 본질
스캐폴딩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지원이어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학습자가 외부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원이 제거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이는 학습을 돕는 발판이 아니라 의존성을 유발하는 ‘목발(crutch)’이 되어 장기적인 학습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동적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제거
점진적 제거는 학습자의 역량이 향상됨에 따라 의도적으로, 점진적으로 지원을 철회하는 동적인 과정입니다. 이는 일회성 결정이 아니라, 학습자의 수행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춰 지원 수준을 조절하는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요구합니다. 언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지원을 철회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숙련도에 대한 실시간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프롬프트 계층 구조
점진적 제거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프롬프트 계층 구조(prompting hierarchies)’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대-최소 지원(Most-to-Least, MTL)’ 방식은 학습 초기에는 가장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지원(예: 물리적 시범)으로 시작하여 학습자가 능숙해짐에 따라 점차 덜 직접적인 지원(예: 언어적 힌트, 시각적 단서)으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복잡한 기술을 처음 배울 때 효과적입니다. 반면, ‘최소-최대 지원(Least-to-Most, LTM)’ 방식은 학습자가 먼저 독립적으로 과제를 시도하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점차 지원의 강도를 높여가는 방식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이 있는 학습자의 프롬프트 의존성을 방지하는 데 유용합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은 점진적 제거 과정 자체도 학습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화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결국, 점진적 제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람직한 어려움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실질적인 구현 방식입니다. 지원이 하나씩 제거될 때마다 학습자가 독립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은 증가하며, 이는 학습 환경을 점진적으로 더 도전적으로 만듭니다. 즉, 점진적 제거는 높은 지원/낮은 난이도에서 낮은 지원/높은 난이도로 전환하는 동적 난이도 조절 메커니즘으로 기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역전 효과(Expertise Reversal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초보자에게는 효과적이었던 스캐폴딩이 전문가 수준의 학습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원을 너무 늦게 제거하면 전문가 역전 효과를 유발하여 학습을 방해하고, 너무 빨리 제거하면 학습자를 바람직하지 않은 어려움에 빠뜨려 좌절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지원의 ‘시기’는 지원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며, 이는 효과적인 적응형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학습자의 숙련도를 평가하고 그에 맞춰 지원을 동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4. 인지 부하 이론을 통한 ‘바람직한 어려움’과 ‘스캐폴딩’ 간의 긴장 관계의 해소
지금까지 우리는 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두 가지 상보적인 접근법, 즉 의도적으로 어려움을 도입하는 ‘바람직한 어려움’과 학습자를 지원하는 ‘스캐폴딩’을 각각 살펴보았습니다. 표면적으로 이 두 개념은 ‘더 어렵게’와 ‘더 쉽게’라는 상반된 지침처럼 보여, 교육 기술 설계자들에게 핵심적인 긴장 관계를 형성합니다. 여기에서는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 CLT)을 통합적인 프레임워크로 도입하여 이 명백한 역설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CLT는 인간의 인지 구조, 특히 작업 기억의 한계를 중심으로 학습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언제 어려움을 도입해야 하고 언제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적인 근거를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두 접근법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전문성 수준과 과제의 복잡성에 따라 동적으로 조절되어야 할 동일한 연속체 상의 두 지점임을 논증합니다.
4.1. 인지 부하 이론이 어려움과 지원을 조화시키는 방법
인지 부하 이론은 교육 설계의 ‘운영 체제’와 같습니다. 이 이론은 바람직한 어려움과 스캐폴딩이 왜,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효과적인지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기반을 제공합니다.
인지 부하 이론(CLT) 소개
존 스웰러(John Sweller)에 의해 개척된 인지 부하 이론은 인간의 인지 구조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두 가지 핵심 가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1) 새로운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용량과 지속 시간에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2) 반면, 지식과 기술이 체계화된 ‘스키마(schemas)’ 형태로 저장되는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은 사실상 무한한 용량을 가진다. 학습의 목표는 작업 기억에서의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통해 장기 기억에 정교하고 자동화된 스키마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유형의 인지 부하
CLT는 작업 기억에 가해지는 부하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 내재적 인지 부하 (Intrinsic Load): 학습 내용 자체의 본질적인 복잡성에서 비롯되는 부하입니다. 이는 학습해야 할 요소들의 수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element interactivity)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개별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복잡한 문법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내재적 부하가 더 높습니다. 이는 학습에 필수적인 ‘좋은’ 부하입니다.
- 외재적 인지 부하 (Extraneous Load): 비효율적인 교수 설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정신적 노력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과 관련된 그림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불필요한 정보가 많아 주의를 분산시키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이는 학습을 방해하는 ‘나쁜’ 부하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 유의미 인지 부하 (Germane Load): 정보를 처리하고, 스키마를 구성하며, 장기 기억에 통합하는 깊이 있는 학습 과정 자체에 투입되는 정신적 노력입니다. 이는 스키마 형성을 촉진하는 ‘생산적인’ 부하입니다.
인지 부하 이론(CLT)을 통한 조화의 프레임워크
CLT는 어려움과 지원 사이의 긴장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해결합니다. 작업 기억의 총용량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총 인지 부하 = 내재적 부하 + 외재적 부하 + 유의미 부하
는 작업 기억의 용량을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틀 안에서 스캐폴딩과 바람직한 어려움의 역할은 명확해집니다.
- 스캐폴딩의 역할: 스캐폴딩의 주된 목표는 초보 학습자가 높은 내재적 부하에 직면했을 때, 불필요한 ‘외재적 부하’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계별 풀이를 제공하는 ‘단계별 예제(worked example)’는 학습자가 문제 해결 전략을 탐색하는 데 드는 외재적 부하를 줄여줍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작업 기억 용량은 내재적 부하를 처리하고, 스키마를 구성하는 유의미 부하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 바람직한 어려움의 역할: 바람직한 어려움의 목표는 인출 연습이나 자기 설명과 같은 노력적인 처리를 유도하여 ‘유의미 부하’를 의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내재적 부하와 외재적 부하가 낮아 작업 기억에 여유가 있을 때에만 효과적입니다. 만약 학습자가 이미 높은 내재적 부하와 외재적 부하로 인해 작업 기억이 포화 상태라면, 추가적인 어려움(유의미 부하 증가 시도)은 인지 과부하를 유발하여 오히려 학습을 저해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스캐폴딩은 학습을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재적 부하를 관리하여 학습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학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유의미 부하로 유도하여 학습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인지 부하 이론(CLT)은 이 두 전략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이론적 토대입니다.
4.2. 전문가 역전 효과로 살펴보는 단일 사이즈 교육의 실패
CLT가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전문가 역전 효과(Expertise Reversal Effect)입니다. 이는 교육 설계가 정적일 수 없으며, 학습자의 발달 단계에 따라 반드시 적응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효과의 정의
전문가 역전 효과란, 초보 학습자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었던 교수 기법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진 학습자(전문가)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인지 부하 이론(CLT)을 통한 설명
이 효과는 CLT를 통해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게 단계별 예제는 필수적인 스캐폴딩입니다. 그들은 아직 관련 스키마가 없기 때문에, 예제를 통해 문제 해결 절차를 학습하고 외재적 부하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해당 문제 유형에 대한 스키마를 장기 기억에 갖춘 전문가에게 동일한 단계별 예제는 ‘불필요한 중복 정보’가 됩니다. 전문가는 외부에서 제공된 정보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스키마를 불필요하게 비교하고 통합해야 하며, 이 과정 자체가 외재적 인지 부하를 발생시켜 새로운 학습이나 문제 해결을 방해합니다.
설계에 대한 시사점
전문가 역전 효과는 고정된, 단일 사이즈의 교육 방식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줍니다. 학습자의 여정에서 아주 짧은 특정 순간에만 최적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이전에는 학습자에게 너무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그 순간 이후에는 오히려 학습에 해가 됩니다. 따라서 학습자의 전문성 수준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춰 지원의 수준과 도전의 종류를 동적으로 조절하는 ‘적응성(adaptivity)’은 선택적 기능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근본적인 요구사항입니다.
4.3. 동적 모델(과제 복잡성과 학습자 전문성의 매핑)
바람직한 어려움, 스캐폴딩, 그리고 인지 부하 이론(CLT)을 종합하면, 최적의 교육 전략을 결정하기 위한 동적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핵심 변수는 (1) 과제의 내재적 인지 부하(복잡성)와 (2) 학습자의 사전 지식 수준(전문성)입니다.
<인지부하 최적화 교육전략 매트릭스 / CLT 기반 적응적 교수법 매트릭스>
이 두 변수를 축으로 하는 의사결정 매트릭스를 통해 상황별 최적 전략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 초보 학습자 + 높은 복잡성의 과제: 이 상황에서는 내재적 부하가 매우 높으므로, 총 인지 부하가 작업 기억 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따라서 스캐폴딩을 극대화하여 외재적 부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단계별 예제 제공, 문제 분해, 명시적 안내 등이 효과적입니다. 목표는 기본적인 스키마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 초보 학습자 + 낮은 복잡성의 과제: 내재적 부하가 낮으므로, 최소한의 스캐폴딩만으로도 과제 수행이 가능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사실이나 절차에 대한 인출 연습과 같은 간단한 바람직한 어려움을 도입하여 기초 스키마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전문가 학습자 + 높은 복잡성의 과제: 학습자는 이미 관련 기본 스키마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명시적인 스캐폴딩은 점진적으로 제거해야 합니다(전문가 역전 효과 방지). 대신, 복잡한 문제 유형들을 교차 학습시키거나, 스스로 해결책을 생성하도록 요구하는 등 더 높은 수준의 바람직한 어려움을 도입하여 스키마를 자동화하고 유연한 적용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 전문가 학습자 + 낮은 복잡성의 과제: 이 경우, 모든 형태의 스캐폴딩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해가 됩니다. 과제 자체의 내재적 부하도 낮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의 주요 목표는 망각을 방지하고 장기 기억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긴 시간 간격을 둔 분산 연습이나 노력적인 인출을 요구하는 과제(예: 자유 회상)와 같은 바람직한 어려움 전략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 모델은 적응형 시스템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것은 학습자의 작업 기억 용량 한계 내에서, 총 인지 부하를 가능한 한 천장에 가깝게 유지함으로써 학습을 극대화하는 동적 평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스템은 내재적 부하를 평가하고, 외재적 부하를 최소화하며, 남은 작업 기억 용량만큼 유의미 부하를 최적화하는 연속적인 최적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교육 기술 설계자들이 다양한 이론적 개념들을 혼란스럽게 받아들이는 대신, 특정 조건 하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상호 보완적인 도구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직관이 아닌 원칙에 기반한 설계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지침을 제공합니다.
5. CLT 기반 적응적 교수법 매트릭스를 구현하는 기술적 방법론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으니, 이제는 이러한 원칙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적 방법론으로 초점을 전환할 시간입니다. 어떻게 시스템이 학습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어려움과 지원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까요? 본 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이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는 ‘지렛대’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탐구합니다. 학습자의 지식 상태, 감정, 그리고 학습 전략을 모델링하는 정교한 기법부터, 과제의 난이도와 스캐폴딩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AI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이론을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핵심 기술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또한, 실제 교육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적응형 학습 플랫폼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효과적인 학습 경험을 창출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5.1. 적응의 엔진: 진보된 학습자 모델링
모든 적응형 시스템의 중심부에는 학습자에 대한 정확하고 동적인 모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단순히 정오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학습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인지적, 정서적, 메타인지적 과정을 추론하고 예측하는 역할을 합니다.
5.1.1. 지식 상태 추적
학습자 모델링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는 ‘학습자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추적하는 것입니다.
- 베이지안 지식 추적 (Bayesian Knowledge Tracing, BKT): BKT는 특정 기술(skill)에 대해 학습자가 ‘숙달했는지/숙달하지 못했는지’의 이진 상태를 가정하고, 은닉 마르코프 모델(Hidden Markov Model)을 사용하여 학습자의 응답(정답/오답)에 따라 각 기술의 숙달 확률을 갱신하는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 딥러닝 지식 추적 (Deep Knowledge Tracing, DKT): 최근에는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s, RNNs)과 같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DKT가 등장했습니다. DKT는 기술 간의 관계를 미리 정의할 필요 없이, 학습자의 상호작용 순서 전체를 입력받아 훨씬 더 고차원적인 잠재 공간에서 지식 상태를 모델링합니다. 이를 통해 미래의 수행 능력을 더 유연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 가장 최신의 접근법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를 사용하여 학습자의 행동과 학습 결과 사이의 복잡한 장기 의존성을 포착하고, 모델의 해석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1.2. 학습자 감지: 감성 컴퓨팅과 다중 모드 학습 분석
진정으로 정교한 학습자 모델은 인지적 상태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행동적 측면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 감성 컴퓨팅 (Affective Computing): 이 기술은 시스템이 인간의 감정(affect)을 인식, 해석,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교육 환경에서는 웹캠을 통한 얼굴 표정 분석, 키보드 입력 패턴, 음성 톤 등을 통해 혼란, 좌절, 지루함, 흥미와 같은 학습자의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 신호는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격려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적절한 개입 시점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 다중 모드 학습 분석 (Multimodal Learning Analytics, MMLA): MMLA는 상호작용 로그, 오디오, 비디오, 시선 추적, 생체 신호 등 다양한 데이터 스트림을 통합하여 학습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구축하는 접근법입니다. 이를 통해 시스템은 학습자가 무엇을 아는지를 넘어, ‘어떻게’ 학습하고 있는지,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학습자 모델은 시스템이 왜 학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예: 지식 격차 때문인가, 좌절감 때문인가, 비효율적인 전략 때문인가)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교육적 처방을 내릴 수 있게 합니다.
5.2. 동적 조정을 위한 AI 기술
정확한 학습자 모델을 기반으로, AI 시스템은 난이도와 지원 수준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레버를 사용합니다.
5.2.1. 동적 난이도 조절 (Dynamic Difficulty Adjustment, DDA)
- 핵심 원리: 본래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발전한 DDA는 플레이어의 기술 수준에 맞춰 게임의 도전 수준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목표는 플레이어를 지루함(너무 쉬움)과 불안감(너무 어려움) 사이의 최적 몰입 상태, 즉 ‘플로우(flow)’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것입니다.
- 작동 방식: DDA는 성공률, 완료 시간, 실수 횟수와 같은 플레이어의 수행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게임의 매개변수(예: 적의 속도, 퍼즐의 복잡도, 자원의 양)를 동적으로 변경합니다. 이는 간단한 규칙 기반 시스템으로 구현될 수도 있고, 강화 학습과 같은 더 발전된 AI 기술을 사용하여 최적의 난이도 정책을 학습할 수도 있습니다.
5.2.2. 지능형 스캐폴딩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자동화된 점진적 제거
- 지능형 교육 시스템 (ITS) 아키텍처: ITS는 전통적으로 세 가지 핵심 모듈로 구성됩니다. 가르칠 내용을 담은 ‘전문가 모델’, 학습자를 이해하는 ‘학습자 모델’, 그리고 가르치는 방법을 결정하는 ‘교수 모델’입니다.
- AI 기반 스캐폴딩: AI는 학습자 모델의 진단에 따라 개인화된 지원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맥락에 맞는 힌트 생성, 맞춤형 단계별 예제 제공, 구체적인 피드백 제시 등이 포함됩니다.
- 적응형 대화를 위한 LLM: LLM의 등장은 ITS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확장시켰습니다. LLM은 자연어 대화를 통해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던지고, 개념을 다양한 비유로 설명하며, 학생의 게임 플레이 기록이나 문제 해결 과정을 분석하여 개인화된 학습 계획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자동화된 점진적 제거: ITS는 학습자 모델을 사용하여 스캐폴딩을 언제 제거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식 추적 모델이 특정 기술에 대한 숙달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면, 시스템은 더 이상 해당 기술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지 않고, 대신 인출 연습 과제로 전환하여 기억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DDA와 적응형 스캐폴딩은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학습자를 ZPD 내에 유지하려는 동일한 목표를 위한 두 가지 구현 방식입니다. DDA는 ‘과제’ 자체를 조절하는 반면, 적응형 스캐폴딩은 고정된 과제 주변의 ‘지원’을 조절합니다. 가장 진보된 시스템은 이 두 가지 레버를 모두 사용하여,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선택(DDA)한 후, 그 과제에 대한 맞춤형 수준의 스캐폴딩을 제공하는 이중적인 개인화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5.3. 적응형 학습의 사례 연구: 듀오링고, 카네기 러닝의 MATHia 등
이러한 AI 기술들이 실제 교육 제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듀오링고 (Duolingo): 듀오링고는 대중적인 언어 학습 앱으로, ‘버드브레인(BirdBrain)’이라는 AI 시스템을 통해 학습 경험을 개인화합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의 정오답 패턴을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망각 곡선에 기반한 분산 반복(spaced repetition)을 구현합니다. 또한 AI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학습 습관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동기 부여 알림을 보내는 데에도 활용합니다. 문제 난이도는 문항 반응 이론(Item Response Theory, IRT)을 기반으로 보정되며, 언어학적 특징 분석을 통해 새로운 문항의 초기 난이도를 추정하는 ‘점프 스타트’ 방식을 사용합니다.
- 카네기 러닝의 MATHia: MATHia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교한 수학 ITS입니다. AI 기반의 일대일 튜터링을 통해 학생의 지식 상태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춰 개인화된 문제 순서와 단계별 힌트 및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MATHia의 효과는 엄격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으며, 미국 교육부의 ESSA(Every Student Succeeds Act) 증거 기준에서 최상위 등급(Tier 1, 2)을 충족합니다. 이 시스템은 ‘적응형 개인화 학습 점수(APLSE)’라는 독자적인 지표를 사용하여 학생의 학기말 성취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 기타 응용 분야: 이 외에도 AI는 적응형 평가, 자동 채점, 맞춤형 교육 과정 계획 등 교육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LLM의 등장은 이러한 적응형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처방적(prescriptive)’ 적응성에서 ‘생성적(generative)’ 적응성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의 ITS가 주로 미리 정의된 문제 은행이나 힌트 라이브러리에서 최적의 항목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LLM 기반 시스템은 학생의 구체적인 질문이나 오개념에 맞춰 새로운 설명, 비유, 연습 문제를 즉석에서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화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지만, 동시에 생성된 내용의 정확성, 교육적 적절성, 그리고 너무 쉽게 답을 알려주지 않도록 제어하는 문제 등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합니다.
6. 교육 분야 AI를 위한 원칙과 권고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하여, 여기에서는 바람직한 어려움과 스캐폴딩의 균형을 동적으로 관리하는 AI 기반 적응형 학습 시스템을 설계, 구현, 그리고 윤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일련의 실질적인 원칙과 권고 사항을 제시합니다. 이론적 통찰을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는 이 프레임워크는 교육 기술 리더, 설계자, 그리고 연구자들이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6.1. ‘최적 지점’을 찾기 위한 설계 원칙
효과적인 적응형 시스템은 기술적 정교함을 넘어, 학습 과학에 깊이 뿌리내린 설계 철학을 필요로 합니다.
- (원칙 1) 학습자를 총체적으로 모델링하라. 성공적인 적응형 시스템의 핵심은 학습자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단순히 정오답률과 같은 인지적 데이터만 추적하는 것을 넘어, 감성 컴퓨팅과 다중 모드 분석을 통해 학습자의 정서적 상태(좌절, 지루함 등)와 메타인지적 전략(문제 접근 방식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최적 지점’은 고정된 포인트가 아니라, 학습자의 인지적, 정서적, 동기적 상태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동적 평형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과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에 대해 실시간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 (원칙 2) 과제와 지원을 모두 적응시켜라. 시스템은 난이도를 조절하는 두 가지 강력한 레버, 즉 ‘과제 자체의 난이도’와 ‘과제를 둘러싼 지원’을 모두 활용해야 합니다. 동적 난이도 조절(DDA)을 통해 학습자의 현재 능력에 맞는 도전적인 과제를 선택하거나 생성하고, 동시에 적응형 스캐폴딩을 통해 해당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이중적인 접근은 훨씬 더 정교하고 효과적인 개인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 (원칙 3) 처음부터 ‘점진적 제거’를 설계하라. 스캐폴딩은 영구적인 보조 장치가 아니라, 학습자의 독립을 위해 언젠가는 제거되어야 할 임시 발판입니다. 따라서 모든 스캐폴딩은 그것이 어떻게, 그리고 언제 제거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여 설계되어야 합니다.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습자의 역량이 성장함에 따라 자신의 지원을 점차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 (원칙 4) 마찰을 버그가 아닌 기능으로 활용하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UX 디자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생산적 마찰’의 순간을 설계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AI 튜터의 가장 가치 있는 역할은 종종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잠시 멈추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논리를 설명하며,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찰은 성찰과 메타인지를 촉진하는 핵심적인 교육적 장치입니다.
- (원칙 5) 생성형 스캐폴딩을 위해 LLM을 활용하되, 안전장치를 갖춰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개인화된 설명과 대화형 피드백을 생성하는 데 전례 없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LLM을 교육에 도입할 때는 ‘교육학적 원칙을 내장한(pedagogical-in-the-loop)’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ChatGPT와 같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은 학습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학습 과학 이론에 기반한 프레임워크(예: 증거 중심 설계, 사회적 인지 이론) 내에서 작동해야 하며, 검색 증강 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RAG)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유해한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방지해야 합니다.
6.2. 인간 참여형 루프(교육자 대체가 아닌 증강)
AI는 교육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 교사의 조력자로서의 AI: AI는 채점, 출결 관리와 같은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여 교사가 학생과의 상호작용, 심층적인 토론, 창의적인 수업 설계와 같은 더 본질적인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습니다.
- 실행 가능한 통찰력 제공: 적응형 시스템이 수집한 방대한 학습 데이터는 교사를 위한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대시보드로 종합되어야 합니다. 이 대시보드는 어떤 학생이, 어떤 개념에서,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교사가 시의적절하고 목표화된 인간적 개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인간의 감독은 필수: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학생의 학습 과정과 성취에 대한 최종적인 교육적 판단과 평가는 반드시 인간 교육자의 책임으로 남아야 합니다. AI는 교사의 판단을 ‘지원’하는 보조 도구이지, ‘대체’하는 권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6.3. 편향, 프라이버시, 그리고 형평성
AI 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중대한 윤리적 책임을 동반합니다.
- 알고리즘 편향: AI 모델은 훈련 데이터에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을 학습하고 증폭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특정 인종, 성별, 언어 배경,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편향된 알고리즘은 교육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원어민 영어 화자의 작문 스타일을 ‘AI가 생성한 글’로 오인하는 탐지 도구는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윤리적 문제는 단순히 사회 정의의 문제를 넘어, 시스템의 근본적인 기능성과도 직결됩니다. 편향된 모델은 부정확한 모델이며, 부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시스템은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편향성 해결은 시스템의 교육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적응형 시스템은 학생의 성적, 행동 패턴, 심지어 생체 정보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 데이터는 학생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FERPA(가족 교육 권리 및 개인 정보 보호법)와 같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여 관리되어야 하며, 데이터 유출 및 오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합니다.
- 접근의 형평성: 정교한 AI 도구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수록,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이나 최신 기기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소외될 수 있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교육 기관은 모든 학생이 기술의 혜택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AI 시스템의 의사결정 과정, 즉 왜 특정 학생에게 특정 과제나 피드백을 제공했는지를 교육자와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알고리즘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바람직한 어려움’과 ‘스캐폴딩’ 사이의 오랜 교육적 긴장을 해소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개인화된 학습을 실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잠재력은 기술 자체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학습 과학의 원칙에 얼마나 충실하게, 그리고 윤리적 책임감을 가지고 이 기술을 설계하고 구현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AI를 단순한 정보 전달 도구가 아닌, 학습자의 고군분투를 지지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정교한 ‘지렛대’로 활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학습자를 위한 더 효과적이고 포용적인 교육의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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