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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AI 시대는 우리 교육 현장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사들은 매일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나며 미래 역량을 길러주려 노력한다. 그러나 정책과 현실 사이의 미묘한 긴장은 때로는 방향을 모호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그 길에서 멀어지고 있는가.

AI 시대, 교실은 왜 깊은 질문을 외면하는가

1. AI 강국이라는 목표와 교육 현장의 현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이야기한다. 학생들에게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ICT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교실 문을 나서면, 학생들은 복잡한 심화 과목보다 점수 획득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AI 시대에 필수적인 기초 학력, 특히 수학과학 분야에서 학생들의 선택은 점점 줄어드는 듯 보인다.

최근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과학 탐구 과목을 선택한 학생 수는 16만 명 미만으로, 전년 대비 35%나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다.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 수도 10만 5천 명 수준으로 26% 줄어든다. 반면 사회 탐구 과목 응시생은 5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다. 많은 대학에서 AI 관련 학과와 대학원을 신설하며 AI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 또한 AI 인재 확보를 국가 주요 과제로 추진하며 우수 대학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AI 분야에서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갖춘 학생 풀(pool)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고급 수학과 과학 지식에 대한 흥미와 학습 의지가 사그라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심지어 이공계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조차 수학과 과학 기초 지식 부족으로 보충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알파고 개발의 주역으로서, AI 시대에도 수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의 발언은 AI 기술 발전이 특정 기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그 근간에는 견고한 기초 과학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AI는 결국 복잡한 수학적 모델과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설계, 모델 최적화 등 AI의 핵심 과정은 고도의 수학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 능력을 요구한다. 또한, AI가 해결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물리, 생물, 화학 등 자연과학 분야의 현실 세계 문제이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학생들이 특정 과목을 기피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능력은 견고한 기초 학력, 특히 STEM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깊은 학습 없이는 배양되기 어렵다. 창의적 사고나 비판적 문제 해결 능력 역시 지식의 토대 위에서 발현된다. 최소한의 전문 지식도 가르치지 않으면서 융복합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AI 시대의 인재는 도구 사용자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기존 지식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학생들이 이러한 깊은 지식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핵심 정리 AI 시대가 요구하는 깊이 있는 역량은 견고한 수학 및 과학 기초 지식 위에서 발현되지만, 현재 교육 현장은 학생들이 심화 학습을 외면하는 모순적 현실에 직면한다.

2. 표준점수라는 그림자: 왜 학생들은 깊은 학습을 외면하는가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그들이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고3 교실에서 담임 교사는 학생들과 진학 상담을 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조차도 자신의 진로와 흥미보다는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과목 조합을 신중하게 탐색한다. 심화된 과학이나 수학 과목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표준점수 불이익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거나 표준점수 변동성이 낮은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을 목격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전략적 선택은 과연 그들에게 진정한 학문적 깊이를 선물하는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수능의 표준점수 제도가 지목된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그 시험을 치른 전체 학생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이다. 시험의 난이도가 과목별로 다를 수 있기에, 이를 보정하고 과목 간 유불리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특정 과목의 시험이 어려웠다면 원점수가 낮더라도 표준점수는 높게 나올 수 있고, 반대로 시험이 쉬웠다면 원점수가 높더라도 표준점수는 낮게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보정 방식은 일견 공정해 보이나, 그 이면에는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존재한다.

문제는 표준점수 산출 방식에 시험 난이도뿐 아니라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 집단의 학력 수준까지 반영된다는 점이다. 만약 특정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 대다수가 최상위권이라면, 그 집단의 평균 원점수가 높아져 개인이 높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표준점수는 오히려 낮게 산출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심화 과목에서 개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성적대가 상대적으로 고르거나 하위권 학생이 많은 과목에서는 낮은 원점수에도 불구하고 높은 표준점수를 얻을 수 있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표준점수의 작동 방식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수능 체제에서 경제, 물리, 화학 등 심화 과목들이 기피 과목이 된 전례가 있다. 이는 해당 과목의 학습 난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여 높은 표준점수를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학습 부담이 큰 만큼 노력 대비 보상이 적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문과와 이과의 교차 지원이 많이 허용된 현재 더욱 심화된다. 이과 성향의 학생들이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사회 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반대로 문과 성향의 학생들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적 흥미나 진로 적성보다는 입시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깊이 있는 학습과 탐구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초 학력을 넘어선 심화 학습이 필요한 AI, 과학기술 분야로 나아갈 인재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교사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의 의미와 장기적인 안목을 어떻게 제시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당장의 점수 경쟁을 넘어,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토의 활동

만약 표준점수 제도가 학생들의 특정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 미친다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전략적 조언과 더불어 어떤 학습의 본질적 가치를 강조해야 할까?

핵심 정리 수능의 표준점수 제도는 과목 선택의 유불리를 발생시켜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심화 학습 기회를 포기하고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3. 규각살우(矯角殺牛): 역행하는 교육정책,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어떤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때, 우리는 그 정책의 근본부터 다시 질문해야 한다.”

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변화를 준비한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모든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공통 과목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등학생이라면 반드시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고급 과학이나 심화 수학 과목들이 수능에서 제외되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러한 변화가 과연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것인가.

지난 정부는 수능 선택 과목 간의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 아래,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선택 과목을 없애는 방안을 발표한다. 그 결과, 고등학교 고학년에서 배우는 과학 II 과목들(물리 II, 화학 II 등), 기하, 미적분 II와 같은 심화 수학 과목들은 수능 출제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대신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통합 과학과 일반 선택 과목인 미적분 I 등만이 시험 과목으로 남는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순히 수능 과목의 축소를 넘어선다.

교육 당국은 이 조치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을 경감하며, 공통 과목 학습을 통해 기초 소양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의 많은 교사들은 이러한 정책이 규각살우(矯角殺牛), 즉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택 과목 간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화 학습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다.

고등학교 교육의 현실을 보면,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은 학생들의 학습 대상에서 사실상 사라지는 경향이 짙다. 학생들이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심화 과목 대신, 상대적으로 쉬운 공통 과목 내용을 반복하며 실수를 줄이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된다. 이는 결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깊이 있는 탐구와 학습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교육 시스템이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방해하는 형국이 된다.

AI 시대는 단순히 지식의 양을 아는 것을 넘어, 지식을 융합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역량은 기초 지식의 견고한 토대 위에서 심화 학습을 통해 배양된다. 그러나 수능에서 심화 과목을 배제하는 정책은 이러한 지식의 토대와 심화의 경로를 단절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피상적인 융복합 교육만으로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AI 시대에 대비하여 수학과 과학 교육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AI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 기반이 되는 기초 학문 역량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반면, 우리 교육부는 물론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나서서 심화 과목을 수능에서 제외하는 역행적 정책을 추진한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다른 정부 부처에서 AI 인재 육성을 외치는 목소리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교육 당국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할지라도,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정책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의 재정립 없이는 AI 강국을 향한 우리의 열망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토의 활동

심화 과목이 수능에서 제외되었을 때, 교사는 학생들이 단순 반복 학습에 매몰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스스로 깊이 있는 탐구와 학습을 이어갈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핵심 정리 수능 심화 과목 제외 정책은 공정성 제고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학습 기회를 박탈하여 AI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육성을 저해하는 역행적 결과를 초래한다.

4. AI 시대 교육, 교사의 역할과 우리의 질문

우리는 지금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AI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러나 우리 교육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 보인다. 학생들은 입시 제도의 유불리를 계산하며 심화 학습의 기회를 외면하고, 교육 정책은 공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깊이 있는 학문의 문턱을 낮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를 넘어,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해야 한다.

AI는 우리에게 도구이자 도전이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AI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정의하며, 인간 고유의 영역을 확장하는 능력은 결국 탄탄한 기초 학력과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에서 비롯된다. 이는 얕은 지식의 나열이 아닌,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얻어지는 역량이다. 복잡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주어진 정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우리 교사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입시 제도의 제약 속에서도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선 장기적인 안목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학습의 방향을 설정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정책의 미흡함이 학생들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교실에서부터 깊이 있는 사고와 탐구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교육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학교 교육이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질문하며 성장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도록 격려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교실 안팎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실세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키우고,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또한, 동료 교사들과 함께 교육 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교육 방안을 꾸준히 논의하고, 궁극적으로는 교육 정책 결정자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도 고민한다.

생각할 질문

현재의 평가 제도가 학생들의 학습 내용과 깊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의 내재적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촉진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강조하면서도, 수능 중심의 교육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도전적인 심화 학습의 가치를 어떻게 설득하고 경험하게 할 수 있는가?

교육 정책이 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AI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혁신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가?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5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