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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자, 일각에서는 그를 선발 대신 조커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이 체감하는 경기 내 영향력은 통계나 눈에 보이는 활약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 글은 손흥민 선수의 가려진 공헌을 조명하며, 축구 전문가와 일반 관중이 경기를 보는 시각의 간극을 줄이고자 한다.

손흥민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체코전 숨은 주역

상대 수비 지치게 하기

체코전 이후 대표팀 김승규 선수는 인사이드 캠 영상에서 손흥민 선수를 경기의 숨은 주역으로 꼽았다. 김승규 선수의 분석에 따르면, 전반전 한국 대표팀이 수비 뒷공간으로 롱볼을 자주 시도할 때마다 손흥민 선수는 격렬한 스프린트를 수행했다. 이 움직임은 상대 센터백들에게도 계속된 스프린트를 강요하며 이들의 체력을 빠르게 소진시켰다.

손흥민 선수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한국의 역전골 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백승호 선수가 뒷공간으로 패스를 돌렸을 때, 상대 젤리니 선수는 황인범 선수를 빠르게 쫓아가지 못했다. 이어서 오현규 선수가 침투할 때도 상대 수비수들의 반응 속도는 현저히 느려 끝까지 따라붙지 못했다. 전반전 손흥민 선수의 끊임없는 침투가 상대의 체력을 미리 빼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이는 과거 첼시의 티모 베르너 선수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베르너는 202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여러 찬스를 놓쳤지만, 그의 빠른 움직임은 맨시티 센터백들을 전반전부터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베르너의 깊은 대각선 침투는 중앙 공간을 벌렸고, 이 틈을 하베르츠 선수가 파고들어 결승골을 넣었다. 당시 투헬 감독은 베르너의 결정력 부족을 알면서도, 그가 상대 수비를 지치게 하고 공간을 창출하는 전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주전 원톱으로 기용했다. 손흥민 선수 역시 체코전에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래비티와 디코이 런

손흥민 선수의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영향력은 그래비티이다. 이는 농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으로, 특정 선수가 상대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당겨 다른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능력을 말한다. 스테판 커리 같은 뛰어난 선수일수록 더 많은 수비수를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한국 대표팀에서 이 그래비티가 가장 강한 선수는 손흥민, 그리고 이강인 선수이다.

한국의 첫 골 상황에서 손흥민 선수의 그래비티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강인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손흥민 선수는 사이 패스를 받으려는 듯 움직여 상대 수비수 4번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이는 손흥민 선수가 그전에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과 감아차기를 시도하며 상대에게 이미 경계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비수가 손흥민을 따라가면서 그 자리에 공간이 생겼고, 황인범 선수는 이 공간을 활용하여 침투 후 멋진 슈팅으로 득점했다. 황인범 선수의 득점은 눈에 잘 보이지만, 그 바탕이 된 손흥민 선수의 그래비티는 그렇지 않다.

그래비티와 유사하게 디코이 런(미끼 움직임)이라는 전술적 개념도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움직여 상대 수비를 유인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플레이이다. 공격수 중에는 본인이 정말 공을 받으려 뛰었으나 동료에게 공간이 생긴 경우를 디코이 런으로 과대 해석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수준 높은 선수들은 볼을 받을 의사가 없어도 동료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주려는 목적으로 움직인다. 메시, 그리즈만과 같은 영리한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손흥민 선수 역시 이 수준의 선수로 분류된다. 그는 의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주려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다.

과거 손흥민 선수가 대표팀에 없을 때, 상대 팀이 이강인 선수만 집중 마크하여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손흥민 선수의 그래비티와 의도적인 디코이 런이 없었다면, 이강인 선수가 체코전에서 그토록 자유롭게 활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두 선수가 함께 뛸 때 서로의 그래비티가 다른 한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며 더 큰 활약을 가능하게 한다.

감독의 전술적 도구 손흥민

손흥민 선수의 존재는 감독에게도 핵심적인 전술 자원이다. 그는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능력과 함께,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 연결하는 능력 모두를 지닌다. 이처럼 종적인 움직임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은 전술 운용에서 핵심 도구가 된다.

체코전에서 가장 중요했던 전술적 과제 중 하나는 체코의 전방 압박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코칭스태프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주요 방식을 고민한다.

전방 압박 대처 방식 세부 내용 손흥민 선수의 역할
짧게 돌리는 플레이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상대 공격수들을 지치게 만든다. 상대 미드필더들이 우리 미드필더들을 타이트하게 막을 때, 원톱이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 전개하며 역습의 기회를 만든다. 손흥민은 이 플레이의 퀄리티가 높다.
뒷공간에 롱볼 투입 뒷공간으로 롱볼을 반복적으로 투입하여 상대 수비 라인을 내리게 만든다. 빠른 스피드로 뒷공간 침투에 매우 효과적이다. 체코전 최고 시속 35.2km/h를 기록했다.

어떤 대처 방식을 택하든 손흥민 선수는 필수적인 존재이다. 그는 여전히 팀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뒷공간을 침투할 수 있으며, 내려와서 볼을 받아 지켜주고, 연계하며 볼 운반까지 가능한 선수이다. 이러한 플레이의 질적인 측면에서 오현규 선수보다 손흥민 선수가 앞선다고 판단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 또한 이런 이유로 손흥민 선수를 선발로 기용했을 것이다. 오현규 선수는 박스 안에서 맹수처럼 침투하여 마무리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이처럼 상대를 지치게 하고, 강력한 그래비티를 지니며, 전술적으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손흥민 선수를 벤치에 두는 것은 아쉬운 결정이다. 손흥민과 오현규 두 선수 중 한 명만 선발로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현규 선수를 원톱으로, 손흥민 선수를 왼쪽 윙어로 기용하거나 투톱 전술을 쓰는 등 다양한 상황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올리비에 지루의 사례

2018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 선수 사례는 손흥민 선수의 역할과 유사하다. 지루 선수는 당시 대부분의 경기를 원톱으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은 물론 유효 슈팅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축구 전문가들은 다르게 평가했다. 그들은 지루 선수가 타겟맨으로서 공중볼 경합에 적극 참여하고,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센터백을 자신에게 끌어당겨 음바페그리즈만 선수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데샹 감독 역시 공격수에게 득점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루 선수와 손흥민 선수의 공통점 중 하나는 수비 가담 능력이다. 지루 선수의 헌신적인 수비는 음바페 선수가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손흥민 선수 또한 팀의 최고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심히 수비에 가담하는 선수이다. 김승규 선수가 손흥민을 숨은 주역으로 꼽고 고마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차범근 선수처럼 팀의 최고 스타가 솔선수범하여 수비에 가담하는 주장의 역할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영상 제작자는 오현규 선수를 향한 애정을 전제로, 두 선수가 함께 뛰며 시너지를 내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결과로 본다. 다가오는 멕시코전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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