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분 소요

hits

교육 현장에 생성형 AI가 들어서면서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함께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마주한다. 특히 학생들의 ‘자율 학습’ 능력을 어떻게 키울지, 그리고 기술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깊어진다. 오늘 우리가 함께 들여다볼 논문은 바로 이 질문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 한 연구 사례이다.

AI가 자율 학습의 씨앗을 뿌리다

생성형 AI는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학습자 주도성을 높이는 잠재력이 크다. 논문은 생성형 AI가 텍스트, 이미지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제시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환경을 혁신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생성적 학습 이론(Generative Learning Theory)에 입각하여 학습자가 정보를 능동적으로 생성, 조직, 통합하는 데 AI가 기여한다고 분석한다. AI의 일반화 능력, 창의성, 전이성 덕분에 인지적 구성, 개념적 재구성, 발견 학습, 탐색 학습, 성찰 학습, 그리고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가 생성적 학습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그림 1. 생성형 AI가 생성적 학습을 촉진하는 메커니즘

이러한 주장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씨앗’만 뿌린다고 싹이 트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우리는 안다. 기술이 아무리 좋은 잠재력을 지녔다 해도, 그것이 학습자의 내면에 어떤 작용을 일으켜 실제 학습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핵심 동력은 ‘기술 수용’과 ‘교사 지원’이다

그렇다면 AI가 뿌린 자율 학습의 씨앗을 키우는 진짜 동력은 무엇인가? 이 연구는 설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 수용도교사 지원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한다.

연구는 중국 학부생 3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구조방정식 모델링(SEM)으로 분석한 결과, 다음 사실을 밝혀냈다.

표 1. 자율 학습 능력에 대한 주요 요인의 직접적 영향 (SEM 결과 요약)

영향 관계 경로 계수(β) p 값
기술 수용도 → 자율 학습 능력 0.583 <0.001
교사 지원 → 학습 전략 0.594 <0.001
교사 지원 → 학습 동기 0.360 <0.001
학습 동기 → 자율 학습 능력 0.329 <0.001
학습 전략 → 기술 수용도 0.460 <0.001
학습 전략 → 자기 효능감 0.585 <0.001
자기 효능감 → 학습 전략 0.525 <0.001

이 결과는 우리가 AI를 교육에 도입할 때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제시한다. 학생의 기술 수용도가 자율 학습 능력에 가장 강력한 직접적 영향 (β=0.583)을 미친다는 점은 아무리 좋은 AI 도구도 교사와 학생이 제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임을 의미한다. 기술 수용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AI의 유용성을 체감하고, 한계까지 이해하는 비판적 활용 능력까지 포괄한다.

동시에 교사 지원이 학생의 학습 전략(β=0.594)학습 동기(β=0.360)에 매우 큰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AI 시대 교사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네비게이터’로 명확히 전환됨을 보여준다. 교사가 AI 활용법을 안내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때, 학생은 비로소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세우고 동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AI의 기술적 잠재력만큼이나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인간적으로 중재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반직관적 전환을 보여준다.

자율 학습으로 가는 복잡한 경로 — 자기 효능감과 학습 동기의 역할

논문은 자율 학습 능력이 여러 요인 간의 복잡한 매개 효과를 통해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즉, 단순한 인과 관계가 아니라, 한 요인이 다른 요인을 거쳐 궁극적으로 자율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표 2. 자율 학습 능력에 대한 간접적 매개 효과 (SEM 결과 요약)

간접 경로 간접 효과 계수(b) 95% 신뢰 구간
학습 전략 → 기술 수용도 → 자율 학습 능력 0.175 [0.120, 0.234]
학습 전략 → 자기 효능감 → 학습 동기 0.025 [0.005, 0.048]
자기 효능감 → 학습 동기 → 자율 학습 능력 0.188 [0.123, 0.262]

이 분석 결과는 자율 학습으로 가는 길이 점진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습 전략은 기술 수용도를 거쳐 자율 학습으로 이어지고, 자기 효능감은 학습 동기를 거쳐 자율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 본질적으로 학습자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느껴야 학습 동기가 발동하고, 이 동기가 새로운 학습법을 시도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섬세한 개입은 학습 전략의 방향을 잡아주고 동기 유발의 불쏘시개가 된다.

구조적으로 보면, 자기 효능감과 동기는 학습이라는 행위의 ‘내적 엔진’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를 손에 쥐여줘도, 엔진이 작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이 연구가 말하는 건 바로 이 ‘내적 엔진’을 점화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며, AI는 그 연료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현장 적용의 날카로운 현실과 넘어야 할 산

이 연구는 생성형 AI 기반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의 자율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인들을 탐색했다. 논문은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 교사 역할 변화, 생성적 학습 전략 구축, 학습 경험 향상 등 4가지 실질적 방안을 제안한다. 특히 AI의 환각 효과 등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며,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는 중국 학부생 306명의 설문 기반 주관적 인식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학생이 ‘AI가 유용하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해서, 실제 학습 성과가 향상되거나 자율 학습 행동이 의미 있게 변화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주관적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해서, 실제 학습 현장에서 AI 활용이 초래하는 학습 격차나 부작용까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AI 기능을 아는 것을 넘어 AI가 언제, 어떻게, 왜 틀리는지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비판적 AI 리터러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현재의 교사 인력 구조, 수업 시수, 평가 시스템 내에서 AI 활용을 독려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다. 교사에게 새로운 기술 도입과 역할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지원과 보상이 없다면, 이는 ‘이상적인 청사진’과 ‘현실의 설계도’ 간의 간극만 넓히는 셈이다. 이 연구는 현장의 구체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더 면밀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현장을 위한 한 걸음

AI 시대, 우리는 학생들의 자율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AI의 잠재력을 환영한다. 하지만 그 효과가 저절로 나타나리라는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기술 수용과 교사 지원이라는 두 축이 견고하게 맞물려야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따라서 학교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학습법 탐색 위원회’를 구성하고, 매 학기 3회 이상 동료 교사 간 AI 활용 수업 사례를 공유하는 소규모 세미나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사례와 시행착오를 가감 없이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매번 사례 공유 후, 각자의 수업에서 시도해볼 1가지 구체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음 세미나 때 그 결과를 짧게 발표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 작은 실천이 교사들의 학습 전략과 기술 수용도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출처

  • Wu, D., Zhang, S., Ma, Z., Yue, X.-G., & Dong, R. K. (2024). Unlocking Potential: Key Factors Shaping Undergraduate Self-Directed Learning in AI-Enhanced Educational Environments. Systems, 12(9), 332. https://doi.org/10.3390/systems1209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