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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인공지능(AI)은 이미 ‘새로운 정상’이다. 이제는 AI를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무작정 쓰라고만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리는 AI가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지, 아니면 그들의 사고를 대신하는지, 그 첨예한 경계에 서 있다.

이 연구는 바로 그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찾는다.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AI가 학습자의 인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홍콩의 중고등학생 145명의 목소리를 통해 AI를 ‘동적인 인지 파트너(Dynamic Cognitive Partner)’로 개념화한 이 연구는, AI 활용의 효과가 기술 자체보다 학습자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단언한다.

AI, 학습자의 사고를 어떻게 재편하는가

AI가 교육 현장에 스며들며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할 때, 그 기술은 생각하는 과정을 ‘지원’하는가, 아니면 아예 ‘대신’하는가. 기존 연구는 AI 시스템의 기능이나 기회, 도전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AI를 사용하는 학습자 자신은 AI의 역할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그들이 AI를 자기 생각 과정 속에 어떻게 위치시키는지는 불분명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간극을 메운다. 홍콩의 중고등학생 145명(14~17세)이 AI 사용 경험을 글로 작성한 내용을 질적 분석한 결과, AI가 학습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이 변하는 ‘동적인 인지 파트너’라는 유형론을 제시한다. 이는 AI가 고정된 교육 도구가 아니라, 인지적 매개 형태를 계속 바꾼다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연구는 학습자가 AI와 상호작용하는 아홉 가지 인지 기능을 식별한다. 개념적 비계 설정, 피드백, 아이디어 생성, 조직화, 적응, 모니터링, 작업 부하 조절이 포함된다. 결정적으로, 학생들은 이러한 기능 전반에서 AI가 인지를 ‘확장’하는 사용 방식과 인지적 노력을 ‘대체’하는 사용 방식을 명확히 구분했다. 이는 AI를 활용한 학습의 핵심 경계를 드러낸다. 동일한 상호작용이라도 학습자가 AI를 학습 과정에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의미 구성에 도움이 되거나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는 ‘오프로딩’이 된다.

AI를 동적 인지 파트너로 개념화한 프레임워크
AI를 동적 인지 파트너로 개념화한 프레임워크: 학습자의 인지 활동에서 AI가 9가지 인지 기능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거나 대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단에는 인지 확장(Cognitive Extension)과 인지 대체(Cognitive Substitution)의 구체적인 예시가 제시된다.
AI, 학습자의 사고를 확장하는가, 대체하는가?

AI의 아홉 가지 얼굴, 지원인가 대리인가

학생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AI는 단일한 교육 도구가 아니다. 학습 상황에 따라 역할이 변하는 동적인 인지 파트너이다. 이 연구는 AI가 개념적 비계 설정, 피드백 및 오류 감지, 아이디어 자극, 인지적 조직화, 적응형 튜터링 지원, 메타인지 모니터링 지원, 과제 및 인지 부하 조절, 학습 연속성 지원, 설명 재구성이라는 아홉 가지 상호 연결된 차원에서 인지 과정에 기여한다고 밝힌다. 모든 차원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패턴은 학생들이 AI를 ‘인지 확장(Cognitive Extension)’으로 사용하는 방식과 ‘인지 대체(Cognitive Substitution)’로 사용하는 방식을 구분했다는 점이다. 이 경계는 추상적이지 않고, AI가 언제 이해를 돕고 언제 학습자의 개입을 줄이는지에 대한 그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다.

다음 표는 9가지 차원과 각 기능이 인지 확장과 인지 대체 측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AI 인지 기능 (9가지 차원) 인지 확장 (사고 지원) 인지 대체 (사고 대체) 필자의 판단 (현장 적용)
1. 개념적 비계 설정 복잡한 개념을 단계별로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생각 없이 바로 답을 받아쓴다. AI의 설명으로 ‘왜’를 묻는 능력을 키운다.
2. 피드백 및 오류 감지 오류를 파악하고 수정하여 스스로 발전하는 데 활용한다. AI의 평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학습자가 개입하지 않는다. AI 피드백 후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지’ 말하게 한다.
3. 아이디어 자극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 또는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한다. AI가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생성하도록 맡긴다. AI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을 추가한다.
4. 인지적 조직화 정보를 구조화하고 핵심 아이디어를 파악하는 데 쓴다. AI가 정보를 과도하게 압축하고 학습자의 깊은 관여를 줄인다. 요약 후 ‘자신만의 언어’로 핵심을 다시 정리하게 한다.
5. 적응형 튜터링 지원 개별 수준에 맞춰진 설명을 통해 학습 진행을 돕는다. 교사의 역할을 AI가 완전히 대체하게 만든다. AI 맞춤 학습 후 ‘인간 교사와의 대화’로 심층 질문을 유도한다.
6. 메타인지 모니터링 지원 학습 진행 상황, 강점/약점을 파악하여 자기 성찰을 돕는다. AI가 자신의 이해를 ‘안다고 가정’하게 만든다. AI 분석 결과의 ‘원인과 해결책’을 스스로 찾도록 한다.
7. 과제 및 인지 부하 조절 과제를 계획하고 정리하며 압박감을 줄이는 데 쓴다. 노력을 회피하고 AI가 과제를 대신 완료한다. AI가 제공한 일정에 ‘자신만의 규칙’을 추가하게 한다.
8. 학습 연속성 지원 교사 부재 시 학습을 지속하고 접근성을 확장한다. AI에 의존하여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줄인다. AI 활용 후 동료나 교사에게 ‘질문을 공유’하게 한다.
9. 설명 재구성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을 접하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지나친 단순화로 얕은 이해에 머무르게 한다. AI 설명 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활동을 추가한다.

필자의 판단: 이 표는 단순히 AI의 기능을 나열하지 않는다. 각 기능이 학습자의 인지 주도성을 어떻게 강화하거나 약화할 수 있는지 날카롭게 짚는다. 현장 교사라면 이 표를 보며 “우리 반 학생들은 지금 AI를 어느 쪽에 가깝게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AI의 피드백을 학생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스스로 재평가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지 관찰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AI가 주는 ‘편리함’이 ‘사고의 게으름’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나?

이 연구는 AI의 교육적 역할을 단순한 ‘도구’에서 ‘학습자 중심의 인지 기능’으로 재개념화한다. 기존 연구들이 성과, 시스템 분류, 윤리 문제에 집중했다면, 이 논문은 AI가 실시간 대화와 반복적인 프롬프트, 빠른 정보 재구성으로 학습자의 ‘사고 활동의 핵심’에 직접 참여하고 있음을 밝힌다.

이것은 ‘과도한 의존’을 단순히 윤리적 또는 정책적 문제가 아닌, 심리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현상으로 재해석한다. 인지적 노동의 분업에서 ‘인식론적 주체성(epistemic agency)’이 AI로 넘어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AI가 비계 역할을 하며 인지적 확장을 돕는 동시에, 의미 구성, 메타인지적 나태함, 인지 오프로딩을 통해 학습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특히, ‘학습자의 AI에 대한 위치화(learner positioning toward AI)’라는 개념은 교육 현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AI 리터러시, 도움 요청 행동, 신뢰도 교정 등 기존에 개별적으로 다루던 개념들을 ‘학습자가 AI를 자신의 인지 보조자로 둘 것인가, 아니면 인지 대체자로 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통합한다.

본질적으로, 이 연구는 AI의 교육적 가치가 기술 자체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자신의 활동 속에서 AI를 ‘비계’로 위치시킬지, 아니면 사고를 건너뛰는 ‘지름길’로 위치시킬지에 달려 있음을 단언한다.

AI, 학습자의 사고를 확장하는가, 대체하는가?

날카로운 시선 — 연구의 한계와 현장의 현실

이 연구의 귀중한 통찰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는 명확하다. 첫째, 학생들의 ‘자기 보고식’ 응답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실제 AI를 사용하는 행동이나 심층적인 인지 과정보다는, 이상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사용 방식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이 AI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후에 작성한 응답이라는 점도, ‘학습된’ 인식을 반영했을 수 있다.

둘째, 홍콩의 중고등학생 145명이라는 특정 맥락과 제한된 표본은 연구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낮춘다. 한국의 교육 환경, 특히 다양한 연령대와 학습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 시스템이 워낙 빠르게 진화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의 대화형 생성형 AI의 특징을 포착했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상호작용 형태는 계속 변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연구는 “AI 사용의 질”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AI 사용의 양”에 대한 규제와 우려가 압도적이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고군분투한다. 일부 학생들은 AI를 ‘만능 해결사’로, 일부 교사들은 ‘부정행위의 도구’로 여긴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단순히 AI 사용을 제한하거나 권장하는 것을 넘어, AI가 학습자의 인지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교사의 깊이 있는 이해와 실제적인 적용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가 AI와 학생 사이의 인지적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AI는 지식 전달의 새로운 매체가 아니라, 사고를 외주화하는 검은 상자로 전락한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학생의 학습 주도성을 약화시킨다. 학습의 주체가 인간임을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을 향한 한 걸음

이 연구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학습자의 인지 활동의 핵심에 자리한 동적인 파트너로 재정의한다. 학습자들이 스스로 인지 확장과 인지 대체 사이의 경계를 인식한다는 점은, 교육 현장에서 AI 활용 전략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우리는 이제 AI 사용을 ‘제한’하는 단계를 넘어 ‘조절’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교사가 학생들에게 “AI가 생성한 내용을 보며 무엇을 고민했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AI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네 생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고 묻는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대화의 조각들이 모여, AI가 학습자의 사고를 확장하는 진정한 비계가 되는 교실 문화를 만든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동학년 회의에서 AI가 학생 학습에 미친 긍정적, 부정적 사례를 공유하고, 5분이라도 함께 의심 사례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


출처

  • Chan, C. K. Y. (n.d.). When does AI support thinking, and when does it replace it? Learners’ conceptualisations of AI as a dynamic cognitive partner: A typology. Pre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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