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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교실 풍경을 급격히 바꾸는 시대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공지능(AI) 앞에서 우리는 늘 두 가지 질문과 씨름한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리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최근 에듀테크 학술대회에서 그 질문의 해답을 현장의 목소리에서 찾았다.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환상에 빠지지 않고, 실질적 가치를 설계하는 우리의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AI 교육, 교사의 도구인가 대안인가: 현실을 직시할 때

AI는 보조 평가자다: 단순 반복의 해방인가

서울대학교 이민구 교수는 영어 회화 수업에서 AI가 학습자의 발화를 자동 분석·평가하는 시스템을 소개한다. 기존의 영어 회화 교육은 교사마다 피드백의 편차가 크고 즉각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AI는 이 지점에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 음성 인식(STT)과 생성형 AI를 결합하여 학습자의 발화 복잡성, 정확성, 유창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실제 서울대 수업에서 34명을 대상으로 3주간 진행된 테스트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교사 평가와 AI 시스템 평가 간의 일치도가 약 96%에 달했다는 사실은 AI가 충분히 ‘보조 평가자’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있음을 단언한다. AI는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것을 넘어, 특정 문장의 오류 표현을 짚어주고 다음 학습에 활용할 표현과 문장 패턴까지 추천한다. 학생이 잘못 발화한 부분을 강조하여 다시 들려주는 기능은 학습자가 자신의 오류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돕는다.

필자의 판단: AI의 강점은 패턴 인식과 즉각적인 반응에 있다. 특히 언어 학습처럼 명확한 규칙과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영역에서 AI는 교사의 단순 반복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교사에게는 학생의 심층적 이해와 개별 코칭에 집중할 시간을 선물하는 셈이다. 그러나 96%의 일치도는 객관적 지표에 한정된 수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의 미묘한 감정선, 비언어적 맥락, 혹은 창의적이고 비정형적인 발화에 대한 ‘인간 교사’의 미학적, 맥락적 판단은 AI가 아직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진정한 교사의 역할은 이 4%의 차이에 담겨있다.

교사-AI 공동 설계: 전문성의 새로운 지평

테크빌교육 이혜란 수석은 에듀테크가 교사의 행정 업무 경감 단계를 넘어, 수업 설계와 학생 지원이라는 교사의 본연 업무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생성형 AI 기반 교육 서비스는 이제 단순 결과물 자동 생성에서 벗어나, 교사의 수정과 재구성을 전제로 한 ‘공동 설계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해외 에듀테크 기업들 역시 교사가 AI가 생성한 수업안을 수정하고 과제를 재설계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딸깍 몇 번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수업 설계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수업 설계는 학생 상황과 교사의 교육 철학이 반영되는 전문적 영역입니다.” 이혜란 수석의 이 단언은 AI의 역할이 ‘대신함’이 아닌 ‘지원함’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또한, 범용 생성형 AI로는 학교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과정, 행정, 보안 체계를 반영한 ‘공교육 특화형 AI’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결국 좋은 에듀테크는 교사를 단순히 편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교사가 수업의 본질에 더 깊이 집중하게 만드는 기술이어야 한다. ‘티처 인 더 루프(Teacher in the Loop)’ 구조는 AI 시대에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원칙이다.

필자의 판단: AI를 활용한 수업 공동 설계는 교사의 전문성을 확장하는 강력한 기회다. AI가 초안을 제시하면 교사는 학생의 특성, 학습 목표,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반영하여 이를 ‘요리’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교사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단순히 AI가 주는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며, 때로는 AI의 한계를 인지하고 보완할 줄 아는 ‘AI 리터러시’와 ‘교수 설계 역량’이 필수적이다. AI의 도움을 받아 더 깊이 있는 수업 설계를 할 수 있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간의 격차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의 함정: 속도와 주권의 딜레마

비상교육 글로벌 컴퍼니 노중일 대표는 국내 AI 교육 정책과 규제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정책적 구호는 요란하지만, 현장은 금세 조용해지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과거 지식이 두 배가 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면, 지금은 1~2년 만에도 지식이 급변한다. 하지만 교과서는 여전히 5~7년 주기로 바뀌고, 공공 주도의 AI 교육 정책은 계획 수립과 플랫폼 구축에 수년이 걸리는 동안 기술은 이미 바뀌어 버린다.

노 대표는 학교 현장의 해외 플랫폼 의존도 증가에도 우려를 표한다. 교사들이 구글 클래스룸 같은 해외 플랫폼을 많이 쓰는 현실은 학습 데이터가 모두 해외로 유출되어 교육 주권과 AI 주권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존 AI 디지털교과서(AIDT) 정책은 콘텐츠 중심의 기능 부착 방식이라 교과서가 바뀔 때마다 다시 만들어야 하는 비효율적 구조였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모듈을 바꾸는 방향이었어야 한다는 단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스토니아 사례처럼, 정부는 표준과 원칙만 제시하고 학교와 기업이 다양한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구조가 혁신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필자의 판단: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언제나 ‘통제와 통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 시대에는 이러한 중앙 통제 방식이 치명적인 속도 저하를 야기한다.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국가적 데이터 주권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AIDT 정책의 실패는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시장 생태계에 대한 오판이 낳은 결과로 해석한다. 정부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아니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표준을 제시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다.

에듀테크 생태계를 위한 다음 질문

학술대회에서는 에듀테크 산업의 법적·제도적 기반 정비, 기존 ‘이러닝산업발전법’을 ‘에듀테크산업발전법’으로 전면 개정하는 방안, 그리고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에듀테크 산업 진흥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영국의 BETT처럼 정부 기관뿐 아니라 K-에듀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더욱 키울 박람회 진행도 제안한다.

구분 기존 시스템 (전통) AI 지원 시스템 (이민구 교수 사례)
피드백 방식 교사 주관적, 편차 큼, 지연될 수 있음 AI 객관적, 실시간 피드백, 일관성 높음
평가 초점 전반적 인상, 주관적 기준 발화 복잡성·정확성·유창성, 특정 오류 지적
교사의 역할 전반적 평가 및 피드백 주도 심층 코칭 및 학습 설계 집중, AI 평가 검토/보완
학습자 효과 교사 의존적, 즉각적 개선 어려움 자기주도 학습 증진, 오류 직관적 인지, 맞춤형 추천

필자의 판단: 에듀테크 산업 진흥원 설립이나 법 개정 같은 제도적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가 이미 목격한 바 있다. 본질적으로, 기술과 교육의 접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전문적 학습 공동체(PLC)’ 문화 형성이다. 새로운 기술을 함께 탐색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유하며, AI를 교실에 통합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에듀테크의 성패는 정책이나 기술 자체보다, 교사들의 집단 지성과 지속적인 학습 능력에 달려 있다.

다음 질문

우리는 이제 AI가 교사의 조력자이자 학습 동반자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이 변화가 진정으로 교육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우리는 어떤 리더십과 학습 문화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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