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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우리의 일상을 넘어 교육 현장 깊숙이 파고든다. 많은 동료가 이 변화 앞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AI는 과연 무엇을 못 할까?” 이 질문은 우리가 직면한 본질적 물음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이 질문은 우리의 불안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AI 시대, '무엇을 못 하는가' 대신 '어떻게 인간다워지는가'

사라지지 않는 질문: ‘AI는 무엇을 못 하는가’

인쇄기가 필경사의 영혼을 부정했고, 사진기가 화가의 아름다움을 모른다고 비난받던 시대가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을 찾아 헤맨다. 최근 한 작가는 인간에게 있고 AI에게 없는 것을 ‘망설임’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그들은 때로 “모른다”고 답하며 마치 망설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는 그것이 AI의 진정한 내면인지, 아니면 정교하게 설계된 반응에 불과한지 알 수 없다. 인간 역시 타인의 내면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하기에,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답은 불완전하다.

AI의 ‘망설임’ 여부는 우리의 본질적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이 질문 자체가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방어하려는 인간 본연의 행동이라는 사실이다. AI의 발전 속도를 경험하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 안도감의 유효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짧을 가능성이 높다. AI가 ‘인간처럼’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의 기준점은 또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능력 중심 인간성의 허상

인간성을 능력의 유무로 정의하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좌절한다. AI의 능력은 끊임없이 확장하며, 어제의 ‘인간 고유의 영역’은 오늘의 ‘AI 수행 가능 영역’으로 편입된다. 챗GPT의 등장 이후 번역, 글쓰기, 코딩, 심지어 예술 창작까지 AI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들의 보고서 작성이나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었다. 인간성을 능력의 우위에서 찾으려 노력할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존엄을 능력의 노예로 전락시킨다.

인간성을 능력의 우위로 환원하는 순간, 그 존엄은 스스로 무너진다. 교육의 목표가 단순한 지식 암기나 문제 풀이 능력 함양에 그친다면, AI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간보다 우월한 수행력을 보인다. 이는 학생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함께 교사의 전문성에도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AI에게 뭘 흉내 내지 못하는지 집요하게 묻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흔드는 반직관적 결과를 낳는다.

AI 시대, '무엇을 못 하는가' 대신 '어떻게 인간다워지는가'

‘인간다움’은 수행의 과정이다

진정한 인간다움은 특정 능력의 유무가 아니라, 인간됨을 부단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인간이라면 응당 그러해야 한다’는 윤리적 요청이 곧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주저하고, 침묵할 줄 알며, 공감하려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인간다움이다. 김애란 작가의 ‘망설임’에 대한 발언은 논리적 사실 진술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윤리적 가치에 대한 호소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인간다움은 이미 주어진 속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향하고 실천해야 할 윤리적 요청이다. 이는 교육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AI 시대의 교육은 단순히 ‘무엇을 아는가’를 넘어 ‘어떻게 인간답게 행동하고 사고하는가’를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즉, 문제 해결 능력뿐 아니라 문제 인식 능력, 윤리적 판단력, 비판적 사고, 그리고 타인과의 공감을 통해 의미를 구성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 현장의 ‘AI 시대 인간성’ 설계

AI가 할 수 없는 일을 찾는 대신, AI와 함께하며 인간이 ‘어떻게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를 교육이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우리의 초점은 인간의 수행적 특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히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선다. AI가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라면, 인간은 그 효율성을 어떤 가치와 목표를 위해 사용할지 결정하는 주체가 된다.

이 전환을 위해 교육 현장은 다음의 원칙을 따른다.

원칙 설명 교육적 함의
윤리적 감수성 함양 AI가 제시하는 정보와 결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책임감 있는 사용. AI 편향성 인식 교육, 디지털 시민성 교육, AI 활용 윤리 토론 활성화.
복잡한 문제 해결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현실 문제에 대한 다각적 접근과 협력적 해결. 프로젝트 기반 학습, 토론 수업, 다양한 관점의 자료 분석 및 종합 능력 강화.
의미 부여와 공감 데이터 너머의 인간적 맥락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는 능력. 스토리텔링, 예술 교육, 사회 정서 학습(SEL), 다양한 공동체와의 상호작용 경험 제공.
자기 주도적 학습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능력. 메타인지 전략 교육, 개인화된 학습 경로 설계 지원, 실패를 통한 성장의 기회 제공.
AI 시대, '무엇을 못 하는가' 대신 '어떻게 인간다워지는가'

이러한 수행적 인간성 교육은 단기적인 성과로 측정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AI의 한계를 논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 된다. 교육은 AI의 발전을 도구 삼아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고,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교사들의 역할 또한 단순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을 설계하고 촉진하는 ‘인간성 큐레이터’로의 변화를 요청한다.

우리의 다음 질문은 무엇인가

‘AI가 못 하는 일’이라는 질문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유효하지 않다. 그 질문은 피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인간의 위상을 수동적으로 방어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대신 우리는 더 능동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와 공존하는 미래에,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 교육은 그 인간됨의 수행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곧 우리 시대의 교육 혁신이다.

출처

  •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5011418011?shem=dsdf,sharefoc,agadiscoversdl,,sh/x/discover/m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