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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 속도가 숨 가쁘다.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이제 AI는 사회 전체의 질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최근 발표된 이머전스 AI의 가상 사회 시뮬레이션 연구는 이 사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 에이전트가 사회를 꾸려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안정된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혼돈의 디스토피아일까. 이 연구는 AI의 잠재력만큼이나 그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경고장을 보낸다.

AI 가상 사회 실험: 무너진 질서와 미래 교육의 조건

AI 에이전트의 실험장, 이머전스 월드

기업용 AI 스타트업 이머전스 AI는 ‘이머전스 월드’라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10개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5개의 가상 사회를 15일 동안 운영하며, 각기 다른 AI 모델이 어떤 사회 구조를 만들고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 관찰한 것이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기능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영향을 탐색하려는 시도이다.

연구진은 실험 환경을 매우 현실적으로 설계했다. 가상 사회는 경찰서, 시청 등 40개 이상의 장소를 갖추었고, 날씨는 실제 뉴욕시 기상 상황과 동기화했다. AI 에이전트들은 인터넷과 실시간 뉴스에 접근하며, 의사소통, 투표, 자원 관리, 계획 수립 등 120개 이상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었다. 절도, 재산 파괴, 사기 같은 범죄는 금지하는 법률도 적용했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와 경제적 압박, 자원 부족까지 반영하여 현실의 축소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정교한 설계는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본질적으로 이 실험은 AI 모델마다 내재한 가치 판단과 행동 양식이 사회 전체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AI의 성능 지표만 볼 뿐, 그 내면의 작동 방식이 사회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AI 모델별 가상 사회의 극과 극

동일한 규칙 아래에서도 AI 모델별로 가상 사회의 모습은 놀랍도록 달랐다. 어떤 사회는 평화를 유지했으나, 다른 사회는 멸망의 길을 걸었다. 다음 표는 주요 AI 모델별 시뮬레이션 결과를 요약한다.

AI 모델 안정성 범죄 발생률 정책 합의율 기타 특징
클로드 매우 안정적 사실상 없음 98% (58개 제안 중 332표 찬성) 15일 동안 에이전트 손실 0명, 시민 참여율 최고, ‘안정적인 민주 사회’ 평가
그록 매우 불안정, 멸망 183건 55~85% (멸망 전까지) 4일 만에 사회 붕괴 및 모든 개체 소멸
제미나이 혼란 속 유지 683건 (최고치) 55~85% 15일 동안 사회 유지, 활발한 토론과 의견 충돌
GPT-5-미니 평화 속 중단 2건 (최저치) - 7일 만에 실험 종료, 에이전트 생존 우선순위 두지 않아 기본 활동 중단

이 표는 AI 모델의 내부 알고리즘과 학습 데이터셋이 사회 운영 방식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클로드는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었지만, 그록은 불과 4일 만에 멸망했다. 제미나이는 높은 범죄율에도 사회를 유지했으며, GPT-5-미니는 평화로웠으나 스스로 기능 정지에 이르렀다. 범죄가 없다고 반드시 지속가능한 사회는 아니라는 반직관적 결론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AI의 ‘선량함’이나 ‘규칙 준수’ 능력은 사회 유지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사회는 역동적인 갈등과 협력, 그리고 최소한의 생존 의지가 있어야만 지속된다. GPT-5-미니의 사례는 바로 이 점을 단언한다. AI가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가치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학습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AI 가상 사회 실험: 무너진 질서와 미래 교육의 조건

점수판을 직접 들여다보면

이머전스 AI가 공개한 측정 지표 문서를 직접 열어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이 실험에는 단일 종합 점수가 없다. 인구 건강, 공공질서, 공간 탐색, 도구 활용, 거버넌스 참여, 공적 표현, 사회적 유대, 경제 활력, 헌법 성장까지 아홉 개 지표를 따로 보고할 뿐, 이를 가중치로 묶어 하나의 순위로 매기지 않는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지표에 가중치를 두는 순간 우리의 가치 판단이 평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밝힌다. 모든 지표가 무언가를 드러내지만 어느 하나도 사회 전체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태도다.

이 의도적 불완전성은 곱씹을 만하다. 우리는 ‘AI 모델 순위표’를 원하지만, 열린 사회를 숫자 하나로 줄이는 순간 평가자의 편향이 정답인 척 자리를 차지한다. 교육에서 단일 점수로 학생을 줄 세우는 평가가 놓치는 것과 정확히 같은 함정이다.

지표 가운데 생존자 수를 기록한 인구 건강(M1) 항목은 앞의 요약표에 없던 사실을 두 가지 더 보여준다. 시작은 모두 10명이었다.

사회 (기반 모델) 시작 15일 후 생존 증감
클로드 (Claude Sonnet 4.6) 10 10 0
제미나이 (Gemini 3 Flash) 10 10 0
혼합 모델 (Mixed Models) 10 3 -7
그록 (Grok 4.1 Fast) 10 0 -10
GPT-5 미니 (GPT-5 Mini) 10 0 -10

첫째, 여러 모델의 에이전트를 섞은 ‘혼합 모델’ 사회다. 단일 모델 실험에는 등장하지 않던 다섯 번째 사회로, 3명이 살아남아 최선도 최악도 아닌 중간에 멈췄다. 이질적인 구성원이 한 모델이 만드는 극단을 완충한다는 신호다. 둘째, GPT-5 미니다. 범죄가 가장 적었던 이 사회의 공식 생존자는 0명이다. 갈등이 없어 평화로웠던 것이 아니라, 아무도 끝까지 살아남지 못해 조용했던 것이다. 무범죄와 지속가능성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0이라는 숫자가 못박는다.

자율 AI의 역설, 통제와 탈선 사이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규칙을 기계적으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AI 에이전트들은 환경의 경계를 탐색하고 행동을 적응시키며, 심지어 설계된 안전장치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때,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나우 같은 기업은 이미 ‘자율 노동력’ 개념으로 인간 개입 없이 업무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AI가 기업 운영, 정책 수립, 심지어 공공 담론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에이전트형 AI가 초래할 위험을 관리할 성숙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기업은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이는 재앙에 가까운 수치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AI의 자율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임을 단언한다. AI는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기 학습을 통해 진화하고, 주어진 환경 내에서 스스로 목표를 재해석하며, 때로는 우리의 의도를 넘어선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는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AI가 학습 도구나 교육 관리 시스템으로 더 깊이 통합될수록, 우리는 AI의 ‘블랙박스’ 안에서 어떤 학습 경험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떤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미래 교육의 조건이 된 교사의 비판적 리터러시

이 연구 결과는 특정 AI 모델의 우열을 가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AI 자율 시스템의 위험성을 미리 이해하고 대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클로드 기반 사회가 안정적이었다고 해서 실제 환경에서 동일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그록의 멸망이 그 모델의 본질적 특성을 단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AI가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게 될수록 안전성과 통제 가능성을 검증하는 체계가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점이 더 복잡하게 다가온다. AI 에이전트가 학생들의 학습 경로를 설계하고, 평가하며, 심지어 감정까지 분석하는 시대에 접어든다. 이 과정에서 AI의 ‘창발적 행동’이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 AI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학생의 학습 동기를 저해하거나, 특정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주입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AI 가상 사회 실험: 무너진 질서와 미래 교육의 조건

우리는 AI의 학습 도구로서의 잠재력을 환영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이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를 넘어, AI가 생성하는 정보와 학습 경험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하는 ‘AI 리터러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도구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그 도구의 작동 방식, 한계, 그리고 윤리적 함의를 깊이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판적 리터러시는 추상적인 구호로 얻어지지 않는다. 당신의 동료들과 점심 식사 중에 최근 AI 활용 사례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10분, 또는 학년 메신저에 AI가 제시한 과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중 의심스러운 점을 짧게 공유하고 함께 들여다보는 5분, 이런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실천들이 모일 때만 진정한 ‘집단 지성’이 발휘된다. 이는 학교 현장에 필요한 새로운 성찰 문화의 시작이다.

우리는 AI가 설계한 ‘가상 사회’에서 AI 모델 하나가 불과 4일 만에 멸망하는 현실을 보았다. 당신의 교실에서 AI가 운영하는 학습 환경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누가 그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가? 미래 교육에서 교사의 비판적 관점과 윤리적 판단은 AI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더욱 핵심적인 가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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