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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한 장에 담은 인포그래픽이 있다. 제목은 「AI의 강점과 한계, 한눈에 보기」다. 사람의 수준을 회색 원 하나로 그려 두고, 그 위에 AI의 능력 12가지를 꽃잎처럼 펼쳤다. 어떤 꽃잎은 원을 뚫고 멀리 뻗었고, 어떤 꽃잎은 원 안에서 작게 오그라들어 있다. 교사가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직접 쥐고 있을지 정할 때 참고할 만한 지도다. 다만 이 지도는 눈금부터 알고 읽어야 한다.

인간 기준을 회색 원으로, 2026년 10월 AI를 청록색 면으로, 2025년 10월 AI를 보라색 파선으로 그린 방사형 그림. 언어 능력, 지식 활용, 새로운 문제 추론, 전문지식 응용, 정량적 추론은 원 밖으로 뻗었고 계획·지속 수행, 도구 사용, 메타인지, 시각·공간 추론, 감각·운동 능력, 새 경험에서 학습, 장기기억은 원 안에 머문다
「AI의 강점과 한계, 한눈에 보기」. 회색 원이 인간 기준, 청록색 면이 2026년 10월 AI, 보라색 파선이 2025년 10월 AI다. 바깥 점선은 비용 절감 배율이다. (작성자·원 출처 표기 없음)

원 안은 품질, 원 밖은 비용

그림을 읽는 규칙은 단순하다. 회색 원이 인간의 수준이고, 원 안쪽은 수행 품질을 나타낸다. AI의 꽃잎이 원 안에 머물면 그 능력은 아직 인간 수준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꽃잎이 원에 닿으면 사람과 같은 품질을 낸다.

원 밖은 비용 효율의 영역이다. 같은 품질을 사람보다 몇 분의 1 비용으로 내는지를 바깥 점선 고리로 잰다. 고리에는 10배, 100배, 1,000배라는 눈금이 붙어 있어서 고리 하나를 지날 때마다 배율이 열 배로 커진다. 그림의 약속대로라면 원 밖으로 멀리 뻗은 꽃잎일수록 사람이 하던 일을 같은 품질로 훨씬 싸게 해낸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원 안은 품질, 원 밖은 비용이라 서로 다른 잣대가 한 그림에 겹쳐 있다. 원 안쪽 1센티미터와 바깥쪽 1센티미터를 같은 크기의 차이로 읽으면 안 된다.

원 밖으로 뻗은 다섯 가지

청록색 글씨로 적힌 다섯 가지는 모두 ‘동일 품질’이라는 표시와 함께 비용 비율이 붙어 있다.

능력 같은 품질을 낼 때의 비용(그림 표기)
언어 능력 약 1/3,000
지식 활용 약 1/1,000
새로운 문제 추론 약 1/425
전문지식 응용 약 1/100
정량적 추론 약 1/30

비율로 보면 언어 능력이 가장 앞선다. 사람과 같은 품질을 3,000분의 1 비용으로 낸다는 표시다. 지식 활용이 1/1,000로 뒤를 잇는다. 정량적 추론은 다섯 가지 가운데 절감 폭이 가장 작은 1/30이지만, 그래도 서른 배다.

학교 일로 옮겨 보면 가정통신문 초안 쓰기, 읽기 자료의 난이도 조정, 같은 개념을 다른 예시로 다시 설명하기 같은 일이 이쪽에 든다.

원 안에 머문 일곱 가지

반대쪽에는 갈색 글씨로 적힌 일곱 가지가 있다. 계획·지속 수행, 도구 사용, 메타인지, 시각·공간 추론, 감각·운동 능력, 새 경험에서 학습, 장기기억이다. 그림은 일곱 가지 모두에 ‘인간 수준 미달’이라고 적었다. 메타인지에는 ‘자신의 판단 점검’이라는 설명이 따로 붙어 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원 안의 일곱 가지에는 시간이 흐르며 이어지는 일, 그리고 몸과 공간이 필요한 일이 많다. 여러 단계를 계획해 끝까지 밀고 가기, 어제 겪은 일을 오늘 반영하기, 내가 낸 답이 맞는지 스스로 따져 보기 같은 것들이다.

교사에게 가장 직접 걸리는 것은 메타인지다. 자기 판단을 점검하는 능력이 원 안에 있다는 것은, AI가 틀린 답을 내고도 사람만큼 잘 가려내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AI가 만든 문항의 정답이나 요약에 들어간 수치는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장기기억과 새 경험에서 학습이 원 안에 있다는 표시는, 한 학기 동안 학생을 지켜보며 쌓는 이해를 AI가 대신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1년 사이 무엇이 자랐나

보라색 파선은 1년 전인 2025년 10월의 AI다. 언어 능력과 지식 활용 쪽 파선은 그때도 이미 원 밖으로 꽤 나가 있었다. 크게 달라진 곳은 다른 데 있다. 1년 전 정량적 추론 쪽 파선은 원을 살짝 넘는 정도였고, 전문지식 응용과 새로운 문제 추론 쪽 파선은 원 안이나 원 언저리에 있었다. 지금은 이 세 꽃잎이 원 밖으로 길게 뻗었고, 새로운 문제 추론은 1/425까지 나갔다.

약점 쪽에서도 자란 꽃잎이 있다. 도구 사용은 1년 전 파선이 원 반지름의 절반을 조금 넘는 데 머물렀는데, 지금은 원 가장자리에 거의 닿았다. 그래도 일곱 가지 가운데 원에 닿은 것은 하나도 없다. 강한 쪽은 1년 사이 더 멀리 나갔고 약한 쪽은 여전히 원 안에 있다. 그래서 그림 전체는 매끈한 원이 되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꽃잎 모양으로 남는다.

들쭉날쭉한 경계

이 모양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여러 대학 연구진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2023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컨설턴트 758명에게 GPT-4를 쓰게 하는 현장 실험을 하고, AI의 능력을 ‘들쭉날쭉한 기술 경계(jagged technological frontier)’라고 불렀다. 경계 안쪽 과제에서는 AI를 쓴 컨설턴트가 더 많은 과제를 더 빨리, 더 높은 품질로 해냈다. 반면 AI가 실수하도록 설계한 경계 바깥 과제에서는 AI를 쓴 쪽의 정답률이 AI 없이 푼 쪽보다 낮았다. 어느 과제가 경계 안에 드는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점이 연구진이 짚은 문제였다.

인포그래픽의 꽃잎 모양에도 같은 생각이 담겨 있다. 측정 방법은 따로 따져 봐야 하지만, 경계가 대략 어디서 꺾이는지 감을 잡는 데는 쓸 만하다.

그림이 말해 주지 않는 것

이 그림을 수업이나 연수 자료로 쓰기 전에 짚을 것이 있다. 그림에는 작성자와 원 출처가 적혀 있지 않다. 각 능력을 어떤 시험이나 과제로 쟀는지, 어느 모델을 기준으로 했는지, 비용에 무엇을 넣어 계산했는지도 없다. ‘비용 약 1/3,000’은 눈길을 끄는 숫자지만, 사람의 인건비와 AI의 사용료를 어떻게 맞대었는지 모르면 그 숫자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말할 수 없다.

꽃잎 길이도 적힌 비율과 맞지 않는다. 비율이 1/30인 정량적 추론의 꽃잎 끝이 100배 고리 바깥까지 나가 있고, 1/100인 전문지식 응용과 1/425인 새로운 문제 추론은 꽃잎 길이가 거의 같다. 꽃잎은 대략의 모양으로 보고, 값은 적힌 숫자로 읽어야 한다.

능력의 이름도 해석이 갈린다. ‘도구 사용’이 손으로 도구를 다루는 일인지, 검색이나 계산기 같은 프로그램을 불러 쓰는 일인지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그림은 답을 주는 자료보다 질문을 여는 자료로 쓸 때 쓸모가 크다. 학생들과 함께 본다면 “이 숫자는 어떻게 나왔을까?”, “원 안과 원 밖을 같은 잣대로 읽어도 될까?”부터 물어볼 수 있다. 그 자체로 좋은 데이터 읽기 수업이 된다.

교사가 나눠 맡기는 법

그림의 구분을 기준으로 교사의 일을 나눠 보면 다음과 같다. 오른쪽 두 칸은 그림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학교 상황에 맞춰 든 예시다.

그림의 영역 AI에게 맡겨 볼 일 사람이 쥐고 있을 일
원 밖: 언어 능력·지식 활용 안내문 초안, 읽기 자료 난이도 조정, 같은 개념의 다른 설명 사실과 수치 확인, 우리 반 학생에게 맞는지 판단
원 밖: 추론·전문지식 응용 문항 변형, 풀이 과정 예시, 교과 개념 정리 초안 정답과 풀이 검토(메타인지가 원 안에 있으므로)
원 안: 계획·장기기억·새 경험에서 학습 단계별 점검표처럼 짧게 잘라 낸 일 한 학기 프로젝트의 흐름, 학생 한 명 한 명의 변화 기억, 수업 뒤 성찰

이 표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파선과 청록색 면 사이의 간격이 보여 주듯 1년 사이에도 꽃잎은 많이 자랐다. 지금으로서는 원 가장자리에 다가선 도구 사용이 가장 먼저 원에 닿을 후보로 보이지만, 확인하려면 지도를 다시 그려 봐야 한다.

생태학의 자원 분할로 보면

생태학에는 자원 분할(resource partitio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비슷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종들이 먹이의 종류나 먹는 장소, 시간을 나눠 가지며 함께 산다는 설명이다. 생태학자 로버트 맥아더가 관찰한 아메리카솔새 다섯 종이 같은 가문비나무에서 서로 다른 높이와 부위를 나눠 먹이를 찾은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교실 안의 AI와 교사도 이렇게 볼 수 있다. 그림의 원 밖은 AI가 훨씬 싼 값으로 차지한 자리이고, 원 안은 아직 사람이 더 잘하는 자리다. 같은 먹이를 두고 다투기보다 자리를 나눌 때 함께 살 수 있다. 다만 생태계에서도 자원 분할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다. 한 종의 능력이 바뀌면 나머지 종의 자리도 다시 나뉜다. 1년 사이 원 밖으로 뻗어 나간 세 꽃잎과 원 가장자리에 다가선 도구 사용은 자리가 다시 나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출처

  • 인포그래픽 「AI의 강점과 한계, 한눈에 보기」(작성자·원 출처 표기 없음)
  • Dell’Acqua, F. 외.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I on Knowledge Worker Productivity and Quality. Organization Science. https://doi.org/10.1287/orsc.2025.21838 (2023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워킹페이퍼 24-013으로 먼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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