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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교육 현장의 교사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기억이 하나쯤은 있다. 아이들의 웃음 뒤에 숨은 혹시 모를 사고의 그림자. 이제 정부가 교사의 법적 책임 면제를 약속한다. 한숨 돌리는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장학습 면책, 교사에게 던져진 5가지 법적 역설

면책 조항, 무엇이 달라지는가

정부가 발표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내년 상반기부터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인솔 교사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다. 기존에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만 책임을 면했다면, 이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면책이라는 훨씬 넓은 보호막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사고 발생 시 교육청이 즉시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모든 법적 지원을 일괄 제공한다. 기존 소송 이후에나 가능했던 지원이 사고 초기부터 시작된다. 보조 인력 배치 기준도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되며, 행정 업무를 교육지원청 전담 인력이 맡아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도 포함된다.

겉으로 보면 교사들의 오랜 숙원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대전 초등학교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이 4%에 불과하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도 10% 미만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이번 대책으로 체험학습이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중과실, 그 모호한 경계의 딜레마

문제는 ‘중과실’이라는 단어에 숨어있다. 법이 아무리 고의·중과실 면책을 명시해도, 현장의 작은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면 판사 앞에서 그것이 중과실로 둔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침의 사소한 누락이 학생 사고 결과와 결합하면, 그 경미한 누락조차 중대한 책임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법률 전문가는 “결국 면책 여부는 법원의 최종 판결에 달린 문제”라고 단언한다. 교사에게 100% 안전장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법적 안정감은 법률 개정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패키지 위탁, 책임의 외주화는 환상이다

교육부는 민간업체가 숙식, 차량, 프로그램 운영 외에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는 패키지 상품을 확대 지원할 방침이다.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업체가 사고를 내더라도 법정에서는 ‘교사의 감독 소홀’로 과실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우리 법은 학생 보호에 대한 교사의 법적 보호감독의무를 매우 엄격하게 본다. 이 의무는 타인에게 온전히 위임될 수 없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도, 교사는 여전히 ‘최종 책임자’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장학습 면책, 교사에게 던져진 5가지 법적 역설

행정업무 경감의 역풍, 높아지는 주의 의무의 잣대

현장체험학습 관련 행정 업무를 교육지원청 전담 인력이 맡아 교사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안은 일견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법원이 교사에게 요구하는 주의의무 기준을 오히려 높일 위험이 있다. “행정 업무도 없었는데 왜 현장 통제는 제대로 못 했나?”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교사에게 주어졌던 행정적 제약이 사라진 만큼, 현장에서의 학생 통제와 안전 관리에 대한 기대치는 더 상승한다. 책임의 무게는 행정 서류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형사 고소, 결코 막을 수 없는 벽

교육청 전담 변호사가 소송 대응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는 학교 차원의 민원 종결을 의미할 뿐 학부모의 직접 형사 고소까지 막을 수는 없다. 학교안전법이 개정되어 형사 기소 건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고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사는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수사 기관에 불려 다니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등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무고죄 처벌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에서 교사만 불필요한 수사 고통을 겪게 되는 구조다.

현장학습 면책, 교사에게 던져진 5가지 법적 역설

아동학대 무기화, 교사의 근본적 딜레마

이 모든 대책에도 불구하고, 현장 교사들이 가장 치명적으로 느끼는 위협은 바로 아동학대 신고의 무기화다. 학생의 안전을 위한 단호한 제지조차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때로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 교사의 행동이 아동학대 신고의 빌미가 된다면 누구도 나서기 어렵다. 무죄가 나와도 수사 개시 자체가 교사에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형벌이다.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 없이, 현장 학습 활성화를 외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학교 안전의 본질은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에서 시작된다.

위협 속에서 실질적 가치를 설계하는 법

정부의 이번 대책은 교사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다. 면책 조항 강화, 법률 지원 확대, 보조 인력 확충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교사들이 홀로 감당해야 할 법적, 심리적 부담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복합적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변화 속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설계할 수 있을까? 개별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PLC)를 통한 집단 학습과 성찰 문화 형성이다. 법적 지침의 해석과 현장 적용 사례를 공유하고, 잠재적 위험 상황에 대한 집단적 대응 매뉴얼을 함께 만들며, 학부모와의 소통 전략을 고도화하는 것이야말로 실질적인 안전망 구축이다. 법적 보호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논의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교사의 불안감을 낮추고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이 변화가 정착되려면 교사들이 함께 실험하고 성찰하는 구조가 먼저다.

우리의 질문은 “면책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이 면책 조항을 어떻게 우리 교육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확장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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