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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습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15세의 높은 문해력과 사고력이 성인이 되면 OECD 평균 이하로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는 역설적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한국 교육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에서 찾으며, 진정한 공부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한다.

공부의 재발견: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키우는 길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한국 교육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박주용 교수는 대다수 대학생이 교육은 받았으되 공부할 줄 모르는 상태로 졸업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은 초중고 교육이 수능이라는 단일 목표에 갇혀 있고, 대학 교육 또한 고시와 입사 시험의 암기 중심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많은 학생은 학점 따기 쉬운 과목, 즉 휘발성 지식을 얻는 강의를 선호한다. 시험을 위해 잠시 외웠다가 다음 시험을 위해 빠르게 잊는 방식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강의 위주 수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변화를 시도했으나, 교육 제도의 보수성과 상위 평가 시스템의 영향으로 변화는 더디다.

암기 중심 교육의 한계

암기는 여러 학습 활동 중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암기가 전부가 된다. 사고 과정 없이 결과를 외우는 방식은 문해력사고력 발달을 저해한다. “모르면 외워”라는 태도는 단기적 성과를 가져올지언정, 배움의 즐거움과 유용성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여 장기적인 학습 동기를 잃게 만든다.

사람들이 흔히 ‘안다’고 말할 때는 ‘들어본 적 있다’는 유치원생 수준의 앎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구별하는 능력이다. 한국 교육은 이러한 깊이 있는 앎을 키우는 데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AI 시대, 공부의 재정의

챗GPT와 같은 AI의 등장은 암기 중심 공부의 무의미함을 더욱 부각한다. AI는 방대한 지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단순 암기는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습, 교육, 공부의 정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주용 교수는 학습의 세 가지 개념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개념 의미 특징
학습 (Learning) 지식 습득 및 활용 능력 가장 넓은 의미, 주체 불문
교육 (Education) 사회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는 사회 제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워야 할 학생이 존재
공부 (Study) 개인의 호기심과 목표에 기반한 자기 주도적 학습 계획, 과정, 선택의 자유가 있음

이상적인 교육은 삶에 필요한 지식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활용하여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공유하며 발전시키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목적을 둔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졸업 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하는 공부의 세 기둥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박주용 교수는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인용한다. 베이컨은 학문을 독서, 토론, 글쓰기의 세 가지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 세 활동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진정한 학습 능력을 형성한다.

활동 베이컨의 정의 학습에서의 역할
독서 (Reading) 많은 지식을 만든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지식을 습득
토론 (Discussion) 준비된 사람을 만든다 사고를 예리하게 하고, 생각을 연결하며, 오류를 수정
글쓰기 (Writing)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하고, 논리적 허점을 파악하며, 이해를 심화

특히 글쓰기는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명확히 하고, 자신의 사고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도구다.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주제를 진정으로 이해했다는 증거가 된다.

읽기, 토론, 쓰기를 통합한 박주용 교수의 수업

박주용 교수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독특한 수업 방식을 운영한다.

  1. 자료 읽기 및 글쓰기: 학생들은 짧은 논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담은 글을 쓴다.
  2. 동료 채점: 수업 전, 다른 학생의 글 세 편과 자신의 글 한 편을 채점한다.
  3. 토론: 수업에서 학생들이 작성한 질문을 바탕으로 짝을 지어 토론한다.
  4. 이의 제기 및 교수 피드백: 채점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교수는 필요시 관련 내용을 강의한다.
  5. 글 수정: 수업 및 토론 내용을 반영하여 처음 썼던 글을 수정한다.

이 방식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평가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혼자 생각할 때보다 사고를 훨씬 예리하게 만든다.

변화를 가로막는 두 가지 도전, 공정성과 AI

박주용 교수의 수업 방식에는 두 가지 주요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는 공정성 문제다. 학생들이 서로의 글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수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단순히 객관식 시험으로 회귀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잃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교육의 목적이 지식 습득만이 아니라 자기 표현 및 사고 발전 능력 함양에 있다면, 공정성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둘째는 AI 활용 문제다. 챗GPT가 과제에 활용될 경우, 학생들이 직접 사고하는 과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구 결과는 챗GPT가 단기적 이해를 돕지만 장기적 학습 효과와 지식의 깊이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박 교수는 AI가 작성한 글이라도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전환하여, AI를 활용하든 안 하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학생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교육 변화를 모색한다.

개인이 시작하는 공부의 재발견

한국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더딜지라도, 개인은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박주용 교수는 그의 저서 『공부의 재발견』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공부법을 제시한다.

  • 읽기: 책을 읽고 질문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시 읽어야 한다. 질문을 던지는 독서는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 토론: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토론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사고를 확장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 쓰기: 말이 되는 글을 쓸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새롭다고 여겨질 만한 독창적인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세 가지 활동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대학 졸업자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읽고, 토론하고, 쓰는 활동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시점이다.

출처

  • 서울대학교 Seoul National University. (2026-07-09). [공부를 잘하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습관은? 서울대 박주용 교수 샤로잡다 시즌2 (ENG CC)](https://www.youtube.com/watch?v=IXlRV2e2M2w).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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