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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제는 점점 더 전문화된 스킬을 요구하고, 우리는 종종 어떤 스킬이 다른 스킬의 필수 전제 조건인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킬 간의 의존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를 이루고, 이것이 우리의 커리어와 보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이해한다. 최근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한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왜 스킬의 숨겨진 구조를 탐구하는가

수학을 잘하려면 기본적인 연산과 개념을 먼저 익혀야 하고, 더 나아가 미적분을 이해하려면 대수와 기하학에 대한 선행 학습이 필수다. 이는 학습과 커리어 경로가 누적적이고 순차적인 본질을 지닌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스킬을 단순히 개별 능력의 총합으로만 파악하거나, 각 스킬의 상호 보완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연구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 논문은 현대 경제가 요구하는 다양한 전문 스킬들이 어떻게 서로 의존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의존성이 인적 자본의 발달과 경력 성장에 어떤 계층적 구조를 형성하는지 파고든다. 연구자들은 스킬 간의 ‘의존 방향’이 직업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대칭적 조건부 확률로 나타난다고 가정한다. 즉, 특정 스킬은 다른 스킬이 전제될 때만 요구된다는 뜻이다. 본질적으로 이 연구는 교육과 고용 시장에서 스킬이 획득되고 가치를 얻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히 어떤 스킬이 중요한지를 넘어, 어떻게 스킬을 쌓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스킬의 층위와 지향성, 그리고 ‘중첩된 자본’

연구진은 미국 노동통계국의 방대한 설문 데이터를 분석하여 120가지 스킬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일반 스킬’은 광범위한 직업에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스킬이다(예: 영어, 구두 표현력). ‘중간 스킬’은 그 중간 지점에 있다. 반면 ‘특정 스킬’은 소수의 특정 직업에서만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예: 프로그래밍, 동적 유연성). 이러한 스킬 분류는 단순히 직관적 판단이 아니라, 각 스킬의 수요 분포를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스킬은 수요 분포가 0에 가깝게 왜곡되어 있어 대부분의 직업에서 거의 필요하지 않지만, 소수의 전문 직업에서만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다양한 스킬 그룹에 따른 직업별 스킬 수준 수요 분포
그림 1. 스킬별 직업 수요 수준 분포. 대부분의 스킬은 소수 직업에서만 높은 숙련도를 요구해 분포가 0 쪽으로 크게 치우친다.
이 연구의 핵심은 스킬 간의 ‘방향성 있는 의존 관계’를 정량화한 방법론이다. 연구진은 직업 요구사항에서 특정 스킬 A가 요구될 때 스킬 B도 요구될 조건부 확률 P(B A)과 그 역의 확률 P(A B)를 비교한다. 만약 P(B A)가 P(A B)보다 현저히 크다면, 이는 스킬 A가 스킬 B에 의존한다는 방향성을 유추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스킬이 요구되는 직업에서는 수학적 스킬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역은 그렇지 않다. 이는 수학적 스킬이 프로그래밍 스킬의 ‘전제 조건’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으로 연구진은 스킬 간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 네트워크에 ‘중첩성 점수(Nestedness Contribution Score, c_s)’를 부여한다. c_s가 양수(c_s > 0)인 스킬은 전체 계층 구조와 잘 정렬되어 다른 스킬들의 중첩성을 강화하는 ‘중첩된 특정 스킬’이다. 반대로 c_s가 음수(c_s < 0)인 스킬은 구조에서 벗어나 중첩성을 약화시키는 ‘비중첩 특정 스킬’이다. 이 연구는 이 점수를 통해 각 스킬이 인적 자본 계층 내에서 어떤 위치와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본질적으로, 이는 스킬의 가치를 단순히 중요성이나 난이도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그 스킬이 전체 지식 체계 및 직업군 내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다른 스킬을 필요로 하는지가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스킬 의존성 계층 구조 네트워크
그림 2. 스킬 의존성 계층 구조. 노드의 크기는 교육 요구 수준에 비례하고, 색상은 스킬의 일반성 그룹(빨강: 일반, 회색: 중간, 파랑: 특정)을 나타낸다.

‘중첩된 스킬’이 지배하는 보상과 성장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스킬의 ‘중첩성’이 실제 경제적 보상 및 경력 경로와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높은 보상, 긴 교육, 낮은 자동화 위험: 중첩된 계층 구조와 잘 정렬된 스킬(c_s > 0)일수록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 더 긴 교육 기간, 그리고 낮은 자동화 위험과 연관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이나 협상 스킬처럼 수학적 사고나 구두 표현력과 같은 일반 스킬에 뿌리를 둔 ‘중첩된 특정 스킬’은 노동 시장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스킬을 요구하는 직업은 평균 연봉이 7만 2천 달러에 육박하며, 교육 수준도 다른 스킬군보다 높다. 반면, ‘수리(Repairing)’나 ‘동적 유연성(Dynamic flexibility)’처럼 계층 구조에서 벗어난 스킬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을 받는다.
  2. 경력 성장과 스킬 축적: 7천만 건 이상의 직업 전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반 스킬과 중첩된 특정 스킬은 경력이 쌓일수록 꾸준히 축적된다. 특히 초기 경력(첫 5회 이직)에는 일반 스킬이 중첩된 특정 스킬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이는 아무리 전문적인 역할을 맡더라도, 일반 스킬의 지속적인 개발이 중첩된 특정 스킬의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경력 초반에 일반 스킬 수준이 낮은 근로자는 중첩된 특정 스킬을 획득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커리어 발전이 제한된다.
스킬의 중첩성 점수와 일반성, 자동화 위험, 중요도, 수준 간의 관계
그림 3. 중첩성 점수(c_s)와 스킬 특성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산점도. 붉은 점(중첩된 특정 스킬)은 임금·교육 수준이 높고 자동화 위험이 낮은 영역에, 빈 점(비중첩 스킬)은 반대 영역에 분포한다.

하지만 여기에 반직관적인 전환이 존재한다. 연구는 중첩된 특정 스킬의 임금 프리미엄이 일반 스킬 요구사항을 통제하자 거의 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스킬의 가치가 홀로 존재하기보다, 그 기반이 되는 일반 스킬과의 상호 보완성에서 비롯됨을 명확히 한다. 즉, 프로그래밍 스킬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그래밍 스킬이 시스템 분석 능력이나 논리적 사고력 같은 일반 스킬 위에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되었는지가 핵심이다. 비중첩 특정 스킬도 일반 스킬 요구사항을 통제하면 임금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이는 비중첩 스킬 자체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스킬이 보편적인 다른 스킬들과 연계되지 않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단순히 ‘코딩’ 교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코딩이 어떤 일반 스킬과 연결되어야 가치가 극대화되는지, 그 맥락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불평등의 구조적 해부, ‘스킬 함정’과 성별 격차

이 연구는 스킬의 중첩성 구조가 인종/민족 및 성별 간의 고용 시장 불평등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특히 ‘스킬 함정(Skill Entrapment)’이라는 개념은 현장 교육자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다.

인종/민족 간 격차: 흑인 및 히스패닉/라틴계 근로자는 백인 근로자에 비해 중첩된 스킬 요구사항이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히스패닉 근로자의 경우, 언어 스킬(일반 스킬)과 같은 특정 일반 스킬의 숙련도 부족이 언어 의존적인 중첩 스킬의 개발을 제한하고, 이는 장기적인 임금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새로 미국에 이민 온 히스패닉 근로자들은 ‘언어 의존적 중첩 스킬’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즉, 언어 장벽이 단순히 의사소통 문제를 넘어, 고가치 전문 스킬로 이어지는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 스킬이 부족하면 단순히 통역사를 쓰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본질적으로 교육 현장은 학생들이 특정 일반 스킬에 대한 충분한 기반을 갖추지 못할 때, 미래에 어떤 고가치 전문 스킬도 획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성별 격차: 아시아계 여성을 제외한 여성 근로자들은 남성보다 더 높은 교육 수준과 일반 스킬을 요구하는 직업에 종사하지만, 중첩된 특정 스킬 요구 수준은 남성보다 낮다. 이 격차는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연구는 특히 육아가 여성의 일반 스킬 및 중첩 스킬 개발을 저해하는 반면, 남성에게는 오히려 이 스킬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을 발견한다. 이는 유연 근무 시간의 부족이 여성의 중첩 스킬 개발을 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직업의 중첩 스킬 요구사항에 대한 성별 격차는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통제할 때 3분의 1 이상 감소한다. 이 수치는 단순한 사회적 편견을 넘어, 시스템적 요인이 인적 자본 형성 경로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보여준다.

지역별 격차: 일반 스킬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일반 스킬의 차이는 도시 지역의 높은 임금 프리미엄의 약 3분의 1을 설명한다. 이는 스킬 분포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격차는 “노력하면 된다”는 식의 개인적 책임론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조적 요인이 스킬 획득 경로와 경제적 보상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교육 현장은 이러한 구조적 맥락을 이해하고,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스킬 개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년간 더욱 견고해진 ‘스킬 계층’과 현장의 과제

이 연구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스킬 구조의 역사적 변화를 분석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 기간 동안 스킬 구조는 점점 더 중첩된 형태로 발전했다. ‘체커보드 점수’는 438.67에서 356.4로 감소했고, ‘NODF(Nestedness Metric Based on Overlap and Decreasing Fill)’는 39.06에서 41.72로 증가했다. 이는 스킬 간의 의존성이 더욱 공고해졌으며, 특정 스킬을 획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의 장벽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체커보드 점수는 낮을수록, NODF는 높을수록 계층 구조가 더 중첩됨을 의미하는 지표다.

이러한 변화는 상승 이동성(upward mobility)에 대한 새로운 장벽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기초적인 일반 스킬이 부족한 근로자는 중첩된 전문화 경로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며, 이는 직업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구조적으로 보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스킬 계층 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일반 스킬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위로 올라가는 선형적 모델을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경력 경로는 일반 스킬과 특정 스킬이 끊임없이 함께 발전하는 ‘중첩된 전문화’를 요구한다. “일단 기본을 다져라”는 말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셈이다. 기본을 다지는 동시에, 그 기본이 어떤 전문 스킬로 이어질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결 지어야 한다.

교육 현장은 이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미래에 필요한 스킬”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스킬 간의 복잡한 의존 관계를 이해하고, 각 스킬이 전체 인적 자본 계층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일반 스킬의 중요성을 재강조하고, 이것이 더 높은 가치의 전문 스킬로 연결되는 통로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법을 넘어, 디지털 사고력이 다른 인지 스킬과 어떻게 연결되어 ‘중첩된 가치’를 창출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당장 우리 교실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이 문제의 답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을 넘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지식과 스킬이 필요했는가?” “만약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어떤 새로운 스킬이 필요할까?”와 같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 경험 속에서 스킬 간의 의존성을 발견하고, 일반 스킬과 특정 스킬의 연결 고리를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점심시간에 특정 학습 활동이 어떤 ‘일반 스킬’을 길러주고, 이것이 고등학교 또는 대학에서 어떤 ‘전문 스킬’의 전제가 될 수 있을지 5분만이라도 이야기 나누는 일, 이것이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우리만의 답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다.


출처

  • Hosseinioun, M., Neffke, F., Zhang, L., & Youn, H. (2025). Skill dependencies uncover nested human capital. Nature Human Behaviour, 9(4), 673–687. https://doi.org/10.1038/s41562-024-02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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