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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왜냐하면…” 이 말은 지금 우리 교육 현장에 만연한 AI 사용의 그림자를 여실히 드러낸다.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학술적 글쓰기에 활용하며 어떤 윤리적 경계를 넘나드는지, 그리고 그들의 의사결정 뒤에 어떤 논리가 작동하는지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이 연구는 그 복잡한 심리를 파헤친다.

AI 사용 정당화, 학생들의 '괜찮다' 뒤에 숨은 교육의 민낯

AI, 윤리의 경계를 허물다

생성형 AI는 학업의 본질을 뒤흔들고 있다. 단순히 학생들이 과제 상당 부분을 AI에 위임하는 수준을 넘어, 무엇이 허용 가능한 도움이고 무엇이 부적절한 행위인지 그 윤리적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수십 년간 고등 사고력을 발전시키고 조직화하며 보여주는 핵심 학습 수단이었던 학술적 글쓰기는 이제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한다. AI는 학생들이 표절을 의식하지 않거나, AI가 만들어낸 글을 너무 쉽게 ‘인간화’하는 유령 작가가 될 길을 열어준다.

본 연구는 이 혼란의 핵심을 꿰뚫어본다. 학생들은 AI 사용을 어떤 방식으로 ‘도덕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팀은 20명의 대학생과 심층 반구조화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들의 AI 챗 로그와 강의 계획서, 실제 제출된 과제 등을 분석했다. 이들이 밝혀낸 핵심은 AI가 단순한 도구의 문제를 넘어, 학습의 본질과 윤리적 판단 과정 전반을 재구성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활용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정확히는 학생들의 내면에서 윤리적 판단이 어떻게 왜곡되고 합리화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히는 작업이다. 교수자 입장에서 AI의 결과물을 평가하기가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지는 이 현실이 우리 교수법과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학생들은 왜 ‘괜찮다’고 말하는가 — 23가지 합리화의 스펙트럼

연구팀은 학생들이 AI 사용을 정당화하는 23가지의 독특한 합리화(Rationalizations)를 발견하고 이를 6가지 대분류(Rationalization Classes)로 묶었다. 이 합리화들은 학생들이 AI를 사용하여 강의 정책을 의식적으로 위반할 때조차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

AI 사용 정당화, 학생들의 '괜찮다' 뒤에 숨은 교육의 민낯

다음 표는 학생들이 AI 사용을 정당화하는 주요 합리화 분류와 그 특징, 그리고 실제 학생들의 발언을 요약한다.

분류 (Class) 합리화 유형 (Rationalization) 정의 및 특징 대표적인 학생 발언
C1: 무피해 행동 R1: 인간 피해 없음 표절 규정은 인간 저자와 노력을 보호하지만,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피해자가 없다. “AI는 영혼이 없다… AI가 저작권이나 법적 권리를 가진 것처럼 대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P16)
(Victimless Behavior) R2: AI 생성 합성물 AI는 특정 출처에서 복사하는 대신 여러 정보를 합성하고 재작성하므로 표절이 아니다. “ChatGPT는 외부 출처에서 복사하는 게 아니다. 여러 출처의 정보를 분석해서 하나의 다른 것으로 만든다. 이건 표절이 아니다.” (P9)
C2: AI 기여 최소화 R3: 단순 반복 작업 AI는 학습 가치가 없는 ‘단순 반복 작업’에만 기여하므로 괜찮다. “많은 과제들이 딱히… 도전적이지 않고 그냥 단순 반복 작업이다. 그 모든 내용을 다 읽고 쓰는 데 시간을 쓸 가치가 없다.” (P2)
(Minimal AI Contribution) R5: 허용 가능한 다른 도움과 유사 AI는 인간 편집자, 문법 검사기 등 기존의 학습 지원 도구와 유사하므로 사용해도 괜찮다. “글쓰기 센터도 똑같은 일을 한다… 그 코치도 나에게 생각하게 하지만, 부스터처럼 도와준다. ChatGPT가 나를 위해 하는 것과 똑같다.” (P14)
C3: 선행 기여 R6: 나의 아이디어 핵심 아이디어나 의도, 생각이 나에게서 시작되었고, AI는 단지 그것을 구체화하거나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있지만, 표현하기 어렵다. AI가 내 생각을 더 잘 정리해준다.” (P10)
(Ex Ante Contribution) R7: 나의 지시 내가 AI에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제공하고 지시했으므로, 본질적인 작업은 내가 했다. “프롬프트를 제공한 건 나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정보를 받아야 할지 이미 지시했다.” (P7)
C4: 후행 기여 R10: 나의 의역 AI가 생성한 내용을 내가 편집, 추가, 반복적인 수정으로 ‘내 것’으로 재구성했으므로 괜찮다. “나는 AI 내용을 기본적으로 의역하고 요약한다… 한 문장씩 내 방식으로 요약하고 의역한다.” (P2)
(Post Hoc Contribution) R12: 나의 문체 AI가 내 글쓰기 스타일을 모방하도록 학습되었거나, AI 결과물이 ‘나답게’ 들린다면 괜찮다. “나는 ChatGPT가 나처럼 들리게, 좋은 답변을 주도록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넣으면 나답게 들릴 거라고 확신한다.” (P9)
C5: 책임 부인 R13: 일반화 모두가 AI를 사용한다. 나만 안 쓰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우리 반의 다른 모든 사람도 똑같다.” (P18)
(Responsibility Denial) R15: 교수자 무관심 교수자가 과제에 신경 쓰지 않거나, 모호한 지시를 주거나, AI 사용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것 같다. “교수님들은 과제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보지도 않는다… 피드백도 주지 않는다… 오직 시험에 대해서만 걱정한다.” (P18)
C6: 인지된 이점 R19: 시간 절약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는 이점이 있으므로 괜찮다. 과도한 학습량이나 언어 장벽 등 필요성에 의해 사용한다. “이 서류 작업에 4시간을 쓰는 대신 30분이면 끝난다.” (P18)
(Perceived Benefit) R22: 학습 지향적 의도 배우려는 진심 어린 의도가 있을 때 AI 사용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용할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냥 과제를 끝내고 싶고 아무 신경 안 쓴다면 배우는 게 적으니 비윤리적이다… 하지만 뭔가 얻으려 한다면 더 윤리적이다.” (P6)

이 합리화들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학생들의 학습의 본질과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 그들은 AI를 자신들의 학습 과정에서 도구이자 파트너로 인지하며, 그 사용을 자신들의 고유한 학습 과정의 일부로 편입시킨다. 이는 기존의 학문적 성실성과 저작권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윤리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학생들은 피해자가 없는 행위, 자신들의 주도적인 기여, 그리고 얻게 되는 실질적인 이득을 들어 AI 사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미끄러운 경사면, 의도와 현실의 간극

이 연구는 AI 활용과 관련한 이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연구팀은 AI 사용에 대한 인식이 적어도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정책’ 사이트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1. 교수자의 의도 (Faculty Intention): 교수자가 학생들이 AI를 어떻게 사용하기를 기대하는가.
  2. 공식 정책 (Formal Policy): 강의 계획서나 과제 지시에 명시된 명확한 규칙.
  3. 학생의 해석 (Student Interpretation): 학생들이 공식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기억하는가.
  4. 학생의 자기 정책 (Student Self-Policy): 학생들이 AI 사용에 대해 스스로 정립하는 규범적 견해.
  5. 학생의 실제 실천 (Student Practice): 학생들이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방식.

이 연구가 밝혀낸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다섯 가지 ‘정책’ 사이트 간의 불일치이다. 교수자의 의도가 공식 정책에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거나, 학생들이 정책을 잘못 해석하거나, 혹은 스스로의 규범을 정해 실제 행동과 괴리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불일치는 학생들이 AI 사용에 대한 윤리적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을 개념적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도록 만든다.

AI 사용 정당화, 학생들의 '괜찮다' 뒤에 숨은 교육의 민낯

흥미롭게도, 학생들은 AI 사용이 교칙을 위반하거나 자신들의 도덕적 신념에 어긋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AI 사용을 멈추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한 학생(P16)은 엄격한 AI 사용 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나는 규칙을 어기고 있다”며 도덕적 고통을 호소했지만, 결국 AI 사용을 지속했다. 또 다른 학생(P5)은 AI 프롬프트 전체를 공개하면 교수자가 부정적으로 판단할까 봐 일부만 공개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것은 단순히 학생들이 규칙을 어기는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모호성과 현장의 복잡성이 결합되어 벌어지는 구조적 현상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의 시간 압박, 과제 부담, 시험 중요성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 윤리적 고민을 제쳐둔다. 한 학생(P19)은 AI를 복사-붙여넣기하며 “도덕적 나침반을 따르지 않았다… 내 도덕성을 얼마나 희생할 용의가 있는지에 달렸다”고 고백한다.

본질적으로 이 연구는 AI 시대에 ‘학습’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교수자는 학생이 배우도록 돕고, 학생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이 계약은 교사 한 사람의 단속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동료끼리 ‘이번 과제에서 어떤 합리화를 들었는지’ 한 학기에 한 번이라도 맞춰보는 자리, 학년 메신저에 의심스러운 사례 한 줄을 남기는 습관에서 회복은 시작된다.

교사여, 무엇을 할 것인가 — 실질적인 현장 제안

이 연구는 단순히 AI 사용을 학생들의 ‘도덕적 실패’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AI 도구의 광범위한 가용성, 그리고 AI-프리(AI-free) 작업을 위한 준비가 미흡한 교수자 및 학과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와일드 웨스트”와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AI 사용 정당화, 학생들의 '괜찮다' 뒤에 숨은 교육의 민낯
  1. 정책을 넘어선 교육적 근거 제시: 단순히 “AI 사용 금지”라는 규칙을 명시하는 것을 넘어, AI 사용을 제한하거나 특정 방식으로 유도하는지 그 교육적 근거를 학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글쓰기가 고등 사고력 발달에 왜 중요한지, 자신의 지식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학습과 평가에 왜 필수적인지 강조한다. 학생들이 AI 사용을 학습의 본질적 목표와 연결 짓지 못하고 단순한 ‘편의’로만 생각하는 경향을 깨뜨려야 한다.

  2. ‘AI-프루프’ 과제 설계 및 평가 혁신: 학생들이 “챗-과제(Chat-assignments)”라고 부를 정도로 AI 활용이 쉬운 과제들을 재고해야 한다. AI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학생 개인의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 분석을 요구하는 과제 설계를 고민한다. 예를 들어,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 짓기, 복합적인 데이터 해석, 논쟁적 질문에 대한 심층 토론, 문제 해결 과정 기록 등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단순히 최종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3. 학생들의 합리화 목록을 교육적 도구로 활용: 이 연구에서 제시된 23가지 학생 합리화 목록은 교수자와 학생 모두에게 강력한 교육 도구가 된다. 이 목록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그들의 합리화가 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학습 목표와 어떻게 배치되는지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AI의 한계와 위험성, 그리고 인간의 고유한 학습 능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지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는 학생 스스로 윤리적 판단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4. 기관 차원의 지원과 문화 조성: ‘AI-프리 스터디 홀’과 같이 AI 사용이 엄격히 통제되는 학습 공간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적어도 일부 과제는 AI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완성하도록 독려하는 제도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교사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대학 및 교육 기관은 AI 활용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교수자들에게 관련 연수와 자료를 제공하며, AI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학생들이 AI를 도구로만 볼 때 발생하는 학습의 본질적 훼손을 직면해야 한다.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교사들은 협력적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AI 시대의 학습에 대해 어떤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맺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당장 우리 교육 현장에서 시작된다.

출처

  • Kim, J., Toyama, K., Kim, S., & Carroll, J. M. (2026). “It’s OK Because…”: The Wild West of Student Rationalization of AI Use in Academic Writing. arXiv preprint arXiv:2605.2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