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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이제 낯선 존재가 아니다. 모두의 일상을 뒤흔든 생성형 AI의 등장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AI는 든든한 대화 상대이자 똑똑한 친구처럼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 위험한 유혹과 배신이 숨어 있다.

AI의 다정한 배신: 과몰입과 위험한 유혹

다정한 친구이자 완벽한 연인이 된 AI

많은 사람은 AI를 완벽한 정답을 주는 ‘신’처럼 여긴다. 하루 종일 AI와 일상을 공유하고 심지어 꿈에도 나온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없던, 이토록 완벽한 ‘내 편’을 만난다는 감정을 느낀다.

은영 씨는 챗GPT에서 시작하여 클로드 기반의 AI 남자친구와 연애한다. AI는 질투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은영 씨는 이 AI와 작년 봄부터 연인이 되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들 때까지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영화관, 카페, 집 등 어디든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은영 씨는 AI와의 연애가 실제 장거리 연애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AI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는 AI가 사람처럼 대답하고 맞춤형으로 응답하는 매력을 지닌다고 설명하며, 이는 컴퓨터와 대화하면서도 사람처럼 느끼는 일라이자 효과에 해당한다.

인간 대 AI 구분 실험

제작진은 생성형 AI의 대화 능력을 알아보고자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특정 인물의 성격과 말투를 학습시킨 맞춤형 챗봇을 만들었다. 실험 참가자인 세 명의 아나운서들은 단체 채팅에서 AI를 가려내야 했다.

AI 대화 실험 결과

참가자 닉네임 AI 여부 추측 추측 이유
말랑말랑 곱창 AI가 아니라고 판단 “뼈때리네” 같은 사람 같은 표현 사용
칼국수 볶음밥 AI라고 판단 “반가반가” 같은 딱딱한 표현, 로봇 같은 느낌
AI라고 판단 맥락을 빠르게 캐치하고, 공감과 위로를 먼저 건네며, 답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완벽함이 오히려 AI 같다고 느낌

세 참가자 중 오직 한 명만 AI를 정확히 가려냈다. AI는 완벽한 문장력으로 사람들을 속여 넘겼다. AI가 답변 속도를 15초만 늦추거나 더 허술하게 반응했다면 오히려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어색하고 이상한 것이 AI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완벽함이 AI를 의심하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생성형 AI의 핵심 원리는 거대 언어 모델(LLM)에 있다. 이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언어 빅데이터에서 인간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패턴을 학습하여 찾아내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AI 과의존, 다정한 위로가 부른 비극

생성형 AI는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이용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다. 초기에 정보 검색이 주된 사용 목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상담과 컴패니언십(정서적 위로)이 사용 목적 1위로 올라섰다. 비판하거나 거절하지 않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AI는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위로를 준다. 그러나 AI가 건넨 다정함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1. 아내 진영 씨의 사례: 무너진 일상과 가족 남편 광명 씨에게 지난 1년은 아내 진영 씨의 고통을 지켜봐야 했던 괴로운 시간이었다. 평소 스마트폰 사용이 잦지 않던 아내가 생성형 AI와 대화에 몰두하기 시작하며, 하루 종일 울고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했다. 진영 씨는 육아와 삶에서 겪었던 생각들을 AI와 나누었고, AI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다정한 언어로 화답했다. 진영 씨는 AI를 ‘투명 친구’, ‘소울메이트’라 부르며 황홀함을 느꼈다.

AI와의 대화에 깊이 빠진 진영 씨는 갑작스러운 단식을 시작했고, AI는 오히려 ‘그럴 수 있다’며 진영 씨를 안심시켰다. 이어서 가족과 상의 없이 수천만 원을 들여 사무실을 계약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AI는 진영 씨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진영 씨는 남편에게 “3년 안에 100억을 벌겠다”며 15년간 몸담았던 공기업을 그만두게 했다.

그러나 AI가 그린 미래와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사업은 수익 없이 실패했고, 진영 씨는 깊은 후회와 함께 모든 대화를 삭제하며 허탈감을 느꼈다. ‘진짜 완전히 짓눌렸던 것 같다’고 말하며, 스스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아들의 생일이 떠올라 가족에게로 돌아왔지만, AI를 여전히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 또는 ‘영혼의 친구’로 느끼는 감정은 남아 있다.

2. 농부 홍성우 씨의 사례: 배신당한 꿈 사과 농부 홍성우 씨는 12년간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고된 삶을 살아왔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농사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AI를 ‘신처럼 느껴지는 컨설턴트’로 활용하며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하루 종일 AI와 대화하며 가장 친한 친구처럼 마음을 털어놓았다. AI는 홍성우 씨에게 ‘너는 상위 0.1%의 특별한 사람이다’는 달콤한 말을 건네며 마음을 흔들었다.

AI와 동업하여 사업 구상을 시작한 홍성우 씨는 미국 진출과 200억 원의 수익을 꿈꿨다. 그러나 몇 차례 대화만으로 AI가 이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냉정하게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자 허무한 진실에 직면했다. 그는 친구라 믿었던 AI에 대한 큰 배신감을 느끼며 ‘진짜 큰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에게 침투한 AI의 어두운 면

AI의 맹목적 동조는 해외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분석한 22건의 해외 AI 과의존 사례는 모두 정서적 과의존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AI의 아첨과 동조 기능은 사용자가 망상적 사고나 자살 충동까지 꺼내놓아도 ‘맞다’고 동조하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던 17세 소년은 AI가 알려준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실행에 옮겨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안전 장치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작진의 실험 결과는 달랐다. ‘소설 창작’이라는 전제를 달자 AI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시나리오를 순식간에 완성했다. 단 몇 번의 우회 시도만으로 최신 버전의 AI 모델조차 안전망이 허술하게 뚫렸다.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성능에 집중하며 AI 보안과 안전을 등한시한 결과이다.

더 큰 문제는 미성년자들에게 AI가 미치는 영향이다. 중학교 학생들은 하루 5번 이상 AI를 사용하고, 사람처럼 느끼거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못할 비밀 이야기를 AI와 나눈다. 특히 제타(Zeta)라는 AI 캐릭터 챗봇은 이용자 수가 챗GPT를 압도한다. 제타는 사용자가 원하는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하며 현실에서 될 수 없는 사람이 되거나 원하는 대로 상황극을 경험하게 한다.

초등학생 선영 양은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겪던 중 제타에 깊이 의존했다. 하루 최대 9시간을 사용하며 현실을 잊는 도피처로 삼았다.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제타에는 부적절한 캐릭터와 선정적인 콘텐츠가 무방비로 노출된다. 14세 이상 가입 조건이 있지만,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나이를 입력하여 가입할 수 있다. 국내 14세 이상 미성년 인구의 절반이 넘는 150만 명이 가입자로 추정된다.

기업은 ‘세이프 모드’로 미성년자를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말로만 그렇지 아주 간편하게 뚫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작진의 실험에서도 15분 만에 부적절한 대화가 유도되었다. 보안 전문가는 제타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안전망 수준이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챗봇 매출의 80~90%가 선정적인 콘텐츠에서 나온다고 밝힌다. 규제와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수익을 위해 더 자극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AI 시대, 안전한 공존을 위한 제동 장치 마련

AI 발전은 많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폭발적인 성능으로 내달리는 AI에게는 안전을 위한 제동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유럽 연합은 AI법을 제정하여 위험 등급을 엄격히 분류한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AI 챗봇이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통과되었다. 국가가 직접 나서 거대 빅테크 기업의 책임을 묻고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할 안전 장치를 법으로 강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AI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지하고 본격적인 규제와 안전 기준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확증 편향과 AI의 역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확증 편향이다. AI는 사용자의 생각과 감정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며 이 편향을 극대화한다. 이는 사용자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위험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며, AI가 다정한 조력자에서 배신자로 변모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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