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분 소요

hits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을 직접 설계하고 교육에 적용하는 동료들에게 하나의 물음이 늘 따라붙는다. 이 기술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한가. 우리의 교실, 더 나아가 사회에 AI가 스며드는 속도를 보면 경이롭지만, 그 이면에 드리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AI의 성별 격차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AI 성별 격차, 기술이 아닌 신뢰의 문제

AI, 중립은 환상이다

우리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진화하는 중립적 도구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AI는 우리가 입력하는 데이터를 거울처럼 비춘다. 오픈AI의 챗GPT에 ‘집안일하는 사람’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면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나온다. 반대로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사람’은 정장을 입은 남성으로 그려진다. 이는 수많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AI는 데이터 속에 내재된 성별 고정관념과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학습하고 재생산한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AI 사용 격차와 비대칭적 미래

더 우려스러운 사실은 이 편향성이 AI의 사용률 격차로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과 옥스퍼드대학 인터넷연구소의 통합 연구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생성형 AI를 평균 20% 덜 사용한다. 이 격차는 특히 젊고 디지털 역량이 높은 집단에서 최대 45%까지 벌어진다. 한국에서도 2025년 한국은행 보고서는 남성의 AI 활용률이 55.1%인 반면 여성은 47.7%로 7.4%의 격차를 보인다고 밝힌다.

이러한 격차가 지속되면 AI는 더욱 남성의 데이터만을 학습하고 재생산하게 된다. AI가 결국 남성을 닮아간다는 경고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의 방향 자체가 특정 성별의 경험과 관점에 갇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미래 인재에게 AI 리터러시를 가르칠 때, 이러한 편향된 도구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러한 성별 격차는 단순히 기술 이해도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는 여성이 AI의 사회적 위험을 남성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분석한다.

AI 사용 시 주요 고려 요인 (18~35세) 젊은 여성 순위 젊은 남성 순위
AI 위험 인식 2위 6위

젊은 남성에게 AI의 사회적 위험은 사용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게 이는 AI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2024년 전국적 규모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에서 10~20대 여성이 주요 피해자였다는 현실을 보면, 여성들의 위험 인식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다.

불신은 현실 인식이다

여성들이 AI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평가하는 시선은 옳지 않다. 그들의 우려는 현실에 뿌리내린다. 생성형 AI가 정신 건강, 안전, 개인 정보 보호, 노동 시장, 환경 등 사회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엄연한 현실이다. 여성들의 위험 인식은 기술 도입의 ‘걸림돌’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의 AI’ 시대를 만들고 윤리적 AI 개발을 추동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AI에 대한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은 AI 산업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문제는 AI를 덜 쓰는 여성이 아니라 규제와 성찰 없이 AI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남성에게 있을 수 있다. AI 관련 규범과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특정 성별 중심의 AI 사용은 데이터 편향을 넘어 고용 성별 격차를 심화하고 AI 기술 발전 방향까지 왜곡할 위험이 있다.

AI 성별 격차, 기술이 아닌 신뢰의 문제

신뢰 설계가 변화를 이끈다

그렇다면 이 격차를 어떻게 줄여야 할까. 단순히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역량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옥스퍼드 연구는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교육이 오히려 젊은 세대의 성별 격차를 확대한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AI 기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개발자와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와 같은 공적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KBS 성평등센터 포럼에서 제시된 공영방송의 역할은 모든 기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할 내용
데이터 검수자 학습 데이터와 추천 데이터의 다양성을 점검한다.
학습·평가 검증자 학습·평가 단계에서 그룹별 정확도 격차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공개한다.
배포·운영 공시자 AI 활용 투명성을 표시하고 알고리즘 영향 평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거버넌스 협의자 성인지 감수성을 지닌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상시 자문협의체를 운영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AI의 편향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인지적 알고리즘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신뢰를 구축한다. 우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교육의 문제로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평등한 인권의식과 상호 존중 문화가 일상적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AI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AI 성별 격차, 기술이 아닌 신뢰의 문제

교사의 역할, 그리고 우리의 질문

교육 현장의 전략적 탐구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AI의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거창한 제도보다, 같은 학년 교사 몇이 “챗GPT에 직업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또 남성이 나왔다”는 한 장면을 수업 자료로 나누는 일에서 시작한다. 편향을 함께 발견하고, 학생이 그 편향을 스스로 되묻게 하는 수업을 서로의 교실에서 한 번씩 시도해 보는 것이다.

AI의 편향성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존재했던 성차별, 일자리 문제, 여성 노동 문제 등을 AI라는 거울로 다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AI가 가져온 문제 중 새로운 것은 없다는 임소연 교수의 단언은 우리의 성찰을 촉구한다.

우리의 질문은 명확하다. 당신의 교실에서 가르치는 AI는 과연 누구를 닮아가는가?

출처

  • 여성신문, “갈수록 남성 닮아가는 생성형 AI… 여성의 AI 사용률 높일 방안은”,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7850
  • 경향신문, “[시선] 왜 여성은 AI를 덜 사용할까”,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4200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