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EU AILit 프레임워크와 한국 AI 교육 정책의 재점검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초·중등교육을 위한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AILit)를 발표했다. 이는 PISA 2029에 도입될 평가의 개념적 기반이 되며, 국내 AI 교육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AI 시대 학습자의 역량을 키우는 AILit 프레임워크
AILit는 국제적 AI 교육 논의의 활성화 속에서 탄생했다. 유네스코의 AI 역량 프레임워크 발표, EU의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 갱신, EU 「인공지능법」(AI Act) 제4조의 AI 리터러시 의무 부과 등 흐름 위에서 OECD와 EU가 공동으로 AILit를 개발한다. 코드닷오알지(Code.org, 현 CodeAI) 같은 전문가 그룹이 참여했고, 100여 개국 2천여 명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2026년 6월 18일 공개되었다.
AILit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9에 새롭게 도입될 미디어·AI 리터러시(MAIL) 평가의 개념적 기반이 된다. PISA 평가는 2000년부터 3년마다 시행되었으나, 2029년부터 4년 주기로 전환된다.
AILit는 AI 리터러시를 “AI의 영향을 받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적 지식, 지속적 기능, 미래 대응 태도”로 정의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초등부터 중등(K-12) 모든 학생이 AI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이며 책임감 있게 활용하며, AI 설계와 사회적 영향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정 교과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교과와 교육 환경에 통합될 수 있는 역량 참조 체계로 설계되었다.
AILit는 지식, 기능, 태도를 기반으로 네 가지 역량 영역을 제시한다. 이 영역들은 (i) AI에 참여(Engage with AI), (ii) AI로 창작(Create with AI), (iii) AI 관리(Manage AI), (iv) AI 형성(Shape AI)으로 나뉜다. 이를 다시 19개 세부 역량으로 구체화하고, 각 세부 역량에 대한 학습자 기대 수준과 수업 시나리오를 기초, 중급, 심화 세 단계로 제공한다.
핵심적인 세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AI의 기술적 토대(데이터, 확률, 편향 등) 이해와 사회적·윤리적 함의를 분리하지 않고 결합한다. 윤리를 기술에 부수되는 것으로 보지 않으며, 가치, 맥락, 책무성이 AI 학습에서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둘째,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근본 역량(비판적 사고, 협업, 창의성, 의사소통 등)의 중심성을 강조한다. 셋째, 학습자 주체성을 강조하여, 학생이 AI를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사용 여부와 방식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한다. 특히, 2025년 검토용 초안 공개 이후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안녕, 그리고 AI 사용의 환경적 비용에 대한 내용이 보강되었다.
국내 AI 교육 정책의 현주소와 점검 과제
국내 AI 교육 정책은 교육부의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인재양성 방안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 등을 통해 AI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다. 그러나 AILit의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음 표는 AILit의 주요 지향점과 국내 AI 교육 정책의 현재 접근 방식을 비교하며, 국내 정책이 보완해야 할 점들을 보여준다.
| 정책 측면 | OECD·EU AILit 프레임워크의 지향점 | 국내 AI 교육 정책 (현행) | 재점검 및 보완 방향 |
|---|---|---|---|
| 교육 목표 및 방향 | 모든 학생의 AI 리터러시 역량 형성; AI 작동 이해, 비판적 활용, 사회적 영향 참여 | 기술 도입 및 활용 중심; 1인 1디바이스 보급, 인프라 확충; AI 핵심인재 양성 강조 | 기술 보급을 넘어 학습자의 보편적 역량 형성에 중점, AI 리터러시를 핵심 소양으로 재정의한다. |
| 교육과정 설계 | 기술적 이해와 사회·윤리적 함의 통합; 비판적 리터러시를 조직 원리로 삼음 | 디지털 시민성과 윤리적 판단 강조하나, 윤리 콘텐츠 개발·보급 및 정보과목 시수 확대 등 분절적 접근 | 윤리를 기술 내용과 통합하고, 비판적 리터러시를 교육과정의 핵심 설계 원리로 삼는다. |
|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 | 데이터 출처, 선별, 흐름 및 사회적 함의를 핵심 학습 내용으로 강조 | 대규모 학습데이터 수집을 전제하나, 데이터 소유, 통제, 보호에 대한 거버넌스 설계 공백 | 학습 데이터의 소유와 통제, 보호에 대한 법적 근거와 데이터 신탁 모델 등 거버넌스를 설계한다. |
| 교원 역할 및 형평성 |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주체성 강조; 학습자 안녕(well-being) 고려; 역량의 실질적 형평성 추구 | 교사를 플랫폼과 콘텐츠의 전달자로 위치시킬 우려; 인프라 보급 중심의 형평성 강조 | 교원의 주체성 확보를 위한 양성·연수 체계 구축; 학생 안녕과 인간 역량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둔다. |
국내 정책은 AI 핵심 인재 확보라는 목표와 보편적 시민 역량 증진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AI 윤리 등을 단순히 기본 소양의 하위 요소가 아닌 AI 리터러시의 핵심 위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AI 교육을 위한 정책 제언
국제적인 AI 교육의 청사진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정책은 네 가지 과제를 진전시켜야 한다.
첫째, AI 교육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기술 보급에서 학습자의 역량 형성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AILit가 제시하는 AI 리터러시는 특정 인재가 아닌 모든 학생이 갖춰야 할 보편적 역량이다. AI 리터러시를 기본 소양의 하위 요소가 아닌 핵심 역량으로 위상을 재조정하고, AI 핵심 인재 확보 전략과 보편적 시민 역량 증진 간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을 역량 체계로 재설계한다. AILit형 역량 참조 체계를 준거로 교육과정과 교과서 재구조화를 추진한다. 윤리 등은 별도 과목이나 콘텐츠가 아닌 각 역량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 AILit가 PISA 2029 MAIL 평가의 개념적 기반이 되는 만큼, 관련 역량의 교육과정 반영은 국제 비교 평가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셋째,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를 제도적으로 설계한다. 학습 데이터의 소유, 통제, 보호에 관한 법적 근거와 규제 조치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서 제안된 데이터 신탁 모델처럼, 수탁자가 신인의무에 따라 학생 데이터를 관리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공교육 맥락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민간 플랫폼 의존 상태를 관리하는 기준도 함께 마련한다.
넷째, 교원의 주체성을 확보하고 현장 조건을 정비한다. 교사를 플랫폼과 콘텐츠 전달자가 아닌, AI의 교육적 사용 여부와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판단 주체로 전제하는 양성·연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 AILit와 호주의 프레임워크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듯이, 학생의 안녕(well-being)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기기 사용 규제 논의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날로 악화되는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 기기 보급과 사용 실적에만 집중하기보다, 학교 간 인프라 격차를 넘어 학생 간 인간 역량 격차 해소를 더욱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복잡계 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인공지능 교육 시스템은 단순히 도구를 제공한다고 의도한 결과가 선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복잡계와 같다. 기술과 정책의 상호작용, 교사와 학생의 주체성, 사회적·윤리적 맥락 등이 얽혀 창발성(emergence)을 보인다. 정책 입안자가 단편적인 인프라 확충에만 집중할 때, 그 영향은 예측 불가능한 비선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 전체의 관계와 흐름을 이해하고, 인간 중심의 통합적 접근이 의도된 역량 창발을 이끌어낸다.
출처
- 국회입법조사처 (2026). 재점검이 필요한 학교 AI 교육의 방향과 방식 — OECD·EU 공동 AILit 프레임워크와 국내 교육정책 비교를 중심으로. 「이슈와 논점」 제2508호 (2026.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