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 / 552
챗GPT는 이제 묻는 도구가 아니라 시키는 도구다
오픈AI가 처음으로 국가별 챗GPT 사용 데이터를 공개했다. 수많은 수치 가운데 한 줄이 나머지를 압축한다. 직장에서 사람들은 챗GPT에게 묻기보다 시킨다.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분석을 돌리는 ‘실행’에, 업무 밖보다 두 배 이상 자주 쓴다. 반대로 업무 밖에서는 정보를 구하고 설명을 청하는 ‘질문’이 여전히 가장 큰 몫이다.
이 한 줄이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 AI 확산은 대개 설문으로 측정됐다. 써 봤는가, 유용한가. 이번 자료는 설문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리고 행동은 도구가 신기한 물건에서 손에 익은 연장으로 바뀌는 지점을 가리킨다. 묻기는 검색엔진이 하던 일이고, 시키기는 신입이 하던 일이다. 무엇이 대체되는가라는 물음의 진짜 무대가 바로 여기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네 흐름은 이렇게 정리된다.
| 흐름 | 데이터 | 읽는 법 |
|---|---|---|
| 질문에서 실행으로 | 업무 중 ‘실행’ 사용이 업무 밖의 2배 이상 | 신기함이 아니라 생산으로 |
| 지리적 확산 |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오세아니아 추격, 페루·우루과이·코스타리카 1인당 순위 급상승 | 얼리어답터의 장난감에서 보통의 도구로 |
| 텍스트에서 제작으로 | 멀티미디어가 전체 메시지의 7.8%, 브라질·콜롬비아는 10% 이상 | 묻는 창에서 만드는 작업대로 |
| 연령 확대 | 35세 이상 메시지 비중 1년새 5%p 상승, 프랑스·체코는 10%p 상승 | 청년의 도구가 직장인의 도구로 |
지리·연령·제작, 세 흐름은 하나를 가리킨다. 확산 곡선이 소수 열광층 구간을 지나 ‘초기 다수’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신제품이 얼리어답터를 지나 평범한 다수에게 스며드는 그 변곡점이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에 조용한 반전이 있다. 격차는 접근에서 좁혀지지만 사용에서 벌어질 수 있다. 페루가 1인당 순위에서 크게 올랐다는 것은 절대 사용량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순위는 작은 기저에서도 크게 흔들리고, 순위가 곧 수준은 아니다. 더 중요하게는, 진짜 격차가 ‘누가 쓰는가’에서 ‘누가 시키는가’로 옮겨간다. 접근이 평등해질수록, 도구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과 그저 물어보는 사람 사이의 간격이 새 불평등이 된다.
여기서 데이터를 정직하게 읽는 일이 필요하다. 이 통계는 인구가 아니라 챗GPT 사용자만의 것이다. AI가 전 세계로 퍼진다는 말은 상당 부분 챗GPT의 사용자 기반이 전 세계적이라는 말이다. 개종한 이들의 인구조사이지 모두의 인구조사가 아니다. 메시지 수는 시간도 가치도 아니어서, ‘실행’ 메시지 하나가 사소할 수 있고 빈도가 영향력을 대신하지 않는다. 나이는 스스로 밝힌 일부만의 값이다. 그리고 이 자료의 발행자는 오픈AI 자신이다. 없어선 안 되고, 전 지구적이며, 모두를 위한 도구라는 서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곳이다. 잘 계측된 자료이되 중립적 통계청은 아니다. 방향은 믿되 광택은 걷어내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 자체는 또렷하다. 도구가 평범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물음은 확산 곡선이 아니다. 평범해짐이 유능함을 낳느냐, 의존을 낳느냐다. ‘실행’이 가치와 충격이 함께 사는 자리라면, 우리가 애써 가르치는 ‘잘 묻는 법’은 가치의 절반만 가르치는 셈이다. 정작 길러야 할 것은 시킨 결과물이 좋은지 그럴듯한지를 가려내는 눈, 내가 이해한 것과 그냥 승인한 것을 구별하는 감각이다. 35세 이상까지 빠르게 도구를 집어드는 지금, 물음은 쓸 것이냐가 아니라 분별하며 쓸 것이냐다.
출처
- OpenAI. From asking to doing: How the world is putting ChatGPT to work. https://openai.com/index/how-the-world-is-putting-chatgpt-to-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