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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이제 묻는 도구가 아니라 시키는 도구다
오픈AI가 처음으로 국가별 챗GPT 사용 데이터를 공개했다. 대화 150만 건을 표본으로 뜯어본 자료다. 수많은 수치 가운데 한 줄이 나머지를 압축한다. 직장에서 사람들은 챗GPT에게 묻기보다 시킨다.
이 글은 그 한 줄을 그림 하나하나로 풀어헤친 다음, 같은 데이터를 여러 각도에서 다시 읽는다. 마지막에는 교실로 가져와, 이 변화가 배움에 무엇을 요구하는지까지 짚는다.
그림 1. 묻는 도구에서 시키는 도구로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분석을 돌리는 ‘실행’에, 사람들은 일터에서 업무 밖보다 두 배 이상 자주 챗GPT를 부린다. 반대로 업무 밖에서는 정보를 구하고 설명을 청하는 ‘질문’이 여전히 가장 큰 몫이다.
이 한 줄이 왜 중요한가. 세 각도로 뜯어보면 이렇다.
- 설문이 아니라 행동이다. 지금까지 AI 확산은 대개 설문으로 측정됐다. 써 봤는가, 유용한가. 이번 자료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입력했는지를 본다. 말이 아니라 손이 움직인 기록이다.
- 무엇이 대체되는가의 무대가 바뀐다. 묻기는 검색엔진이 하던 일이고, 시키기는 신입이 하던 일이다. 검색창을 여는 대신 초안을 맡긴다는 것은, 대체의 대상이 정보 탐색에서 초벌 노동으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 신기함이 아니라 생산이다. 시켜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은, 도구가 구경거리 단계를 지나 업무 공정에 들어왔다는 신호다.
그림 2. 도구가 평범해지는 세 가지 신호
세 칸을 하나씩 읽어보자.
- 지리적 확산.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오세아니아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고, 페루·우루과이·코스타리카가 1인당 순위에서 크게 뛰었다. 실리콘밸리의 물건이 아니라 리마와 몬테비데오의 물건이 되고 있다.
- 텍스트에서 제작으로. 멀티미디어가 가장 빠르게 크는 사용처다. 전체 메시지의 7.8%,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는 열에 하나가 넘는다. 묻는 창이 만드는 작업대로 바뀌는 중이다.
- 연령 확대. 35세 이상이 보낸 메시지 비중이 1년 새 전 세계에서 5%포인트, 프랑스와 체코에서는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청년의 도구가 직장인의 도구가 된다.
세 신호는 하나를 가리킨다. 확산 곡선이 소수 열광층 구간을 지나 ‘초기 다수’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신제품이 얼리어답터를 지나 평범한 다수에게 스며드는 그 변곡점이다. 채택 곡선으로 보면, 지금은 기울기가 가장 가파른 구간에 해당한다.
읽기 편하도록 네 신호를 한 표로도 정리해 둔다. 그림이 잘 들어오지 않는 독자를 위한,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이다.
| 신호 | 데이터 | 읽는 법 |
|---|---|---|
| 질문에서 실행으로 | 업무 중 ‘실행’ 사용이 업무 밖의 2배 이상 | 신기함이 아니라 생산으로 |
| 지리적 확산 | 페루·우루과이·코스타리카 1인당 순위 급상승 | 얼리어답터의 장난감에서 보통의 도구로 |
| 텍스트에서 제작으로 | 멀티미디어 전체의 7.8%, 브라질·콜롬비아 10% 이상 | 묻는 창에서 만드는 작업대로 |
| 연령 확대 | 35세 이상 비중 1년새 +5%p, 프랑스·체코 +10%p | 청년의 도구에서 직장인의 도구로 |
조용한 반전, 격차는 어디로 옮겨가는가
같은 데이터에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 격차는 접근에서 좁혀지지만 사용에서 벌어질 수 있다.
페루가 1인당 순위에서 크게 올랐다는 것은 절대 사용량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순위는 작은 기저에서도 크게 흔들리고, 순위가 곧 수준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격차의 성격이 바뀐다는 점이다. 진짜 간격이 ‘누가 쓰는가’에서 ‘누가 시키는가’로 옮겨간다. 접근이 평등해질수록, 도구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과 그저 물어보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새 불평등이 된다.
디지털 격차 1.0이 기기와 인터넷의 문제였다면, 여기서 드러나는 격차 2.0은 같은 도구를 손에 쥐고도 시킬 줄 아는가의 문제다. 접속선을 깔아주는 것으로는 닫히지 않는 간격이다.
데이터를 정직하게 읽기
방향은 또렷하지만, 광택은 걷어내고 봐야 한다. 이 자료를 과신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네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 인구가 아니라 사용자다. 이 통계는 전 인류가 아니라 챗GPT 사용자만의 것이다. AI가 전 세계로 퍼진다는 말은 상당 부분 챗GPT의 사용자 기반이 전 세계적이라는 말이다. 개종한 이들의 인구조사이지 모두의 인구조사가 아니다.
- 메시지는 시간도 가치도 아니다. ‘실행’ 메시지 하나가 사소할 수 있고, 빈도가 영향력을 대신하지 않는다.
- 나이는 자기 신고다. 연령 값은 스스로 밝힌 일부만의 것이다.
- 발행자는 오픈AI다. 없어선 안 되고, 전 지구적이며, 모두를 위한 도구라는 서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곳이 낸 자료다. 잘 계측된 자료이되 중립적 통계청은 아니다.
방향은 믿되 자릿수는 의심하라. 이게 이 자료를 다루는 바른 태도다.
그러면 교실에서는
도구가 평범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물음은 확산 곡선이 아니다. 평범해짐이 유능함을 낳느냐, 의존을 낳느냐다.
여기서 보편적 학습 설계(UDL)의 언어가 뜻밖에 쓸모 있다. UDL은 배움의 길을 세 갈래로 넓히라고 말한다. 표상의 수단, 행동과 표현의 수단, 참여의 수단이다. 이번 데이터는 그 세 갈래에 각각 겹쳐 읽힌다.
- 행동과 표현의 수단이 넓어진다. ‘시키기’는 결과물을 만드는 실행이다. 손으로 옮기기 힘들던 생각을 이제 다른 경로로 꺼내 놓을 수 있다. 쓰기가 버거운 학생이 말로 지시해 초안을 얻고, 코드가 낯선 교사가 시켜서 도구를 만든다. 표현의 문턱이 낮아진다.
- 표상의 수단이 늘어난다. 멀티미디어의 급성장은 같은 내용을 글·그림·소리로 바꿔 내놓기 쉬워졌다는 뜻이다. 한 가지 방식으로만 설명하던 자리에 여러 표현이 값싸게 들어온다.
- 참여의 수단은 저절로 넓어지지 않는다. 여기가 함정이다. 시켜서 나온 결과가 좋은지 그럴듯한지를 가려내는 힘, 내가 이해한 것과 그냥 승인한 것을 구별하는 감각은 도구가 대신 길러주지 않는다. UDL이 말하는 자기조절과 실행기능의 영역이다.
정리하면, 우리가 애써 가르치는 ‘잘 묻는 법’은 가치의 절반만 가르치는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시킨 결과물을 분별하는 눈이다. 35세 이상까지 빠르게 도구를 집어드는 지금, 물음은 쓸 것이냐가 아니라 분별하며 쓸 것이냐다.
출처
- OpenAI. From asking to doing: How the world is putting ChatGPT to work. https://openai.com/index/how-the-world-is-putting-chatgpt-to-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