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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문제를 직접 푸는 교사들 — 도름(DoRms)을 들여다봤다
현장의 교사에게 AI는 대개 쓰는 법을 배우는 대상으로 온다. 연수를 듣고, 프롬프트를 배우고, 남이 만든 도구를 받아 쓴다. 도름(DoRms)은 그 순서를 뒤집는다. 여기 모인 교사들은 AI에게 배우기보다 AI로 만든다. 그리고 만든 것을 서로에게 나눈다.
도름스쿨은 스스로를 “현장의 문제를 직접 푸는 교사 AI 커뮤니티”라고 소개한다. 교사 인증을 거친 사람들이 직접 만든 앱과 자료, 이야기를 올리고, 받은 ‘도름’으로 평판을 쌓는다. 짧게 둘러본 첫인상과, 이 커뮤니티가 왜 흥미로운지를 여러 각도에서 정리해 둔다.
도름은 이렇게 돈다
이 순환의 각 칸을 풀어보면 커뮤니티의 성격이 드러난다.
- 현장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시작점이 이론이나 유행이 아니라 교실에서 막히는 지점이다. 수시 상담 카드를 모으기 번거롭다, 자리 배치가 매번 골칫거리다 같은 구체적 불편이 앱의 씨앗이 된다.
- 직접 만든다. 예전이라면 개발자에게 부탁하거나 포기했을 일을, 바이브코딩으로 교사가 직접 만든다. 만드는 문턱이 낮아진 것이 이 커뮤니티가 성립하는 전제다.
- 공유하고, 도름을 받는다. 만든 것을 올리고 설명한다. 쓸모를 느낀 동료가 ‘도름’을 준다. 좋아요와 달리 이 평판은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동료의 인정에 가깝다.
- 다시 고쳐진다. 여기가 핵심이다. 받은 도구는 그대로 쓰이기보다 각자의 교실에 맞게 변형된다.
마지막 고리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이미 화두다. 한 교사는 다음 단계가 ‘교사 깃허브’라고 제안한다. 똑같은 교과 내용이라도 전국의 교실은 저마다 다르게 굴러가고, 바이브코딩 결과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남이 만든 앱을 받아 내 학년, 내 학교, 내 교육관에 맞게 갈아끼우는 구조. 개발자들이 코드를 포크해 고쳐 쓰듯 말이다.
무엇을 만들고 있나
둘러보다 눈에 밟힌 것은 만들어진 도구의 폭이다. 몇 개를 갈래로 묶어 본다.
| 갈래 | 예시 | 무엇을 푸는가 |
|---|---|---|
| 평가·상담 업무 | 수시지원 상담카드 수합앱, 내신 성적 분석 대시보드, 평가계획 한눈에 |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상담·분석에 쓰기 좋게 |
| 수업 자료·아카이브 | 통사랑(사회 기출), 수학 수행평가 아이디어 아카이브, e-GIS | 다른 학교의 수업·문항을 찾아 쓰기 |
| 학급·행정 자동화 | 자리배치 자동 배정, 진도계획표 자동계산기, 쌤핀 대시보드 | 반복되는 잡무를 코드로 넘기기 |
| 생기부·문서 | 생기부 돋보기, 보고써 | 점검·교정·작성의 수고를 덜기 |
| AI 리터러시 수업 | 근거 있어? 정보 판별 게임 | 학생이 AI 시대의 분별력을 기르도록 |
| 메타·도구 | 프롬프트 카드, 바이브코딩 API키 대백과 | 만드는 교사를 위한 만드는 법 |
목록만 훑어도 두 가지가 보인다. 하나는 이 도구들이 대부분 자기 불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내가 필요해서 만든 PDF 편집기, 담임이 파일 하나로 자리를 뽑는 앱처럼, 나 좋자고 만든 것이 많다. 다른 하나는 그 사적인 도구가 공개되는 순간 남의 불편도 함께 던다는 점이다.
여러 각도에서 다시 보기
같은 커뮤니티를 몇 개의 렌즈로 바꿔 끼워 본다.
- 교사 전문성의 각도. 그동안 교사의 도구는 대체로 위에서 내려왔다. 출판사, 교육청, 에듀테크 회사. 도름은 도구를 만드는 주체를 교사 자신에게 되돌린다. 내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도구를 짓는다.
- 에듀테크 시장의 각도. 회사가 팔던 기능의 상당수를 교사가 하루 만에 만들어 무료로 나눈다. 완성도나 지속성은 회사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현장 적합성에서는 앞선다. 시장이 채우지 못한 틈이 어디였는지가 드러난다.
- 집단지성의 각도. 흩어진 개인이 각자 만들면 바퀴를 매번 새로 발명한다. 도름은 그 바퀴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도름이라는 평판으로 좋은 바퀴를 위로 올린다. 검증과 큐레이션이 커뮤니티 안에서 돈다.
- 지속가능성의 각도. 그늘도 분명하다. 개인이 만든 앱은 만든 사람이 바쁘면 멈춘다. 보안, 개인정보, 유지보수는 취미의 무게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교사 깃허브’ 구상이 나오는 것도 이 지점을 함께 감당하자는 몸부림으로 읽힌다.
보편적 학습 설계로 보면
도름을 보편적 학습 설계(UDL)의 눈으로 보면 흥미로운 겹침이 있다. UDL은 한 가지 방식으로 가르치지 말고 여러 경로를 열어 두라고 말한다. 그런데 도름의 도구들이 하는 일이 정확히 그 여러 경로를 만드는 일이다.
- 표상의 다양한 수단. 같은 지리 개념을 지도 위에서 만지게 하는 e-GIS, 같은 정보 판별을 게임으로 겪게 하는 도구처럼, 하나의 내용을 여러 방식으로 내놓는다.
- 행동과 표현의 다양한 수단. 상담 카드를 종이가 아니라 앱으로, 보고서를 자유 양식으로 받는 도구들은 학생과 교사가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참여할 길을 넓힌다.
- 참여의 다양한 수단. 자리 배치나 1인 1역 도장판처럼 교실 운영의 사소한 마찰을 줄이는 도구는 배움에 쓸 에너지를 아껴 준다.
주의할 점도 같다. 도구가 늘어난다고 UDL이 저절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어떤 학생에게 어떤 경로가 필요한지를 읽는 것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도름의 도구는 그 판단을 돕는 재료이지, 판단 자체를 대신하지 않는다.
남는 생각
도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묻기만 하던 교사 문화가 만들기를 시작한 장면이다. 만드는 문턱이 낮아지자, 각자 자기 교실의 문제를 풀고 그 해법을 나누는 일이 가능해졌다. 완성도의 그늘과 지속의 숙제는 남지만, 도구의 주인이 다시 교사가 되는 흐름 자체는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 도름(DoRms) 교사 AI 커뮤니티. https://dorms.sch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