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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한국어 문서의 어색함은 취향이 아니라 규약의 문제다
AI에게 한국어 보고서를 맡기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내용은 틀리지 않았는데, 그대로 내보내기가 망설여진다. 문장은 번역기를 갓 통과한 것 같고, 디자인은 볼 때마다 제각각이다. 한 개발자가 이 어색함의 정체를 다섯 가지로 쪼개고, 각각을 규약으로 묶어 하나의 스킬로 공개했다. 이름은 korean-report-skills다.
주목할 지점은 진단이다. 그는 이 어색함을 모델의 실력 문제로 보지 않았다. 취향의 문제로도 보지 않았다. 지켜지지 않은 규약의 문제로 봤다.
슬롭은 실력이 아니라 일관성의 부재다
AI가 만든 문서가 어설퍼 보이는 첫 번째 이유는 디자인이다. 마크다운을 워드에 붙이면 볼품없고, HTML로 뽑으면 매번 제목 크기도 표 모양도 여백도 달라진다. 같은 요청에 다른 결과가 나오니, 문서마다 낯선 얼굴을 한다.
이 스킬의 해법은 디자인을 아예 고정하는 것이다. 액센트 색 하나, 그림자 없음, 표에 세로 괘선 없음. 보고서용 세로 양식과 협의자료용 가로 양식 두 가지뿐이고 섞을 수 없다. 선택지를 줄이니 같은 요청에 같은 결과가 나온다. 자유도를 버리고 일관성을 얻는 거래다.
번역체는 어미에서 샌다
두 번째 이유는 문장이다. 한 문서 안에서 ‘됐다’와 ‘하였습니다’가 섞이고, ‘~하는 것’, ‘~에 걸려 있다’ 같은 번역투가 남는다. 읽는 사람에게는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처럼 보인다.
이 스킬은 번역체를 118건의 치환 목록과 어미 규약으로 다룬다. ‘반토막 넘게 늘었습니다’는 ‘4.2시간에서 9.1시간으로 증가하였다’로, ‘모든 사슬이 승인 하나에 걸려 있다’는 ‘승인 이후 착수할 수 있다’로 바꾼다. 막연한 수식을 구체적 수치로, 번역투 관용구를 담백한 서술로 되돌린다. 평서체와 합니다체를 섞지 않고, 필요하면 문서와 커버레터를 분리한다.
검사기가 있다는 것
여기서 이 프로젝트의 진짜 값이 드러난다. 규약이 표로만 있으면 아무도 지켰는지 모른다. 그래서 함께 실린 검사기가 문서를 훑어, 걸린 곳을 줄과 열로 짚어 준다. 규약이 잔소리에서 검증 가능한 규칙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이것은 사소해 보여도 핵심이다. AI 슬롭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둘이다. 더 좋은 모델을 기다리거나, 지켜야 할 것을 명시하고 지켰는지 기계로 확인하거나. 앞의 길은 내 손을 떠나 있다. 뒤의 길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좋은 프롬프트 하나로 슬롭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대신, 규약과 검사기를 붙이는 쪽이 훨씬 확실하다.
남는 물음
물론 대가는 있다. 디자인을 두 양식으로 못 박고 어미를 규약으로 묶으면, 문서는 깔끔해지지만 목소리는 납작해진다. 모든 보고서가 같은 톤으로 수렴한다. 공식 문서라면 그 균질함이 미덕이지만, 글맛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규약이 오히려 족쇄가 된다.
그래서 이 스킬이 주는 교훈은 규약을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어색함의 정체를 취향이 아니라 규칙으로 옮겨 놓고, 그 규칙을 기계가 확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게 글을 맡기는 시대에, 슬롭과 싸우는 가장 현실적인 무기는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잘 벼린 규약과 그것을 지키는지 보는 눈이다.
출처
- JangHyun-bin/korean-report-skills (GitHub). https://github.com/JangHyun-bin/korean-report-skills
- Show GN 소개글, GeekNews. https://news.hada.io/topic?id=323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