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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 IB PYP 도입, 교사의 저항을 뚫는 4단계 전환 전략
현장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일은 예측 불가능한 미로를 걷는 일과 같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막상 현실에 발을 들이면, 기대와는 다른 저항과 마주한다. 여기 한 공립초등학교의 IB PYP 도입 경험을 자문화기술지 방식으로 분석한 연구가 그 복잡한 과정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IB, 그 낯선 이름 뒤에 숨은 관성과 저항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현장 교사들의 어깨는 무거워진다. 이 연구는 IB PYP(International Baccalaureate Primary Years Programme)라는 이름이 학교에 처음 던져졌을 때, 교사들이 보인 반응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당연히 교사들의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연구 주장: 한 공립초등학교에 IB PYP 도입을 처음 제안했을 때,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낯섦, 늘어날 업무 부담, 그리고 과거 하향식 정책의 부정적 경험 때문에 강한 관성과 저항을 나타냈다. 연구자는 이를 “변화를 거부한다기보다, 과거 정책 경험 속에서 형성된 의미와 기억에 기반한 해석”이라고 분석한다.
데이터·근거: 이 연구는 2024년 12월 교원 대상 설문에서 약 90%의 교사가 IB 도입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업무가 또 늘어나겠네”, “IB는 국제학교에서나 하는 거 아닌가”와 같은 교사들의 직접적인 반응은 새로운 정책이 ‘교육적 가치’ 이전에 ‘실질적 부담’으로 먼저 다가선다는 현장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필자의 판단: 이 90%의 반대는 단순히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하향식 교육 정책이 현장의 고민 없이 던져지고, 결국 교사에게 ‘추가 서류 작업’과 ‘보여주기식 행사’로 귀결된 경험이 누적된 결과이다. 이는 교사들의 학습된 방어 기제이며, 새로운 정책 도입에서 이 저항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무작정 ‘좋은 정책’이라며 밀어붙이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실패한다.
90%의 반대를 뚫고, 공감대를 만드는 의미 형성의 기술
교사들의 압도적인 반대에 부딪힌 연구부장은 전략을 바꾼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교사들이 IB PYP를 자신들의 교육 맥락 안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 과정은 ‘설명’이 아닌 ‘소통’과 ‘연결’의 기술이 핵심이었다.
연구 주장: 연구자는 설명 위주 접근에서 벗어나, 학년부장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하여 IB PYP를 기존의 좋은 수업 경험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아가 학부모 소통을 통해 외부 지지를 확보하면서 점진적으로 학교 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교 문화를 전환했다.
데이터·근거: 연구는 2025년 1월부터 2월까지 세 차례 운영된 학년부장 중심 협의회를 변화의 주요 기제로 지목한다. 협의회에서 교사들은 “IB가 우리가 원래 하던 좋은 수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습자상은 학급규칙 만들 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2025년 4월 ‘IB 학부모 소통의 날’을 통해 학부모들이 IB PYP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일부 교사들 또한 IB를 단순한 업무 증가가 아닌 “학교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교육과정의 변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필자의 판단: 이 지점이 이 연구의 핵심 전환점이다. 교육변화는 기술적 변화 이전에 사람들의 ‘의미 형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용어나 문서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내가 이미 하고 있는 좋은 수업”과 “IB가 지향하는 바” 사이의 연결점을 찾아주는 일이다. 학부모 소통은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교사들의 내면적 저항을 허물고 IB를 ‘함께 해야 할 우리 학교의 교육 혁신’으로 인식시키는 강력한 심리적 촉매로 기능했다.
실행 역량, 점진적 전환 그리고 리더의 ‘판단’ 게임
공감대가 형성된 후, 연구부장은 IB PYP를 실제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한다. 이때 리더의 ‘비판적 판단’이 단기적 성과주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된다.
연구 주장: 교사들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IB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UOI(Unit of Inquiry) 공동 설계를 진행하며 교사들의 실행 역량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부장은 단기적 가시 성과보다 장기적 안착을 위해 1학기 교육과정 설계 및 역량 강화, 2학기 수업 적용이라는 점진적 전환을 추진했다. 나아가 ATL(Approaches to Learning)과 학습자상(Learner Profile)의 명시적 지도를 위해 별도 10시간의 시수를 추가 확보했다.
데이터·근거: 2025년 3월 학교 내에 IB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조직되었고, UOI 운영을 위해 교과 16시간과 창의적체험활동 8시간을 편성하여 총 24시간을 확보했다. 특히 교감이 1학기부터 UOI를 수업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으나, 연구부장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전환 기반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1학기에는 교육과정 설계와 교사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실제 수업은 2학기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ATL과 학습자상 명시적 지도를 위해 관련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에서 총 10시간을 별도로 확보했다.
필자의 판단: 이 연구부장의 점진적 전환 결정은 매우 날카로운 통찰이다. 당장의 ‘보여주기식 성과’에 급급했다면, 그 피로감은 고스란히 교사에게 돌아가 변화의 동력을 꺾었을 것이다. “더디게 가는 것이 빠르게 가는 길”이라는 역설을 현장에서 몸소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판단은 관리자의 전적인 지지, 그리고 연구부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설득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엄중한 조건이 따른다. 모든 학교에서 이런 ‘리더의 비판적 판단’이 발휘될 수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변화, 개인을 넘어선 조직의 힘
IB PYP 도입이 구체화될수록 연구부장은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변화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이는 학교 차원의 구조적인 지원 체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교육변화가 가능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연구 주장: IB PYP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교사 개인의 역량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며, 학교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다. 이에 따라 업무지원팀과 자료분과팀을 구성하여 IB PYP 운영에 필요한 행정 및 자료 지원을 체계적으로 분담했다.
데이터·근거: 업무지원팀은 교감과 교무행정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IB 관련 공문 처리, 후보학교 신청 자료 관리, 연수 일정 조정, 예산 집행, 수업 자료 인쇄 및 준비물 관리 등 행정 업무를 분담했다. 자료분과팀은 워크시트 제작 및 편집, 학습자상 및 ATL 시각 자료 구성, IB 노트 편집, 교실 환경 구축 등을 담당하며 수업 실행을 지원했다. 이 두 팀은 각각 교육과정 설계와 행정·자료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개별 교사의 실천을 학교 차원의 집합적 실천으로 확장시켰다.
필자의 판단: 이 부분이 이 연구가 현장에 주는 가장 실질적인 가치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 혁신이라도 행정적, 물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된다. 교사들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할 때는 ‘기존의 것’ 중 무엇을 덜어줄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것’을 위한 어떤 자원(시간, 인력, 예산)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반드시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은 그저 교사의 소진으로만 귀결될 뿐이다.
나의 비판적 낙관, 그리고 현장을 위한 ‘어떻게’
이 연구는 자문화기술지라는 방법론적 특성 때문에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단 한 학교, 한 연구부장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계 속에서도 공립학교에서 IB PYP와 같은 큰 교육변화를 추진할 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현장성 높은 로드맵을 제시한다. 본질적으로 보면, 이 모든 과정이 한 명의 열정적인 연구부장의 헌신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남는다. 이런 ‘선한 의지를 가진 개인’의 역량에만 모든 변화의 동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연구에서 비판적 낙관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연구가 보여주듯, 교육변화는 교사들의 ‘의미 형성’과 ‘불안 해소’에서 시작한다. 이 ‘의미 공유’의 과정은 거창한 워크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점심시간에 “IB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떤 좋은 점을 줄 수 있을까?”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주고받는 대화 한 토막이 시작점이 된다. 혹은 학년 메신저에 “이번 UOI 수업에서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하던데, IB 학습자상 중 ‘사고하는 사람’과 연결될 것 같아요.”라고 짧게 공유하는 한 줄 후기가 집단 학습과 성찰 문화의 시작이다. 이러한 미시적인 실천들이 쌓여야 비로소 학교 전체의 거대한 변화 동력으로 발전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연구는 협력적 전문성과 지원 체계가 변화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단언한다. 이는 곧 학교장이 교원들의 수업 전문성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단순히 ‘기대’하는 것을 넘어, 업무지원팀과 자료분과팀처럼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러한 구조적 지원이 확보될 때만 교사들은 수업 혁신에 집중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학습 경험이 질적으로 향상된다. 구조적 지원이 없다면 교사의 저항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의 학교에서 어떤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려 한다면, 가장 먼저 그 변화가 ‘기존의 어떤 가치 있는 실천’과 연결될 수 있는지 동료들과의 ‘공통 언어’를 찾아보는 5분 대화를 시도해 보라. 그것이 90%의 저항을 뚫는 첫 번째 실천이다.
출처
- Park, H. (2026). An autoethnographic study of educational change in the process of introducing the IB Primary Years Programme in a public elementary school. Journal of Studies on Schools and Teaching, 11(2), 297-321. https://doi.org/10.23041/jsst.2026.11.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