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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도구일 뿐, 핵심은 교사의 ‘인간 지능’에 달렸다
AI 시대, 좋은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단언은 때로 순진하게 들린다. 그러나 2025년 8월, OpenAI 포럼에서 캘리포니아 올해의 교사로 선정된 케이시 큐니(Casey Cuny)의 강연은 이 단언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AI가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실의 인간적 가치를 강화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섬세하게 돕는 강력한 ‘보조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AI 리터러시, 선택 아닌 ‘도덕적 명령’이다
큐니 교사는 AI 리터러시를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도덕적 명령으로 규정한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부 교사는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AI는 다르다고 단언한다. AI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내일 아침 교실에 앉을 36명의 학생을 준비시키려면 교사 스스로 AI에 능숙해져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AI는 단순히 ‘더 나은 구글 검색’이 아니며, 사용법을 익히는 데는 학습 곡선과 연습이 필요하다. 본질적으로, AI는 질문하고 토론하며 지식을 구성하는 새로운 대화의 시대를 열었다.
그의 수업 사례는 이 전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큐니 교사는 학부모의 수기 서명 시트를 챗GPT로 스캔해 이메일 주소 목록을 순식간에 추출한다. 그리고 수업 계획서 내용을 기반으로 학부모 환영 이메일 초안을 단 90초 만에 생성한다. 이 과정은 교사의 반복적인 행정 업무 부담을 극적으로 줄이며, 교사가 학생과 관계 맺고 학습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한다.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사의 업무 본질을 학생 중심으로 재편하는 변곡점이다.
AI는 환각을 일으키지만, 인간은 더 많이 환각한다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 즉 사실이 아닌 정보를 지어내는 경향은 비판적 낙관론자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부분이다. 큐니 교사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중에도 환각을 일으키는 분들이 꽤 많았다”는 재치 있는 비유로 핵심을 꿰뚫는다. AI는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의 오류 가능성을 인지하고, ‘어떻게’ AI를 사용하는가에 있다.
그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이 이메일을 좋게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는 것과 “이 이메일을 더 자신감 있고 간결하게 재작성해줘”라고 명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낳는다. ‘더 좋게(better)’와 ‘최적화(optimize)’는 AI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큐니 교사는 학생들에게 ‘평가하다(evaluate)’, ‘튼튼한(robust)’, ‘큐레이션하다(curate)’ 같은 정교한 어휘를 가르쳐 AI와의 대화를 풍부하게 만들고, 실제로 학생들의 어휘력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단언한다. AI가 오류를 내거나 ‘죽음의 나선(death spiral)’에 빠진다면, 새 대화를 시작하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이는 AI가 지적 능력 향상을 위한 ‘지적 파트너’로 기능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학습, 메타인지와 질문의 역설
큐니 교사는 AI가 학습의 형평성을 높일 엔진이 될 잠재력을 지니지만, 동시에 기존 불평등을 심화할 위험도 크다고 경고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AI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것이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원 시스템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AI는 든든한 학습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그는 파이썬 코딩을 AI만으로 배우는 30일 실험으로 메타인지적 참여가 AI 기반 학습의 핵심임을 발견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의 이해도 격차를 파악하며,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학습 방식을 훈련받지 못한다. 그의 신화 수업에서 진행된 챗GPT 퀴즈 실험은 이 역설을 명확히 드러낸다. 학생들에게 AI로 엘레우시스 신비에 대해 학습하게 하고 30분 뒤 퀴즈를 치렀을 때, 25%의 학생은 100점을 받았지만 75%는 낙제했다. 100점 받은 학생은 “AI에게 퀴즈를 내달라거나, 요약이나 플래시카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말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렇게도 할 수 있냐”며 놀랐다. 이것이 바로 학생들에게 AI 활용법을 명확히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표: AI 활용 학습의 두 가지 길]
| 특징 | AI 리터러시가 부족할 때 (75% 학생) | AI 리터러시가 충분할 때 (25% 학생) |
|---|---|---|
| 학습 방식 | AI 화면 응시, 수동적 정보 습득 시도 | 끊임없이 질문, 다양한 형태로 정보 재구성 |
| 메타인지 | 자신의 이해도 격차 인지 못함, 질문 회피 |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지, 질문으로 해결 |
| 결과 | 학습 효과 미미, 기존 지식 격차 심화 | 효율적 학습, 심층적 이해, 학업 성취 향상 |
| 시사점 | AI를 ‘더 나은 검색 엔진’으로만 인식 | AI를 ‘사고 파트너’로 활용, 능동적 학습자 |
AI는 학습 도구로서의 잠재력이 엄청나지만, 그 잠재력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 과정을 인지하고 통제하는 메타인지 역량과 날카로운 질문 능력이 있을 때만 온전히 실현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학습 부진 학생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뿐이다.
맞춤형 학습과 교사의 ‘인간미’가 만나는 지점
큐니 교사는 AI가 개별화된 학습(Differentiated Instruction)과 보편적 학습 설계(UDL)를 전례 없이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커스텀 챗GPT(Custom GPTs)를 만들어 사용한다. AP 경제학 튜터 ‘페니’, AP 화학 튜터 ‘아이젠버그’, 심지어 ‘사우스 파크 에이브’라는 역사 튜터까지 등장한다. 큐니 교사 자신도 오웰의 『1984』 수업을 위해 ‘윈스턴 스미스’ 커스텀 챗GPT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 커스텀 GPT에 AP 기출 문제, 교과서, 교사의 자료 등을 업로드하여 시험 대비를 하거나 특정 개념을 심층 학습한다. 큐니 교사의 아들은 AP 화학 중간고사에서 챗GPT로 만든 스터디 버디(Study Buddy)로 96점을 받았다. 이는 반 평균 68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AI를 단순히 부정행위 도구가 아닌, 능동적인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강력한 사례다.
이러한 스터디 버디의 핵심은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이다. 맥더멋(McDermott) 등의 연구에 따르면, 자료를 단순히 다시 읽는 것보다 퀴즈로 인출하는 연습이 시험 성적을 두 배 가까이 향상시킨다. AI는 이 인출 연습을 무한하고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틀린 문제에 대해 AI로부터 미니 강의를 듣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 스타일(예: 비유, 스포츠 예시)을 선택하며, ‘전문가 모드’를 요청해 난이도를 높일 수도 있다.
한국 교육 현장에 던지는 질문, AI와 교사의 ‘공동 운명체’ 선언
큐니 교사의 경험은 한국 교육 현장에 즉각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 8월 강연이기에, AI 활용 경험이 꽤 쌓인 시점에서의 통찰은 지금의 우리에게 더욱 유효하다. 교육 정책, 교사 연수, 평가 방식 등 모든 면에서 AI 시대를 재정의해야 함은 분명하다. 교사들이 AI 정책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그가 주장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정책은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반영한다.
[표: AI 시대, 한국 교육 현장의 변화 방향]
| 영역 | 기존 방식의 한계 (AI 등장 이전/무시) | AI 시대의 방향성 (큐니 교사 사례 기반) |
|---|---|---|
| 평가 | 과제물 채점의 공정성 논란, 숙제 대필 문제 | 진정성 있는 평가 (구술 평가, 과정 중심, AI 피드백 후 인간 재구성) |
| 교사 연수 | AI 도구 사용법 위주, 현장 적용 어려움 | AI 리터러시 교육 의무화, 현장 교사 참여 설계 |
| 교육 과정 | 지식 전달 위주, 암기 강조 | AI를 통한 개별 맞춤형 학습, 메타인지 및 질문 능력 강화 |
| 숙제 | AI 활용 시 부정행위 간주, 단순 정보 검색 |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 (예: “AI에 질문 5가지 던지고 요약하기”) |
| 교사 역할 | 지식 전달자, 행정 업무 부담 | 학습 설계자, 관계 형성자, AI 조력자 코칭 |
| 교육 형평성 | 가정 환경/사교육 여부에 따른 학습 격차 |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지원, 불평등 완화(단, 리터러시 전제) |
큐니 교사의 “AI는 파워 스티어링과 같다. 교사는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 있지만, 좋은 교육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비유는 정확하다. AI가 교사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의 본질적 역할인 ‘관계 맺기’, ‘학습 디자인’, ‘비판적 사고 유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즉, 교사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동시에, 교육의 질적 도약을 가능케 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교실에서의 관계 형성에 귀결된다.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소중히 여기고 부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와 관계에서 비롯된다. AI가 행정 업무를 덜어줄수록, 교사는 학생의 눈을 마주하고 그들의 고민을 듣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이는 교사의 ‘인간 지능’이 교육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미래 교실, 교사의 ‘상상력’에 달렸다
큐니 교사는 AI가 출결을 처리하고, 학생들이 헤드셋으로 AI 조교와 5분간의 구술 시험을 치르며, AI가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오개념을 파악해 교사에게 전달하는 미래 교실을 그린다. 교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맞춤형 수업을 진행한다. AI는 심지어 수업 중 필요한 시각 자료를 즉석에서 생성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상상은 이미 현실의 기술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실제로 그의 교실에서는 이미 ‘제임스 조이스의 『아라비』 구절을 시각화해달라’는 프롬프트로 학생들의 탄성을 자아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는 AI가 교사의 상상력과 결합될 때 어떤 교육적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복잡한 사고를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학습 환경의 설계자이자 인간 정신의 멘토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AI는 존 듀이(John Dewey)가 꿈꿨던 미국 진보 교육 시스템의 이상을 완전히 실현할 도구가 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교사야말로 미래 교육의 핵심 주체가 될 것이다.
당신은 오늘 당장 챗GPT를 열어, 지난 학기 사용했던 수업 계획서를 업로드하고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이 계획서를 10학년 학생들을 위한 ‘성장형 사고방식’ 단원 학습 성과로 최적화해줘. 관련 TED Talk, 영상, 팟캐스트, 그리고 평가 아이디어까지 찾아보고 보고서를 만들어줘.” 이 작은 행동 하나가 당신의 교실을 변화시킬 첫걸음이 된다.
출처
- OpenAI Forum: https://forum.openai.com/public/videos/event-replay-california-teacher-of-the-year-uses-ai-to-make-good-teaching-even-better-2025-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