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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수업 준비 워크플로를 정리해 AI 초안을 얻은 사례
브런치 작가 근쌤은 지난 글에서 AI 도구를 고르기 전에 교사의 워크플로부터 펼쳐 봐야 한다고 썼다. 수업을 설계·실행·평가·환류의 흐름으로 나누면 교사의 판단이 필요한 자리와 AI의 도움을 받을 자리가 보이니, 도구의 기능보다 수업의 목적과 흐름을 먼저 살피라는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워크플로를 펼쳐 본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일까. 근쌤은 「AI를 활용한 워크플로우 정리 사례」에서 자신이 초등 체육 수업을 준비해 온 과정을 사례로 이 질문에 답한다.
완성된 수업 모형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아니다. 매번 되풀이하던 불편을 따라가다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고, 그 패턴을 AI와 함께 ‘ACE 체육수업 모형’이라는 구조로 정리하게 된 과정이다.
반복되는 수업 준비 고민
체육 교담을 맡은 근쌤은 학생들에게 매일 같은 질문을 듣는다. “오늘 체육 뭐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활동만 하면 쉽지만, 근쌤은 성취기준을 만족한다면 교과서 활동보다 스포츠 활동으로 성취기준을 충족시키는 편이 좋았다. 그러나 체육 교과의 특성상 날마다 같은 스포츠나 같은 활동을 하기도, 성취기준과 교과서에 맞춰 활동을 새로 구성하기도 쉽지 않았다. 비슷한 수업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매 차시 전혀 다른 수업을 새로 준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같은 고민을 거듭하던 근쌤은 수업 내용은 매번 달라도 자신이 고민하는 순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주제 하나만 주면 AI가 수업 활동 초안을 만들어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만의 수업 준비 워크플로를 점검해서 그대로 설명해 주자’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렇게 만든 체육수업 Gems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필요한 정보를 바탕으로 초안을 내주는 것만으로 수업을 짜내는 데 들이던 노력이 체감상 70%가량 줄었다고 한다.
반복되는 고민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근쌤은 먼저 교육과정과 단원의 목표를 확인한다. 이어 학생의 기능 수준과 흥미, 학급 인원, 수업 공간, 사용할 수 있는 용·기구를 살핀다. 조건에 맞는 활동을 찾으면 쉬운 활동에서 어려운 활동으로 난이도를 조절하고, 설명과 대기 시간을 줄이도록 인원과 공간을 다시 짠다. 마지막으로 안전 요소를 점검하고 실제 수업에서 쓸 순서를 정한다. 이 흐름을 질문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단계 | 고민 내용 |
|---|---|
| 1 | 어떤 스포츠 종목으로 수업을 할까? |
| 2 | 성취기준과 교과서에는 어떻게 나와 있을까? |
| 3 | 스포츠 종목의 기술·활동 가운데 성취기준과 연결할 만한 활동은 어떻게 구성할까? |
| 4 | 유튜브나 커뮤니티에 참고할 레퍼런스가 있을까? |
| 5 | 있다면 내 학급에서 그대로 쓸 요소와 변형할 요소는 무엇일까? |
| 6 | 수업 과정에서 강조할 부분은 무엇일까? |
| 7 | 활동 중 생길 수 있는 안전사고는 무엇일까? |
수업에 들어가면 다시 판단이 이어진다. 학생들이 예상보다 어려워하면 규칙을 단순하게 바꾸고, 활동이 너무 쉽게 끝나면 조건을 더한다. 모둠 참여가 고르지 않으면 인원이나 역할을 바꾼다. 돌이켜 보니 근쌤은 활동 하나를 찾느라 시간을 쓴 것이 아니었다. 교육과정, 학생, 공간, 도구라는 여러 조건을 매번 처음부터 다시 조합하고 있었고, 그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반복 패턴을 ACE 수업모형으로 정리하다
워크플로를 살펴보니 체육 활동 자체에는 변수가 많아도 근쌤의 수업에는 한 차시 활동 구성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다. 근쌤은 자주 쓰던 흐름을 AI와 함께 세 단계로 정리했다.
| 단계 | 설명 |
|---|---|
| Acquire | 수업에 필요한 기능을 익힌다. |
| Challenge | 익힌 기능을 작은 과제에서 시험한다. |
| Engage | 실제 게임이나 맥락이 있는 활동에 적용한다. |
근쌤은 이 구조에 ‘ACE 체육수업 모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외부의 수업 모형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AI가 써 준 수업이 아니라, 자신이 반복해서 쓰던 수업 흐름을 펼쳐 보고 AI로 다시 구조화한 결과다.
5~6학년군 필드형 게임을 예로 들어 보자.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은 필드형 게임(야구형 게임)에서 포구·송구·타격·주루 같은 기본 기능을 익혀 게임 상황에서 활용하고, 빈 곳으로 공을 치거나 구역과 역할을 나누어 수비하는 전략을 수행하도록 제시한다. 이를 ACE로 펼치면 다음과 같다.
- Acquire: 공을 치고, 던지고, 받는 기능을 익힌다. 원리와 기본자세를 설명한 뒤 여러 게임 활동에 적용해 본다.
- Challenge: 빈 공간으로 공을 보내거나 정해진 구역으로 연결하는 작은 과제에 도전한다.
- Engage: 타격과 주루, 역할을 나눈 수비가 함께 필요한 변형 게임에 적용한다.
활동부터 떠올리던 때는 딱 맞는 수업 활동을 찾느라 시간을 보냈다. 수업의 목적과 반복되는 흐름을 정리한 뒤로는 AI가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근쌤은 ACE 수업모형이 수업을 100% 구성하고 기획해 주지는 못해도 80%에서 수업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AI에게 맡긴 것은 수업이 아니라 초안
ACE 프레임을 만든 뒤로 AI에게 요청하는 내용도 달라졌다. 전에는 “5학년이 할 만한 재미있는 체육 활동을 추천해 줘”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활동이 우리 학급과 수업 목표에 맞는지는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근쌤은 활동 하나를 추천받는 대신 교육과정, 학년, 학급 인원, 수업 공간, 용·기구 같은 자신만의 맥락(Context)을 바탕으로 ACE 단계별 초안을 만들게 했고, 이 요청을 반복해 쓸 수 있도록 체육수업 Gems의 지침으로 정리했다.
Gems는 기능 습득 활동, 작은 도전 과제, 적용 게임과 함께 단계별 시간, 안전 유의점, 학생에게 던질 질문을 제안한다. 매번 반복되는 조건과 달라지는 상황을 한 번에 조합해 수업의 첫 초안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초안이 곧 수업은 아니었다.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의 경험과 기능 수준은 다르다. 같은 활동도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운영하는 방법이 다르다. 공을 무서워하는 학생이 많으면 도구와 거리를 바꿔야 하고, 기다리는 학생이 많으면 모둠 크기와 경기장 수를 조정해야 한다. 이 판단은 Gems가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Gems가 제시한 활동을 그대로 실행하지 않고, 초안을 바탕으로 학습 맥락에 맞게 규칙과 난이도, 인원과 공간을 다시 조절한다. 근쌤은 자신이 만든 지침을 근쌤의 ACE 체육 수업모형 지침으로 공유하며, 각자 맥락에 맞게 조절해 쓰라고 권한다.
근쌤의 정리대로라면 AI가 줄여 준 것은 교사의 판단이 아니라, 교사가 판단을 시작할 수 있는 초안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AI를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
근쌤이 소개한 과정은 AI에 프롬프트를 넣거나 모든 것을 AI에 맡기려는 작업이 아니었다. 워크플로를 점검해 도움을 받을 단계와 교사가 책임질 단계를 가르는 작업이었다.
근쌤은 반복되는 수업 고민을 줄이려고 AI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필요했던 것은 더 좋은 도구를 찾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판단하는지 설명하는 일이었다. AI와 대화하며 수업의 반복 패턴을 찾았고, 그 흐름을 ACE로 구조화했고, 다시 그 구조를 Gems의 지침으로 옮겨 설계와 실행의 초안을 얻었다. 학습 맥락에 맞게 수업을 조절하고 실행 결과를 다음 수업으로 잇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으로 남았다.
AI를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 보니 근쌤은 오히려 수업 자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자신이 수업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어디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지, 무엇은 반드시 직접 판단하고 무엇은 더 편하게 처리해도 되는지, 실제 수업에서 무엇이 빠졌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근쌤에게 AI 활용은 일을 편하게 해 주는 방법에 그치지 않고 수업을 돌아보고 반복되는 문제를 찾아 수업 방식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다.
근쌤은 글을 이렇게 맺는다. “좋은 AI 활용은 더 많은 일을 맡기는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내가 반복하는 일의 흐름을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수업 준비 과정을 Gems의 지침으로 옮긴 방법과, AI에게 곧바로 답을 요구하지 않고 더 좋은 지침에 필요한 정보를 먼저 묻게 한 메타프롬프팅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출처
- 근쌤, 「AI를 활용한 워크플로우 정리 사례」, 브런치(2026-08-02). https://brunch.co.kr/@zoomwk/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