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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트리코(André Tricot)와 존 스웰러(John Sweller)가 2014년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발표한 논문은 교육 심리학의 오랜 통념 하나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통념은 수업이 전달하는 지식에 영역 일반적 정보와 영역 특수적 정보가 어느 정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그 절충을 거부한다. 수업 중에 습득되는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지식은 영역 특수적이며, 오직 영역 특수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 해결 기술 가운데 가르칠 수 있는 측면은 영역 일반적 기술이 아니라 전적으로 장기 기억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영역 특수적 정보에 달려 있다.

이 글은 그 논문의 논지와 근거를 정리한 것이다. 130년 넘게 인지 심리학이 축적해 온 결과들이 사실은 줄곧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 방향이 자주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이야기다.

두 종류의 지식

논증의 토대는 기어리(Geary)의 진화 교육 심리학이다. 기어리는 지식을 둘로 나눈다. 하나는 우리가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습득하도록 진화해 온 생물학적 일차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으로 중요해졌지만 우리가 특별히 습득하도록 진화하지는 않은 생물학적 이차 지식이다.

생물학적 일차 지식의 예로는 듣기와 말하기, 얼굴 알아보기, 사회적 관계 맺기, 기초적인 수 감각, 수단-목표 분석 같은 문제 해결 전략의 사용이 있다. 이런 지식은 쉽게, 무의식적으로, 명시적인 가르침 없이 습득된다.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얻어진다. 반면 생물학적 이차 지식은 읽기, 쓰기를 비롯해 현대 교육 기관이 가르치는 거의 모든 내용이다. 의식적인 정신적 노력을 들여야 하고, 명시적 수업이 있어야 촉진된다. 학교는 바로 이 이차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발명되었다.

여기서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 나온다. 영역 일반적 인지 기술은 인간에게 너무나 중요해서 생물학적 이차 체계에 맡겨 둘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미 생물학적 일차 지식으로 습득되어 있다. 이미 가진 것은 가르칠 수 없다. 반대로 영역 특수적 지식은 생물학적 이차 지식이며 의심의 여지 없이 가르칠 수 있다.

일차 지식이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 해서 수업에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두 가지 쓸모가 있다. 학습자가 이미 가진 범용 기술을 어떤 새로운 맥락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것(그 맥락을 배우는 것 자체가 영역 특수적 지식 습득이다), 그리고 이미 가진 일차 기술을 이차 지식 습득의 지렛대로 쓰는 것이다.

가르칠 수 있는 영역 일반적 전략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주장의 근거는 ‘부재’에서 나온다. 저자들은 기술(記述)되고 효과가 검증된 영역 일반적 인지 전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여기서 검증이란 영역 특수적 지식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원전이(far transfer) 과제를 쓰고, 한 번에 한 요인만 바꾸는 무작위 통제 실험을 뜻한다. 그런 절차를 통과한, 가르칠 수 있는 영역 일반적 지식의 존재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그런 전략들을 이미 습득된 생물학적 일차 지식으로 가정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구분해 둘 점이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것은 학습자가 습득하는 지식의 성격이지, 교수 기법이 아니다. 학생들을 학급으로 편성하는 것, 풀이 예제를 쓰는 것, 의도적 연습을 권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교수 기법은 영역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일반적 기법으로 수업을 받는 동안 학생이 습득하는 지식은 영역 특수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지다.

지능이라는 오래된 오해

지식이 지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심리학 초창기부터 있었다. 비네(Binet, 1894)는 암산의 대가 이나우디를 연구하면서 그의 계산 시간을 여러 계산원의 시간과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작은 수의 곱셈에서는 ‘봉 마르셰’의 계산원 루르가 이나우디보다 빨랐다. 큰 수 곱셈에서는 이나우디가 앞섰다. 비네는 이나우디를 타고난 기인(奇人)으로 보았고, 그 관점에 맞춰 결과를 해석했다. 아래는 비네가 제시한 표를 옮긴 것으로, 큰 수 곱셈에서 계산원이 이나우디보다 빨랐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곱셈 이나우디 디아만디 계산원1(루르) 계산원2
3 × 7 0.6초 – – 0.7초
63 × 58 2초 17초 – 4초
638 × 823 6.4초 56초 4초 12초
7,286 × 5,397 21초 2분 7초 13초 –
58,927 × 61,408 40초 4분 35초 – –

출처: Binet(1894, p. 98). ‘–’는 원표의 빈칸.

영역 특수적 지식으로 보면 이 표는 쉽게 설명된다. 계산원들은 기계식 계산기가 없던 시절 암산을 업무로 삼아 약 10년에 걸쳐 그 기술을 익혔다. 이나우디의 우위는 천재성이 아니라 훨씬 방대한 영역 특수적 지식의 축적일 수 있다. 비네는 몇 해 뒤 학생의 중등학교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검사를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검사에는 ‘지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네와 후계자들은 자신들이 습득된 지식이 아니라 타고난 기본 특성을 측정한다고 가정했다.

더 최근의 증거는 그 가정을 흔든다. 카한과 코헨(Cahan & Cohen, 1989)은 같은 학년 안에서도 아동의 나이가 최대 1년까지 차이 난다는 점을 이용한 준실험으로, 학교 교육 1년이 더해질 때의 지능 증가가 나이 1년이 더해질 때의 두 배라는 것을 발견했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 지능이 높아진다. 반세기에 걸쳐 지능 점수가 1 표준편차만큼 상승한 플린 효과도, 학교 교육 동안 장기 기억에 지식이 축적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결 이해 가능해진다. 미국심리학회 태스크포스의 보고서도 이 방향을 뒷받침한다.

“학교 교육 자체가 정신 능력을 변화시키며, 여기에는 심리측정 검사로 측정되는 능력들도 포함된다.” — Neisser et al. (1996, p. 87)

사라지는 단기 기억 한계

밀러(Miller, 1956)는 단기 기억의 용량을 ‘7±2’로 정의하며 이 용량이 모든 사람에게, 모든 영역에서 보편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같은 논문에서 밀러는 절대 음감을 지닌 음악가가 50~60개의 음높이를 정확히 식별한다는 예외를 언급하며, 그 뛰어난 수행을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솔직히 적었다. 지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역 특수적 지식이라는 형태의 전문성이 이 예외를 설명한다. 사실 어떤 재료를 쓰든 장기 기억에 저장된 지식의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지 발달의 불일치

피아제(Piaget)의 단계 이론도 영역 특수적 지식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전조작기 아동은 수, 질량, 부피의 보존에 어려움을 겪는데, 문제는 이 오류가 사라지는 시점이 개념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아동은 질량보다 수를 먼저 보존한다. 보존을 습득해야 할 영역 특수적 개념으로 보면 이 시차는 쉽게 설명되지만, 논리를 다루는 일반적 능력의 발달로 보면 설명하기 어렵다.

형식적 조작기에서 문제는 더 커졌다. 경력 말기에 피아제(1972)는 능력 있어 보이는 많은 사람이 결코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해법은 개념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능력과 흥미와 지식을 가진 분야에서만 형식적 조작을 검사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영역 특수적 지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말해 주는 것

영역 특수적 지식의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입증된 두 분야가 항공 교통 관제와 체스다.

항공 교통 관제 연구에서 인테마(Yntema)는 관제사들이 정보를 청크화하는 일반적 능력이 향상되어 있는지 검사했는데, 결과는 관제사가 일반 인구보다 더 잘 청크화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0년 뒤 비스레(Bisseret)는 실험실 과제 대신 의미 있는 항공기 정보를 사용했다. 그러자 경력이 늘수록 기억 점수가 올라갔다. 회상된 변인 값의 평균 개수는 상급 훈련생이 22.8개, 더 숙련된 전문가가 30개로, 둘 다 밀러의 7±2를 훌쩍 넘었다. 무관한 실험실 과제에서는 보이지 않던 능력이 의미 있는 재료에서 드러난 것이다.

체스 연구는 더 결정적이다. 드 흐로트(De Groot)는 체스 마스터가 하위 순위 선수를 꾸준히 이기는 이유를 찾았지만, 마스터가 더 깊거나 더 넓게 탐색한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가 찾은 유일한 차이는 실제 대국에서 가져온 판 배치에 대한 기억이었다. 5초 동안 판을 보여 준 뒤 재현하게 하자 마스터는 70~80%, 하위 선수는 30~40%의 정확도를 보였다. 체이스와 사이먼(Chase & Simon, 1973)은 이를 재현했을 뿐 아니라, 무작위 판 배치를 쓰면 그 차이가 사라져 모두 낮은 성공률을 보인다는 것도 입증했다. 마스터의 우위는 일반적 전략이나 일반적 기억 용량이 아니라, 수만 개의 판 배치와 각 배치에 대한 최선의 수로 이루어진 방대한 영역 특수적 지식 기반에서 나왔다.

같은 결과가 텍스트 이해, 전자 공학, 프로그래밍, 대수 등 여러 분야에서 재현되었다. 에릭슨(Ericsson)과 동료들은 여기에 이론을 더했다. 뛰어난 기억 수행자들이 쓰는 기법은 일반적이기보다 영역 특수적이어서, 긴 숫자열을 외우는 법의 학습은 긴 글자열을 외우는 법으로 전이되지 않았다. 상당한 규모의 어떤 영역에서든 최고 수준에 이르려면 대개 약 10년의 의도적 연습이 필요했다. 또한 작업 기억의 용량 및 지속 시간 한계는 새로운 정보에만 적용되고, 장기 기억에서 온 친숙한 정보를 다룰 때는 사라졌다. 에릭슨과 킨치(Ericsson & Kintsch, 1995)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측정 가능한 한계가 없을 수도 있는 장기 작업 기억이라는 구조를 상정했다.

교육 심리학으로

치(Chi)와 동료들(1981)은 이 통찰을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과제에 적용했다. 물리 문제를 분류하게 하자, 전문가는 에너지 보존 같은 구조적 단서로 묶은 반면 초보자는 경사면 같은 표면적 단서로 묶었다. 특히 이 연구가 중요했던 것은 초보자와 전문가가 확립된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성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슈나이더 등(1989)은 적성이 낮은 축구 전문가가 모든 기억·이해 측정에서 적성이 높은 초보자를 앞선다는 것을 보였다.

영역 특수적 지식이 지적 수행에 핵심이라면, 학생이 그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 기법을 설계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인지 부하 이론이 그 예다. 이 이론에서 나온 두 효과가 논지를 잘 보여 준다.

  • 풀이 예제 효과. 문제를 직접 풀게 한 학습자가 같은 문제를 상세한 풀이와 함께 받은 학습자보다 덜 배운다. 풀이 예제는 해법을 탐색하는 데 드는 불필요한 작업 기억 부하를 줄여, 그 자원을 문제 상태와 그에 맞는 수를 연결해 알아보는 법을 배우는 데 쓰게 한다.
  • 전문성 역전 효과. 풀이 예제 효과는 초보자에게서 나타난다. 전문성 수준이 높아지면 효과가 사라지고 이어 역전되어, 문제 해결이 풀이 예제 학습보다 우월해진다. 숙련된 학습자에게는 이미 아는 것을 다시 보여 주는 풀이 예제가 중복된 부하가 되기 때문이다.

두 효과 모두, 수업의 목적이 학습자로 하여금 장기 기억에 저장되는 방대한 양의 생물학적 이차 정보를 습득하게 하는 데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왜 이 사실은 오래 가려졌나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영역 특수적 지식이 이토록 중요한데도 왜 오랫동안 과소평가되었는지를 짚는다. 세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째, 우리는 어느 순간에도 장기 기억에 저장된 방대한 지식을 의식하지 못한다.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작업 기억 안의 지식뿐이고, 그것은 전체 지식 기반의 무시할 만한 일부다. 접근 가능한 부분이 이렇게 적으니, 영역 특수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가정하기 쉽다.

둘째, 지식의 양뿐 아니라 본질도 가려져 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명시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배웠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정리가 적용되는 사실상 무한한 문제 상태를 알아보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은 모를 수 있다. 그 지식은 정리 자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배우기 어렵다.

셋째, 일단 배우고 나면 그것을 배우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잊는 경향이 있다. 예비 교사에게 첫 수업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45분에 다 말하려 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에게 단순하고 명백해진 것은 원래부터 단순했다고 가정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강력한 일반적 전략을 찾으려는 유혹에 끌린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런 전략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중요성과 힘 때문에 오히려 생물학적 일차 지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교수자의 도움 없이 자동으로 습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지 과정과 교수 설계 연구자에게 남는 역할은, 이미 학습된 범용 기술이 아니라 영역 특수적 지식을 학생이 습득하도록 돕는 기법을 고안하는 일이다.

출처

  • Tricot, A., & Sweller, J. (2014). Domain-Specific Knowledge and Why Teaching Generic Skills Does Not Work.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26(2), 265–283. https://doi.org/10.1007/s10648-013-9243-1
  • 본문의 표는 Binet(1894, p. 98)를 인용한 것이며, 인용문·수치·연구 결과는 위 논문에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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