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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AI 자동채점 도입의 가능성과 한계
평가 형식·진실성·채점 거버넌스의 세 쟁점을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AI 자동채점(AES) 도입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교육적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하고 보완 과제를 도출하고자 국내외 문헌 14건을 고찰하였다. 분석 결과 AES는 채점 속도와 형성적 피드백의 밀도를 높이는 반면, 신뢰도와 타당도의 분리, 반복 채점 시 점수 변동, 검출기의 오탐, 사고의 획일화가 한계로 확인되었다. 이에 검출이 아닌 평가 설계로의 전환, 저부담 형성평가부터의 단계적 도입, 인간 최종판단과 공정성 감사의 제도화, 학생·교사 역량 강화를 제언하였다.
주제어: 서·논술형 평가, AI 자동채점(AES), 평가 진실성, 생성형 인공지능, 교사 평가권
I. 서론
1. 연구 배경
2025년부터 2026년에 걸쳐 세 개의 흐름이 동시에 충돌하면서 서·논술형 평가는 한국 교육계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첫째, 국가교육위원회는 2026년 8월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고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론화에 부쳤다(뉴스1, 2026). 객관식 반복 풀이로는 사고력·창의성 함양에 한계가 있다는 도입 논리와, 고교학점제·5등급제의 부작용이 확인되기 전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발이 맞서며, 채점 공정성과 사교육 우려가 핵심 반대 논거로 제기되었다. 둘째, 생성형 AI가 학생 과제와 수행평가에 침투하면서 평가 진실성의 위기가 현실화되었다. 학생들이 생성형 AI의 답변을 그대로 암기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실태가 보도되었고(서울신문, 2026),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2025년 12월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을 발표하여 대응에 나섰다(교육부·시도교육청, 2025). 셋째, 서·논술형 확대가 초래할 채점 부담의 해법으로 AI 자동채점(Automated Essay Scoring, AES)이 학교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 24명의 글을 27초 만에 채점하는 속도가 보고된 한편, 같은 답안을 같은 기준으로 채점해도 실행할 때마다 점수가 달라진다는 교사 증언이 함께 제기되어 신뢰도·공정성 논란이 확산되었다(경향신문, 2025). 요컨대 현재의 논쟁은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평가 형식), 누가 진짜 썼는가(진실성), 누가 어떻게 채점하는가(AI 채점)라는 세 질문이 한꺼번에 답을 요구하는 국면이다. 이 세 흐름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2025~2026년 서·논술형 평가를 둘러싼 세 흐름
| 구분 | 내용 | 주체·시점 | 핵심 쟁점 |
|---|---|---|---|
| 평가 형식 | 수능 서·논술형 도입·전 과목 절대평가 공론화 | 국가교육위원회, 2026년 8월 | 채점 공정성, 사교육 |
| 평가 진실성 | 생성형 AI 답변 암기 등 수행평가 진실성 위기 | 교육부·시도교육청, 2025년 12월 관리 방안 | AI 활용 범위·표기, 평가 설계 |
| 채점 방식 | AI 자동채점(AES)의 학교 현장 도입 |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등, 2025년~ | 채점 비일관성, 교사 평가권 |
2. 연구 목적과 연구 문제
본 연구의 목적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AI 채점 도입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국내외 문헌을 종합하여 그 교육적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도입을 위한 보완 과제를 도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서·논술형 평가 확대는 어떤 교육적 가능성을 지니는가. 둘째, 초·중등 현장 적용에서 어떤 한계가 확인되는가. 셋째, 지속가능한 도입을 위해 어떤 보완 과제가 요구되는가.
3. 연구 방법
본 연구는 문헌 고찰 연구이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발표된 국내외 학술 연구, 정책 문서, 언론 보도 14건을 수집·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기반 AI 자동채점(Automated Essay Scoring, AES) 연구, AI 채점의 신뢰도·타당도·편향 연구, 생성형 AI 시대의 진실성과 학생 사고에 관한 연구, 한국의 정책 문서와 언론 보도,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등 해외 평가기관의 정책 자료를 포괄한다. 다만 분석 자료에는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와 언론 보도가 포함되어 근거 수준이 자료마다 상이하다는 한계가 있다. 프리프린트 일부는 저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고, 언론 보도는 현장 실태를 구체적으로 전하는 대신 체계적 표집에 기반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이러한 근거 수준의 차이를 본문에서 명시하고, 미확인 정보는 단정적으로 인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서론에서 제기한 세 질문을 검토하려면 먼저 채점 체계를 판단하는 평가론적 기준과, AI 채점·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연구 동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서·논술형 평가의 평가론적 요건
서·논술형 평가의 채점 체계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전통적으로 신뢰도와 타당도의 두 축으로 논의된다. 신뢰도는 동일한 답안을 반복하여 채점하거나 서로 다른 채점자가 채점하더라도 일관된 결과가 산출되는가, 곧 측정의 일관성을 묻는 개념이다. 반면 타당도는 그 점수가 본래 재고자 하였던 능력, 즉 글에 담긴 사고력과 논증의 질을 실제로 반영하는가를 묻는 개념이다. 두 요건은 서로 구별되어, 매번 같은 점수를 산출하는 채점 체계라 하더라도 그 점수가 표면적 특성만을 반영한다면 타당한 평가라 할 수 없다. 신뢰도는 타당도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이 구분은 자동 채점 기술의 성능 주장을 검토하는 핵심 분석 틀이 된다. 기계 채점은 채점자 내 일관성을 비교적 확보하기 쉬우므로, 검증의 초점은 자연히 타당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2. AI 자동채점(AES) 연구 동향
AI 자동채점(AES) 연구는 LLM의 등장 이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연구 동향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표 2〉).
첫째, 쌍대비교 기반 제로샷 채점이다. LCES로 대표되는 이 접근은 개별 답안에 절대 점수를 직접 부여하는 대신 두 답안을 쌍으로 제시하여 상대적 우열을 판단하게 하고, 그 비교 결과를 누적하여 순위와 점수를 도출한다. 별도의 채점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지 않는 제로샷 조건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LCES, 2025).
둘째, 루브릭 보상 기반 강화학습 접근이다. 채점 루브릭의 준거 충족 여부를 보상 신호로 설계하여 모델을 강화학습으로 훈련함으로써, 점수 산출과 함께 루브릭에 근거한 피드백 생성을 지향한다(Beyond score prediction, 2026 추정).
셋째, 언어학적 자질과 LLM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이다(An LLM-based hybrid approach, 2025). 어휘·구문·응집성 등 전통 AES가 축적해 온 언어학적 자질 분석과 LLM의 판단을 결합하여 단일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표 2〉 LLM 기반 AES의 주요 접근
| 접근 | 채점 방식 | 특징 |
|---|---|---|
| 쌍대비교 제로샷 채점(LCES) | 답안 쌍의 상대 비교를 누적하여 점수화 | 채점 데이터 학습 없이 작동 |
| 루브릭 보상 강화학습 | 루브릭 준거 충족을 보상 신호로 훈련 | 채점과 피드백 생성의 결합 |
| 언어학적 자질+LLM 하이브리드 | 자질 분석과 LLM 판단의 결합 | 단일 모델의 한계 보완 |
3. LLM 채점의 한계와 신뢰도-타당도의 분리
성능 향상에도 불구하고 LLM 채점의 평가론적 한계를 지적하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LLM 심판(LLM-as-a-Judge)에 대한 대규모 체계적 검증 연구(Reliability without validity, 2026 추정)는 그 결론을 “타당도 없는 신뢰도(Reliability without Validity)”로 요약하였다. LLM 채점은 반복 채점의 일관성은 비교적 확보하기 쉬우나 그 점수가 글의 실질적 품질을 반영한다는 보장은 별개이며, 답안의 길이·문체·제시 순서 같은 표면 단서에 체계적으로 흔들린다는 것이다.
보고된 편향의 양상은 〈표 3〉과 같이 정리된다(From generation to judgment, 2024~2026; 루브릭 기반 위치 편향 연구, 2024~2026).
〈표 3〉 LLM 채점의 주요 편향
| 편향 | 양상 |
|---|---|
| 자기선호 편향 | 모델 자신이 생성한 듯한 매끄러운 문체에 높은 점수 부여 |
| 위치 편향 | 답안이 제시된 순서에 따라 판단이 변동 |
| 장황함 편향 | 길게 쓴 답안에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 부여 |
주목할 것은 이들 한계가 채점 조건의 구조화 수준과 상호작용한다는 점이다. 루브릭과 채점 기준을 명료하게 제공할수록 인간 채점자와의 일치도가 상승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선행 문헌 종합에서 QWK(이차 가중 카파) 0.75~0.86 수준의 일치도가 보고되나, 이 수치의 원출처는 본 연구에서 특정 문헌으로 추적·확인하지 못하였다. 다만 여러 문헌에서 공통되게 보고되는 경향은 채점 대상이 구조화되고 루브릭이 명확할수록 인간 채점자와의 일치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며(From generation to judgment, 2024~2026; 루브릭 기반 위치 편향 연구, 2024~2026), 이를 무조건적 성능이 아니라 정교한 채점 설계를 전제한 조건부 성능으로 해석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AI 자동채점이 성별·계층 등 집단 간에 동일한 품질의 답안에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는지를 측정하는 공정성 지표 연구(Assessing fairness in AI-assisted writing scoring, 2026)가 발표되어 집단별 편향을 점검할 측정 수단이 마련되었다. 고부담 평가에 적용하기 전에 이러한 감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4. 생성형 AI 확산과 평가 진실성
생성형 AI의 확산은 채점 기술의 문제를 넘어 평가 진실성 차원의 쟁점을 제기한다.
첫째, AI 산출물 검출 기술의 한계이다. Patterns에 발표된 Liang 외(2023)의 연구는 상용 AI 검출기 7종을 검증한 결과, 비원어민 필자가 작성한 토플 에세이의 평균 61.3%가 AI 작성물로 오판되는 반면 원어민 글에서는 오탐률이 훨씬 낮았음을 보고하였다. 검출기가 실제로 측정하는 것이 부정행위의 증거가 아니라 문체의 표면적 특성이며 그 오탐이 특정 집단에 체계적으로 집중된다는 점에서, 검출기 의존 전략의 공정성 문제를 드러낸 결과이다.
둘째, AI 보조 글쓰기의 획일화 효과이다. 에세이 6,875편을 인간 단독 작성부터 AI 관여 수준을 달리한 복수 조건으로 나누어 비교한 실증 연구(Does AI homogenize student thinking?, 2026)에서, AI의 보조를 받은 글은 품질 점수가 상승하였으나 응집 구조의 분산이 70~78% 감소하는 구조적 수렴이 확인되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 학습자가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프롬프트를 작성한 경우 획일화가 다양화로 반전되어, 이 효과가 도구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사용 방식의 함수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셋째, 피드백 제공 방식에 따른 효과 차이이다. 외국어로서 영어(EFL)를 학습하는 중국의 학습자 60명을 12주간 추적한 실증 연구(인간-AI 하이브리드 피드백 실증 연구, 2025)에서 AI 피드백만 받은 집단은 문법과 문장 다양성의 개선에 그친 반면, 교사 피드백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집단은 비판적 사고와 글의 조직력에서 유의하게 앞섰다. 외국어 글쓰기 맥락의 소규모 연구라는 한계는 있으나, 자동화된 피드백이 인간 교사의 개입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할 때 교육적 효과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이상의 검토는 본 연구에 두 가지 분석 틀을 제공한다. 첫째, AI 채점 도구의 성능 주장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분리하고 구조화 조건을 명시하여 검토하여야 한다. 둘째, 생성형 AI 시대의 서·논술형 평가는 채점 자동화와 평가 진실성 확보를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설계 문제로 통합하여 다루어야 한다. 검출 기술이 사후 확인에 실패하고 AI 활용의 효과가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이상, 진실성 확보는 채점 이후가 아니라 평가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 두 분석 틀에 비추어 국내외 정책과 실천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III. 국내외 정책·실천 동향
1. 한국의 정책·실천 동향
1.1 국가교육위원회의 대입 개편 공론화
서론에서 언급한 국가교육위원회의 대입 개편 공론화는 세 단계 절차로 설계되었다(뉴스1, 2026; 헤럴드경제, 2026). 8월 14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의견수렴을 실시하고,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토론을 거친 뒤, 10월 대국민 공론화로 이어진다. 찬반 구도에서 주목할 지점은 반대 논거의 중심에 대규모 서·논술형 채점의 공정성 확보 문제와 사교육 유발 우려가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서·논술형 확대의 성패가 결국 채점 체제의 신뢰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 공론화는 AI 자동채점 논의와 직접 연결된다.
1.2 교육부·시도교육청의 수행평가 AI 활용 관리 방안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2025년 12월 23일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을 공동 발표하였다(교육부·시도교육청, 2025). 이 방안은 AI 활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안전하고 교육적인 활용을 유도하는 데 방점을 두며, 다섯 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첫째 AI 활용 범위의 설정, 둘째 활용 과정의 표기 지도, 셋째 학생 유의사항 안내와 사전교육, 넷째 수업 중 실시간 관찰형 평가를 강조하는 평가 설계 방향, 다섯째 개인정보보호이다. 이 지침은 2026학년도부터 전국 중·고교에 적용되며, 부정 사용의 검출과 처벌이 아니라 평가 설계와 지도를 중심에 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대응의 배경에는 서론에서 확인한 평가 진실성의 위기가 있다. 서울신문(2026)은 학생들이 생성형 AI의 답변을 그대로 암기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실태와 함께,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는 AI 작성물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현장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수행평가가 사실상 암기형 평가로 변질되는 현상은, 검출 기술에 의존하는 대응이 아니라 평가 설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국내의 구체적 사례이다.
1.3 경기 하이러닝 AI 평가 도구의 현장 도입
정책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AI 채점 도구는 이미 교실에 들어와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하이러닝 AI 평가 도구를 다룬 현장 취재에 따르면, 이 도구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 24명의 글쓰기를 27초 만에 채점하고 학생당 약 675자의 피드백을 자동 생성하였다(경향신문, 2025). 편익은 분명하다. 한 중학교 국어 교사는 4개 학급의 주장하는 글쓰기 수행평가에서 학생당 1시간 걸리던 피드백을 10분에서 20분 수준으로 줄였고, 확보한 시간으로 고쳐쓰기 수업과 2차 피드백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초·중·고 교사 15명의 사용기에 기반한 같은 취재는 결함도 함께 전한다. 같은 답안을 같은 기준으로 채점해도 재실행할 때마다 점수가 달라진다는 교사 증언이 나왔고, 중위권 답안에서 채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교사 평가권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주목할 지점은 도구의 설계이다. 하이러닝은 AI의 초벌 점수를 격자무늬와 괄호로 표시하고 교사가 클릭해 승인해야 점수로 인정하는 구조를 취한다(경향신문, 2025). AI 산출을 확정 점수가 아니라 교사 판단의 보조 자료로 위치시킨 이 설계는, 아래에서 살펴볼 해외 기관들의 인간 최종판단 원칙과 방향을 같이한다.
2. 해외 동향
해외 평가 기관들은 AI를 전면 금지하지도, 방임하지도 않는 제3의 경로를 택하고 있다. 국제 바칼로레아(IB)는 AI 산출물이 학생 본인의 작업이 아니라는 원칙 아래 AI 활용 시 인용과 출처 표기를 의무화하였다. 동시에 어떤 AI 검출기도 결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명시하고, 진위 확인은 검출기 판정이 아니라 교사의 판단과 맥락 평가에 맡긴다(International Baccalaureate, 2023~).
영국의 자격시험 규제기관 Ofqual은 채점 쪽에서 신중론을 편다. AI 마킹이 기대만큼 좋지 않다며 환각과 편향의 위험을 경고하였고, 시험장 밖에서 수행되는 비시험 과제(coursework)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하였다(Ofqual, 연도 미상). 미국 College Board는 절차적 통제를 택하였다. AP(Advanced Placement) Seminar와 AP Research의 수행과제에서 AI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교사와의 체크포인트를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0점 처리한다(College Board, 연도 미상). 이 밖에 ETS는 AI 보조 글쓰기가 자동채점에 주는 함의를 검토하고 있다(ETS, 연도 미상).
3. 국내외 대응의 비교
〈표 4〉 AI 시대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국내외 대응 비교
| 주체 | 대응의 초점 | 핵심 기제 | 인간 판단의 위치 |
|---|---|---|---|
| 교육부·시도교육청(한국, 2025) | 수행평가 AI 활용 관리 | 활용 범위 설정, 과정 표기, 사전교육, 실시간 관찰형 평가 설계, 개인정보보호의 5개 영역 | 교사의 평가 설계·지도 권한 유지 |
|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한국, 2025) | AI 채점·피드백 도구 도입 | 27초 채점과 약 675자 자동 피드백 | 초벌 점수를 교사가 클릭 승인해야 확정 |
| IB(국제) | 진실성 확보 | AI 산출물 인용·표기 의무화 | 검출기 비결정 원칙, 교사 최종판단 |
| Ofqual(영국) | 채점 신뢰성 규제 | AI 마킹의 환각·편향 경고 | coursework 감독 강화 |
| College Board(미국) | 절차적 통제 | AP 체크포인트, 미이행 시 0점 | 교사 체크포인트 |
〈표 4〉의 비교에서 두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첫째, 어느 주체도 AI 검출기나 AI 채점기의 판정을 최종 심급으로 삼지 않으며, 교사 승인·교사 판단·체크포인트 등 형태는 달라도 인간의 최종판단을 제도 안에 남겨 둔다. 둘째, 대응의 무게중심이 사후 적발에서 사전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관리 방안이 실시간 관찰형 평가 설계를 강조하는 것과 College Board의 체크포인트, IB의 표기 의무는 모두 부정 사용이 성립하기 어려운 평가 과정을 먼저 만드는 접근이다.
차이도 있다. 해외 기관들이 진실성 규율(IB, College Board)과 채점 신뢰성 규제(Ofqual)의 원칙을 먼저 세운 뒤 기술을 들이는 반면, 한국은 하이러닝 사례에서 보듯 채점 도구의 현장 도입이 수능 개편 공론화나 신뢰성 검증 체계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다. 재실행 시 점수가 달라진다는 교사 증언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국교위 공론화가 서·논술형 확대를 결정한다면 AI 채점의 신뢰성·공정성 검증과 교사 최종판단의 제도화는 도입 이후가 아니라 도입 이전에 정비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정책·실천의 지형 위에서, 다음 두 장은 학교급별로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IV. 초등학교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한계
1. 적용 가능성
초등학교는 AI 자동채점(AES)의 편익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학교급이다. 첫째, 형성적 피드백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III장에서 살펴본 하이러닝 사례에서 초등학교 4학년 24명의 답안은 27초 만에 초벌 채점되었고 학생당 약 675자의 피드백이 자동 생성되었다(경향신문, 2025). 다인수 학급에서 교사 한 명이 이 분량의 개별 서면 피드백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벌 채점과 피드백 초안 생성의 자동화는 교사의 시간을 채점 노동에서 고쳐쓰기 지도와 개별 관찰로 재배치할 여지를 만든다. 같은 취재에서 확인된 중학교 국어 교사의 피드백 시간 단축 사례는, 절감된 시간이 후속 지도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접 학교급의 방증이다.
둘째, 글쓰기 지도 기회 자체가 확대된다. 채점과 피드백의 부담은 교사가 글쓰기 과제 부과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인데, 이 부담이 줄면 짧은 글쓰기를 자주 부과하고 즉시 피드백을 받는 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
셋째, 초등의 평가 맥락이 AES의 안전지대와 겹친다. II장에서 정리한 대로 채점 대상이 구조화되고 루브릭이 명시적일수록 인간 채점자와의 일치도가 높아지며, 합리적 적용 범위는 고부담 총괄평가의 단독 채점이 아니라 저부담 형성평가와 1차 스크리닝의 보조로 수렴한다. 초등학교 평가는 선발 기능이 약하고 성장 지원 목적의 형성평가 비중이 높으므로, 오채점의 대가가 상대적으로 작고 교사 검토로 교정할 여지도 크다.
2. 한계
그러나 같은 사례가 한계도 함께 드러낸다. 첫째, 신뢰도 문제다. 경향신문(2025)은 같은 답안을 같은 기준으로 채점해도 재실행할 때마다 점수가 달라진다는 교사 증언과, 중위권 답안에서 채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함께 전하였다. 중위권 정확도 저하는 상당수 학생 집단에서 도구 판단이 가장 불안정하다는 뜻이므로, 교사 검토 없는 확정 채점의 위험을 키운다.
둘째, 발달 단계의 제약이다. AI 피드백의 교육적 활용은 학생이 피드백의 타당성을 스스로 판별하고 잘못된 채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음을 전제하는데, 초등학생은 이러한 자기 교정·이의제기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수 있다. 성인 학습자라면 걸러낼 오류 피드백을 초등학생은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교사의 매개가 필수적이다.
셋째, 입력 품질 의존이다. 초등 글쓰기는 손글씨 비중이 높아 답안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며, 이 단계의 품질이 채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맞춤법과 문장 완성도가 낮은 초등 답안의 특성도 인식·채점 오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넷째, 학부모 신뢰와 개인정보 보호다. 어린 학생의 글과 학습 데이터를 AI 시스템에 입력하는 데 대한 학부모의 우려는 도입 수용성을 좌우하는 변수이며, 교육부·시도교육청(2025)의 관리 방안이 다섯 개 영역의 하나로 개인정보보호를 명시한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것이다.
다섯째, 교사 평가권 축소 우려다. 하이러닝이 초벌 점수를 교사가 클릭해야 점수로 인정하는 설계를 채택한 것은 최종 판단권을 교사에게 남기려는 장치이지만, 현장에는 업무 경감의 반가움과 평가 권한이 줄어든다는 불안이 병존한다(경향신문, 2025).
3. 종합, 가능성과 한계의 대비
〈표 5〉 초등학교 AES 적용의 가능성과 한계
| 구분 | 가능성 | 한계 |
|---|---|---|
| 피드백 | 27초 초벌 채점, 학생당 약 675자 피드백으로 밀도 향상(경향신문, 2025) | 중위권 채점 정확도 저하, 재실행 시 점수 변동 |
| 수업 설계 | 채점 부담 경감으로 글쓰기 과제와 고쳐쓰기 지도 확대 | 학생이 오류 피드백을 걸러내기 어려운 발달 단계 제약 |
| 평가 맥락 | 저부담 형성평가·1차 스크리닝 보조라는 안전지대와 부합 | 손글씨 디지털화 등 입력 품질의 영향 가능성 |
| 이해관계자 | 교사 시간의 고차원 지도 재배치 | 학부모 신뢰와 개인정보 보호(교육부·시도교육청, 2025), 교사 평가권 축소 우려 |
〈표 5〉에 종합한 대로 초등학교는 저부담·형성평가 중심이라는 조건 덕분에 AES 적용의 안전지대에 가장 가까운 학교급이지만, 그 안전은 교사가 초벌 결과를 검토하고 확정하는 절차가 유지될 때만 성립한다. 도구가 확정 점수를 내는 순간 신뢰도 결함과 발달 단계의 제약은 곧바로 학생의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발과 대입이 걸린 중등학교로 가면 이 조건은 한층 더 엄격해진다.
V. 중등학교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한계
1. 적용 가능성
중등학교에서 AI 채점·피드백 도구의 일차적 효용은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따르는 채점 부담의 완화이다. III장에서 소개한 중학교 국어 교사 사례에서 학생당 약 1시간이 걸리던 피드백 작성은 AI 도구 활용으로 10~20분으로 단축되었고, 확보된 시간은 고쳐쓰기 수업과 2차 피드백으로 이어졌다(경향신문, 2025). 이 사례에서 AI는 교사의 채점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초안 작성-피드백-고쳐쓰기로 이어지는 평가의 형성적 순환을 시간 제약 속에서 처음으로 가능하게 만든 조건으로 기능하였다.
둘째, 과정 중심 평가 설계와 결합할 때 사고력 평가가 실질화될 수 있다. 피드백 소요 시간이 줄면 일회성 결과물 채점에서 벗어나 수업 중 작성 과정의 관찰과 반복 수정 지도가 가능해진다. II장에서 확인한 대로 인간 교사와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피드백이 글의 조직력과 비판적 사고에서 AI 단독 피드백보다 유의하게 우수하였다는 실증 결과도, EFL 소규모 연구라는 제약은 있으나 이러한 설계 방향을 뒷받침한다.
셋째, 수능 서·논술형 도입 논의와의 연계이다. III장에서 검토한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뉴스1, 2026)에서 반대 논거의 중심에는 대규모 채점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 AI 채점이 채점 시간의 병목은 풀 수 있으나 공정성·신뢰성은 별개 과제로 남는다는 국내 진단(교육플러스, 연도 미상)을 고려하면, 중등 내신의 저부담 장면에서 축적되는 적용 경험은 수능급 고부담 평가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선행 시험대가 된다.
2. 한계
첫째, 생성형 AI로 인한 진실성 위기이다. 학생이 생성형 AI의 답변을 그대로 암기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고,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는 AI 작성물이 잘 검출되지 않는 실태가 보도되었다(서울신문, 2026). 검출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II장에서 살펴본 상용 AI 검출기의 비원어민 오탐 연구(Liang 외, 2023)는 검출기 판정을 징계 근거로 삼는 대응이 언어적 취약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동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등 현장의 대응 축은 검출이 아니라 평가 설계, 곧 수업 중 실시간 관찰형·과정 중심 평가로의 전환에 두어야 한다.
둘째, AI 피드백의 획일화 위험이다. II장에서 검토한 에세이 6,875편 분석(Does AI homogenize student thinking?, 2026)이 실증한 품질-획일화 트레이드오프는 사고력 함양을 목표로 하는 중등 글쓰기 교육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같은 연구는 프롬프트를 구체화하면 획일화가 다양화로 반전됨을 보고하였으므로, 중등 교육과정에서는 자기 생각을 담아 AI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방법에 대한 지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고부담 평가에서의 공정성·이의제기 부담이다. 중등 내신은 성적 산출과 대입에 직결되는 고부담 평가로, 채점 근거에 대한 설명 책임이 크다. LLM 채점은 일관성이 높아도 타당도가 담보되지 않고 문장 길이·제시 순서·문체 같은 표면 단서에 흔들린다는 대규모 검증 결과가 있으며, 같은 답안을 같은 기준으로 반복 채점해도 점수가 달라진다는 교사 증언도 보고되었다(경향신문, 2025). 통제된 조건에서 보고되는 LLM 채점의 일관성이 배포 환경의 현장 도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하며, 연구실 수준의 일관성과 배포 환경에서 관찰된 점수 변동이 서로 다른 실행 조건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조건에서 AI 단독 채점으로 산출된 내신 점수는 이의제기에 응답하기 어렵다.
넷째, 교사 평가권과 도입 초기의 병행 채점 부담이다. 현장에서는 업무 경감에 대한 기대와 평가 권한 축소에 대한 불안이 공존하며(경향신문, 2025), 도입 초기에는 AI와 병행 채점하느라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는 현장 반응도 전해진다. AI의 초벌 점수를 교사가 확정해야 점수로 인정되는 설계처럼 최종 판단권을 교사에게 두는 장치가 수용성의 조건이 된다. 이상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리하면 〈표 6〉과 같다.
〈표 6〉 중등학교 적용의 가능성과 한계
| 구분 | 가능성 | 한계 |
|---|---|---|
| 피드백 | 피드백 시간 학생당 1시간에서 10~20분으로 단축, 고쳐쓰기 2차 피드백 실현(경향신문, 2025) | 반복 채점 시 점수 변동(경향신문, 2025) |
| 수업 설계 | 과정 중심 평가와 결합한 사고력 평가 강화(인간-AI 하이브리드 피드백 실증 연구, 2025) | 피드백 획일화, 응집성 분산 70~78% 감소(Does AI homogenize student thinking?, 2026) |
| 평가 맥락 | 수능 서·논술형 논의의 채점 병목 완화 시험대(뉴스1, 2026) | AI 답안 암기 만점, 검출기의 비원어민 글 평균 61.3% 오탐, 고부담 평가의 공정성·이의제기 부담(서울신문, 2026; Liang 외, 2023) |
| 이해관계자 | — | 교사 평가권 축소 불안, 초기 병행 채점 부담(경향신문, 2025; 현장 보고) |
3. 교육부 관리 방안 5영역의 중등 적용
III장에서 살펴본 교육부·시도교육청의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교육부·시도교육청, 2025)은 2026학년도부터 전국 중·고교에 적용되는 1차 준거 문서이다. 5개 영역의 중등 적용 요점은 〈표 7〉과 같다.
〈표 7〉 교육부 관리 방안 5영역과 중등 적용의 요점
| 영역 | 중등 적용의 요점 |
|---|---|
| AI 활용 범위 설정 | 과목·과제별로 허용 범위를 사전에 명시해 진실성 논란의 사전 차단 |
| 활용 과정 표기 지도 | 학생이 AI 활용 내역을 스스로 표기하게 하여 검출이 아닌 자기보고 중심 대응 |
| 학생 유의사항·사전교육 | 평가 전 AI 활용 규칙과 책임을 교육해 암기형 대필 유인 축소 |
| 평가 설계 방향 | 수업 중 실시간 관찰형 평가를 강조해 결과물이 아닌 사고 과정 확인 |
| 개인정보보호 | 학생 답안·정보의 AI 입력 관리로 고부담 내신 자료의 유출 방지 |
요컨대 중등학교에서의 합리적 경로는 고부담 총괄평가의 단독 채점이 아니라 저부담 형성평가와 1차 스크리닝의 보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교사의 최종 판단권 보장과 이의제기 시 인간 재검토 절차의 제도화가 결합될 때, 채점 부담 완화라는 가능성이 공정성 훼손이라는 한계로 전복되지 않는다.
VI. 보완 과제 및 제언
앞선 장들의 분석이 수렴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AI는 서·논술형 평가의 채점 병목에서 속도는 풀어내지만 공정성과 타당도는 자동으로 해결하지 못하며, 검출 기술은 진실성 위기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 이에 본 장은 평가 설계, 채점 거버넌스, 학생·교사 역량, 제도·연구의 네 축으로 보완 과제를 제시하였다.
1. 평가 설계, 검출이 아닌 설계로의 전환
AI 작성 여부를 사후에 가려내려는 접근은 실패 확률이 높다. II장에서 확인한 검출기의 비원어민 오탐 실증(Liang 외, 2023)은 검출 의존 정책이 언어 취약 학생을 차별하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안은 AI가 있어도 학생의 사고가 드러나도록 평가 자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교육부·시도교육청 관리 방안(교육부·시도교육청, 2025)이 제시한 AI 활용 범위의 사전 설정, 활용 과정 표기 지도, 수업 중 실시간 관찰형 평가는 이 전환의 출발점이며, 결과물에 대한 구술 확인을 결합하면 산출물이 아닌 사고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College Board가 AP 수행과제에서 교사와의 체크포인트를 두어 우회를 차단하고 미완수 시 0점 처리하는 방식은 과정 확인을 제도화한 사례로 국내 수행평가에 원용할 만하다. IB 역시 어떤 검출기도 결정적이지 않다는 전제 위에서 출처 표기 의무와 교사의 맥락 판단을 결합하고 있다(International Baccalaureate, 2023~).
2. 채점 거버넌스, 단계적 도입과 인간 최종 판단
LLM 채점은 일관성이 높아도 타당도가 담보되지 않으며(Reliability without validity, 2026 추정), 국내 현장에서도 같은 답안의 점수가 실행마다 달라지는 문제가 확인되었다(경향신문, 2025). 따라서 도입 경로는 저부담 형성평가와 1차 스크리닝 보조에서 출발해 검증을 거쳐 확대하는 단계적 방식이어야 한다. 이는 AI 채점의 편향을 하위집단별로 감사하고 교사 이중검토를 제도화하는 거버넌스가 관건이라는 문제의식을 구체적 요건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고부담 평가에 적용할 경우의 최소 요건은 네 가지다. 첫째, 전통적 서·논술형 채점이 채점자 간 신뢰도를 확보해 온 표준적 관행을 원용하여, AI를 보조 채점자로 두는 인간-AI 이중 채점을 기본으로 하고 불일치 시 제3 채점자가 판정한다. 둘째, 성별·배경 등 하위집단별로 동일 품질에 동일 점수가 부여되는지 공정성 감사를 정례화한다. AES의 예측 편향을 검출하는 공정성 지표 연구(Assessing fairness, 2026)가 그 측정 틀을 제공한다. 셋째, 이의제기 시 인간 재검토를 보장한다. 넷째, 최종 판단권을 교사에게 둔다. 국내에서 제안된 교사-AI 협업 기반 평가자 협의 모델(교사-AI 협업 기반 평가자 협의 모델 연구, 연도 미상)과, 에세이는 사람이 읽고 AI는 돕되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한다는 원칙(EvaluAId, 2026)은 이 거버넌스의 학술적 근거다. 경기도 하이러닝이 AI 초벌 점수를 교사가 확정해야 점수로 인정하는 설계를 택한 것(경향신문, 2025)도 같은 방향의 구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학생·교사 역량, 획일화 방지와 해석 역량
기술 통제만으로는 부족하며 사람의 역량이 병행되어야 한다. 학생에게는 프롬프트 구체화 지도가 필요하다. II장에서 검토한 에세이 6,875편 분석(Does AI homogenize student thinking?, 2026)이 보여주듯 AI 활용은 글의 품질을 올리는 대신 구조를 획일화하지만, 프롬프트를 구체화하면 획일화가 다양화로 반전된다. 가르칠 것은 사용 금지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담아 AI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방법이다. 교사에게는 AI 채점 결과의 해석·검증 역량이 요구된다. 신뢰도와 타당도를 구분하고, 표면 단서에 따른 편향 가능성을 알며, 초벌 점수를 검토·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피드백 운용에서는 하이브리드 배치가 타당하다. 실증 연구는 AI 단독 피드백이 문법 등 하위 기능 개선에 그치는 반면 인간-AI 결합이 조직력·비판적 사고에서 우위임을 보고하였고, 국내에서도 절감된 피드백 시간을 고쳐쓰기 수업에 재투자한 사례가 있다(경향신문, 2025). 다만 AI 피드백 증가가 학생의 실제 수정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상반된 보고도 있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고차원 지도에 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로 배치될 때 효과가 가장 크다.
4. 제도·연구 과제
첫째, 해외에서 개발된 공정성 지표의 국내 검증이다. 성별·사회경제적 배경 등 국내 학습자 하위집단에서의 편향 양상은 국내 답안 자료로 직접 확인되어야 한다. 둘째, 국내 종단 실증 연구의 축적이다. 국내에는 평가자 협의 모델 제안이나 국내외 사례·전망 분석 같은 연구가 존재하지만(교사-AI 협업 기반 평가자 협의 모델 연구, 연도 미상; AI 논서술형 평가 시스템 국내외 사례·전망 연구, 연도 미상), 현장 실증 근거는 교사 15명의 사용기(경향신문, 2025) 수준의 단기 관찰에 머물러 있어 학년과 교과를 가로지르는 장기 효과·부작용 추적이 필요하다. 셋째, 프리프린트 근거의 후속 확인이다. 본 보고서가 인용한 LLM 채점·편향 연구의 일부는 동료심사 전 arXiv 프리프린트로, 정책 인용 전에 게재본 확인이 권장된다. 이상의 제언과 근거 자료의 연결은 〈표 8〉과 같다.
〈표 8〉 제언 4축과 근거 자료의 연결
| 축 | 핵심 제언 | 주요 근거 |
|---|---|---|
| 평가 설계 | 활용 범위 설정·과정 표기·실시간 관찰형·구술 확인, 체크포인트 원용 | 교육부·시도교육청(2025), College Board(연도 미상), International Baccalaureate(2023~), Liang 외(2023) |
| 채점 거버넌스 | 저부담부터 단계 도입, 이중·제3 채점, 공정성 감사, 인간 재검토 | Reliability without validity(2026 추정), Assessing fairness(2026), 교사-AI 협업 기반 평가자 협의 모델 연구(연도 미상), EvaluAId(2026); 이중·제3 채점은 전통적 채점자간 신뢰도 확보 관행을 원용 |
| 학생·교사 역량 | 프롬프트 구체화 지도, 결과 해석·검증 역량, 하이브리드 피드백 | Does AI homogenize student thinking?(2026), 경향신문(2025) |
| 제도·연구 | 공정성 지표 국내 검증, 종단 연구 축적, 프리프린트 후속 확인 | Assessing fairness(2026), 경향신문(2025) |
요컨대 관건은 AI 채점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교사의 최종 판단 아래 두는 제도를 먼저 설계하는 일이다.
VII. 결론
본 연구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AI 자동채점 도입이 교차하는 2025~2026년의 국면에서 국내외 문헌을 종합하여 세 가지 연구 문제에 답하고자 하였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논술형 평가 확대는 어떤 교육적 가능성을 지니는가. 서·논술형 평가는 객관식 반복 풀이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고력과 논증의 질을 평가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며, AI 채점·피드백 도구와 결합할 때 그 가능성이 실질화될 여지가 있다. 국내 현장 사례에서 초벌 채점과 피드백 자동화는 교사의 피드백 시간을 학생당 1시간에서 10~20분으로 단축시켜, 초안 작성-피드백-고쳐쓰기로 이어지는 형성적 순환을 시간 제약 속에서 가능하게 만들었다(경향신문, 2025). 채점 부담의 경감은 글쓰기 과제 부과의 빈도를 높이고, 교사의 시간을 채점 노동에서 고차원 지도로 재배치하는 조건이 된다. 이 가능성은 특히 저부담 형성평가 중심의 초등학교, 그리고 과정 중심 평가 설계와 결합한 중등 내신에서 뚜렷하다.
둘째, 초·중등 현장 적용에서 어떤 한계가 확인되는가. 한계는 세 층위에서 확인되었다. 채점 기술의 층위에서 LLM 채점은 일관성이 높아도 타당도가 담보되지 않으며, 표면 단서에 따른 편향과 반복 채점 시 점수 변동, 중위권 답안의 정확도 저하가 보고되었다. 진실성의 층위에서 생성형 AI 답변의 암기 제출이 현실화된 반면, AI 검출기는 비원어민의 글을 높은 비율로 오판하여 검출 중심 대응이 취약 학생에게 불공정하게 작동할 위험이 확인되었다(Liang 외, 2023). 학습의 층위에서 AI 피드백은 글의 품질을 올리는 대신 생각을 획일화할 수 있으며, 학교급별로는 초등의 발달 단계 제약과 입력 품질 의존, 중등의 고부담 평가 공정성·이의제기 부담, 그리고 두 학교급에 공통된 교사 평가권 축소 우려가 확인되었다.
셋째, 지속가능한 도입을 위해 어떤 보완 과제가 요구되는가. 본 연구는 네 축의 보완 과제를 도출하였다. 평가 설계에서는 검출이 아닌 설계로 전환하여 AI가 있어도 학생의 사고가 드러나는 평가 과정을 먼저 만들고, 채점 거버넌스에서는 저부담 형성평가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인간-AI 이중 채점, 하위집단별 공정성 감사, 이의제기 시 인간 재검토, 교사의 최종 판단권을 최소 요건으로 제도화하며, 학생·교사 역량에서는 프롬프트 구체화 지도와 채점 결과 해석·검증 역량, 하이브리드 피드백 배치를 병행하고, 제도·연구에서는 공정성 지표의 국내 검증과 종단 실증 연구의 축적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내외 정책 비교가 보여주듯 어느 주체도 AI의 판정을 최종 심급으로 삼지 않는다는 사실은, AI 채점 논쟁의 실질적 관건이 도입 여부가 아니라 인간 최종판단을 보장하는 거버넌스의 설계임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문헌 고찰 연구로서 분석 대상에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arXiv 프리프린트와 언론 보도가 포함되어 있어 근거 수준이 자료마다 상이하다. 프리프린트 일부는 저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인용된 연구 결과는 게재본에서 수정될 수 있다. 일부 문헌은 원제가 확인되지 않아 내용을 기술하는 표제로 인용하였다. 둘째, 국내 실증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내 현장 근거는 교사 15명의 사용기에 기반한 언론 취재 수준의 단기 관찰에 머물러 있어, 체계적 표집과 통제를 갖춘 국내 실증 연구로 본 연구의 진단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분석 시점에 국가교육위원회의 대입 개편 공론화가 진행 중이어서 정책 지형이 유동적이며, 본 연구의 정책 관련 서술은 2026년 8월까지의 자료에 근거한 잠정적 진단이다. 향후 국내 학습자 자료에 기반한 공정성 검증과 학교급·교과를 가로지르는 종단 연구가 축적될 때, AI 시대 서·논술형 평가의 설계는 더 견고한 실증적 기반 위에 놓일 것이다.
부기, 이 보고서가 만들어진 방식
이 보고서는 한 모델의 단독 작업이 아니다. 장별로 병렬 집필한 원고를 통합한 뒤, 사실·논리·형식의 세 렌즈를 서로 다른 AI 모델에 맡겨 근거 브리프와 대조 심사하였고, 발견된 이슈는 별도의 편집 모델이 반영한 뒤 재검증을 거쳤다. 마지막에는 다른 회사의 모델이 한 번 더 교차검증하였다. 그럼에도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와 언론 보도가 섞인 문헌 고찰이라는 한계는 본문에 명시한 대로 남는다.
같은 주제의 칼럼:
참고문헌
국내 문헌·자료 (가나다순)
경향신문. (2025. 12. 22.). 24명 서술형 답안, 27초 만에 ‘채점 끝’···그런데 이 점수, 믿을 수 있을까 (김송이 기자).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21658011
교사-AI 협업 기반 평가자 협의 모델 연구 [원제 미확인]. (연도 미상). KCI.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23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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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플러스. (연도 미상). AI가 수능 논술 채점한다면? 시간 ‘병목’은 풀렸지만 ‘공정성’은…. https://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80
뉴스1. (2026. 8.). 국가교육위원회, 수능 서·논술형 도입·전 과목 절대평가 공론화 착수. https://www.news1.kr/society/education/6031978
서울신문. (2026. 5. 25.). “AI 답변 달달 외워 만점”…’암기 평가’ 된 수행평가. https://www.seoul.co.kr/news/society/education-news/2026/05/25/20260525010009
헤럴드경제. (2026. 8.). 국가교육위원회 대입 개편 공론화 관련 보도.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43743
AI 논서술형 평가 시스템 국내외 사례·전망 연구 [원제 미확인]. (연도 미상). KCI.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278132
※ 로마자로 시작하는 표제는 가나다순 정렬 대상에서 분리하여 국내 문헌·자료 블록의 마지막에 배치하였다.
국외 문헌·자료 (알파벳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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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core prediction: LLM-based essay scoring and feedback generation via reinforcement learning with rubric rewards. (2026 추정). arXiv 프리프린트. https://arxiv.org/html/2607.19219
College Board. (연도 미상). Generative AI usage guidelines. AP Central. https://apcentral.collegeboard.org/help-center/generative-ai-usage-guidelines
Does AI homogenize student thinking? A multi-dimensional analysis of structural convergence in AI-augmented essays. (2026). arXiv 프리프린트. https://arxiv.org/pdf/2603.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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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ES: Zero-shot automated essay scoring via pairwise comparisons using large language models. (2025). arXiv 프리프린트. https://arxiv.org/abs/2505.08498
Liang, W., Yuksekgonul, M., Mao, Y., Wu, E., & Zou, J. (2023). GPT detectors are biased against non-native English writers. Patterns, 4(7). https://www.cell.com/patterns/fulltext/S2666-3899(23)00130-7
Ofqual. (연도 미상). Ofqual’s approach to regulating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qualifications sector. GOV.U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ofquals-approach-to-regulating-the-use-of-artificial-intelligence-in-the-qualifications-sector/ofquals-approach-to-regulating-the-use-of-artificial-intelligence-in-the-qualifications-sector–2
Reliability without validity: A systematic, large-scale evaluation of LLM-as-a-judge models across agreement, consistency, and bias. (2026 추정). arXiv 프리프린트. https://arxiv.org/pdf/2606.19544
인간-AI 하이브리드 피드백 실증 연구(EFL 학습자 대상) [원제 미확인]. (2025).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7501229.2025.2503890
루브릭 기반 위치 편향 연구 [원제 미확인]. (2024~2026). arXiv 프리프린트. https://arxiv.org/pdf/2602.02219
※ 위 두 문헌은 해외 학술지·프리프린트 출처이나 원제가 확인되지 않아 검색에서 확인된 한국어 서술형 표제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알파벳순 정렬 원칙의 예외로 국외 문헌·자료 블록 말미에 별도 배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