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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경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다른 지능에 걸었다
2026년 7월 21일, 구글이 제미나이 플래시 3.6을 내놓았다. 공개된 지능 지수에서 이 모델이 앉은 자리는 10위, 최전선 연구소들 가운데 꼴찌였다. 트랜스포머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회사가 있을 자리치고는 낯설다. 손쉬운 해석은 하나다. 구글이 뒤처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론가 알베르토 로메로는 긴 분석에서, 스스로 추정임을 거듭 밝히면서도 정반대를 말한다. 구글은 경주에서 진 것이 아니라 트랙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갔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공개된 정보를 하나로 꿴 해석이라는 단서를 먼저 달아 둔다.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전력으로 질주하는 그 길이 진짜 지능으로 이어진다고 믿지 않는다. 그 길이 바로 재귀적 자기 개선, 줄여서 RSI다. AI가 코딩 에이전트를 부려 더 나은 AI를 만들고 그것이 또 더 나은 AI를 만드는 자기 증식을, 막대한 연산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하사비스는 다른 곳에 판돈을 건다. 세계 모델, 다음 낱말을 그럴듯하게 맞히는 대신 현실을 이해하고 머릿속에서 굴려 보는 시스템이다.
돈과 상표를 걷어 내고 나면 아주 오래된 논쟁 하나가 남는다. 이해라는 것은 시스템이 제 안의 기호를 다루는 솜씨를 스스로 키워서 얻는 것인가, 아니면 세계에 발을 딛고 경험에 비추어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생기는 것인가. 더 어려운 모의고사를 끝없이 풀며 점수를 올리는 학생과,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그것이 무너지는지 버티는지 지켜보며 물리를 익히는 학생을 떠올려 보면 된다. 둘 다 분명히 나아진다. 그러나 세계에 실제로 손을 댄 쪽은 하나뿐이다. 이 블로그가 예전에 다른 이름으로 맴돌던 물음이기도 하다. 다음 단어를 잘 맞힌다고 해서 그 뜻까지 아는 것은 아니라는 의심, 이른바 확률적 앵무새 이야기다. 하사비스의 세계 모델 베팅은 그 앵무새 비판에 막대한 연구 예산을 붙인 셈이다.
두 이론은 두 종류의 회사와도 겹친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선명하다고 본다. 스타트업은 AI가 지금 당장 돈이 되어야 한다. 검색으로 이미 돈을 버는 대기업은 느리고 기이한 베팅을 몇 년이고 제 수익으로 떠받칠 수 있다. 그러니 구글의 선택은 지능에 관한 이론이기 이전에, 넉넉한 자만이 살 수 있는 사치이기도 하다.
정직한 반론은 좀 불편하다. 밖에서 보면 “더 큰 상을 좇아 물러났다”는 말은, 그저 지고 있는 회사가 체면을 세우려 할 법한 말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두 이야기는 베팅이 결판나기 전까지 겹쳐 있다. 로메로 자신도 이것이 어디까지나 추정이라고 못 박는다. 10위 모델은 그 원인이 원대한 비전이든 단순한 쇠퇴든 일단 10위 모델이다. 나는 어느 쪽인지 안다고 말하지 않겠다. 지금 확신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팔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불확실성 뒤에 남는 것이 있다. 지능이 자기 개선의 고리에서 커지는지, 세계에 뿌리내린 모델에서 자라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정직한 답이 “아무도 모른다”일 때 가장 나쁜 결말은 모두가 같은 표를 사 버리는 것이다. 업계 전체가 RSI와 규모와 에이전트가 에이전트를 만드는 하나의 길로 수렴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위험이다. 시가총액 수조 달러의 회사가 유행에 뒤진 답에 제 평판을 거는 것은, 그래서 경주에서의 약점이라기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틀렸을 경우를 위한 보험에 가깝다. 구글의 베팅이 맞든 틀리든, 그런 베팅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바라야 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물음은 이번 분기에 누가 앞섰느냐가 아니었다. 우리가 하나의 지능 이론을 유일한 답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쪽이다.
출처
- Romero, A. (2026, July 28). The actual reason why Google “fell out” of the AI race changes everything. The Algorithmic Bridge. https://www.thealgorithmicbridge.com/p/the-actual-reason-why-google-f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