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이 바뀌어야 배움이 바뀐다 — 6장 미래학습을 위한 수업
수업법을 둘러싼 오래된 싸움이 있다. 한쪽은 “강의식 직접교수는 낡았다, 학생 활동과 탐구가 답이다”라고 외치고, 다른 쪽은 “기초는 명시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라고 맞선다. 맥타이와 커티스는 이 양자택일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라고 못 박는다. 좋은 수업이냐 나쁜 수업이냐가 아니라, 지금 이 활동이 어떤 학습 목표를 겨냥하느냐가 먼저다.
수업이 목표를 따라가야 한다
이 장의 출발점은 단순하지만 뒤집어 놓으면 강력하다. 만능 교수법은 없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묻기 전에, 무엇을 배우게 하려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저자들은 학습 목표를 세 갈래로 나눈다. 사실과 기능을 익히는 습득(Acquisition),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의미구성(Meaning-making), 배운 것을 낯선 상황에 스스로 적용하는 전이(Transfer)다. 머리글자를 따 A-M-T 틀이라 부른다.
핵심은 이 셋이 위계가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라는 점이다. 습득이 1층, 전이가 3층인 계단이 아니다. 기초 지식을 익히는 동안에도 의미를 묻고, 의미를 구성하는 동안에도 새 사실이 필요하다. 다만 각 목표에는 그에 맞는 교사의 자리가 따로 있다. 습득에는 직접 가르치는 사람, 의미구성에는 사고를 자극하는 촉진자, 전이에는 곁에서 점차 손을 떼는 코치다.
여기서 가장 뾰족한 주장이 나온다. 직접교수와 탐구는 적이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른 목표를 맡는 동료다. 강의가 나쁜 게 아니라 전이를 강의로 가르치려는 게 잘못이고, 탐구가 만능인 게 아니라 처음 배우는 기초 개념까지 “스스로 발견하라”고 던져두는 게 비효율이다. 수업의 질은 방법의 신구(新舊)가 아니라 목표와의 적합성에서 갈린다.
A-M-T 세 목표와 교사의 세 자리
저자들의 틀을 한눈에 정리하면 이렇다.
| 목표 | 학생이 하는 일 | 교사 역할 | 대표 수업 방식 |
|---|---|---|---|
| 습득 (Acquisition) | 사실·기능·개념을 익힌다 | 직접 가르치는 사람 (direct instruction) | 명시적 설명, 시범, 안내된 연습, 피드백 |
| 의미구성 (Meaning-making) | 이해하고 추론·해석하며 연결한다 | 촉진자 (facilitator) | 탐구, 토론, 사례 분석, 본질적 질문 |
| 전이 (Transfer) | 낯선 맥락에 스스로 적용한다 | 코치 (coach) | 실제 과제 제시, 모델 후 지원 철수, 지속 피드백 |
표를 가로로 읽으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교사는 한 시간 안에서도 역할을 갈아입는다. 개념을 설명할 때는 전달자였다가, 학생이 사례를 두고 씨름할 때는 한발 물러난 촉진자가 되고, 실전 과제 앞에서는 조언만 던지는 코치가 된다. 같은 교실, 같은 교사인데 자리가 달라진다.
이 틀의 상위에는 저자들이 오래 다듬어 온 백워드 설계(Backward Design)가 있다.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 목표를 학생이 달성했다는 증거(평가)를 설계한 뒤, 마지막으로 수업 활동을 짜는 역순 설계다. 그중에서도 전이목표(Transfer Goals)는 학년과 교과를 관통하는 북극성 역할을 한다. 한 차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릴 때, 결국 학생이 무엇을 혼자 해내길 바라는가로 되돌아오게 만드는 기준점이다.
우리 교실로 옮겨 보면
여기서부터는 책의 서술이 아니라 한국 교실로 번역한 필자의 해석이다. 다행히 옮길 자리가 멀지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내건 깊이 있는 학습과 핵심 아이디어 중심 설계는 A-M-T의 의미구성·전이와 거의 같은 곳을 가리킨다.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에 두고 거꾸로 단원을 짜라는 요구가 곧 백워드 설계의 논리다.
| 한국 교육 맥락 | A-M-T로 옮기면 | 필자의 메모 |
|---|---|---|
| 깊이 있는 학습 | 의미구성 + 전이 | 암기 너머 이해와 적용을 함께 요구 |
| 교과 간 연계·전이 | 전이 (Transfer) | 단어부터 일치, 평가까지 가야 진짜 |
| 과정 중심·수행평가 | 전이 목표의 평가 | 지필고사는 대개 습득까지만 잰다 |
| 고교학점제 자기주도 | 학습자 주도성 | 교사 자리가 전달자에서 코치로 이동 |
| IB 개념기반·탐구단원 | 의미구성 + 전이 | UbD와 한 뿌리, 친연성이 높다 |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 과학의 광합성 단원을 떠올려 본다. 광합성 반응식과 엽록체 구조를 외우게 하는 구간은 습득이고, 여기서는 교사가 시범과 그래픽 조직자로 직접 가르치는 편이 빠르다. “왜 식물은 낮에 더 활발한가”를 자료로 따져 보게 하는 구간은 의미구성이고, 교사는 답을 주는 대신 질문으로 민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화단의 그늘진 자리에 어떤 식물을 심을지 근거를 들어 제안하라”는 과제는 전이다. 이 셋을 한 단원 안에 의도적으로 배치하느냐가 설계의 핵심이다.
정확히는, 우리 현장의 약한 고리는 전이다.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했다면서도 실제로 채점하는 것은 대개 습득 수준에 머문다. 시험지로 잴 수 있는 것은 기억과 절차이지, 낯선 상황에서의 자율적 적용이 아니다. 전이를 평가하지 않으면 전이는 가르쳐지지 않는다. 평가가 수업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균형은 신념이 아니라 진단의 문제다
이 장이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교수법이 아니라 자기 수업을 향한 정직한 진단이다. 직접교수를 옹호하는 사람도, 탐구를 신봉하는 사람도 같은 함정에 빠진다. 자기가 편한 한 가지 모드로 한 단원 전체를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뒤집어 보면, 활동 중심 수업이 좋다는 통념은 교사가 기초 개념까지 학생에게 떠넘기는 알리바이가 되기 쉽다. 반대로 진도가 급하다는 이유는 의미구성과 전이를 영영 미루는 핑계가 된다. A-M-T 틀의 진짜 쓸모는 멋진 분류표가 아니라, 내 수업 시간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한 가지만 권한다. 다음에 가르칠 단원의 차시 계획을 펴 놓고, 각 활동 옆에 A·M·T 중 하나를 연필로 적어 본다. 세 글자가 한쪽으로만 몰려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 손볼 지점이다. 거창한 수업 개혁보다, 이 한 장의 태깅이 먼저다.
출처
원서: McTighe, J., & Curtis, G. Leading Modern Learning: A Blueprint for Vision-Driven Schools. Solution Tree Press.
한국어판: 제이 맥타이·그레그 커티스 지음, 강현석·조인숙 옮김, 《학교, 이렇게 바꾼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