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 / 692

3 분 소요

hits

PISA 2025 결과는 우리의 컴퓨팅 사고력이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라는 기분 좋은 착시를 안긴다. 그러나 당신도 이 현실을 잘 알듯이, 숫자가 말하는 표면 아래에는 더 복잡하고 우려스러운 진실이 숨어있다. 정책의 의욕적인 확장이 실제 교실에서는 왜 기대만큼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데이터 너머의 맥락에 있다.

PISA 2025 컴퓨팅 사고력: 정책의 겉과 교실의 속

PISA 성적표, 숫자가 다 말하지 않는다

OECD가 발표한 PISA 2025 컴퓨팅 사고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내 3위를 기록한다. 표면적으로는 고무적인 성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편협한 시각이 생산한 착각에 불과하다. 시야를 OECD 국가 밖으로 확장하면 한국의 순위는 8위로 급락한다. 마카오, 싱가포르,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에스토니아에 뒤처진 수치다. 우리가 안주하는 동안, 주변의 많은 나라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꾸준하고 깊이 있는 교육을 시행해왔다는 사실을 이 순위는 명확히 보여준다. 겉만 번지르르한 국내 순위는 우리 교육의 실질적인 위치를 가리는 맹점이다.

정책의 열심과 현장의 불일치

한국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정보 교과를 필수로 지정하며 컴퓨팅 사고력 교육의 씨앗을 뿌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관련 시수를 더욱 확대하며 양적 확장에 집중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PISA 결과가 예상 밖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고민을 안긴다. 정책은 교실에서 무력한 구호가 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마주한다.

이 괴리는 정책의 의도와 현장의 실행 사이의 근본적인 단절에서 발생한다. 필수화와 시수 확대라는 제도적 외형은 갖추었으나, 실제 교실에서는 학교급 간 교육 내용의 통일성과 계열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단편적인 정보 교육을 시행하며, 학생들은 파편화된 경험만을 얻는다. 시수 확대라는 양적 투입은 질적 일관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 혼란만 가중한다.

다음 표는 정책의 외형과 현장의 내실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요소 정책의 의도 (제도적 외형) 현장의 현실 (교실의 내실)
컴퓨팅 사고력 필수 교육과정 지정, 시수 확대 학교급 간 교육 내용 불균형, 계열성 부족
교육 목표 모든 학생의 컴퓨팅 사고력 함양 단편적 기능 위주 교육, 평가 부담으로 인한 피상적 접근
교사 전문성 교원 연수 확대, 전문 교사 양성 계획 실제 연수 기회 부족, 비전공 교사의 수업 부담 증가
교육 자원 인프라 확충, 교육 자료 개발 실질적 자원 부족, 노후 장비, 지역별 격차 심화

이러한 불일치는 결국 정책이 의도한 컴퓨팅 사고력 함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교사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지원 없는 정책은 그저 또 하나의 행정 부담일 뿐이다.

간극을 메우는 실제적 설계

PISA 결과가 보여주는 간극을 메우는 일은 이제 정보 교육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는 단순히 시수를 더 늘리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 세 가지 전략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설계해야 한다.

  1. 교육과정의 수직적 연계성 강화: 초등부터 고등까지 컴퓨팅 사고력의 핵심 개념과 난이도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교육과정을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내용 나열을 넘어, 학년별, 학교급별 목표와 성취 기준을 명확히 하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는 계열성을 확보한다. 이는 학생들이 개념을 점진적으로 심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2. 교사 전문성 개발의 현장 밀착화: 교사 연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실 수업에 직접 적용 가능한 실제적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 컴퓨팅 사고력을 교과 융합적으로 가르치는 방법, 평가의 다변화 방안, 최신 기술 도구 활용법 등을 제공한다. 또한, 지역별 전문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교사들이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3. 학습 경험의 질적 심화: 단순히 코딩 문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컴퓨팅 사고력을 강조한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디버깅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이나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지원한다. 컴퓨팅 사고력 교육은 더 이상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고 연결할까’의 문제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만이 정책의 겉과 교실의 속을 일치시키고,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컴퓨팅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도시계획·공간행동학의 시선으로 보면

도시계획 분야에서 ‘스프롤 현상(Urban Sprawl)‘은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도시 외곽 확장을 설명한다. 핵심 기능과 연계 없이 개별 지역이 독립적으로 개발되며, 결국 전체 도시의 기능적 효율성을 저해한다. 한국 교육의 컴퓨팅 사고력 정책 또한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필수화나 시수 확대는 마치 도시의 특정 구역에 건물을 추가하는 개발 행위와 같다. 그러나 이들 개발이 기존 교육 시스템이라는 도시의 다른 구역(학교급, 다른 교과)과 기능적으로 연결되고 통합되지 않는다면, 전체 교육 생태계는 단절되고 비효율적인 스프롤 현상을 겪는다. 각 학교급이 독립적으로 ‘자기 영역’만 구축하려다 결국은 교육의 연속성과 유기성을 잃는 것이다.

출처

  • OECD (2026). PISA 2025 Results (Volume I). OECD Publishing.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pisa-2025-results-volume-i_73451bc5-en.html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