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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과학 3단원 ‘열과 우리 생활’의 첫 시간, 교과서 단원 도입면 한 장을 두고 질문놀이를 했다. 보이는 것을 적고, 그것을 질문으로 바꾸고, 모둠 친구들의 질문 중 마음에 드는 두 개를 골라 이유를 쓰는 활동이다. 걷은 활동지를 읽다가 몇 번 멈춰서는 순간들이 있어 기록해둔다.

5학년 과학 3단원 '열과 우리 생활' 교과서 단원 도입면.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 장면과 온도계, 아래쪽을 걸어가는 동전·소스병·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5학년 과학 3단원 '열과 우리 생활' 단원 도입면.

활동지를 읽다 멈춘 순간들

(1) 같은 눈금을 두고 한 아이는 불의 온도로, 다른 아이는 온도계가 가리키는 값으로 읽었다. 이 단원의 첫 차시가 바로 온도와 온도계인데,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는지를 교과서보다 아이들 문장이 먼저 알려 주었다.

(2) 교과서 말풍선에는 “화덕의 ○○(으)로 피자를 굽고 있어요”라는 빈칸이 있고, 정답은 열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질문은 거의 다 불에서 나왔다. “불은 왜 뜨거울까?”, “불은 왜 나무에 잘 붙을까?” 피자에서 올라오는 김마저 “불을 피울 때 김이 난다”라고 적었다.

눈에 보이는 불에서 보이지 않는 열로 건너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 이 단원 초입에서 진짜 할 일이라는 걸 아이들 질문을 보고 알았다.

(3) ‘왜’를 붙인다고 탐구 질문이 되지는 않는다. “왜 온도계는 250℃를 가리킬까?”, “왜 피자를 화덕에 구울까?”처럼 관찰한 문장 앞에 ‘왜’만 붙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 이 질문이 눈에 띄었다.

불도 종류나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를까?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 있다’는 관찰에서 출발해, 비교할 조건(종류, 온도)을 스스로 끌어낸 질문이다. 실험으로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다음 질문놀이에서는 이 질문을 질문 바람개비에 추가해볼 생각이다. ‘왜 ~할까?’에서 ‘~에 따라 달라질까?’로 넘어가는 연습이다.

학생이 작성한 질문놀이 활동지. 관찰한 점을 질문으로 바꾸고 모둠 친구의 질문 두 개를 골라 이유를 적었다
질문놀이 활동지. 관찰한 점을 질문으로 바꾸고, 모둠 친구들의 질문 중 두 개를 골라 이유를 적는다.

(4) 질문을 고른 이유에서 아이의 학습관이 보인다. “열에 대해 배워야 이 단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단원을 여는 열쇠가 되는 질문을, 다른 아이는 대화를 넓히는 질문을 골랐다. 좋은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아이들은 이미 각자 갖고 있었다. 활동지 맨 아래의 고른 이유 칸이 사실상 메타인지를 보여 주는 칸이었다.

또 다른 학생의 질문놀이 활동지

(5) 도입면에는 그림 말고도 단원 제목과 학습목표 문장이 함께 있다. “열은 무엇일까?”는 제목에서 나온 질문이었고, “열의 이동 방식은 왜 다양할까?”는 학습목표 문장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나는 그림을 관찰하라고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페이지 전체가 관찰 대상이었다.

반대로 아무도 묻지 않은 것도 있었다. 페이지 아래쪽에서 동전, 소스병, 캔 캐릭터가 걸어가고 있는데, 이것은 단원 마지막에 배울 단열로 이어지는 단서다. 아이들이 무엇을 물었는지만큼, 무엇을 묻지 않았는지도 수업을 설계하는 자료가 된다.

비판하지 않기와 평가

질문놀이는 모든 질문은 무조건 받아들이고, 어떤 질문도 비판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비판하지 않기와 평가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을 했었는데 해 보니 답은 간단했다. 질문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읽고 다음 수업을 바꾸는 것이다.

(모인 질문은 단원 끝에 다시 꺼내 이제 답할 수 있는 질문과 여전히 궁금한 질문으로 나눠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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