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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윤 수석교사의 질문수업 연재 12편, 까바놀이부터 읽·설·그·계까지
한국교육신문에 2025년 9월 4일부터 2026년 10월 8일까지 ‘질문수업’이라는 칼럼이 12회 실렸다. 필자는 경남 창원한들초 양경윤 수석교사이고, 기사에는 『고마워교실』과 『질문수업 어떻게 시작할까』의 저자로 소개돼 있다. 연재는 질문이 왜 배움의 출발점인지에서 시작해 학습 대화와 짝 대화, 질문 놀이, 책상 배치, 학습 자료, 핵심질문과 이끎질문, 거꾸로 짜는 수업 설계로 이어진다. 마지막 세 편은 AI 시대의 문해력, 수학 질문수업 ‘읽·설·그·계’, 소리 내어 읽기를 다룬다. 아래에 회차 순서대로 각 편의 주장과 수업 기법, 원문에 나온 예시를 옮긴다.
연재 한눈에 보기
| 회차 | 등록일 | 제목 | 다룬 기법과 용어 |
|---|---|---|---|
| ① | 2025-09-04 | 학생 질문으로 여는 교실 | 질문과 메타인지(‘자기 점검’), 자기주도 학습 |
| ② | 2025-10-17 | 질문과 학습 대화로 변화하는 교실 | 학습 대화, 대화 예절(“네 생각은 어때?”, “참 좋은 생각이야”) |
| ③ | 2025-11-13 | 질문이 두렵다면, 까바놀이를 하라 | 까바놀이, 까만놀이 |
| ④ | 2025-12-11 | 질문 수업을 위한 짝 대화 전략 | 존중의 리액션, “고마워”, 내 생각 먼저 말하기, 미덕(보석) 찾기 |
| ⑤ | 2026-01-22 | 두려움을 넘어 배움을 잇다 | 짝과 함께 질문 만들기, ‘같이 또 따로’, 질문의 ‘완급’, 연결의 기술 |
| ⑥ | 2026-04-09 | 공간 매치가 질문수업을 이끈다 | 일자형 배열(‘뒤통수 교육’), ㄷ자 배치 |
| ⑦ | 2026-04-30 | 질문으로 여는 상호작용의 힘 | 학습 자료와의 상호작용, ‘지적 파트너’, ‘멈춤’과 ‘되새김’ |
| ⑧ | 2026-06-04 | 핵심질문과 이끎질문 | 핵심질문, 이끎질문 3단계 |
| ⑨ | 2026-07-03 |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 거꾸로 하는 설계, 평가와 이끎질문, 의도된 여백 |
| ⑩ | 2026-08-06 | AI시대 문해력과 질문 | 문해력, 설명 효과, 짝 대화, 배움 글쓰기 |
| ⑪ | 2026-09-03 | 수학질문수업 ‘읽·설·그·계’ | 읽기, 설명하기, 그림으로 나타내기, 계산하기 |
| ⑫ | 2026-10-08 | 질문수업의 시작은 다시 ‘읽기’ | 소리 내어 읽기, 이중부호화 이론, 산출 효과, 읽기 전략 세 가지 |
① 학생 질문으로 여는 교실
등록 2025-09-04 · 기사 원문
첫 회에 붙은 편집자주는 질문수업을 “사고력 증진과 메타인지 발달을 위한 도구”로 소개하고, 분석·판단·추론·문제해결에까지 질문을 통한 수업의 변화를 다루겠다고 밝힌다.
본문은 퀴즈쇼 사회자가 외치는 “정답입니다”에서 시작한다. 이 말은 교실에서도 자주 울려 퍼진다. 필자는 수업과 퀴즈쇼가 겉모습은 달라도 정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보고, 지식 전달 위주의 정답식 수업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 주기 어렵다고 쓴다. 정답식·주입식 교육의 한계는 십여 년 전부터 지적돼 왔고, 생성형 AI의 등장은 교실 수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더 분명히 보여 준다는 것이다. 학습 모델과 수업 형태를 학생 질문으로 시작하면 배움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의 출발점이다.
‘메타인지를 깨우는 스위치’라는 소제목 아래에서 필자는 질문을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묻는 것’으로 보는 생각을 오해라고 짚는다. 질문은 이미 안다고 착각했던 지식을 낯설게 다시 보게 하고, 교실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작용해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학생의 질문은 메타인지 발달을 보여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원문은 두 질문을 나란히 놓는다.
- 메타인지 능력이 아직 미숙하다고 볼 수 있는 학생: “선생님, 이것은 너무 어려워서 모르겠어요”
- 메타인지가 발달한 학생: “선생님, 두 번째 줄까지는 이해했는데, 세 번째 줄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해가 안 돼요”
뒤의 질문처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구분해 묻는 것은 자기 학습 상태를 정확히 점검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메타인지적 조절 능력의 핵심인 ‘자기 점검’과 바로 이어진다. 필자는 질문이 “메타인지의 결과인 동시에 그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제”라고 정리한다. 그래서 교실 수업은 학생 질문을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학습 구조와 방법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소제목은 ‘자기주도적 삶 형성’이다. 학생에게 질문할 권한을 주는 일은 학생이 자기 학습을 주도하고 내재된 호기심과 창의성을 발현하도록 돕는 일이며, 학생이 직접 만든 질문은 “자신의 지식과 관심사, 그리고 학생의 삶을 담는 그릇”이 된다. 질문수업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이루는 ‘자기주도 학습’의 핵심이며, 교실 밖의 삶과도 직접 이어진다.
② 질문과 학습 대화로 변화하는 교실
등록 2025-10-17 · 기사 원문
2회는 익숙한 장면으로 문을 연다. 교사가 질문을 던지면 여기저기 손이 올라오지만, 친구가 답을 말하면 나머지 손은 힘없이 내려간다. 정답이 나오면 대화가 멈추고 교실은 다시 교사 중심으로 흐른다. 필자는 이렇게 쓴다. “질문이 ‘탐구의 씨앗’이라면, 그 씨앗을 싹 틔우고 열매 맺게 하는 자양분은 바로 ‘학습 대화’다.”
학습 대화는 수다나 잡담이 아니라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나누고 비판하며 새 지식을 함께 구성해 가는 과정이다. 생각을 말로 꺼내 남과 나누는 동안 자기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더 분명해지므로, 학습 대화는 질문으로 촉발된 메타인지를 고도화한다. 기존 수업은 ‘교사 질문-학생 응답-평가’ 구조에서 ‘정답 확인’에 머물지만, 학습 대화는 다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이 의미를 스스로 구성하고 내재화하게 한다.
AI에 관한 대목도 있다. AI는 방대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길러지는 공감,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학습 대화는 AI를 활용한 개별 학습만으로는 얻기 힘든 가치이고, 자기 주장을 펼치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비판하는 가운데 의사소통 역량이 길러진다.
깊은 학습 대화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질문과 학습 대화는 지식과 생각뿐 아니라 감정까지 동원해 “자신이라는 삶을 꺼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복잡한 기법보다 단순하고 구조화된 대화 예절이 효과적이라며 간단한 약속을 제안한다. 자기 생각을 말한 뒤 “네 생각은 어때?”라고 상대의 의견을 묻고, 답을 들은 뒤에는 “참 좋은 생각이야” 같은 긍정적 반응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 약속은 상대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끼게 해 비판적인 의견까지 편안하게 주고받게 하는 안전장치가 된다. 말하는 사람도 “참 좋은 생각이야”라고 말하며 한 호흡 고르는 사이 상대의 의견을 차분히 정리할 여유를 얻는다. 2회의 끝부분은 질문과 학습 대화가 살아 있는 수업을 자기주도적 학습의 토대로 보고,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평생 학습 능력으로 직결된다고 말한다.
③ 질문이 두렵다면, 까바놀이를 하라
등록 2025-11-13 · 기사 원문
“질문 있나요?”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치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엉뚱한 것을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되거나 선생님이 “그건 이미 배웠잖아” 하실까 봐 망설이기 때문이다. 3회는 이 두려움을 놀이로 낮추는 ‘놀이 기반 질문 수업’으로 까바놀이와 까만놀이를 소개한다.
| 놀이 | 하는 방법 | 원문 예시 |
|---|---|---|
| 까바놀이 |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말 그대로 ‘까’로 바꾼다. 짝과 번갈아 하며, 상대의 말이 틀렸더라도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질문으로 바꾼다. | A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다” → B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까?” / B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다” → A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까?” |
| 까만놀이 | 질문만으로 대화한다. 답을 찾지 않고 짝과 질문만 주고받는다. |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로 만든 질문 네 개(아래) |
까바놀이는 놀이라서 틀려도 괜찮고 웃어도 괜찮다. 필자는 웃으며 놀다 보면 질문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하면서 “질문은 정답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여는 열쇠”라고 쓴다. 이 놀이의 진정한 가치는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사고를 심화하는 과정에 있다. 짝이 그림 속 두루미의 표정을 보고 “두루미가 화가 났습니다”라고 말하면, 두루미가 부끄러워한다고 본 학생도 규칙대로 “두루미가 화가 났습니까?”라고 돌려준다. 그리고 자기 해석을 담아 “두루미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상대가 이 말을 “두루미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까?”로 바꿔 답하면서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이를 하다 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합리적 의심을 품고, 두 사람 모두 그림이나 자료를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비판하기 전에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해 자기 언어로 질문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질문을 “잘했다” “못했다”,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지 않는 경험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대화 공간을 만든다.
원문이 든 까만놀이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여우는 두루미를 잡아먹지 않고 왜 대접했을까?
- 두루미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방법을 잘 몰랐던 건 아닐까?
- 두루미는 여우에게 왜 못 먹는다고 말을 못했을까?
- 내가 두루미였다면(여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답은 하나도 말하지 않았지만 질문 속에 이미 생각의 방향이 담겨 있다. 필자는 이 질문들이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의 ‘모욕 → 복수’라는 직선적인 인과관계의 판을 뒤집어, 이야기를 복수와 갈등이 아니라 관계 회복과 갈등 예방으로 다시 정의한다고 본다. 학생들은 작가가 제시한 교훈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만든 질문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해 나간다.
④ 질문 수업을 위한 짝 대화 전략
등록 2025-12-11 · 기사 원문
4회는 학습 대화를 짝 대화의 구체적인 절차로 풀어낸다. 필자는 침묵하는 교실을 “와글와글한 배움터”로 바꾸는 열쇠로 ‘안전한 대화 환경’과 ‘구조화된 기술’을 꼽는다. 학습대화는 지식뿐 아니라 감정과 삶을 꺼내는 일이어서 내 말이 비웃음 사지 않으리라는 ‘심리적 안전감’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는 막연히 “서로 존중해라”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존중의 리액션’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 전략 | 하는 방법 | 원문이 밝힌 이유 |
|---|---|---|
| 존중의 리액션 | 몸을 친구 쪽으로 돌리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다. | “나는 네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어”라는 신호를 전한다. |
| 시작의 “고마워” | 활동을 시작할 때 짝을 바라보며 조건 없는 “고마워” 한마디로 연다. | 활동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메시지다. |
| 내 생각 먼저 | “내 생각은 ~야, 네 생각은 어때?”처럼 자기 생각을 먼저 말한다. | 준비 없이 “네 생각은 어때?”부터 들으면 대화가 ‘심문’처럼 느껴져 말문이 막힐 수 있다. 생각을 먼저 보여 주면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번다. |
| “참 좋은 생각이야” |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가 말을 마치면 이렇게 반응한다. | 말한 사람은 발언권을 존중받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듣는 사람은 한 호흡 쉬며 생각을 정리한다. 맹목적인 동의가 아니라 경청했다는 수용의 신호다. |
| 미덕(보석) 찾기 | 수업 마무리에 짝이 대화 중 보여 준 미덕을 찾아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 잊고 있던 자기 장점을 깨닫게 해 자존감을 높이고 다음 대화 시간을 기대하게 한다. |
| 끝의 “고마워” | 활동이 끝나면 이유나 조건을 붙이지 않고 “고마워”라고 말한다. | 관계를 따뜻하게 잇고 대화의 즐거움을 강화한다. |
필자는 자기 생각을 먼저 보여 주는 방식을 ‘배려의 기술’이자 상대를 편안하게 초대하는 ‘소통의 마중물’이라고 부른다. 미덕 찾기의 예로는 “너는 방금 ‘경청’의 보석을 빛냈어”, “너의 ‘용기’ 덕분에 내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어”를 든다. 4회는 학습대화를 ‘경청’, ‘자기 생각 표현’, ‘상대방 존중’, ‘긍정적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구조화된 학습 루틴으로 정리한다.
⑤ 두려움을 넘어 배움을 잇다
등록 2026-01-22 · 기사 원문
“선생님, 질문을 못 만들겠어요.” “질문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질문 수업을 시작한 교사가 가장 흔히 마주하는 장면이다. 필자는 이 막막함이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교사들도 정답을 외우고 지식을 받아들이는 공부에 익숙해서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일 자체가 낯설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첫 벽을 넘는 열쇠는 질문의 수준을 따지기 전에 질문이 싹트고 자랄 ‘구조’와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혼자 질문을 만들지 못하는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짝과 함께 질문 만들기’다. 짝과 머리를 맞대면 질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에서 새 궁금증을 발견한다. 이때 원칙은 ‘같이 또 따로’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은 짝과 충분히 소통하며 함께하되, 공책에 적을 때는 각자의 궁금증을 담아 따로 쓴다. 그래야 소극적인 아이가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에게 휩쓸려 ‘자신만의 질문’을 잃어버리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필자의 표현으로는 “사고는 공유하고, 주체성은 지켜내는” 구조다.
질문에 ‘급’이 있다는 통념도 다룬다. 필자는 질문 수업에서 주목할 ‘급’은 수준이 아니라 ‘완급’이라고 말한다. 아이마다 질문의 속도가 다르니 수준 차는 당연하고,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 교류하며 스스로 질문 수준을 끌어올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쁜 질문’도 없다. “선생님은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라는 뻔한 질문도 “어? 저 사람은 여장 남자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밖으로 내뱉는 순간 기존의 해답을 뒤집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궁금한 것을 입 밖으로 내놓는 행위 자체가 이미 ‘최고의 급’이다.
학습 목표에서 멀리 벗어난 질문이 쏟아지면 많은 교사가 질문을 막거나 지름길로 아이들을 끌어오려 한다. 필자는 “수업에서 주제를 벗어난 질문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것은 교사가 정한 좁은 관점의 결과일 뿐이다. 교사는 쏟아지는 질문을 더하고, 나누고, 연결해서 관련 없어 보이는 질문 조각을 학습의 흐름으로 끌어들이는 ‘연결의 기술’을 써야 한다. 정리하면 질문을 만들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짝을, 주제를 벗어난 질문을 던지는 아이에게는 교사의 따뜻한 연결을 건네라는 것이 5회의 결론이다.
⑥ 공간 매치가 질문수업을 이끈다
등록 2026-04-09 · 기사 원문
6회는 많은 교실에서 질문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는 까닭을 묻고, 교사의 질문 기법이나 학생의 창의성보다 먼저 학생들이 앉아 있는 ‘책상의 배치’를 들여다본다. 필자는 교실이 학생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방식으로 배울지를 결정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필자에 따르면 기존의 일자형 배열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모든 학생이 교사를 보며 앞사람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이 구조는 효율적인 지식 주입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만남을 막는다. 필자는 이를 ‘뒤통수 교육’이라 부르며 이렇게 쓴다. “침묵하는 뒤통수에는 질문이 깃들 자리가 없습니다.”
대안은 ㄷ자 배치다. 필자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모든 윤리의 시작이라고 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을 끌어와, ㄷ자 배치를 ‘얼굴의 윤리’를 교실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일로 설명한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면 친구의 눈빛, 미세한 표정 변화, 고개의 끄덕임이 비언어적 울림이 되고, 이 시선의 교차가 “네 생각은 어때?”나 “왜 그렇게 생각해?” 같은 질문을 끌어낸다. 질문은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고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생긴다. 일자형 배치에서 친구는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지만, 마주 보는 순간 질문의 대상이자 대화 상대가 된다.
“교실이 너무 소란스러워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필자는 질문이 살아 있는 교실은 결코 조용할 수 없다고 답한다. 생각이 움직이면 말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실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면 그것은 질서일 수도 있지만 사고가 멈춘 신호일 수도 있다. 이 관점에서 ㄷ자 배치는 휘발성 강한 질문의 에너지를 담아 두는 ‘항아리’와 같다. 일자형 배열에서는 질문이 앞사람의 뒤통수에 부딪혀 교실 뒤편으로 흩어지지만, ㄷ자 구조에서는 맞은편에 전달되고 옆 친구에게 공명하며 중앙의 열린 공간을 돌면서 정교해지고 확장된다. 이때 생기는 소란은 질문이 숙성되면서 나는 건강한 ‘발효의 소리’다.
윈스턴 처칠의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후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듭니다”라는 말도 인용한다. 필자는 아무리 훌륭한 질문을 던져도 공간이 그것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하면 질문은 흩어지고 만다며, 학생의 질문이나 교사의 발문 기법, 수업 설계보다 먼저 책상 배치의 효과를 점검하자고 말한다. 이 회의 결론은 다음 문장이다. “결국 배움의 혁신은 교사의 입술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이 마주치는 책상의 각도를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⑦ 질문으로 여는 상호작용의 힘
등록 2026-04-30 · 기사 원문
교과서, 영상 자료, 과학실의 실험 기구와 시약, 아이들이 매일 쓰는 공책까지 수업에는 수많은 학습 자료가 함께한다. 7회는 이 자료를 지식 전달을 위한 도구나 소모품으로만 대하고 있지 않은지 묻는다. 필자는 학습자가 자료와 먼저 상호작용하면 자연스럽게 학습의 세계로 들어서고, 그 상호작용을 여는 열쇠가 ‘질문 만들기’라고 쓴다.
예로 든 것은 수학 시간의 각도기다. 보통은 각도기를 꺼내자마자 재는 법부터 가르치지만, 그 전에 아이들이 각도기와 충분히 상호작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쏟아낸다.
- “각도기는 왜 둥근 모양일까?”
- “숫자가 왜 위아래로 두 줄이나 써져 있지?”
- “밑줄과 중심은 왜 따로 표시되어 있을까?”
필자에 따르면 이 질문들은 각도기의 필요성과 유래, 사용 방법, 수치 읽는 법까지 수업의 핵심 원리와 곧바로 이어지고, 각도기는 플라스틱 조각이 아니라 아이들과 대화하는 ‘지적 파트너’가 된다. 과학 시간의 온도계나 저울 같은 실험 기구도 마찬가지여서 “왜 온도를 표시하는 액체는 붉은색일까?”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경계할 자료로는 교실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시청각 자료를 든다. 아이들이 꼼짝 않고 화면을 응시하면 상호작용이 잘 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영상 속 정보는 제작자가 의도한 선형적인 흐름을 따라 정해진 답을 향해 질주한다. 아이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바빠 의문을 품거나 자기 생각을 끼워 넣을 틈이 없고, ‘생각의 근육’은 멈춘 채 수동적 관찰자로 남는다. 그래서 영상이 끝난 뒤나 중간에 영상을 멈추고 “방금 저 장면에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만약 결과가 달랐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처럼 화면 너머를 묻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삶의 지식으로 발효되려면 질문으로 ‘멈춤’과 ‘되새김’을 거쳐야 한다.
자료를 직접 보고, 만지고, 조작하는 활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탐구 욕구를 채워 준다. 저울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마음껏 물건을 달아 보게 하는 활동이 그 예다. 다만 만지는 데서 멈추면 놀이에 그칠 수 있으니 질문 만들기를 결합해야 한다. 손으로는 자료를 조작하고 머리로는 질문을 던질 때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폭발한다. 필자는 아이들이 학습 자료를 정답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주고받는 친구”로 대할 때 배움이 더 단단하고 깊어진다고 맺는다.
⑧ 핵심질문과 이끎질문
등록 2026-06-04 · 기사 원문
8회는 “수업 시간, 질문의 주체는 누구여야 할까?”라고 묻는다. 필자는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도 질문의 주인이어야 하고, 배움 중심 수업일수록 교사의 정교한 질문 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설계의 두 축이 배움의 방향타인 ‘핵심질문’과 길을 안내하는 ‘이끎질문’이다.
교사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성취기준이나 학습 목표를 그대로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학습 목표가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견 말하기’라면, 이를 기계적으로 바꾼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해볼까?’나 ‘인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견은 무엇일까’는 사고를 자극하는 핵심질문이라 보기 어렵다. 필자는 모호한 ‘인물’ 대신 텍스트 속 구체적인 대상을 불러 ‘노마와 기동이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물어 보자고 제안한다. 이 질문에는 노마와 기동이에게 일어난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는 전제와 그에 대한 자기 의견을 세워야 한다는 목표가 함께 담겨 있다.
핵심질문이 배움이라는 산의 ‘정상’이라면 이끎질문은 길을 잃지 않게 돕는 ‘방향 표지판’이다. 필자는 한 단위 수업에 2~4개 정도의 명확한 이끎질문을 두는 것이 학습 피로도를 낮추고 몰입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쓴다. 이끎질문은 학습과 평가의 인지적 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 단계 | 하는 일 | 원문의 질문 |
|---|---|---|
| 1단계 상황의 구체적 이해 | 인물에게 일어난 사건의 맥락을 파악한다. ‘인물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인가?’ 같은 추상적 발문 대신 텍스트의 실마리를 쥐여 주는 질문을 쓴다. | ‘노마에게 파란 구슬은 왜 그렇게 소중한 걸까?’ |
| 2단계 마음의 변화와 공감 | 구슬을 잃어버린 노마, 구슬을 훔쳤다고 오해받은 기동이의 감정과 생각 변화를 따라간다. | 학생들이 스스로 던지는 “노마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기동이는 억울하지 않았을까?” |
| 3단계 논쟁을 통한 견해 정립 | 상반된 입장을 취해 보고 직간접 경험을 근거로 타당한 주장을 펼친다. | ‘기동이의 입장에서 노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
2단계에서는 학생들이 텍스트를 읽다가 스스로 질문을 쏟아내곤 한다. 교사가 이 질문을 받아 수업의 이끎질문으로 쓰면 학습 대화를 더 살릴 수 있다. 공감 단계를 건너뛰고 사건에 대한 의견만 물으면 학생들의 생각은 “단순히 잃어버렸다, 의심받았다” 수준의 단편적인 대답에 머문다. 질문과 대화가 이어지면서 학생은 인물이 처한 상황에 자기 삶과 경험을 덧대고 ‘나라면’이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필자는 성취기준을 통찰해 빚은 핵심질문, 단계별로 설계한 이끎질문, 그 사이에서 솟아나는 ‘학생들의 질문’ 세 가지가 어우러지는 교실을 그린다.
⑨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등록 2026-07-03 · 기사 원문
9회는 질문과 대화의 수업이 ‘분위기 좋은 대화 시간’에 머물지 않으려면 교사의 치밀한 수업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로 시작한다. 집을 지을 때 완성된 모습을 먼저 그리듯, 교사가 가장 먼저 던질 물음은 ‘오늘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이 수업이 끝났을 때 학생이 어디에 가 닿기를 바라는가’라는 것이다. 도착지를 분명히 정한 뒤 그곳에 이르는 길을 거꾸로 짚어 내려와야 질문수업의 구조가 안정된다.
설계의 첫걸음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 요소를 분석하는 일이다. 필자는 질문 중심으로 단원을 재구성하려면 교사가 스스로에게 세 가지를 깊게 물어야 한다고 쓴다.
- 첫째, 이 단원에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결과는 무엇인가?
- 둘째, 이 배움을 학생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 셋째, 무엇을 할 것이며 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이 가운데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진도를 다 나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가르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핵심적인 배움에 집중할 때 단원과 차시 수업을 관통하는 핵심질문이 만들어진다. 필자는 핵심질문을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고 남은, 단단한 뿌리”에 빗댄다.
다음은 도착했는지를 무엇으로 확인할지 정하는 일이다. 평가는 흔히 수업 끝에 따라오는 절차로 여겨지지만, 거꾸로 설계하는 수업에서는 평가가 수업의 흐름을 안내하는 지도가 된다. 목적지 아래에 하위 단계를 차근차근 배열하면 학생은 단계마다 자기 배움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짝과의 상호작용으로 혼자 메우지 못한 빈틈을 채운다. 이 회에서 이끎질문은 “평가가 묻고자 하는 바를 학생의 언어로 풀어낸 것”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좋은 이끎질문은 평가 단계와 정확히 포개진다. 원문은 이를 “이끎질문이 곧 평가단계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적는다.
마지막은 의도된 여백이다. 완벽한 학습지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빈틈없이 채운 수업, 교사가 모든 것을 손질해 떠먹여 주는 ‘밀키트’ 같은 수업에는 학생의 호기심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배움의 주도권을 넘겨 학생 스스로 탐구할 방법을 고르고 자기 언어로 배움을 준비하게 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최소한의 울타리만 세워 주면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백을 둔다는 것이 준비를 덜 한다는 뜻이 아니라 치밀한 설계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9회는 이 설계를 한 문장으로 묶는다. “바라는 결과를 먼저 묻고, 평가로 길을 그리고, 그 길목마다 이끎질문을 세우고, 마지막 여백은 학생에게 내어주는 것.”
⑩ AI시대 문해력과 질문
등록 2026-08-06 · 기사 원문
10회는 미국 대학의 사례로 시작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의 한 공학 수업은 과제를 제출한 뒤 교수와 20분간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나누는 구술시험을 추가했고, 펜실베이니아대는 ‘대면 평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학생들이 AI로 과제를 완성해 오자 대학들이 내놓은 답이 “네가 직접 설명해 보라”였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AI로 완성한 매끄러운 과제를 내밀던 아이가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이니?”라는 물음 앞에서는 자기 글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화면만 더듬는다. “답은 완성되었지만 이해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AI라는 도구 앞에서 아이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도구를 부릴 힘이 있는 아이는 배움이 몇 배로 커지고, 그 힘이 없는 아이는 좋은 도구를 받아도 결과물을 받아 적는 데서 멈춘다. 이 갈림길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선명해지고, 같은 도구가 오히려 배움의 격차를 키우는 역설이 벌어진다.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은 결국 그 아이의 문해력 수준 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실에 먼저 필요한 것은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 도구를 살려 낼 근본 역량, 곧 문해력이다. 필자는 문해 교육의 본질을 글을 읽고,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데서 찾고, 초·중등교육을 이 세 가지를 숙련시키는 결정적 시기로 본다. 최신 에듀테크보다 앞서야 할 것은 한 문장을 정확히 읽어 내고 그 뜻을 자기 말로 풀어내는 기초적인 숙련이다.
질문수업은 이 지점에서 문해력 교육과 만난다. 아이가 글을 읽고 “왜 그럴까?”, “이 말은 무슨 뜻일까?” 하고 스스로 물을 때 읽기는 눈으로 훑는 행위에서 뜻을 파고드는 사고 활동으로 바뀐다.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기준은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다. 필자는 “지식의 핵심은 암기가 아니라 설명이며, 이것이 곧 메타인지”라고 쓰고, 설명을 전제로 배운 학습자가 더 깊이 이해하고 오래 기억한다는 인지심리학의 ‘설명 효과’ 연구를 근거로 든다.
그래서 학교는 ‘설명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말로 설명하고, 글로 풀어 쓰고, 그림으로 그려 보고, 식으로 나타내는 연습이다. 단순 연산이라고 생각하는 수학 시간에도 읽고, 설명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계산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 순서는 다음 회의 ‘읽·설·그·계’와 같다. 연습의 장으로는 짝과 마주 앉아 서로 묻고 설명하는 짝 대화와 배운 것을 자기 문장으로 정리하는 배움 글쓰기를 든다. 교육의 순서도 분명히 한다. 먼저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문해력을 숙련시키고, 질문으로 생각을 깨우고, 설명으로 앎을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들이 이제야 구술시험으로 확인하려는 그 힘을 학교교육은 처음부터 길러 줄 수 있다고 필자는 본다. 10회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설명할 수 있으면 AI는 날개가 되고, 설명할 수 없으면 AI는 아이의 생각을 대신 삼켜 버린다.”
⑪ 수학질문수업 ‘읽·설·그·계’
등록 2026-09-03 · 기사 원문
수학 시간에 늘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교사가 공식을 설명하고 학생은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답을 낸다. 답이 맞으면 이해한 것으로 여기고 넘어가지만 문제가 조금만 바뀌어도 아이들은 무너진다. 필자는 개념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절차만 외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수학 수업에도 스스로 생각을 통과하는 구조의 질문수업이 필요하다고 쓴다. 교사의 질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이게 뭐지?”, “왜 그렇지?”라고 묻는 것이다.
계산에 익숙해진 학생은 계산만 하려 할 뿐 개념과 원리에 질문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필자는 수학 문제 앞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패턴화된 구조를 주자고 하며, 문제를 읽고 해석하고, 개념을 설명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계산하는 네 단계를 하나의 학습 구조로 엮은 ‘읽·설·그·계’를 추천한다.
| 단계 | 원문의 소제목 | 하는 일 |
|---|---|---|
| 1단계 읽기 | 문제 해석하는 눈 기르기 | 글자를 소리 내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무엇이 주어졌는가”, “무엇을 구하는가”, “어떤 관계가 숨어 있는가”를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해석의 과정이다. 교사는 답을 주는 대신 “어떤 셈식이 보이니?”라고 물어 학생의 시선을 문제 안으로 이끈다. |
| 2단계 설명하기 |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안 것이다 | 공식을 적용해 답을 맞혔다고 개념을 안다고 볼 수 없다. 짝꿍에게 개념을 설명하면서 어디서 막히는지 스스로 발견하고 이해를 고친다. 교사가 먼저 정확한 설명의 모델을 보여 주고 학생이 따라 해 보는 반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
| 3단계 그림으로 나타내기 | 추상을 눈에 보이게 구체화하기 | 분수, 비율, 방정식 같은 추상적 개념을 그림이나 도형으로 나타낸다. 그리다가 “왜 이렇게 그렸지?”, “이 부분은 무엇을 의미하지?”라고 다시 물으며 생각을 고친다. |
| 4단계 계산하기 | 탄탄한 이해 위에 세운 결론 | 계산은 출발점이 아니라 이해의 결과다. 앞 단계에서 개념과 관계를 충분히 이해했으므로 왜 이렇게 계산하는지 알고 계산한다. |
네 단계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읽으면서 질문하고, 설명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리면서 관계를 확인하고, 계산하면서 이해를 검증한다. 그래서 ‘읽·설·그·계’는 문제 풀이의 순서라기보다 학생의 사고가 깊어지는 학습의 흐름이다. 학생은 스스로 질문하라는 말만으로는 사고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지 몸에 익도록 패턴화된 구조가 주어져야 사고의 근육이 탄탄해진다. 필자는 수학 수업에서 가장 오래 남아야 할 것이 공식이나 풀이 방법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 앞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설명하고, 표현하며 끝까지 해결해 본 경험이라고 맺는다.
⑫ 질문수업의 시작은 다시 ‘읽기’
등록 2026-10-08 · 기사 원문
12회는 수학 시간에 아이가 교과서 문장 “영 점 일은 영 점 영일의 10배다”를 소리 내어 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입으로는 ‘영 점 일’이라고 말하지만 머릿속에는 ‘0.1’이라는 숫자가 그림처럼 새겨진다. 소리와 문자와 이미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필자는 읽기를 문자를 읽고, 수식을 읽고, 그 너머의 이미지를 읽어 내는 종합적인 사고 활동으로 본다.
문학책을 읽을 때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면을 떠올린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영화로 나오면 실망하곤 하는 것도 스크린 속 장면이 내가 그린 장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은 독자가 백 명이면 머릿속에는 백 개의 장면이 펼쳐지고,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이 글과 만나 빚은 것이니 어느 하나도 틀린 장면이 아니다. 필자는 “영상은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건네지만, 글은 재료만 건넨다”고 쓴다. 심리학자 파이비오(A. Paivio)의 이중부호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정보를 언어와 이미지 두 방식으로 함께 저장할 때 더 잘 이해하고 오래 기억한다. 읽기는 언어를 이미지로 바꾸는 가장 활발한 두뇌 활동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다시 듣는 세 겹의 경험이 겹쳐 머릿속 장면이 더 선명해진다. 필자는 캐나다 워털루대학 매클라우드(C. MacLeod) 연구팀이 소리 내어 읽은 단어가 눈으로만 읽은 단어보다 더 잘 기억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산출 효과’라 불렀으며, 자기 목소리로 직접 읽을 때 그 효과가 가장 컸다고 소개한다. 소리 내어 읽기는 저학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식을 소리 내어 읽으면 기호가 뜻을 가진 문장이 되고,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글자에 숨어 있던 리듬과 감정이 살아난다.
그다음이 질문이다. “영 점 일은 영 점 영일의 10배다”를 읽은 아이에게 “왜 10배일까? 0.1과 0.01은 네 머릿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니?”라고 묻는다. 필자는 이 질문 하나가 숫자를 외우는 공부를 자릿값의 원리를 깨닫는 공부로 바꾼다고 쓴다. 소설 한 장면을 읽은 아이에게는 “무엇이 보였니? 친구가 떠올린 장면과 어떻게 다르니? 작가는 왜 이 장면을 넣었을까?”라고 묻는다. 막연하던 상상이 질문을 만나면 이해가 되고, 친구의 상상과 비교되면 대화가 된다. “읽기가 상상을 채운다면, 질문은 그 상상을 배움으로 바꾼다.”
교실에서 쓸 전략으로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 짝과 번갈아 소리 내어 읽고 함께 질문 만들기. 짝과 한 문장씩 번갈아 소리 내어 읽고, 한 문단이 끝나면 함께 질문을 만든다. 질문은 소리 내어 읽은 글을 머릿속에 다시 생생하게 살려 내고, 짝과 함께하니 재미도 더해진다.
- 읽고 눈 감고 떠올리기. 짧은 장면을 소리 내어 읽은 뒤 10초 동안 눈을 감고 장면을 그려 보게 하고, “무엇이 보였니?”를 나눈다. 같은 글에서 저마다 다른 장면이 나온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놀라고, 그 놀라움이 새로운 질문이 된다.
- 수학 문장 소리 내어 읽기. 식과 문장제를 소리 내어 읽고 “이 식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묻는다. 수학도 읽는 언어라는 것을 아이들이 몸으로 알게 된다.
필자는 인공지능이 무엇이든 즉석에서 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시대에도 아이 머릿속에서 자생적으로 장면이 자라나는 내면의 경험은 어떤 기술도 대신할 수 없다며, 질문수업의 출발점을 ‘읽기’의 본질에서 찾는다.
함께 읽을 글
이 블로그에는 학생 질문 중심 수업을 다룬 글이 몇 편 더 있다.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의 수업 모델을 정리한 학생 질문 중심의 교과 수업 모델 분석과 다양한 학생을 위한 질문 중심 수업, 질문형성기법(QFT)을 다룬 댄 로스스타인·루스 산타나의 『한 가지만 바꾸기』 서평이다.
출처
한국교육신문 칼럼 연재 ‘질문수업’, 필자 양경윤(경남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 양경윤, 「[질문수업①] 학생 질문으로 여는 교실」, 한국교육신문, 2025년 9월 4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5268
- 양경윤, 「[질문수업②] 질문과 학습 대화로 변화하는 교실」, 한국교육신문, 2025년 10월 17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5559
- 양경윤, 「[질문수업③] 질문이 두렵다면, 까바놀이를 하라」, 한국교육신문, 2025년 11월 13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5816
- 양경윤, 「[질문수업④] 질문 수업을 위한 짝 대화 전략」, 한국교육신문, 2025년 12월 11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6078
- 양경윤, 「[질문수업⑤] 두려움을 넘어 배움을 잇다」, 한국교육신문, 2026년 1월 22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6413
- 양경윤, 「[질문수업⑥] 공간 매치가 질문수업을 이끈다」, 한국교육신문, 2026년 4월 9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7349
- 양경윤, 「[질문수업⑦] 질문으로 여는 상호작용의 힘」, 한국교육신문, 2026년 4월 30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7530
- 양경윤, 「[질문수업⑧] 핵심질문과 이끎질문」, 한국교육신문, 2026년 6월 4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7897
- 양경윤, 「[질문수업⑨]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한국교육신문, 2026년 7월 3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8278
- 양경윤, 「[질문수업⑩] AI시대 문해력과 질문」, 한국교육신문, 2026년 8월 6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8763
- 양경윤, 「[질문수업⑪] 수학질문수업 ‘읽·설·그·계’」, 한국교육신문, 2026년 9월 3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9087
- 양경윤, 「[질문수업⑫] 질문수업의 시작은 다시 ‘읽기’」, 한국교육신문, 2026년 10월 8일.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95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