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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답을 주는 시대, 남는 능력은 질문이다 — 댄 로스스타인 『한 가지만 바꾸기』
교실에서 손을 드는 사람은 대개 정해져 있다. 묻는 쪽은 교사, 답하는 쪽은 학생. 우리는 이 구도를 너무 오래 봐 와서 그것이 원래 그런 줄 안다. 댄 로스스타인과 루스 산타나는 여기서 딱 하나만 바꾸자고 말한다. 묻는 사람을 학생으로 바꾸는 것. 책 제목 『한 가지만 바꾸기』가 가리키는 그 한 가지다.
작아 보이는 이 한 가지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두 저자의 답은 단순하지만 세다. 자기 질문을 만드는 것이 학습에서 가장 본질적인 단일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믿음은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왔다. 1990년 무렵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저소득 지역에서 학부모들과 일하던 저자들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부모가 답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모르니까요. 질문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떻게 사람을 문밖에 세우는지, 그 장면이 이 방법의 출발점이 됐다.
질문을 만드는 기술, QFT
두 저자가 20여 년에 걸쳐 다듬은 방법이 질문형성기법(QFT)이다. 절차는 여섯 단계로 짜여 있다.
교사는 먼저 질문의 초점을 하나 던진다. 질문이 아니라 진술문이나 이미지, 수식 같은 것이다. 그다음 학생은 네 가지 규칙 아래 질문을 쏟아낸다.
-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한다.
- 멈춰서 토론하거나 판단하거나 답하지 않는다.
- 나온 그대로 모든 질문을 적는다.
- 진술문은 질문으로 바꾼다.
질문이 충분히 모이면, 학생은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을 서로 바꿔 보며 어떤 형태가 어떤 정보를 끌어내는지 겪는다. 그러고는 가장 탐구하고 싶은 질문 셋을 고르고, 왜 골랐는지 설명한다. 마지막에 그 질문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고, 과정 전체를 되돌아본다.
이 흐름에는 리듬이 있다. 먼저 넓게 벌리고, 좁혀 고르고, 자기가 한 일을 돌아본다. 발산과 수렴과 메타인지가 한 판 안에 들어 있다. 질문을 많이 만드는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훈련되는 것은 생각을 벌렸다 좁히는 근육이다.
지금 이 방법이 다시 중요해진 이유
2011년에 나온 책이 2026년에 더 절실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AI가 답을 값싸게 내놓기 때문이다.
답이 흔해질수록 희소해지는 것은 좋은 질문이다. 여기에는 데이터도 붙는다. 최근 한 준실험 연구는 중학생에게 두 시간짜리 AI 리터러시 수업을 시킨 뒤를 관찰했다. 언어모델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틀리는지를 배운 학생은, 부실한 프롬프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낮았고, 부실한 답이 나왔을 때 되묻는 확률이 높았다. 질문하는 훈련을 받은 학생이 AI도 더 잘 다뤘다.
이 결과는 QFT가 겨눈 자리와 겹친다. AI를 쓰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은 늘고 있다. 그러나 AI에게 되묻는 법, 그 답을 누가 어떤 관점으로 만들었는지 묻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은 드물다. 좋은 프롬프트를 쓰는 능력과, 나온 답을 의심하는 능력 사이의 간격이 바로 그 차이다. QFT의 첫 규칙, 판단을 미루고 일단 질문을 쏟아내라는 규칙은 AI가 미리 만들어 준 답에 곧장 올라타지 않게 하는 제동장치이기도 하다.
한국 교실이라는 시험대
마침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질문하는 학교’ 사업을 벌여 전국 120여 개교를 지정했다. 명분은 분명하다. 생성형 AI 시대에 학생의 질문 역량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다만 성적표는 냉정하게 읽어야 한다. 2025년 보고에서 학생 2만여 명의 질문 능력은 5점 만점에 3.81에서 3.99로 올랐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만, 0.18점이라는 폭은 크지 않다. 방법을 도입했다고 자동으로 아이들이 질문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교실에는 고유한 벽도 있다. 여러 연구가 중학생 시기에 질문이 급감하는 원인으로 또래의 시선과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꼽는다. 틀린 질문을 할까 봐 아예 입을 닫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QFT의 둘째 규칙이 이 벽을 정면으로 겨눈다. 어떤 질문도 판단하지 않는다는 규칙은, 질문이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수집의 대상이 되는 짧은 안전지대를 만든다. 이 방법의 한국적 쓸모는 어쩌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칭찬만 하기엔 짚을 것이 있다.
첫째, 데이터의 무게다. 유치원에서 질문이 다섯 배 늘었다거나 대학생의 95퍼센트가 도움을 받았다는 수치는 인상적이지만, 상당수가 이 방법을 보급하는 기관 자신의 보고다. 독립된 대규모 검증은 아직 얇다. 2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쓰였다는 방법치고는 그렇다. 이 간극을 솔직히 인정하는 편이 오히려 이 책을 신뢰하게 만든다.
둘째, 성과를 어디서 확인할 것인가의 문제다. QFT는 사고를 훈련하는 도구이지 시험 점수를 올리는 도구가 아니다. 질문 수업을 했는데 왜 성적이 그대로냐는 물음은 한국 교사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다. 책은 이 지점에서 실천적 안내가 약하다.
셋째, 좋은 초점을 설계하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다. 학생이 질문하고 싶어지는 진술 하나를 던지는 데에 교사의 높은 안목이 필요하다. 방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잘 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이 겨눈 과녁은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진다. 교사의 역할이 답을 가르치는 사람에서 질문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옮겨간다는 것. AI가 답을 도맡는 시대에 이보다 정확한 역할 재정의는 드물다. 돌아보면 우리가 가장 오래 물어야 할 질문은, 정작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을 자리를 얼마나 내주었는가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만 바꾸라는 제안은 작아 보이지만, 그 한 가지가 나머지를 바꾼다.
출처
- Dan Rothstein & Luz Santana. Make Just One Change: Teach Students to Ask Their Own Questions. Harvard Education Press, 2011. (한국어판: 한 가지만 바꾸기, 정혜승·정선영 옮김, 사회평론아카데미, 2017)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104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