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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을 공개했다. 이 원칙안은 학생들이 혐오와 차별 없는 교실에서 시민의 품성을 기르도록 돕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주요 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원칙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여러 우려를 표명한다.

학교시민교육 원칙안, 교실의 논쟁과 교사의 부담

국교위 학교시민교육 원칙안의 내용

국교위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간 민주시민교육 특별위원회를 운영하며 학교시민교육의 기준과 원칙을 논의했다. 그 결과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이 원칙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헌법과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안은 명확히 가르친다. 둘째, 사회적으로 견해가 갈리는 사안은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논쟁성 자체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

원칙안은 전문과 총 3장 14조로 구성된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총강 (제1~6조): 학교시민교육의 정의, 적용 범위,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 교육자의 판단 존중, 정당한 교육활동의 법적 보호를 규정한다.
  • 시민교육 기본 내용 (제7~11조): 헌법 가치와 원리, 민주사회의 덕목, 자유의 한계와 책임, 진실 추구와 디지털 시민성, 혐오·차별·극단주의 배격을 담는다. 특히 제11조는 “편견, 모욕, 따돌림, 조롱과 비하, 혐오와 차별의 말과 행동”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반(反)시민적 행위”로 명시한다.
  • 교육활동 기본원칙 (제12~14조): 명확성과 논쟁성, 시의성, 안전성의 원칙을 제시한다. 제13조는 “학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들을 교육활동의 주제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다룬다”고 규정한다.

국교위는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국교위 누리집에서 온라인 의견 수렴을 진행하며, 7월 22일과 25일 온라인 토론회, 7월 23일 부산에서 현장 토론회를 열어 국민 의견을 청취한다. 국교위 차정인 위원장은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은 학생들이 혐오와 차별이 사라진 교실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민의 품성을 기르기 위한 시민교육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교총의 우려, 교실의 정파적 갈등과 불분명한 기준

교총은 원칙안이 “선언적 의미에 머물러 법적·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교실 내 극단적 진영 논리와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교총의 주요 지적 사항 및 요구

문제 제기 조항/내용 구체적 우려 및 근거 요구 사항
제13조 시의성의 원칙 학교를 정파적 갈등의 전쟁터로 만들 우려가 크다. (예: 유명 아이돌 발언 논란처럼 옳고 그름 판단이 시시각각 변하는 사안까지 교육 주제로 등장할 가능성)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명문화가 필수적이다.
독일 보이텔스바흐 협약 벤치마킹 50년 전 1976년 독일과 2026년 대한민국의 역사, 전통, 국민 정치의식은 다르다. 교원의 정치기본권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명문화가 필요하다.
제11조 반시민적 행위 표현 ‘시민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되지만, 경계가 불분명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학생을 부정하고 낙인찍을 수 있어 교육적이지 않다. (표현 자체의 재고 요청)
혐오·조롱 문화 원인 진단 민주시민교육 부족으로 단정할 수 없다. 교원 설문조사 결과, ‘SNS 등 부적절 표현 일상화’가 37%로 가장 많았고, ‘역사, 민주주의, 인권 관련 교육 부재’는 4%에 불과했다. 정치권의 극단적 진영 논리, 대중매체와 자극적 알고리즘 등 복합적 요인이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교총 강주호 회장은 “한 사회의 범죄율이 높은 이유가 단순히 도덕 교육이나 준법 교육이 부족해서가 아니듯, 청소년들의 혐오 조롱 문화 역시 민주시민 교육의 부재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교조의 우려, 모호한 절차와 교사 통제 가능성

전교조는 원칙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구체적인 갈등 상황을 해결할 실효적 절차와 기준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 원칙이 오히려 교사들을 기계적 중립과 자기검열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교조의 주요 지적 사항 및 요구

문제 제기 조항/내용 구체적 우려 및 근거 요구 사항
제12조 명확성과 논쟁성 판정 기준 및 주체 동일 사안을 학교마다 다르게 판단할 경우 ‘정파적 시비’가 재생산될 우려가 크다.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이 판단 주체가 되고, 반복 유형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예시 목록을 축적·공표해야 한다.
제5조 교원 법적 보호 조항 이의제기나 민원 발생 시 학교장, 교육청, 교육부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구체적 절차 규정이 없다. 이의제기 접수 시 교육활동을 정당한 것으로 우선 추정해 교사를 보호하고, ①학교장 단계 1차 확인 ②교육청의 법률 자문·사실관계 지원 ③사회적 쟁점화 시 교육당국의 공식 입장 표명의 3단계 대응 매뉴얼을 문서화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 개념 재정립 헌법상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권력이 교육을 도구로 동원하는 것을 막는 방어적 원리이지, 교원에게 무견해나 침묵을 강제하는 규범이 아니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된 상태를 전제로 성립했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적용할 경우 교사 통제의 명분으로 왜곡될 우려가 크다. 차별금지법 제정,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병행해야 한다.

전교조는 학교 단위 원칙만으로는 혐오·차별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본다.

교원 단체의 공통된 목소리, 개별 교사의 부담 가중

교총과 전교조는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진단에서는 결이 다르지만,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원칙안이 선언에 그친 채 현장에 적용되면, 그 부담은 개별 교사가 홀로 감당하게 된다는 우려다.

교총은 ‘반시민적 행위’ 규정 시 현재 무너진 교권 상황에서 교사 개개인에게 민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교조는 교사가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자신의 활동이 ‘정당한 교육적 의사’였음을 홀로 소명해야 하며, 이 과정이 시간과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교사를 위축시킨다고 말한다.

원칙안 제4조는 교육자의 판단을 존중하고, 제5조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시한다. 그러나 두 조항 모두 ‘어떤 절차로, 누구를 통해, 언제까지’ 교사가 보호받는지는 구체화하지 않는다. ‘시의성 있는 공적 사안’을 다루라고 명시한 제13조와, 사안이 논쟁성으로 넘어갈 때의 판단 주체를 규정하지 않은 제12조 사이의 간극도 여전히 존재한다.

국교위는 이달 31일까지 이어지는 국민 의견 수렴 결과와 현장 토론회 논의를 반영해 원칙안을 다듬을 계획이다. 원칙안이 교실을 성숙한 민주주의 배움터로 만들지, 아니면 현장 교사에게 정파적 시비의 부담을 떠넘길지는 남은 조문 조정과 후속 이행 장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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