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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18 민주화운동 조롱 논란과 지난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 헌법, 역사 교육 강화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 교육과정을 즉각 개정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정치가 실패할 때마다 학교 교육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정치적 위기가 교육의 결핍으로 해석될 때

지난 정부의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 새 정부는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강조하며, 이를 헌법 교육, 민주시민 교육, 역사 교육 강화로 연결한다. 이러한 흐름은 정치적 실패의 원인을 교육의 결핍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민주시민교육은 갑자기 중요해진 교육이 아니다. 이미 7~8년 넘게 국가정책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것처럼 재차 국가적 의제로 소환된다.

정권 교체에 따라 요동치는 교육정책

국가 교육정책은 정권의 가치 언어에 따라 인성과 시민성 사이를 오간다.

정권 성향 강조되는 교육 정책 전개 양상
진보 민주시민교육 조직과 사업 확대
보수 인성교육 상대적으로 전면에 등장, 시민교육 명칭·예산 축소

이러한 정책 교대 구조는 교육이 지속해서 축적되기보다 정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지로 소비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학교는 기존 교육을 심화하기보다 새로운 명칭과 사업, 조직과 연수에 반복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국가교육은 인성과 시민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두 가치를 교육과정 안에서 일관되게 연결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건의 원인 분석보다 학교만 바라보는 시선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흔든 주체는 학생이나 학교가 아니다. 비상계엄의 원인은 국가 권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와 제도가 헌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있다. 일부 학생의 역사 조롱 행동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을 곧바로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확대나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 제정 필요성의 유일한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행동 원인이 역사적 사실 인지 부족인지, 온라인 문화와 또래 집단 영향인지, 학교 생활교육의 문제인지 등을 먼저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서로 다른 성격과 책임 주체를 지닌 두 사건이 모두 민주시민교육과 헌법 교육, 역사 교육 강화라는 동일한 정책의 근거로 수렴된다면, 사회가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는지, 혹은 손쉽게 학교 교육의 부족을 호출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적절성

정치적·사회적 사건은 정책 논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행 교육과정에는 사회적 현안과 시의성 있는 주제를 학교에서 다룰 수 있는 계기교육이라는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중요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교육과정을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문제 해결 방식에는 일관성이 부족하다.

문제 유형 문제 해결 방식 (원본 사례)
인성·시민성·공동체 의식·역사 인식 관련 문제 교육과정 자체의 결핍으로 규정하고 개정을 추진한다
학교폭력 기존 교육과정 안에서 예방 프로그램, 생활교육, 학교문화 개선을 추진한다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이 학생의 발달, 교과의 체계, 기존 교육과정의 운영 실태가 아니라 정권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과 가치에 따라 선택적으로 판단된다면, 국가교육과정의 안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교육과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국가는 교육제도와 국가교육과정을 책임 있게 설계한다. 문제는 정권이 경험한 정치적 위기와 그 해석이 현행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학교가 가르쳐야 할 내용과 비중을 결정하는 데 있다. 시의성 있는 교육적 대응과 정권의 정치적 문제의식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에게만 요구되는 의무가 아니다. 교육기본법은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교사에게 엄격한 정치적 중립의 잣대를 적용하면서, 정부와 국가기관은 정권의 정치적 경험을 교육정책으로 곧바로 전환한다면 이는 불균형이다. 교사가 특정 정파의 견해를 학생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정부도 특정 정권의 문제의식을 국가교육과정에 투영해서는 안 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국가교육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 아니다. 정권을 넘어 지속될 국가교육의 원칙을 세우고, 정치의 요구와 교육의 원칙 사이에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치권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과 문제의식을 충분한 검증 없이 새로운 국가 원칙과 교육과정 개정으로 옮기는 통로가 된다면 설립 취지는 무색해진다.

외국 교육 원칙 도입의 맥락적 고려

이번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 논의 과정에서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원칙이 참고 사례로 제시된다. 그러나 해외 교육 원칙을 벤치마킹하는 일은 단순히 문장만 가져오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이 형성된 역사와 제도, 헌법 질서와 교원의 법적 지위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국 교육정책은 제도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해외 개념과 원칙을 차용해 현장에 새로운 갈등을 낳았던 경험이 있다.

구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원칙 환경 한국의 교원 정치적 중립성 환경
교사의 정치 활동 정당 가입과 정치 참여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헌법상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근거로 초·중등 교원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법률로 폭넓게 제한한다.
교실 내 요구 교실에서는 특정 견해를 학생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 절제를 요구한다. 교실 안팎에서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
핵심 전제 법으로 보장된 정치적 자유를 전제로 교실에서의 자기 절제를 요구한다. 정치 활동 자체를 법으로 폭넓게 제한한다.

이처럼 출발점이 다른 제도에서 독일의 원칙만 떼어내 국가 기본원칙으로 삼는다면, 이는 제도적 맥락을 배제한 정책 차용에 가까워진다. 특정 국가의 교육 원칙을 도입하려면 그 원칙이 형성된 헌법 질서, 교원의 법적 지위, 정치 참여의 자유, 교육행정 체계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교육은 정치의 진폭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교육정책이 정치의 진폭을 그대로 따라가는 현상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정권이 바뀌면 시민교육의 위상이 달라지고,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면 새로운 교육이 추가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지가 달라진다면 국가교육과정은 국가교육의 원칙이 아니라 정치 상황의 반영물이 된다.

국가교육과정은 축적된 학문적 연구와 학생의 발달 단계, 교과의 구조, 학교 현장의 실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되는 국가교육의 헌장이다. 이는 사회적 분노와 정치적 사건에 따라 즉각 움직이는 제도가 아니다. 기존 교육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보다 새로운 원칙과 지침을 덧붙이는 방식은 문제 진단보다 정책 선언을 앞세우는 일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가 교실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국가교육과정 자체가 정권 교체와 정치적 사건에 흔들리지 않는 것 역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정치가 흔들릴 때일수록 학교 교육과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가교육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 정치는 정치의 책임을 지고, 교육은 교육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시스템 안정성 이론의 시선으로 보면

시스템 안정성 이론은 외부 충격에 대한 시스템의 회복 탄력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핵심 구조 자체가 외부 충격에 맞춰 너무 자주, 급진적으로 변경되면, 이는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보다 예측 불가능성과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국가교육과정은 단순한 교육 지침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구조이다. 정권 교체나 정치적 사건이라는 외부 충격에 따라 이 핵심 구조를 끊임없이 변경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해치고, 불필요한 적응 비용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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