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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The Autodidacts의 필자 Curiositry는 무언가를 만들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배우고 발견하는 일이 그 뒤를 바짝 따르지만 만족감은 만드는 쪽이 더 크다.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재주는 별로 없어서, 그가 느껴 온 ‘만드는’ 짜릿함은 대부분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얻은 것이다. 그에게 소프트웨어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가장 손쉬운 수단 가운데 하나다. 2026년 8월에 쓴 에세이 「Vibecoding isn’t as fun as writing code by hand」에서 그는 AI에게 코드를 맡기는 바이브코딩이 생산적일 수는 있어도 직접 코드를 쓸 때만큼 재미있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만드는 즐거움을 일깨운 작은 스크래퍼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는 오래전부터 어렴풋이 알았다. 어릴 때 꿈은 만들기와 발견을 함께 하는 발명가였고, 그가 주로 하는 글쓰기와 작곡도 소프트웨어처럼 물리적 현실이나 다른 사람과 부딪칠 일이 적은 만들기다.

그 사실이 확실히 와닿은 것은 최근 취미로 만든 소프트웨어 두 개 덕분이다. 오랫동안 바라던 기능을 하는 작은 파이썬 스크래퍼였고, 대충 이어 붙인 단순한 프로그램이었다(salez.ca, Free Silver Price API). 그런데도 비이성적일 만큼 큰 즐거움을 줬고, 몇 년 만에 가장 재미있게 한 프로그래밍이었다. 그전까지 그는 주로 셸 스크립트를 썼는데, Bash는 재미있기로 이름난 언어가 아니다.

AI가 등장했다

그때 AI가 나타났다. 원문은 이 대목에 영화 〈죠스〉의 테마곡을 틀라는 지문을 달아 두었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AI 보조 코딩을 조심스럽게 시험해 왔다. 이제는 AI가 ‘멍청하다’거나(그는 실제로 멍청하다고 덧붙인다) ‘생산성을 올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깎아내릴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그래서 그는 전형적인 ‘모트 앤 베일리(motte and bailey)’ 방식으로, 물러서지 않는 척하며 한발 물러선다고 털어놓는다. 그렇게 물러나 지키는 주장이 ‘AI 코딩은 덜 재미있다’이다.

재미를 앞당겨 주는 바이브코딩

직관에 어긋나 보이는 주장이다. 바이브코딩은 처음에는 정말 짜릿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소프트웨어를 리팩터링하는 일은 짜릿하지 않다. 일부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그는 바이브코딩이 실제로 무언가를 만드는 짜릿함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이브코딩은 그 짜릿함을 부분적으로 준다.

그가 보기에 바이브코딩이 퍼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프로젝트 단위에서도, 경력 단위에서도 재미를 앞당겨 준다는 데 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아주 적은 노력으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금세 얻는다. 코딩 경험이 없는 사람도 앱을 ‘코딩’할 수 있고, 그 앱은 아마 작동한다. 어느 쪽이든 도파민이 곧바로 나온다.

손으로 코드를 쓸 때와 바이브코딩할 때의 재미 곡선을 나란히 그린 그래프
원문에 실린 재미 곡선. 왼쪽 'thrill curve writing code by hand'는 'idea' 직후 'pip install', 'undefined', 'stackover post w/ 0 replies'를 지나며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writing code'를 거쳐 'OMG it works!'까지 올라간다. 오른쪽 'thrill curve vibecoding a garbage pile'은 '1-shot the prototype' 직후 'OMG it works!'에서 정점을 찍고, 'maintaining code you don't understand'와 'irreversable brain rot'을 지나며 0 아래로 떨어진 뒤 'flamed on hackernews'를 거쳐 'pwned'에서 바닥을 친다.

그에게는 재미를 앞당겨 받지 않는다는 개인 원칙이 있어서 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 않은 일의 대가를 미리 받는 것, 빚을 지는 것, 오늘 남이 내 일을 해 주는 대신 내일 내가 그 사람 일을 해 주기로 하는 거래를 싫어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만드는 즐거움의 여섯 가지 원천

무언가를 만들 때 느끼는 짜릿함과 만족을 그는 여섯 가지로 나눈다. 그의 판단으로는 바이브코딩이 대체로 1, 2, 6번은 줄 수 있지만 3, 4, 5번은 바이브코딩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번호 짜릿함과 만족의 원천 바이브코딩에서
1 아이디어 자체의 짜릿함 대체로 얻을 수 있다
2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짜릿함 대체로 얻을 수 있다
3 어렵게 이뤄 낸 성취의 만족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는다
4 일을 잘 해냈다는 만족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는다
5 배우는 짜릿함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는다
6 내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만들었다는 만족 대체로 얻을 수 있다

AI가 없었다면 만들지 않았을 것들

궁색하게나마 바이브코딩을 변호할 거리도 있다. 그가 AI로 만든 것 가운데는 AI가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거나 만들지 않았을 것이 있다. 대부분 손으로 만드는 데 몇 주를 들일 가치는 없지만, 몇 분이나 며칠이면 만들 만한 것들이다.

  • HN?은 어떤 글이 이미 Hacker News에 올라왔는지 확인해 주는 북마클릿이다. Taylor Troesh의 Discuss on HN 코드 조각을 바탕으로 한 번의 요청으로 만들었다. 그가 겪던 문제를 풀어 줘 만족이 컸고, 지금도 Wallabag 즐겨찾기 페이지에서 자주 쓴다.
  • Party Market은 예측시장을 다룬 짧은 강연에 곁들이려고 아주 짧은 시간에 만든 예측시장 시뮬레이터 파티 게임이다. 강연 도중 ‘내가 얼마나 오래 떠들까’를 걸고 실시간으로 시장을 열었고, 건조하고 지루한 강연을 최고의 여흥으로 바꿔 놓았다. 코드는 엉망이고 버그투성이였지만, 그 시간 안에 손으로 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에게 이때의 선택지는 AI냐 손이냐가 아니라 AI로 만드느냐 아예 만들지 않느냐였다.
  • 산불 조기경보 시스템은 아는 소방서장이 어떤 Nvidia 카드가 들었는지도, Xeon이 어느 모델·세대인지도 밝히지 않은 ‘AI 어플라이언스’에 지나치게 큰돈을 쓰려 할 때 만들었다. Lumo 무료 요금제로 오후 두 차례 작업해 Pyronear 기반의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 시스템은 그의 노트북에서 실시간 영상을 받아 돌아갔고, 입력한 발화 장면 영상에서 연기가 처음 나타나는 프레임을 잡아냈다.
  • Kobo 데이터베이스 마이그레이션 도우미는 SQLite를 잘 모르는 사람도 Kobo의 책과 주석을 새 기기로 옮길 수 있게 만든 브라우저 기반 도구다.
  • 실시간 음정 훈련 앱은 보컬 코치와의 노래 수업이 취소됐을 때 만들었다. 늘 갖고 싶었고 10년쯤 전부터 만들 계획이던 앱이다.

결과물 대부분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작은 스크래퍼를 짤 때처럼 재미있지 않았다.

고생 끝에 오는 재미

손으로 하는 개발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그의 첫 Golang 프로젝트는 마감에 쫓기는 동안 상당 기간 ‘공인된 재미없음(Not Fun™)’ 상태였다. 처음으로 Rust 코드를 스무 줄쯤 쓰면서 컴파일러와 씨름한 일도 재미없었다. 그래도 길게 보면 그것은 하는 동안은 괴롭지만 지나고 나면 즐거운 ‘2형 재미(Type II fun)’였다. 성취감과 ‘내가 해냈다!’는 벅찬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더 쉬울 터였다.

도구를 바꿔도 결과는 같았다

써 본 방식도 다양하다. llama-server로 돌리는 로컬 모델, 가입이 필요 없는 무료 서비스(Phind, Lumo 등)에서 일회성 스크립트를 받아 복사해 붙이는 방식, 원격 서버에서 ‘Clod Masterpiece 200™’ 무제한 요금제를 쓰며 알고리즘 트레이딩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까지 거쳤다. 마지막 방식에서는 --dangerously-skip-permissions에 걱정스러울 만큼 가까운 자동 승인 훅을 직접 짜 넣었다.

결과는 모두 같았다. ‘생산적’이기는 했지만 쓰는 동안의 기분도, 결과물의 품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AI는 그를 멍청하고 필요 없는 존재처럼 느끼게 했고, 때로는 쓴다는 사실만으로 찜찜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존중을 얻지는 못했다.

프로젝트와의 관계, 현실과의 거리

‘도파민’이라는 단어에서 그는 바이브코딩이 첫 데이트나 하룻밤 관계를 되풀이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프로젝트와 관계를 쌓지 못하니 그 과정에서 생기는 따뜻한 감정, 옥시토신, 애착을 같은 방식으로 얻지 못한다. 도파민으로만 채운 삶의 문제는 짜릿함도 되풀이되면 무뎌진다는 데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바이브코딩은 나와 현실 사이에 층을 하나 더 끼워 넣는다. 그는 현실을 직접 겪을 때 대체로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바이브코딩은 간신히 통제되는 대기업의 경영자가 되는 일과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누군가 일을 방해하거나 게으름을 피운다는 의심이 늘 남는다. 결과물은 다 만들어진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상상한 것과 조금 다르다. 작동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은 블랙박스에 돈을 더 붓고 더 크게 소리치는 것뿐이다. 그래서 결국 그렇게 한다.

에세이 끝에는 이 글의 개요를 촛불 아래에서 파란 잉크로 썼다는 말이 붙어 있다. AI에게는 오타 수정조차 맡기지 않았으니 오타를 음미하라는 당부와 함께다.

출처

  • 원문: Curiositry, 「Vibecoding isn’t as fun as writing code by hand」, autodidacts.io, https://www.autodidacts.io/vibecoding-isnt-as-fun-as-writing-code-by-hand/
  • 경유: GeekNews, https://news.hada.io/topic?id=3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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