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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공부법, 학습 민첩성은 속도보다 생각의 깊이에서 나온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은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찾아 정리하고,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의 영역까지 넘본다. 정답을 누구보다 빨리 찾는 존재가 등장한 셈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전히 정답을 빨리 맞히려고 공부한다. 남보다 먼저 배우고, 더 많이 외우고, 문제를 빠르게 풀어야 앞서간다고 믿어서다.
AI가 사람보다 정답을 빨리 찾는 시대에도 이런 공부가 통할까? 그렇지 않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10년 뒤나 20년 뒤에도 쓸 수 있는 공부법은 무엇일까?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이 질문을 들고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만났다.
지도 대신 나침반
“AI 시대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신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정해진 길을 알려주는 지도는 이제 없어도 됩니다. 어떤 낯선 지형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낼 수 있는 나침반이 필요하죠. 그게 바로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에요.
무엇을 가르칠지 고민하기보다 어떤 지식도 스스로 배우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얘기다.
학습 민첩성은 속도보다 깊이에서 나온다
학습 민첩성은 이름 때문에 오해받기 쉽다. 대부분 남보다 빨리 이해하고 빨리 문제를 푸는 능력을 떠올린다. 신 교수는 “학습 민첩성은 속도보다 생각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배운 내용을 깊이 이해해야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그 내용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습 민첩성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것을 낯선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신 교수는 20년 넘게 서울대에서 교육심리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무엇을 느끼고 어디서 좌절하는지, 어떤 전략이 통하는지를 연구해 왔다.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주는 그의 수업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빛의 속도로 클릭해야 수강신청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해서 ‘광클 교수’라는 별명도 붙었다.
오랜 연구 끝에 그가 주목한 것이 학습 민첩성이다. 변화와 실패를 겪고도 다시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다. 신 교수는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고 보고, 2026년 5월 『학습 민첩성의 힘』을 펴냈다.
3년 선행보다 숙성 시간
인터뷰에서 정리한 첫 번째 원칙은 ‘3년 선행? 숙성 시간 가져라’이다.
더 빨리, 더 일찍, 더 많이. 지금 한국 교육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7세 고시’로도 모자라 ‘4세 고시’까지 등장했고, 학군지에서는 초등학생이 고교 수학을 선행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지금 뒤처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아이를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양육자도 많다. 이렇게 하면 정말 앞서갈 수 있을까? 신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는 부모들의 기대와 정반대”라며 “지나친 불안은 아이가 공부하는 뇌를 망가뜨린다”고 경고했다.
불안이 공부하는 뇌를 멈춘다
신 교수의 설명은 뇌의 생존 본능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뇌는 배움이나 자아실현보다 생존을 우선하도록 설계돼 있다. 원시시대에 맹수가 덤벼들거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뇌는 즉각 비상체제로 바뀐다. 이때 경보를 울리는 곳이 뇌의 변연계에 있는 편도체다. 편도체가 공포나 불안, 위협을 감지하면 몸은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한다.
문제는 아이들의 뇌가 ‘원시시대의 야생 사자’와 ‘틀리면 혼나는 시험문제’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번 레벨테스트에서 또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 뇌는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받아들인다. 이런 불안이 커지면 뇌에서 이른바 ‘다운시프트’ 현상이 나타난다.
불안이 커지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는 공부에 꼭 필요한 기능이 멈추기 시작한다. 신 교수는 “아는 문제도 틀리고, 방금 외운 단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아이를 망가뜨리는 불안과 성적을 끌어올리는 긴장을 구분해야 한다. 신 교수는 몇 년씩 앞서가는 선행보다 중요한 공부법이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상위 0.1%를 가른 능력
신 교수는 전국 모의고사 상위 0.1% 학생과 일반 학생을 가른 결정적인 능력도 소개했다. 부모의 질문법과 AI 활용법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 구독 기사는 이어서 세 가지를 다룬다. 상위 0.1% 학생을 만든 능력을 키우는 방법, 학습 민첩성을 키우는 ‘꼬꼬무 질문’을 하는 법, 챗GPT를 ‘일타강사’가 아닌 ‘학습 코치’로 쓰려면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다.
신 교수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으로는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이를 적용하는 ‘학습 민첩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전민희, 「“정답 빨리 맞히면 뒤처진다”…서울대 교수가 뒤집은 ‘공부 상식’」, 중앙일보, 2026-10-0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68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