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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뺄 때, 더할 때, 곱할 때, 니마이어의 AI 교육학을 초등 교실로
AI가 학교 문턱을 넘은 지 오래다. 학생들은 이미 챗GPT와 씨름하고, 교사들은 그 흐름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금지와 허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한계에 봉착했다. UC 버클리의 그레그 니마이어 교수는 이러한 현실에 단단히 맞서며, 교육자와 학습자가 AI를 대하는 세 가지 실질적인 태도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 사용 여부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지키며 AI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묻는 질문이다.
인간의 통찰을 짓는 공식, 질문·신뢰·지식
니마이어 교수는 학습의 깊은 통찰(C, Cognitive Insight)이 세 가지 핵심 요소의 곱셈으로 결정된다는 도발적인 공식을 제시한다. 인지적 통찰 C는 질문의 질(Q), 신뢰의 강도(T), 그리고 지식 기반의 풍부함(K)을 곱한 값과 같다.
C = Q × T × K
이 공식은 곱셈 구조라는 점이 핵심이다. 질문의 질이 아무리 높고, 지식 기반이 아무리 방대해도,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또는 학습 시스템에 대한 투명성(T)이 0이 되면 학습 성과(C)는 순식간에 0으로 수렴한다. 즉, 신뢰는 AI 시대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절대적인 요소다. AI가 지식 기반(K)을 확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이나 불투명성은 신뢰를 쉽게 무너뜨린다. 이는 고스란히 학습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 통찰은 현장의 교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학생이 AI가 생성한 답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학습 과정을 숨기려 한다면 아무리 좋은 AI 도구도 무용하다. 본질적으로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적 관계가 구축하는 영역이다.
AI를 덜어내는 시간, 마이너스 AI(Minus AI)
마이너스 AI 모드는 의도적으로 AI를 비롯한 모든 디지털 기술을 배제한 채 아날로그적이고 신체 중심적인 학습에 몰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AI가 제공하는 즉각적인 답변에 길들여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게으름과 탈숙련화를 방지한다.
니마이어 교수는 자신감이 낮은 학생일수록 AI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신뢰가 흔들리면 질문이 멈추고, 질문이 멈추면 통찰도 멈춘다. 이는 마이너스 AI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지점이다. 인위적으로 기술을 덜어내야만 인간 본연의 사고 능력을 보존하고, 실재감과 동료 학습자 간의 깊은 정서적 연결을 복원할 수 있다.
마이너스 AI 활동은 오프라인에서의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 깊은 성찰, 그리고 원초적 창의성 발현을 이끌어낸다. 단순히 구시대적인 방식이 아니다. AI가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의 ‘존재’와 ‘경험’을 최전선에 두는 전략적 선택이다.
한국 초등 교실의 마이너스 AI 적용
아래 사례는 니마이어의 강연에 나온 것이 아니라, 그의 프레임워크를 한국 초등학교 5~6학년 사회·과학 수업 장면으로 옮겨 본 필자의 적용 제안이다.
| 교과 · 주제 | 활동 내용 | 기대 효과 |
|---|---|---|
| 사회 · 역사 | 유물 탁본 체험, 실물 자료(족보, 고문서 등) 분석, 역사 인물 역할극, 지역 문화유산 답사 후 손으로 스케치 | 과거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공감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한다. |
| 사회 · 민주주의와 주민 참여 | 모둠별 토론(스크린 없이 마주 보고), 마을 현안 조사(인터뷰, 현장 관찰), 지역사회 기관 방문 후 수기 보고서 작성 | 대면 소통 기술과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실재감을 느낀다. |
| 과학 · 날씨 | 관측 일지 직접 작성(펜과 종이), 간이 풍향계·풍속계 제작 후 운동장에서 측정, 일기예보 수동 예측 및 비교 | 자연 현상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며 과학적 탐구 능력과 인내심을 기른다. |
| 과학 · 생태계와 환경 | 학교 텃밭 가꾸기, 동식물 생장 일지 작성, 하천 주변 생물 채집 및 관찰, 흙 만져보기, 낙엽 모으기 | 오감을 활용해 자연과 교감하며 생명 존중 의식과 환경 감수성을 높인다. |
마이너스 AI는 단절된 지식 습득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직접 부딪히는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캘리포니아 물 자원 수업에서 학생들이 데이터 분석 후 정수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 ‘절수’라는 긍정적 지표 뒤에 숨겨진 ‘수입 감소, 정비 축소, 일자리 문제’라는 복잡한 맥락을 파악했던 것처럼, 실제 경험은 데이터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통찰을 선물한다.
AI를 더하는 협업, 플러스 AI(Plus AI)
플러스 AI 모드는 AI를 투명하고 의도적인 공동 연구자 또는 어시스턴트로 활용하여 인간의 역량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는 반복 작업을 단축하고 정보 탐색 범위를 넓혀 학습 효율성을 높이며, 인간 주도의 비판적 사고를 확장하는 데 목표를 둔다. 중요한 점은 학습자가 주도권을 쥐고 AI와 끊임없이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변증법적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니마이어 교수는 같은 디지털 아트 과제를 두 그룹에 준 실험을 소개한다. 튜토리얼을 따라 한 그룹은 12개 결과물 중 2개만 데모와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챗GPT와 함께 작업한 그룹은 12개 전부가 과제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서로 확연히 다른 장면을 만들어냈다. AI가 답안지가 아니라 ‘탐색’을 장려하는 도구로 활용될 때 창의적 분기(Creative Divergence)가 일어난다는 증거다. 학생들이 챗GPT에게 “수자원 서비스 수익 증대 방안”을 물은 뒤, 챗GPT에게 그 방안을 반박하게 하고, 다시 학생들은 개인 경험으로 재반박하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를 유도하는 수업 방식이 그 예다. 이는 사고의 아웃소싱이 아니라, 변증법적 추론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플러스 AI는 학습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개인 맞춤형 교육을 가속화하며, 생산성을 증대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그 전제는 교사와 학생 간의 견고한 신뢰다. 투명성 없는 AI 사용은 곧 질문의 붕괴로 이어지며, 이는 인지적 통찰을 0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한국 초등 교실의 플러스 AI 적용
플러스 AI 역시 필자의 적용 제안으로 한국 초등학교 5~6학년 수업 장면을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 교과 · 주제 | 활동 내용 | 기대 효과 |
|---|---|---|
| 사회 · 역사 | 챗GPT로 특정 시대 인물의 입장 분석, 역사적 사건의 다양한 해석 조사, 가상 인터뷰 질문 생성 후 답변 분석 | AI의 방대한 정보 처리 능력을 활용하여 역사적 맥락을 다각도로 이해하고, 정보 비판력을 기른다. |
| 사회 · 경제생활 | AI를 활용한 가상 경제 활동 시뮬레이션(시장 변화 예측, 소비 패턴 분석), 지역 경제 문제 해결 아이디어 탐색 | 복잡한 경제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연습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한다. |
| 과학 · 물의 순환 |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물의 순환 변화 예측, 다양한 지역의 물 부족 현상 자료 조사 | 복잡한 과학적 현상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사고를 훈련한다. |
| 과학 · 에너지 | 챗GPT로 신재생에너지 종류와 장단점 조사 및 비교, 미래 도시의 에너지 시스템 설계 아이디어 발상 | 폭넓은 정보 탐색으로 과학적 지식을 확장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
플러스 AI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학습자의 사고를 촉진하는 ‘대화형 파트너’로 정의한다. 학생들이 AI와 함께 질문하고, 오류를 분석하며,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 이는 단순한 정보 검색이 아니라, 인간의 비판적 사고를 AI와 함께 훈련하는 방식이다.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타임스 AI(Times AI)
타임스 AI 모드는 AI를 도구가 아니라 지식과 표현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매체(Medium)로 다루는 접근법이다. 이는 AI의 다차원적 데이터 처리 능력을 활용해 인간 단독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창작, 연결, 탐구를 지향한다. 기존 교과 구조나 평가 체계를 해체하고, AI와의 융합으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학제적 프로젝트 수행을 강조한다.
니마이어 교수는 방대한 기후 데이터를 생성형 AI 및 미디어 아트와 결합하여 시각·청각 예술 작품으로 시각화하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예시로 든다. 이는 AI 알고리즘의 동작 원리 자체를 탐구하며 편향성과 윤리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프로젝트, 또는 인간과 AI의 공동 창작으로 새로운 문학 장르나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타임스 AI는 기존 학문의 한계를 확장하고, 융합형 창의 인재를 양성하며, 매체 리터러시를 고도화하는 목표를 지닌다.
이 모드는 AI를 학습 환경의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한다. AI는 더 이상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다. AI는 우리에게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의 지도를 제안하며, 인간과 기계가 함께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타임스 AI는 지식 기반(K)의 역동적 적응성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모델의 불투명성과 자율성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한국 초등 교실의 타임스 AI 적용
타임스 AI를 한국 초등학교 5~6학년 수업으로 옮겨 본 필자의 적용 제안은 다음과 같다.
| 교과 · 주제 | 활동 내용 | 기대 효과 |
|---|---|---|
| 사회 · 국토와 지리 | 생성형 AI로 가상 미래 도시 설계(기후 변화, 인구 이동 등 데이터 기반), AI를 활용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 인터랙티브 앱 제작 | AI의 창작·시뮬레이션 능력으로 복잡한 공간 및 사회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
| 과학 · 생태계와 환경 | AI 기반으로 특정 생태계의 과거-현재-미래 변화 시각화(환경 오염 데이터 반영), AI 알고리즘의 동작 원리 탐구 및 편향성 분석 | AI를 지식 생산의 매체로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 과학적 사고력과 더불어 기술 윤리적 관점을 함양한다. |
| 과학 · 에너지 | AI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 개발(가상 프로토타입 제작), AI 기반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젝트 기획 | AI를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융합적 사고를 기른다. |
타임스 AI는 AI를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과 창작의 가능성을 여는 ‘동반자’로 본다. 이는 인간이 AI와 함께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며, 지식의 본질과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담대한 여정을 의미한다.
세 가지 모드를 오가는 통합 수업 설계
이 세 가지 모드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며 학습의 깊이를 더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 AI를 끄고(Minus), 언제 AI를 협업 파트너로 삼으며(Plus), 언제 AI로 지식을 변형·확장할 것인가(Times)”를 유연하게 오가는 능력, 즉 메타인지적 AI 리터러시를 기르는 일이다.
예를 들어, ‘물의 순환과 환경’이라는 과학 단원에서 한 차시 또는 한 단원을 설계한다면 다음과 같은 흐름을 제안한다.
- 마이너스 AI (실재 경험): 학생들이 학교 인근 하천이나 연못을 방문하여 직접 물의 흐름을 관찰하고, 수질 상태를 육안과 오감으로 기록한다. 펜과 종이로 관찰 일지를 작성하고, 채집한 물벼룩 등 수생 생물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며 손으로 스케치한다. 이 과정에서 물과 생명의 실제적인 연결고리를 몸으로 느낀다.
- 플러스 AI (도구적 협업):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AI 챗봇에게 ‘우리 지역 하천의 수질 개선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묻는다.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하천 오염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수집한다. 챗봇과 질문-답변을 반복하며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검색하여 타당성을 검증한다. 이후 AI에게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질 개선 캠페인 문구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한다.
- 타임스 AI (지식의 재구성): 수집한 데이터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여 ‘미래의 깨끗한 하천’ 모습을 시각화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든다. 또는 AI 시뮬레이션으로 특정 정책(예: 공장 폐수 무단 방류 시 벌금 강화)이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예측하고 그 결과를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데이터가 어떻게 새로운 지식과 표현으로 전환되는지 직접 경험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학생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식의 본질과 그 지식이 형성되는 방식 자체를 성찰하게 만든다.
대전AI교육 교사커뮤니티 ‘AI티처스쿨’의 동행
그레그 니마이어 교수의 이 프레임워크는 이론적 제안에 그치지 않는다. 대전AI교육 교사커뮤니티 AI티처스쿨의 교육 분과는 9월부터 이 ‘Minus AI, Plus AI, Times AI’ 모델을 공통 나침반으로 삼아 연구를 시작한다. 현장의 교사들이 직접 이 세 가지 모드를 한국 교육 맥락에 맞춰 실험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과 성공 사례, 그리고 한계점을 공유하며 집단 지성을 모으는 작업이다. 이러한 시도는 AI 시대를 맞아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지혜로운 공존을 향한 질문
니마이어 교수는 AI를 마주할 때 단순한 금지나 무조건적 수용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인간의 실재성을 일깨우는 마이너스 AI, 지식 축적과 탐색을 보조하는 플러스 AI,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매체를 재설계하는 타임스 AI 사이를 지혜롭게 오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생태계다. 이 생태계 안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우리가 교육의 중심에 호기심, 의미, 그리고 함께하는 ‘우리(shared we)’를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당신의 교실에서 AI를 덜어내야 할 때는 언제인가? AI를 더해 함께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AI와 곱셈하여 새로운 지식의 지형을 만들 기회는 무엇인가?
출처
- Niemeyer, G. (2025). Minus AI, Plus AI, Times AI: A Vision for an AI Pedagogy. OpenAI Forum 강연 (2025년 11월 13일).
- OpenAI Forum 이벤트 페이지: https://forum.openai.com/public/events/virtual-event-minus-ai-plus-ai-times-ai-a-vision-for-an-ai-pedagogy-0ku09qjkzj
- OpenAI Forum 영상 리플레이 페이지: https://forum.openai.com/public/videos/event-replay-minus-ai-plus-ai-times-ai-a-vision-for-an-ai-pedagogy-2025-11-13









